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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고추30

[2024 텃밭 농사] ⑨ 올 농사 마감, ‘위대한 흙’에 감사를! 마지막 수확 – 가지와 고추*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지난 9월 하순, 가을 옥수수를 수확하고 나서 한 달가량 텃밭은 잊고 지냈다. 가서 옥수수도 뽑아내고, 대파도 정리하고, 들깨도 어찌할까를 정해야 하는데, 당장 급하지 않다고 차일피일했다. 결국 지난 10월 14일에 텃밭을 찾았다. 옥수수 대를 뽑아내고, 토란도 수확해야 했다. [관련 글 : 가을 옥수수, 절반의 수확] 오래 찾지 못했지만, 때가 이미 추분과 한로까지 지난 터라, 밭은 예전과 달리 어지럽지는 않았다. 이미 수확을 끝낸 옥수수는 말라서 죽어가고 있었고, 밭 주변의 풀도 더는 번지지 않고, 말라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내가 고추를 따는 동안, 나는 말라비틀어지고 있는 옥수수 대를 하.. 2024. 10. 16.
[2024 텃밭 농사] ④ 잘 자라지 않는 고추·가지, ‘모종’ 아니라 ‘가물 탓’이다 작물의 성장 필수 조건은 ‘물과 햇빛, 온도’다*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텃밭을 다녀올 때마다, 올해 고추와 가지는 왜 저 모양이냐고 지청구를 해댔다. 고추는 쑥쑥 키가 자라 줄기가 여물어 가면서 이내 굵다란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지도, 가지도 제대로 한번 돌아보지 않아도 갈 때마다 거의 아이들 팔뚝만 한 열매를 맺지도 않았다.  지청구를 들으며 자라는 우리 고추와 가지 4월 중순에 고추와 가지 모종을 심었는데도 이놈들은 시난고난 하면서 제대로 자라지를 않아서 임자 속을 썩였고, 그러다 보니 모종이 시원찮아서 그런 게 아니냐고 우리는 동네의 모종 집을 은근히 헐뜯었다. 해마다 이웃 김천 아포의 육묘장에서 모종을 사 왔는데, 올해는 몇 포기 안 된다고.. 2024. 7. 1.
[2024 텃밭 농사] ③ 잘 거두지 않아도 ‘감자’는 제대로 자랐다 감자 캐기, 농사가 주는 최고의 선물은 ‘수확’이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정확히, 지난 3월 15일에 선산 오일장에서 사 온 씨감자를 심었었다. 해마다 고만고만하게 짓는 텃밭 농사가 품만 들고, 병충해의 습격으로 거덜이 나는 걸 더는 겪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버려두려고 하다가 어쩐지 땅을 묵히는 게 거시기해서였을 것이다. [관련 글 : ① 다시 텃밭을 일구며] 감자를 심은 건 따로 신경을 쓰지 않아도 석 달 뒤엔 얼마간의 수확을 보장해 줄 듯해서였다. 정확히 90일이 된 게 지난 15일이다. 아내는 마지막으로 감자가 알이 굵어지게 한 열흘쯤 뒤에 캐자고 하더니, 장마가 온다는 소식을 듣더니 오늘 아침 득달같이 텃밭으로 향했다.  5천 원어치.. 2024. 6. 17.
[2024 텃밭 농사] ① 다시 텃밭을 일구며 한 달  전 심은 감자 싹이 텄고, 새로 고추·가지·호박을 심다*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애당초, 아내와 난 올 농사는 생각도 말자고 약속했었다. 무엇보다도 병충해와 싸우는 일, 이를테면 병들어 시들고 타들어 가는 작물을 바라보는 게 너무 힘이 들어서였다. 소꿉장난 같은 농사라도 그걸 따지는 게 무리이긴 하지만, 들인 비용으로 사 먹는 게 백번 낫다는 걸 거듭 확인하면서였다.  그러나 해가 바뀌고 농사철이 다가오자, 아내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텃밭은 어떻게 해, 놀리나? 하긴 그렇다. 비록 열 평도 되지 않는 공간이지만, 무언가 씨라도 뿌려놓지 않으면 풀만 자욱해질 것이다. 나는 파종만 해 놓고 버려둘 수 있는 작물 몇을 떠올리다가 지지난해처.. 2024. 4. 18.
