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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여행, 그 떠남과 이름의 기록137

절정 직전의 ‘피아골 단풍’, 그 자체로 완벽한 풍경 4색의 스펙트럼, 가을 지리산 단풍이 보여주는 ‘천의 얼굴’*PC에서는 사진을 마우스로 클릭하면 원본(1000×667) 크기로 볼 수 있음.지난 주말(10월 30일) 가족들과 함께 지리산 피아골을 찾았다. 2019년 10월 31일에 이어 꼭 2년 만이었다. 그때도 아내와 나는 단풍을 보겠다고 피아골을 찾았었다. 우리는 연곡사를 거쳐 직전마을에 이르는 길을 오르면서 길 옆 계곡의 단풍을 구경했었다. ‘화염’으로까지 비유되는 지리산 단풍을 상상해 온 내게 이제 막 단풍으로 물드는 계곡의 가을은 좀 심심했다. 아직도 푸른빛을 마저 벗지 못한 채 드문드문 눈에 띄는 단풍나무들이 연출하는 붉은 점경(點景)을 투덜대면서 아쉽게 발길을 돌려야 했다. [관련 글 : 되돌아보는 2019년 가을 ‘단풍’]2년 만의 피아골.. 2024. 11. 19.
늦지 않았다, 때를 지난 단풍조차 아름다우므로 난생처음 본 내장산 단풍터널… ‘가을의 본좌’는 단풍부터 다르다가을이 ‘단풍의 계절’이라는 걸 모르는 이야 없지만, 단풍을 제대로 즐기기는 쉽지 않다. 굳이 단풍을 보겠다고 길을 떠나도 때를 맞추기가 여간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대체로 그 걸음은 너무 이르거나 너무 늦기 일쑤다. 한 열흘쯤 늦추거나 당기면 맞아떨어지겠지만, 그게 말처럼 수월치 않은 것이다. 가을 단풍의 본좌 그간 단풍 이야기를 두어 차례 기사로 썼다. 구미 태조산 도리사(그 산사의 단풍, 이미 마음속에 불타고 있었네)와 대구 팔공산 단풍길의 단풍(그 숲길, ‘순정’의 단풍을 잊지 못하리)이다. 도리사 단풍은 핏빛이라는 기억을 돌이키려 두어 차례, 팔공산 단풍길은 꽤 여러 해에 걸쳐 찾았다.  그러나 그 정도로는 불만족스러웠던 것일까. 나.. 2024. 11. 16.
초록 짙은 11월의 메타세쿼이아 숲, 문제는 ‘단풍’ 아닌 ‘기후’다 대전 장태산자연휴양림, 혹은 ‘초록 낙엽’*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9월까지 이어졌던 올여름의 이상폭염 탓에 제대로 된 단풍을 보기가 쉽지 않다. 나무는 일조량이 줄어드는 겨울에 쓸 양분을 갈무리하느라고 가을이면 광합성을 멈춘다. 단풍은 이때 초록 잎을 만드는 엽록소가 파괴되고 나머지 색소들이 드러나면서 잎이 물드는 현상이라고 한다. [관련 기사 : 가을 한가운데 ‘초록 단풍’…폭염 시달린 나무가 쉬질 못해서]  대전 장태산자연휴양림으로 떠난 가족 나들이 어쨌거나 가을이고, 어디 단풍 구경이라도 가자며 가족들과 찾은 곳이 대전 장태산이다. 그간 소문이 자자해서 장태산 단풍이 좋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장태산은 가족들 모두 초행이었다. 9시가 넘어 .. 2024. 11. 4.
‘영동 월류봉’, 달보다 먼저 ‘머물다’[월류(月留)] 돌아오다 충북 영동군 황간면 ‘월류봉(月留峰)’ 기행*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지난 1일은 국군의 날, 임시 공휴일이었다. 아침 일찍, 대전 계족산에 간다는 딸애가 집을 지킬 우리가 걸렸든지 멀지 않은 영동 월류봉이라도 다녀오시라고 하고 집을 나갔다. 그럴까, 하고 대꾸하다 말고 나는 우리는 이내 까짓것, 다녀오자고 합의를 봤다.  사전 계획 없이 떠난 소풍길 지도 앱으로 확인해 보니 월류봉까지는 50분이 걸린다고 했다. 냉장고를 정리하던 아내가 그걸 마저 끝내고 대강 나들이 준비를 마치니 거의 11시가 가까웠다. 맛 좋기로 소문난 동네 김밥집에서 김밥을 사고, 마트에 가서 통닭을 한 마리 사 가지고 바로 고속도로에 차를 올렸다.  굳이 속력을 낼 일도 없.. 2024. 10. 4.
