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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텃밭일기77

감자 심기, 밭을 묵혀 둘 수 없어서 우리의 네 번째 감자 농사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나이를 한 살씩 더 먹을 때마다 기운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는 건 마찬가지다. 바지런한 아내도 그런 기색이 역력해서, 올핸 농사도 못 짓겠다는 소리를 해댔다. 몸이 무거워서 일주일에 한 번씩 텃밭을 다녀오는 것조차 쉽지만 않게 된 것이다.  그런데 3월 들면서, 손바닥만 한 텃밭이지만, 마냥 놀려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내가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 눈치여서 그만 내가 먼저 질렀다. 씨감자나 좀 사서 감자나 심어 두지. 제일 손이 덜 가는 게 감자니까……. 아내가 그러자고 반색했다.  지난 12일 선산장에 가서 장터 초입의 농민한테서 씨감자 1만 원어치를 샀다. 씨알이 굵기에 품종이 뭐냐고 물.. 2025. 3. 16.
[2024 텃밭 농사] ⑨ 올 농사 마감, ‘위대한 흙’에 감사를! 마지막 수확 – 가지와 고추*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지난 9월 하순, 가을 옥수수를 수확하고 나서 한 달가량 텃밭은 잊고 지냈다. 가서 옥수수도 뽑아내고, 대파도 정리하고, 들깨도 어찌할까를 정해야 하는데, 당장 급하지 않다고 차일피일했다. 결국 지난 10월 14일에 텃밭을 찾았다. 옥수수 대를 뽑아내고, 토란도 수확해야 했다. [관련 글 : 가을 옥수수, 절반의 수확] 오래 찾지 못했지만, 때가 이미 추분과 한로까지 지난 터라, 밭은 예전과 달리 어지럽지는 않았다. 이미 수확을 끝낸 옥수수는 말라서 죽어가고 있었고, 밭 주변의 풀도 더는 번지지 않고, 말라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내가 고추를 따는 동안, 나는 말라비틀어지고 있는 옥수수 대를 하.. 2024. 10. 16.
[2024 텃밭 농사] ⑧ 가을 옥수수, 절반의 수확 병충해를 입긴 했어도, 그만하면 옥수수는 “제 구실 했다”*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감자를 캔 새 밭에 뭘 심을까 고민하다가 들깨를 심고, 가장자리에 가을 옥수수를 심은 게 7월 11일이다. 묵은 밭 가장자리에도 옥수수를 심었다. 모종도 아니고 씨앗을 심으면서 솔직히 말하면 이게 정말 싹을 틀까 싶은 마음이 더 컸다. [관련 글 : 긴가민가하면서 가을 옥수수를 심다] 싹이나 틀까, 의심한 임자에게 존재를 증명한 우리 옥수수 그런데 7월 20일 밭에 들르니 가을 옥수수는 싹을 틔웠고, 나는 속으로 내 의심병을 뉘우쳤다. 밭 임자는 의심스러워했지만, 씨앗은 흙과 햇볕, 그리고 실낱같은 수분에 의지해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한 것이다. 다시 보름여 만인 8.. 2024. 9. 23.
[2024 텃밭 농사] ⑦ 24일 만에 들른 텃밭, 풀밭 돼도, 옥수수는 잘 자랐다 임자는 무심해도 작물은 제 몫을 다 한다*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어제(8.12.) 아내와 함께 텃밭을 찾았다. 이런저런 이유로 한동안 찾지 못한바 으레 그러려니 했지만, 대문을 열고 들어서자 펼쳐진 풍경은 상상을 간단히 뒤엎는 것이었다. 일주일 전에 혼자서 다녀온 아내가 혀를 차면서 중얼댄 이야기를 나는 한쪽 귀로 흘려듣고 말았나 보았다.  24일간 돌보지 않은 텃밭, ‘풀밭’이 되었다 돌아와서 확인해 보고야 내가 거의 한 달 만에 텃밭에 들렀다는 걸 알았다. 마지막으로 들르고 일기를 쓴 게 7월 19일이니 24일 만인데도 그랬다. 텃밭이 아니라 풀밭이 돼 있다고 아내의 이야기가 과장이 아니었다. 우선 시멘트로 포장한 마당부터 강아지풀과 바랭이가.. 2024. 8. 14.