[2023 텃밭 농사] ⑯고추 농사에 좌절한 얼치기 농부, 박으로 위로받다 칼라병으로 망가진 ‘고추’, 그러나 올핸 ‘박’이 ‘효자’다*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고추 농사는 올해까지다 지난번에 홍고추 첫 수확을 이야기했지만, 사실상 내용은 그리 개운한 게 아니다. 수확에 대한 기대가 10근에서 3근으로 짜부라든 것은 이런저런 정황을 고려한 셈속이었다. 26일에 이어 어제(70.31.) 다시 텃밭에 들러 익은 고추를 좀 땄다. [관련 글 : 첫 홍고추를 따다] 일단 곁에서 바라보면 밭의 고추는 장해 보인다. 검푸른 잎사귀에다 가지에 다닥다닥 붙은 고추가 실팍하고, 거기다 빨갛게 익은 놈은 풍기는 분위기는 가히 풍요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작업 방석을 깔고 앉아 홍고추를 따면서 우리 내외는 이미 맥을 놓고 있었다.플라.. 2023. 8. 1.
[2023 텃밭 농사] ⑬ 올해는 ‘호박 농사’ 조짐이 좋다 한 포기 심은 호박, 열 몫을 하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지난 24일, 닷새 만에 다시 텃밭을 찾았다. 요즘은 비가 잦아서 오래 텃밭을 찾지 않으면 오이와 가지, 호박을 딸 시기를 놓칠 수 있어서 자연 마음이 바빠지게 된다. 지난해엔 딸 시기를 놓쳐서 버린 호박이 적잖았다. 어차피 늙은 호박으로 길러서 쓸 일은 없어서, 애호박 시기를 넘겨서 웃자란 호박은 쓸모가 없는 것이다. 마늘, 건조를 마치고 먼저 창고 기둥에 가로지른 쇠 파이프에다 걸어둔 마늘을 벗겼다. 양도 얼마 안 되고, 그리 씨알이 굵지도 않지만, 쇠를 채운다고는 해도 빈집에 놔두는 게 탐탁지 않았다. “요새 농촌도 도둑님 많으니 조심”하라는 의성 친구의 충고도 유념한 것이다. .. 2023. 6. 28.
[2023 텃밭 농사] ⑫ 마늘 수확 - 역시 “농사는 거둘 때가 행복하다” 아홉 달 만에 ‘홍산 마늘’을 수확하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애당초 마늘 수확은 6월 10일로 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이번 주말에 비 소식이 있다니 아내는 좀 당겨서 캐자고 하면서 오늘은 새벽같이 텃밭을 찾았다. 마늘은 이제 거의 말라붙고 있는 참이어서 우리는 얼마간 비감한 심정이 되었다. 그게, 지난해 9월에 심은 이래 아홉 달 동안 우리가 노심초사한 결과라고 한다면 허탈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관련 글 : ① 마늘 파종을 준비하다] 그러나 나는 마늘은 캘 때쯤 되면 다 이렇더라면서 일단 캐 보자고 아내를 달랬다. 그리고 둘이 한 이랑씩 맡아 마늘을 캐기 시작했는데 대부분 한 손으로 잡아 뽑으면 수월하게 뽑혔다. 통마늘의 크기가 고르지는.. 2023. 6. 8.
[2023 텃밭 농사] ⑪ 고추도 잘 자라고, 오이는 꽤 굵어졌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어쩌다 보니 지난 토요일(27일)에 이어 어제(6월 1일)도 텃밭에 들렀다. 아내의 고추 걱정 때문이다. 마늘은 더는 손댈 형편이 아니어선지, 아내는 고추와 오이 쪽에 잔뜩 신경을 쓰고 있다. 날마다 농사 유튜버의 동영상을 보면서 해야 할 일을 정리하고 점검하는 일이다. 며칠 동안 비가 좀 내렸다. 아내는 비가 그치면 슬슬 병충해가 번질 우려가 있다며 지난번에 한 번 친 진딧물과 탄저병까지 다스린다는 농약 치기를 기다렸다. 어제 텃밭에 들르자마자 나는 바로 약을 쳤고, 슬슬 고랑에 번지기 시작한 풀을 매는 동안 아내는 고춧대 아래 자란 순을 따 주었다. 그게 수확량을 좌우할 수 있다면서 아내는 신중하게 손을 놀렸다. 그.. 2023. 6. 2.
