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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교단(1984~2016)에서140

‘일제고사’ 1등의 시골 학교는 어떻게 되었나 일제고사의 폐해는 여전하다 1등부터 꼴찌까지…, 일제고사 성적 공개 교과부에서 ‘학업성취도 평가결과 및 기초학력 미달 학생 해소 방안’을 발표하면서 전국 16개 시도교육청과 180개 지역교육청의 성적을 모두 공개한 이래 그 파장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학력 격차는 ‘도시·농촌의 차이, 대도시 안에서도 학교가 있는 지역적 특성과 구조적으로 연결’(이윤미 홍익대 교수)되어 있다. 그러나 정작 사람들은 ‘변변찮은’ 기초학력 미달 학생 해소 방안이 아니라 평가 결과로 드러나는 서열에 주목한다. 말도 많던 이 제도의 시행과 맞서서 교육적 양심으로 아이들을 지키려다가 부당징계에 희생된 열두 명 교사들의 존재는 이미 희미하게 잊히고 있다. 서울 세화여중의 김영승 교사가 파면당한 것은 이 발표 이틀 전이었다. 평가 .. 2021. 2. 18.
2007학년도를 마치며 2007학년도, 2학년 5반과도 이별이다 지난 14일의 졸업식에 이어 이튿날 2007학년도 종업식을 끝으로 학교는 마지막 방학에 들어갔다. 한 해 동안 썼던 사물함을 비우고 아이들은 별관 교사로 옮아가야 한다. 요즘이야 졸업식도 그리 다르지 않으니 학년을 마치면서 아이들과 작별하는 것은 여느 일상과 다르지 않은 심상한 일이다. 나는 지난 한 해 동안 지도를 잘 따라 주었고, 자율적으로 학급을 꾸려온 것에 대해 고맙다고 말했다. 저희를 따라서 3학년으로 가지 않는 이유도 밝혔다. 내겐 익숙하고 미련이 남는 아이들이지만 해를 거듭해 같은 교사에게 배워야 할 일은 없는 것이다. 새로운 교사로부터 배우는 것도 중요한 경험일 터이기 때문이다. 그 전전 날에는 쓰지 않고 남겨 두었던 학급운영비 등을 모아서 피자와 .. 2021. 2. 17.
과정을 넘어 새로워지는 당신들에게- 방송통신고 ‘졸업’에 부쳐 방송통신고를 졸업하는 ‘시니어’ 학생들에게 드디어 졸업이군요. 이제 졸업식을 빼면 등교할 날은 하루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어떠신가요. 지난 3년이 ‘주마등’처럼 떠오르는가요? 온갖 기억들이 슬그머니 되살아나 추억의 현(絃)을 조금씩 건드려주나요? 저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졸업을 앞둔 이들의 느낌은 비슷한 듯합니다. 망설이고 망설이다 입학원서를 내고 교문을 나서던 3년 전 2월의 어느 날을 기억하시지요? 입학식을 치르면서도 여전히 자기 선택이 미덥지 않아서 어정쩡하게 보낸 그해 봄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대체 지금 다시 공부해서 어쩌겠다는 건가. 이미 녹슬고 굳어진 머리로 새로 공부를 한다고? 그게 가능이나 할까? 공연히 시간과 힘만 낭비하고 마는 게 아닐까……. 회의는 회의를 낳고 학교 교문을 들어설 때마.. 2021. 2. 14.
2월, 이별의 계절 다시 학년말, 곧 이별이다 지난 12일에 학교는 종업식을 하고 공식적으로 2009학년도를 마쳤다. 그 이틀 전에는 3학년 아이들이 졸업식을 치르고 학교를 떠났다. 세상은 많이 변했지만, 졸업식을 전후한 학교 풍경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해 보인다. 뭐라고 해야 하나. 한 해를 마치는 것이니 좀 들뜬 분위기가 될 수도 있을 텐데 뜻밖에 학교는 고즈넉이 가라앉아 있다. 조금은 쑥스러운 표정으로 식장에 앉은 졸업생들은 어느새 훌쩍 자란 듯한데 연하게 화장한 아이들의 얼굴 너머에 숨어 있는 것은 미래에 대한 호기심과 불안이다. 진급을 앞둔 재학생들도 공연히 점잔을 빼고 있다. 3월이 되어 다시 수험생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 앞에서 아이들은 지레 지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3월이 되면 아이들은 이내 활기를 되.. 2021. 2. 11.