‘시드니’ 대신 춘천박물관에서 ‘신라의 빛’을 만나다 국립춘천박물관 기획 전시 ‘선림원 터 금동보살입상’*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지난 23일 오후 우리 내외는 딸애와 함께 인천공항으로 가는 리무진 버스에 올랐다. 2018년 여름 상트페테르부르크 여행 이후 6년 만에 아이들이 짠 호주 가족여행에 초대받은 것이었다. 우리는 4시간쯤 걸려 공항에 도착해서 저녁 식사를 한 다음, 서울에서 바로 온 아들 녀석과 함께 밤 11시 15분발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행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MS 클라우드 먹통 여파로 시드니 여행을 접다 항공사 체크인 카운터에서 탑승권을 받고 수화물을 부친 다음,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여 탑승 게이트에 들어간 게 10시가 넘어서였다. 그러나 우리는 비행기에 오르는 대신, 새벽 2.. 2024. 7. 26.
산은 ‘국립공원’이, 절은 ‘총림’이 됐다, 천년 고찰 팔공산 동화사 일흔 앞두고 처음 만난 팔공산 동화사*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대구에서 중고교와 대학에 다니면서 10년 넘게 거기서 살았지만, 팔공산(八公山) 동화사(桐華寺)에 가 본 기억은 없다. 스무 살 무렵에 벗들이 동화사 계곡에서 야영한다고 해서 한밤중에 거길 찾은 적이 있고, 대학에 가서 복학생들과 함께 동화사를 찾았던 듯한데, 절집 안에 들어간 기억은 없으니 일단은 그러려니 할 수밖에 없다.  일흔이 다 돼 동화사를 찾았다, 정말? 애당초 동화사에 가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볼일이 있어 대구 칠곡지구에 들렀다가 시간도 넉넉하고 근처에 동화사가 있다 싶어서 나는 팔공산으로 차를 몰았다. 절 앞 주차장에 차를 대고 경내로 들어서면서 나타나는 풍경.. 2024. 6. 23.
천 년 무덤을 ‘배경’으로 거느린 ‘고분 공원’ 대릉원 [서라벌 여행] ③ 사적 경주 대릉원(大陵園)과 ‘고분 공원’ 2024.6.7.*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서라벌 여행에서 대릉원은 가장 먼저 찾은 곳이었다. 나는 막연하게나마 동궁과 월지 부근의 사적지들을 머릿속에 떠올려 보고, 밤까지 머물 수 있는 곳으로 대릉원과 첨성대, 그리고 계림을 정했었다. 금요일이라고 시뻐 보았는데, 대릉원 앞 주차장은 만차였다. 푯말을 따라 들어가 무료 임시 주차장에 간신히 차를 댈 수 있었다.  대릉원은 ‘사적’이면서 ‘고분 공원’이다 대릉원은 “삼국시대 신라의 왕 · 왕비 · 귀족 등의 무덤군”(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이다. ‘대릉원’이란 이름은 의 기록에 ‘미추왕을 대릉(大陵 : 죽장릉竹長陵)에 장사 지냈다’라는 기.. 2024. 6. 20.
9m 단신 서라벌 ‘랜드마크’ 첨성대와 ‘신화’의 숲 계림(鷄林) [서라벌 여행] ② 첨성대와 계림(鷄林) 2024.6.7.*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대릉원 앞, 확 트인 평지에 서 있는 첨성대(瞻星臺)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울타리가 있어도 따로 입장료를 받지 않아서 그냥 산책하듯 둘러볼 수 있어서만은 아니다. 저 멀리 반월성을 등지고, 그 아래 계림(鷄林)의 숲과 어우러지는 고대 천문대 첨성대는 고작 9m의 단신이지만, 서라벌의 ‘랜드마크’ 가운데 하나라는 칭호가 넘치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서라벌의 ‘랜드마크’  첨성대 받침대 노릇을 하는 기단부 위에 술병 모양의 원통부를 올리고 맨 위에 ‘정(井)’ 자형의 정상부를 얹은 첨성대는 천체의 움직임을 관찰하던 신라시대의 천문 관측대라는 게 정.. 2024. 6. 13.