[2023 텃밭 농사] ⑩ 마늘은 막바지, 고추·오이가 달리기 시작하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마늘 농사는 더 할 수 있는 게 없다 수확이 가까워지면서 병든 것인지조차 헷갈리는 마늘을 바라보는 마음은 좀 느슨해졌다. 한 달 전만 해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병충해를 잡을 것처럼 덤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남지 않았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영양제도 주고 방제도 권하는 만큼 했으니 이제 얼마나 거둘지는 하늘의 소관이라고 여기기로 했다. “까짓것, 하늘의 처분만 기다려야 할 것 같네. 안달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도 없고…….” “그래요. 첫 농산데 그게 우리 맘대로 될 거라 보는 게 무리였어…….” 수확이 얼마 남지 않은 마늘은 줄기 부분이 누렇게 말라가고 있는데, 우리는 그게 잎마름병인지 .. 2023. 5. 29.
[2023 텃밭 농사] ➇ 마늘 방제, 고추와 가지, 오이 등을 심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마늘 방제(5월 2일) ‘잎마름병’을 의심한 마늘의 증상을 가지고 농협 자재판매소에 가서 물어보니 확실하지 않다. 직원은 어딘가에 전화해 물어보고, 현장에 있던 농부도 거들었다. 잎 마름 말고도 뿌리가 제대로 자라지 않는 증상도 보였는데, 원인 진단도 과습 때문이라는 의견과 가물어서 그런 거 아니냐는 의견이 갈렸다. 그러나 어쨌든 생육 조건이 좋지 않아서라는 데는 의견이 일치했다. 결국 관련 약제 두 개를 사 와 섞어서 마늘밭에 뿌렸다. 이래서 안 된다고 성화를 부리던 아내도 지쳤는지, 5월 한 달 안에 되든 안 되든 결판이 날 거라고 말했다. 그렇다. 수확이 6월이니 이번 한 달 안에 마지막 성장이 이루어질 거였다. .. 2023. 5. 3.
[2022 텃밭 농사 ④] 땅은 늘 ‘들인 땀만큼 돌려준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텃밭 농사 세 번째 이야기를 쓰고 두 달이 훌쩍 흘렀다. 우리 내외는 한 주나 열흘에 한 번쯤 텃밭을 들러 가지나 풋고추, 가물에 콩 나듯 하는 호박을 따 갔을 뿐, 편안하게 잘 지냈다. 고추 농사를 그만두고 풋고추나 따 먹자며 고추 서너 그루만 심은 덕분이다. 소꿉장난 같은 농사긴 하여도, 우리의 고추 농사 이력은 10년이 넘는다. 그런데도 해마다 농사를 지으며 쑥쑥 자라나는 고추를 기뻐하고 병충해에 상심하면서 익은 고추를 따 그걸 말리고 하는 과정이 만만찮았다. 그러나 병충해와 싸우며 스무 근 넘게 고춧가루를 수확한 지난 이태가 우리 고추 농사의 전성기였다. 그래서 한 해쯤 쉬어가는 해로 올해를 시작한 것이었다. 한.. 2022. 9. 8.
비 갠 오후, 고추밭에서 장모님의 고추밭에서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올 장마는 끈질기다. 6월 중순께부터 시작한 이 우기는 7월 말에 들어서면서 비로소 아퀴를 지으려는 듯하다. 강원도를 비롯한 전국 각지를 강타한 수해는 이 땅과 사람들에게 유례없이 깊은 상처를 남겼다. 뻘 속에 잠겨 있거나 지붕 언저리만 흔적으로 남은 참혹한 삶터에서 담배를 태우거나 소주잔을 들이켜고 있는 촌로들의 스산한 표정 앞에서 수해와 무관한 도회에서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죄스럽기 짝이 없다. 그예 장마가 끝날 것이라는 일기예보를 듣고 집을 나섰고, 모처럼 펼쳐지는 파랗게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딸애는 탄성을 질렀다. 입대 후, 이제 갓 1년을 남긴 아들 녀석의 면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2022. 8.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