명퇴 ‘불발’ 전말기 별러서 낸 ‘명퇴’ 신청, 불발되다 지난해 하반기에 나는 경상북도 교육감에게 2015년 2월 28일 자로 교단을 떠나겠다며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우리 학교에서 명퇴를 신청한 이는 모두 다섯. 한 분은 선배였고, 또 한 분은 동갑내기 여교사, 그리고는 3~7년쯤의 후배 교사였다. 명퇴 불발은 ‘잃어버린 5년 탓’ 정년이 1년 남은 선배 교사나 동갑내기 여교사는 굳이 비교할 수 없다. 정해진 과정을 순조롭게 거치기만 해도 뒤늦게 대학에 진학한 데다가 33개월 만기로 군 복무를 마친 나보단 경력이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3년에서 7년 정도 연하의 후배 교사들이 나보다 경력과 호봉이 앞서는 걸 보면 좀 기분이 씁쓸해지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는 전적으로 1989년 9월부터 1994년 2월까지 내가 교단.. 2021. 2. 4.
동행(同行) 다시 만난 20년 전의 제자들 공교롭게도, 하기야 이 세상에 공교롭지 않은 일이 얼마나 있을 것인가, 꼭 한 달 만에 두 명의 옛 제자를 만났다. 이미 불혹을 바라보고 있는, 어머니이자 지어미인 여제자를 만난 감회는 남다르다. 과장해 말하면, 내 ‘과거’가 그들의 ‘현재’에 맞닿아 있으니 말이다. 두 아이는 내가 초임으로 근무했던 경주지방의 한 여학교에서 내리 세 해를 내게서 국어와 문학을 배웠던 소녀들(!)이었다. 신입생과 초임 교사로 만나 졸업할 때까지 담임으로, 담당 교사로 만났으니, 그 인연의 무게가 만만찮은 셈이다. 그 시절의 갈피마다 서린 내 열정과 과잉의 의욕, 숱한 오류와 실패와 잘못을 나는 부끄러움으로 그러나, 따뜻하게 떠올린다. 스물아홉의 혈기방장한 청년이 열일곱 소녀를 만났다면 그들이.. 2021. 1. 31.
‘눈 맑은 사내아이들’은 다 어디로 갔나? 사내아이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남녀학교를 두루 돌아다닌 경험에 비추어 보면, 사춘기에는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정신연령이 훨씬 높다는 통설은 사실에 가깝다. 여학생들은 아주 감성적이면서도 어떤 문제를 바라보는 데서 뜻밖에 폭넓은 관점과 태도를 보여준다. 물론 이 통설은 개인차를 무시한다는 전제에서 유효하다. 여학생들이 자기 이해를 유독 밝히는 깍쟁이일 거라는 편견은 생각보다 훨씬 뿌리 깊다. 그러나 실제로 여학생들은 ‘관계’에 대한 이해에 있어 훨씬 어른스러운 입장과 태도를 보인다. 복잡한 걸 꺼리고 단순한 걸 선호하는 남자아이들은 즉흥성이 강하고 여자아이들은 문제의 전후좌우를 살피고 상대를 배려하려고 애쓰는 것이다. 대부분 남녀공학으로 운영되는 시골 학교나 중학교에 근무해 보면, 이런 점은 아주 확연하게 .. 2021. 1. 23.
아이들의 ‘오지 않을 미래’를 생각한다 아이들의 희망과 미래, 꿈과 현실의 부조화 학년말이다. 방학을 앞두고 졸업반 아이들은 대학입학 정시 지원을 위한 상담 등으로 바쁘다. 가능한 학교를 찾느라 고심 중인 아이들의 얼굴에는 수능 시험을 앞두고 있을 때와는 다른 긴장감이 돈다. 그러고 보면 상대적으로 수시에 합격한 아이들이 누리고 있는 ‘망중한’은 그야말로 ‘황금’의 시간이라 할 만하다. 학년말 졸업반 아이들의 얼굴에 드러나는 긴장은 시나브로 재학생들에게도 옮아간다. 해가 바뀌면 진급하게 되는 아이들에게도 새삼 시간은 만만치 않은 무게로 다가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방학 중에 실시하는 보충수업에 참여하는 아이들의 숫자는 예년에 비겨 많아졌다. ‘꿈과 현실의 부조화’ 아이들은 아주 영악해 뵈지만 정작 어떤 부분에서는 얼치기다. ‘꿈과 현실의 부.. 2020. 12. 22.