‘기러기와 오리 못’에서 나무와 전각 그림자 담는 ‘월지(月池)’로 [서라벌 여행] ① 동궁(東宮)과 월지(月池) : 2024.6.7.*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아내의 생일을 맞아 서울에서 아들애가 귀향했다. 현충일엔 집에서 쉬고 다음 날(7일) 오후에 집을 나서 경주로 향했다. 굳이 길을 서두르지 않은 것은 동궁(東宮)과 월지(月池)의 야경을 찾아가는 길이어서다. 경주는 올 1월에 동료들과 함께 찾은 동궁과 월지의 밤 풍경에 혹한 내가 추천한 여행지였다. 10년 만의 경주 여행 우리 가족은 2013년 8월에 포항에 다녀오다가 잠깐 계림과 첨성대 주변을 둘러보았고, 이듬해 2월에는 아이들 외할머니를 모시고 역시 포항에 가서 회를 먹고 돌아오다가 동궁과 월지를 돌아보았다. 장모님은 이듬해인 2015년 10월에 세상을.. 2024. 6. 11.
대청호 호변에 자리 잡은 민간 정원, ‘천상의 정원’ [사진] 충북 옥천군 군북면 방아실길 255(대정리 100-10) ‘수생식물학습원’*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옥천의 대청호 호숫가에 아름다운 정원이 있다는 소식을 들은 것은 지난해 봄이었다. 6월에 문청(文靑) 시절의 후배들과 만나 거기 들르려고 했는데, 일정이 무산되면서 해를 넘겼다. 봄이 다 가기 전에 가봐야 할 텐데, 조바심을 내다가 어제 아내와 함께 길을 떠났다.  벼른 끝에 1년 만에 ‘천상의 정원’을 찾다 줄곧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왔는데도 좋이 1시간 반이 넘게 걸렸다. 옥천읍에 들러 점심을 먹고, 군북면의 꼬불꼬불한 산길을 달려 ‘천상의 정원’으로 불리는 수생식물학습원(이하 학습원)에 닿은 게 12시 반이었다. 학습원은 제한된 인원만 .. 2024. 5. 18.
천년 선문(禪門) 종찰(宗刹) 봉암사(鳳巖寺)를 엿보다 연중 초파일만 문을 여는 선도량(禪道場) 희양산(曦陽山) 봉암사(鳳巖寺)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문경에는 봉암사가 있다”라는 진술은 단순한 사실 명제에 불과하지만, 거기에 담긴 함의는 적지 않다. 남북국시대 통일신라 시대에 창건한 봉암사는 1천2백 년 가까이 선도량(禪道場)의 지위를 지켜온 선찰(禪刹:선종禪宗의 절.=선사)로 1982년 조계종단이 특별 수도원으로 지정한 이래 일년내내 문을 닫고 초파일 하루만 문을 여는 절집인 까닭이다.  1천2백 년 선찰로 연중 단 한 차례만 산문을 여는 봉암사 봉암사가 유명한 것은 소장 문화재가 예사롭지 않은 유서 깊은 절집이어서가 아니다. 또 봉암사가 한국 선불교의 중흥을 이끈 ‘봉암 결사(結社)’가 이루.. 2024. 5. 15.
‘입춘’ 지나 설 쇠고 다시 찾은 덕유산 향적봉 무주(茂朱)와 설천(雪川), 그리고 구천동(九千洞)*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설날 연휴에 아이들이 나들이를 의논한 끝에 덕유산을 골랐다. 지난번 내가 다녀온 덕유산 설경을 기억한 아이들은 덕유산국립공원 누리집에서 실시간 시시티브이(CCTV)로 설천봉을 확인해 보더니 망설이지 않고 덕유산을 찍었다. 그러나 명절 연휴, 12일은 오전까지 예약이 차서 부득이 오후 2시 반 곤돌라를 예약했다. [관련 글 : 덕유산 향적봉의 눈꽃 행렬, ‘설경의 갈증’ 풀었다] ‘구천동’으로 유명한 무주 11시쯤 속이 많이 불편한 아내는 못 가겠다고 하여, 셋이 아들애의 승용차로 출발했다. 영상의 기온이라 가는 길은 쾌적했는데, 도계를 넘어 무주군으로 들어서자, 도로 주변.. 2024.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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