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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세시 풍속·24절기 이야기33

입춘과 설을 지내고 입춘(立春) 입춘은 지난 4일이었다. 올 입춘은 설날 연휴 코앞인 섣달 스무여드렛날에 들어서는 바람에 무심결에 지나가 버렸지만, 본디 입춘은 새해 처음 드는 절기다. 음력에서 정월은 봄이 시작되는 때이니 입춘은 봄을 상징하면서 동시에 새해의 시작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입춘에 베풀어지는 민속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낯익은 것은 입춘첩(立春帖)이다. 입춘첩은 춘축(春祝)·입춘축(立春祝)이라고도 불리며, 각 가정에서 대문이나 대들보·천장 등에 좋은 뜻의 글귀를 써서 붙이는 것을 이른다. (학고재)을 넘기면서 몇 장의 입춘 관련 사진을 만난다. 한편으론 아련하면서 그것은 아득하기만 하다. 그것은 한때의 풍속이었을 뿐, 지금은 이미 시나브로 사라져가고 있는 풍경인 까닭이다. 방바닥에 지필묵을 단정하게 펼치고 .. 2021. 2. 10.
㉔ 동지, 태양이 죽음에서 부활하는 날 12월 22일 동지(冬至) 22일은 24절기 가운데 스물두 번째 절기 동지(冬至)다. 일 년 중에서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하지(夏至)부터 낮이 짧아지는 대신 길어지기 시작한 밤은 동짓날에 정점을 찍는다. 다음날부터 조금씩 밤이 짧아지고 낮이 길어지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고대인들은 동지를 태양이 죽음에서 부활하는 날로 여기고 축제를 벌여 태양신에게 제사를 지냈다. 중국 주나라에서 동지를 설로 삼은 것은 같은 이유에서다. 우리나라는 신라에 이어 고려시대에도 당(唐)의 선명력을 그대로 썼으며, 충선왕 원년(1309)에 와서 원(元)의 수시력(授時曆)으로 바꿔 썼다. 따라서 충선왕 이전까지는 동지를 설로 지낸 것으로 추정한다. 동짓날에는 천지 신과 조상에게 제사했다.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2019. 12. 21.
㉓ 대설(大雪), 눈이 없어도 겨울은 깊어가고 대설 12월 7일 이번 주 들면서 기온이 급격히 떨어졌다. 물론 아침에만 영하로 떨어지고 날이 들면 영상이 회복되긴 하지만, 사람들은 추위에 익숙하지 않거나 추위를 잘 참지 못하는 것이다. 오는 6일은 올 들어 가장 추운 날이 되리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7일은 대설(大雪), 추워질 때도 되었다. 대설은 24절기 가운데 스물한 번째에 해당하는 절기로 소설(小雪)과 동지(冬至) 사이에 든다. 소설에 이은 대설은 ‘큰 눈’이라는 이름에서 보이듯 ‘눈이 가장 많이 내린다’는 뜻. 원래 역법의 발상지인 중국 화북지방의 계절적 특징을 반영한 절기여서 우리나라에선 이 시기에 적설량이 많다고 볼 수는 없다. 올 대설은 음력으로는 11월 11일, 양력으로는 12월 7일로 태양의 황경(黃經)은 255도에 이른 때다. 우.. 2019. 12. 6.
㉒ 소설(小雪), ‘홑바지’가 ‘솜바지’로 바뀌는 ‘작은 눈’ 11월 22일 소설 22일은 ‘땅이 얼고 차차 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이다. 이때부터 살얼음이 잡히고 땅이 얼기 시작하여 점차 겨울이 든다는 기분이 들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직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어 소춘(小春)이라고도 불린다. 이때는 평균 기온이 5도 이하로 내려가면서 첫 추위가 온다. 20일이 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이었다. 해가 뜨면 이내 회복되긴 하지만, 아침 최저기온도 영하로 내려갔다. 며칠 전부터 우리 집에서도 짧게 보일러 가동하기 시작했다. 예년처럼 끔찍한 추위가 온다는 소식이 없으니 한결 편하게 겨울을 맞는다. 중국에서는 소설의 기후를 닷새씩 묶어 3후(三候)로 삼았다. 초후(初候에는 무지개가 걷혀서 나타나지 않고, 중후(中候)에는 천기(天氣)는 오르고 지기(地氣)는 내리며, 말.. 2019. 11. 21.