[2024 텃밭 농사] ⑥ 들깨는 잘 자랐고, 옥수수도 싹을 틔웠다 이어지는 장마에 텃밭을 둘러보다*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전국 곳곳에서 물난리가 나서 수재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우리 지역에는 어째 장마라고 하면서도 비가 오는 시간보다 안 오는 때가 더 많았다. 더구나 시내 외곽 산 아래 있는 우리 동네는 수해를 입을 정도의 비가 오지도 않았지만, 지대가 높아서 침수 피해를 볼 일은 없어 보인다. 7월 3일에 들깨 모종을 심었고, 7월 11일에는 가을 옥수수를 파종했다. 지금 심어도 되는가 싶었는데, 주변에서 괜찮다고 심으라 권했고, 되면 좋고 안 되어도 괜찮다면서 7월 중순에 파종한 것이다. 한 일주일 있으면 싹이 날 거라고 해서 어제 오전에 잠깐 밭에 들렀다. [관련 글 : 긴가민가하면서 가을 옥수수를 .. 2024. 7. 20.
[2024 텃밭 농사] ⑤ 긴가민가하면서 가을 옥수수를 심다 열흘 전에 들깨 모종을, 어제는 자홍 찰옥수수를 씨앗으로 심다*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7월 3일, 빗속에 들깨 모종을 심다 가지와 고추, 그리고 호박이 가물 때문에 제대로 자라지 못한 걸 모르고, 한동안 모종이 시원찮아서 그런 거라면서 그걸 판 가게를 나무라곤 했었다. 장마철에 이르러 간간이 비가 내리면서 물을 흠뻑 먹은 고추와 가지가 웃자라면서 열매를 잔뜩 단 걸 보고 우리는 이내 ‘쓸개가 퍼졌다’(기분이 좋아진 걸 경상도에선 이렇게 말한다). [관련 글 : 제대로 자라지 않는 고추와 가지, 모종 탓했더니 ‘가물 탓’이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지난 7월 3일, 아침에 텃밭에 들렀더니 흠뻑 내린 비는 고추와 가지만 도운 게 아니라, 밭의 잡풀에.. 2024. 7. 12.
[2024 텃밭 농사] ④ 잘 자라지 않는 고추·가지, ‘모종’ 아니라 ‘가물 탓’이다 작물의 성장 필수 조건은 ‘물과 햇빛, 온도’다*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텃밭을 다녀올 때마다, 올해 고추와 가지는 왜 저 모양이냐고 지청구를 해댔다. 고추는 쑥쑥 키가 자라 줄기가 여물어 가면서 이내 굵다란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지도, 가지도 제대로 한번 돌아보지 않아도 갈 때마다 거의 아이들 팔뚝만 한 열매를 맺지도 않았다.  지청구를 들으며 자라는 우리 고추와 가지 4월 중순에 고추와 가지 모종을 심었는데도 이놈들은 시난고난 하면서 제대로 자라지를 않아서 임자 속을 썩였고, 그러다 보니 모종이 시원찮아서 그런 게 아니냐고 우리는 동네의 모종 집을 은근히 헐뜯었다. 해마다 이웃 김천 아포의 육묘장에서 모종을 사 왔는데, 올해는 몇 포기 안 된다고.. 2024. 7. 1.
[2024 텃밭 농사] ③ 잘 거두지 않아도 ‘감자’는 제대로 자랐다 감자 캐기, 농사가 주는 최고의 선물은 ‘수확’이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정확히, 지난 3월 15일에 선산 오일장에서 사 온 씨감자를 심었었다. 해마다 고만고만하게 짓는 텃밭 농사가 품만 들고, 병충해의 습격으로 거덜이 나는 걸 더는 겪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버려두려고 하다가 어쩐지 땅을 묵히는 게 거시기해서였을 것이다. [관련 글 : ① 다시 텃밭을 일구며] 감자를 심은 건 따로 신경을 쓰지 않아도 석 달 뒤엔 얼마간의 수확을 보장해 줄 듯해서였다. 정확히 90일이 된 게 지난 15일이다. 아내는 마지막으로 감자가 알이 굵어지게 한 열흘쯤 뒤에 캐자고 하더니, 장마가 온다는 소식을 듣더니 오늘 아침 득달같이 텃밭으로 향했다.  5천 원어치.. 2024. 6. 17.