새 학기 책 꺼풀? 변소 뒤지? 이젠 ‘시간 그릇’ 시간의 나침반, 나의 ‘참교육 달력’ 이야기 달력은 한 해의 시간표다. 그것은 일상의 가늠자이면서 한 시기의 나침반이다. 물리적인 시간을 길쭉한 사각형의 종이 뭉치 속에 쟁여 넣은 생활의 계획표다. 사람들은 달력을 한 장씩 찢고 넘기면서 세월을 헤아리고 그 무상을 새롭게 이해하기도 한다. 교과서 책 꺼풀에도 쓰고, 바람벽에 도배도 하고, 변소 ‘뒤지’로도 달력과 관련된 가장 오랜 기억은 초등학교 시절의 것이다. 새 학기에 새 교과서를 받아 집으로 가져오면, 누님은 보관해둔 묵은 달력의 낱장을 찢어 아주 튼튼하게 꺼풀을 입혀 주었다. 신문지도 흔하지 않던 시절이어서 적당한 두께의 매끄러운 달력 종이는 조악한 품질의 교과서를 보호하는 데는 그만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꺼풀을 입혀야 할 책이 몇 권인가, 쓸 수.. 2020. 12. 19.
대학에서 온 제자의 편지 대자보 학교에서 온 제자의 편지 전임 학교에서 담임했던 여학생이 하나 있다. 신분이 드러나는 걸 원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 편의상 ‘K’(나는 로마자 두문자를 쓰지 않지만 여기선 예외다.)이라 해 두자. 인근 군 지역의 중학교를 나와서 중상위 정도의 성적으로 입학했는데 입학 후에 꽤 열심히 공부했나 보았다. 내가 담임을 맡았던 2학년 때는 치고 올라와 문과에서 수위를 다투게 되었다. 작가와 교사가 꿈이었던 아이 아주 야무지고 빈틈없는 아이여서 교사들끼리 하는 말로 ‘입 댈 게 없는’ 학생이었다. K는 수업 시간에 교사의 강의를 한 자도 빼놓지 않고 기록하는 등 무서운 집중력을 보여주었다. 아이가 작가와 교사의 꿈을 갖고 있고 습작을 해왔다는 걸 알게 된 것은, 진급하고 몇 달이 지나서였다. K는 당연히 남.. 2020. 12. 17.
수상 거부? 기특한 ‘고딩’들 인권위의 표창장을 거부한 고등학생들 막장으로 치닫는 현병철의 국가인권위원회가 올해 세계 인권의 날(12월 10일)을 앞두고 난처한 입장에 빠졌다. 인권 표창장을 받는 ‘이주노동자의 방송’(MWTV), 인권논문상 일반부 우수상을 받을 동성애자인권연대, 인권 에세이상 고등부 대상을 받을 김은총 학생 등이 인권상 수상을 ‘거부’한 것이다. ‘이주노동자의 방송’이나 ‘동성애자인권연대’가 단체나 조직이지만, 영복여자고등학교 3학년 김은총 학생은 유일한 개인이다. 2010 인권 에세이 공모전 고등부 대상 수상자인 이 여학생의 당찬 수상 거부가 잔잔하게 사람들을 미소 짓게 하고 있다. 현병철, 시상 자격 없다는 ‘발칙한 여고생’ ‘상’이란 크든 작든 그것을 받는 사람에게는 영예고 환희다. 그러나 이런 상 받기를 거절.. 2020. 12. 8.
학교는 아이들의 이름을 새겨야 하는 곳 - 기념식수론 두 개의 ‘기념 식수’ 지난 11월에 국회의사당 본청 앞에 심겨 있던 ‘국회 기념식수 1호’가 뽑혔다. 이 지난 6월 보도한 ‘가짜 기념식수 1호’라는 특종 기사의 결과다. 저간의 사정은 이랬다. 1982년 당시 한미수교 100주년을 기념하여 미국의 부시 부통령이 방한했다. 부시는 국회의사당을 방문해 본회의장에서 연설하고 국회 경내에 기념식수를 했다. 국회의사당의 ‘가짜 기념식수’ 소동 의사당 현관 앞 잔디밭에 심은 나무는 3.5m의 100년생 주목이었다. 그러나 의 한 기자가 지난 5월 확인한 결과 심어진 나무는 주목이 아니라 일본산 ‘화백나무’였다. 사실 확인 과정에서 국회 사무처는 원래 심은 나무가 ‘화백나무’였다고 강변했는데 이는 거짓말이었다. 나무가 1년여 만에 죽자, 다시 주목을 심었는데 이 .. 2020. 1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