㉑ 입동(立冬), 겨울의 ‘문턱’을 넘으며 11월 8일 입동(立冬) 오는 8일은 24절기 가운데 열아홉 번째 절기 ‘입동(立冬)’이다.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 후 약 15일,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 전 약 15일에 드는 절기다. 이제 바야흐로 겨울이 시작되려 하는 것이다. 입동은 특별히 절일(節日)로 여기지는 않지만 겨울나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겨우내 먹을 김장은 이 입동을 전후하여 담가야 제맛이 난다고 했다. 그러나 요즘은 기온이 높은 데다 집집이 김치냉장고를 들여놓았으니 절기를 따지는 게 무색할 지경이다. 입동에서 대한까지가 ‘겨울철’에 해당하는 절기다. 입동, 소설, 대설(大雪), 동지, 소한(小寒), 대한(大寒) 등이 그것이다. 철마다 여섯 개씩의 절기가 나란히 이어지는 것이다. 겨울은 농한기, 힘겹게 한 해를 살아온 사람들.. 2019. 11. 7.
⑳ 상강(霜降), 겨울을 재촉하는 된서리 24일은 상강(霜降)이다. 한로(寒露)와 입동(立冬) 사이에 드는 24절기 중 열일곱 번째, 가을의 마지막 절기다. 상강은 말 그대로 ‘서리가 내린다’는 뜻으로 이 무렵이면 쾌청한 날씨가 이어지지만, 밤에는 기온이 떨어지므로 수증기가 지표면에서 엉겨 서리가 내리게 되는 것이다. 10월 24일 상강 중국 사람들은 상강부터 입동 사이의 기간을 닷새씩 삼후(三候)로 나누어 “초후(初候)에는 승냥이가 산 짐승을 잡고, 중후(中候)에는 초목이 누렇게 떨어지며, 말후(末候)에는 겨울잠을 자는 벌레가 모두 땅에 숨는다.” 고 하였다. 이는 전형적인 늦가을 날씨를 이르는 것으로 특히 말후에서 ‘벌레가 겨울잠’에 들어간다고 한 것은 이 무렵부터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는 때이기 때문이다. 다가올 추위를 예고해 주는 전령사.. 2019. 10. 23.
⑲ 한로(寒露), 제비는 강남으로, 기러기는 북에서 오는 8일은 한로(寒露)다. 한로는 추분과 상강 사이에 드는, 24절기 중 열일곱 번째, 가을의 다섯 번째 절기다. 말 그대로 ‘찬 이슬’이 맺히는 시기다. 세시 명절인 중양절(重陽節, 음력 9월 9일, 양력으론 10월 13일)과 비슷한 시기지만 한로에는 특별한 민속 행사가 없다. 한시에, 한로를 전후하여 국화전을 지지고 국화주를 담그며, 머리에 수유를 꽂거나, 높은 데 올라가[등고(登高)] 고향을 바라본다든지 하는 내용이 자주 나타나는데, 이는 중양절의 민속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수유 열매를 머리에 꽂는 것은 잡귀를 쫓기 위함으로 이는 수유 열매가 벽사(辟邪)의 힘이 있는 붉은 자줏빛이기 때문이다. 옛사람들은 한로 15일간을 5일씩 끊어서 3후(候)로 나눠서, “초후(初候)에는 기러기가 초대를 받은 듯.. 2019. 10. 7.
⑱ 추분(秋分), 우렛소리 멈추고 벌레도 숨는다 23일은 추분(秋分)이다. 백로(白露)와 한로(寒露) 사이에 드는, 24절기 가운데 16번째 절기, 가을의 네 번째 절기다. 이날 추분점에 이르러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 사람들은 추분을 특별한 절일(節日)로 여기지는 않는다. 그러나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이 날을 중심으로 계절의 매듭 같은 걸 의식하게 된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날이지만, 실제로는 해가 진 뒤에도 어느 정도까지는 여광(餘光)이 남아 있어서 낮의 길이가 상대적으로 길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추분을 지나면 점차 밤이 길어지기 시작하므로 자연히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서양에선 ‘추분부터 대설까지’를 가을로 여기지만, 우리는 ‘추분부터 동지까지’로 본다. 이 때문에 추분 날 부는 바람을 .. 2019. 9. 22.