[2024 텃밭 농사] ② 흉내만 냈지만, 심은 작물을 돌보지 않을 순 없다 고추·가지에 지지대를 세우고, 토란을 새로 심다그냥 놀릴 수만은 없어, 텃밭에 농사 흉내를 낸 게 지난 4월 중순이다. 일주일 후인 4월 23일 들렀더니, 제법 밭의 꼴이 갖추어졌다. 아내가 밭의 비어 있는 데가 밟히는지 토란 몇 포기라도 심자면서 열 포기 남짓한 토란을 묵은 밭의 담 가까이에 심고 물을 듬뿍 주었다. [관련 글 : ① 다시 텃밭을 일구며] 처음으로 토란을 심다 토란은 천남성과의 인도·인도네시아 등 열대 원산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토란은 ‘흙 난초’[토란(土蘭)]가 아니라, ‘흙알’[토란(土卵)]이니, 곧 식용하는 ‘알줄기’를 가리킨다. 아내와 딸애는 토란을 즐겨 더러 토란국을 끓인다. 나는 덤덤한 편이지만, 딸애는 토란의 ‘담백한 느낌’이 좋단다. [관련 글 : 토란, 토란국, 토란대] .. 2024. 5. 12.
[2024 텃밭 농사] ① 다시 텃밭을 일구며 한 달  전 심은 감자 싹이 텄고, 새로 고추·가지·호박을 심다*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애당초, 아내와 난 올 농사는 생각도 말자고 약속했었다. 무엇보다도 병충해와 싸우는 일, 이를테면 병들어 시들고 타들어 가는 작물을 바라보는 게 너무 힘이 들어서였다. 소꿉장난 같은 농사라도 그걸 따지는 게 무리이긴 하지만, 들인 비용으로 사 먹는 게 백번 낫다는 걸 거듭 확인하면서였다.  그러나 해가 바뀌고 농사철이 다가오자, 아내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텃밭은 어떻게 해, 놀리나? 하긴 그렇다. 비록 열 평도 되지 않는 공간이지만, 무언가 씨라도 뿌려놓지 않으면 풀만 자욱해질 것이다. 나는 파종만 해 놓고 버려둘 수 있는 작물 몇을 떠올리다가 지지난해처.. 2024. 4. 18.
[2023 텃밭 농사] ⑲ 올 텃밭 농사, 배추 수확으로 마무리하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아내가 공들여 기른 배추, 김장 배추에 보태다 2023년의 마지막 남은 농사는 배추다. 아내가 품종 좋다는 황금배추 모종을 사서 50포기나 심었지만, 반 넘게 죽어버려서 오래 마음을 쓰리게 했다. 살아남은 모종이 20포기가 제대로 되지 않았지만, 그간 아내는 일주일에 한 번에 그치지만, 올 때마다 벌레를 살펴 잡고, 약도 치고, 비료도 때맞춰 뿌려 주었다. [관련 글 : 올 텃밭 농사, 마무리하고 가을 채소만 남았다] 처음 짓는 배추 농사, 절반의 성공 늘 하는 얘기지만, 채소로 심는 작물 중에 병충해 걱정 없이 지을 수 있는 건 상추와 쑥갓이 고작이다. 가지도 병충해의 영향을 덜 받긴 하지만, 깨끗하지는 않다. 고추는.. 2023. 12. 1.
[2023 텃밭 농사] ⑱ 올 텃밭 농사, 마무리하고 가을 채소만 남았다 개운하지 않게 마무리한 고추 농사, 마음이 ‘헛헛하다’*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고추를 비롯하여 가지, 토마토, 호박, 박 등 함께 시작한 텃밭 농사, 마무리가 가까워졌다고 쓴 게 8월 23일이다. 고춧가루 세 근과 올해 유난히 부지런히 열려서 쏠쏠하게 따먹은 호박과 박, 그리고 늘 왕성한 생산력을 자랑해 온 가지까지 한목에 정리해야 할 때가 됐다고 본 것이다. [관련 글 : 텃밭 농사, 마무리할 때가 가까워진다] 8월 25일에 가서 고추를 한 차례 더 땄다. 남은 건 거의 병든 놈이었고 병은 푸른 고추에까지 이미 번졌다. 언짢은 마음을 달래준 건 그것도 마지막 수확일 듯한 호박과 박 여러 덩이였다. 9월 1일에 마지막 고추를 따고, 성한 데가 없.. 2023. 10.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