한가위, 슬픈 풍요 팔월 한가위는 투명하고 삽삽한 한산 세모시 같은 비애는 아닐는지. 태곳적부터 이미 죽음의 그림자요, 어둠의 강을 건너는 달에 연유된 축제가 과연 풍요의 상징이라 할 수 있을는지. 서늘한 달이 산마루에 걸리면 자잔한 나뭇가지들이 얼기설기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소복 단장한 청상(靑孀)의 과부는 밤길을 홀로 가는데-팔월 한가위는 한산 세모시 같은 처량한 삶의 막바지, 체념을 묵시(默示)하는 축제나 아닐는지. 얼마 되지 않아 달은 솟을 것이다. 낙엽이 날아내린 별당 연못에, 박이 드러누운 부드러운 초가지붕에, 하얀 가리마 같은 소나무 사이 오솔길에 달이 비칠 것이다. 지상의 삼라만상은 그 청청한 천상의 여인을 환상하고 추적하고 포옹하려 하나 온기를 잃은 석녀(石女), 달은 영원한 외로움이요, 어둠의 강을 건너는 .. 2019. 9. 13.
⑰ 백로(白露), 벼가 여물어가는 분기점 처서(處暑)를 지나면서 무더위는 한풀 꺾였다. 30도를 넘는 폭염이 계속되다가 거짓말처럼 기온이 30도 아래로 떨어졌고, 아침저녁으로는 한기를 느낄 만큼 일교차가 커졌다. 사람들은 저마다 ‘절기’를 속이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24절기가 태양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해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는 것이다. 9월 8일은 백로(白露), 24절기의 열다섯 번째, 가을의 세 번째 절기다. 처서(8.23.)와 추분(9.23.) 사이에 드는 백로는 ‘흰 이슬’이라는 뜻으로 이 시기에 밤에 기온이 이슬점 이하로 내려가 풀잎이나 물체에 이슬이 맺힌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백로는 가을 기운이 완연해지는 시기로 옛날 중국 사람들은 백로부터 추분까지의 시기를 닷새씩 삼후(三候)로 나누어 그 특징을 다음과 같이 일렀다.. 2019. 9. 7.
⑯ 처서(處暑), “귀뚜라미 등에 업히고, 뭉게구름 타고 온다” 23일은 ‘더위가 물러난다’는 처서(處暑)다. 처서는 24절기 가운데 열네 번째, 가을의 두 번째 절기로 입추와 백로(白露) 사이에 든다. 흔히 처서는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 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라고 표현된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는 계절의 순환을 감각적으로 그린 것이다. 이러한 자연의 미묘한 변화를 에선 처서의 보름간을 5일씩 나누어 다음과 같이 풀이했다. “첫 5일간인 초후(初侯)에는 매가 새를 잡아 제를 지내고, 둘째 5일간인 차후(次侯)에는 천지에 가을 기운이 돌며, 셋째 5일간인 말후(末候)에는 곡식이 익어간다.” 처서가 지나면 햇볕이 누그러져 풀이 더는 자라지 않는다고 하여 “처서가 지나면 풀도 울며 돌아간다.”라는 속담이 생겼다. 처서 무렵이면 사람들은 논두렁의 .. 2019. 8. 22.
⑮ 입추(立秋), 어쨌든 여름은 막바지로 달려가고 지난해의 끔찍한 더위를 떠올리는 이에게 올여름은 양반이다. 글쎄, 견디기 힘들 만큼 더웠던 날이 있었나 싶기 때문이다. 6월 초순에 뜬금없이 온도가 예년보다 높았지만 그걸 더위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더위는 낮도 그렇지만 열대야가 이어질 때 잠을 설치게 하는 게 제일 힘이 든다. 그런데 그간 열대야라고 한 날이 며칠 있었지만, 지난해같이 끔찍하지는 않았다. 새벽녘에 이불 속으로 기어들게 하는 날도 적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틀 전부터는 사정이 달라졌다. 한낮 기온이 35도에 육박하고, 자정까지 28, 29도를 오르내리는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이 기분 나쁜 온도와 습기는 숙면을 불가능하게 한다. 자긴 하는데, 어쩐지 반쯤을 깨어 있는 상태가 이어지는, 한마디로 수면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2019. 8.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