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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라고 다 같은 ‘지’ 아니다, 의존명사 ‘지’만 띄어 쓴다 지난해 3월에 ‘지’의 띄어쓰기에 관해 쓴 바 있다. 요지는 의존명사 ‘지’는 당연히 띄어 써야 하지만 나머지 ‘어미’로 쓰이는 ‘-지’나 ‘-ㄴ지’, ‘-ㄹ지’ 따위는 띄어 써서는 안 된다는 것. 우리말에서 ‘의존명사’는 의미적 독립성은 없으나 다른 단어 뒤에 붙어서 명사 구실을 하므로, ‘단어’로 다루어진다. 독립성, 즉 혼자서 쓰일 수 없으므로 앞 단어에 붙여 쓰느냐 띄어 쓰느냐 하는 문제가 논의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문장의 각 단어는 띄어 쓴다’라는 원칙에 따라 띄어 쓰는 것이다. 혼자 쓰일 수 없는 ‘의존명사’ 다음은 가장 흔히 쓰는 의존명사들이다. ‘주어성’이라 함은 주어로 쓰이는 성질이란 뜻이다. 주어로 쓰이는 이들 의존명사에는 주격조사 ‘-가’가 붙을 수 있다. 서술성도 마찬가지, 서술.. 더보기
‘분단문학’의 거목, 작가 이호철 떠나다 이호철(1932~2016. 9. 18.)) 소설가 이호철(李浩哲,1932~2016) 선생이 세상을 떠났다. 뇌종양으로 투병하고 있던 작가는 지난 18일 오후 7시 32분에 서울의 한 병원에서 눈을 감았다고 한다. 1950년 한국전쟁 때 단신으로 월남했던 19살 청년은 끝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이남에서 눈을 감았다. 향년 85세. 단신 월남 19살 청년에서 분단문학의 거목으로 일주일이면 돌아갈 것으로 생각하고 삼팔선을 넘었던 작가는 결국 한반도 분단과 이산을 상징하는 인물이 되었다. 고인은 1950년 인민군으로 징집되어 참전한 한국전쟁에서 포로가 됐다가 풀려난 뒤 이남에서 작가로 살아오면서 자신이 직접 겪은 전쟁과 이산의 아픔을 형상화해 왔다. 1955년 단편 ‘탈향(脫鄕)’이 에 추천되어 문단에 나.. 더보기
‘주류 일절’에서 ‘안주 일체’까지 산길로 접어드는 출근길 어귀에 음식점에 식자재를 공급하는 가게가 하나 있다. 가게 바깥벽에 여기서 취급하는 품목을 선명하게 써 붙여 놓았는데, 거기 요즘에는 보기 드문 낱말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부산물 일절’과 ‘다대기 일절’.(‘다대기’는 일본어 ‘tata[叩]ki’에서 온 말이다.) 아직도 저 낱말이 쓰이는가, 고개를 갸웃하고 말았다. 그러나 그것은 저 습기 찬 6·70년대의 풍경과 정서를 고스란히 떠올려 주는 듯했다. 선술집이나 간이식당의 유리 달린 미닫이문마다 빨간 페인트(‘뺑끼’라고 불러야 더 어울리는!)로 써 놓은 메뉴는 십중팔구가 ‘주류 일절’, ‘안주 일절’이었다. 아직도 ‘일절(一切)’이 쓰인다 그것은 과자 부스러기나 석유를 팔던 동네 가게에도 붙어 있었다. 시멘트벽에 세로쓰기로 휘갈.. 더보기
극작가 에드워드 올비 돌아가다 에드워드 올비(Edward Albee, 1928~2016. 9. 16.) 지난 16일(현지 시간), 미국 극작가 에드워드 올비(Edward Albee, 1928~2016)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88세. 에드워드 올비는 유진 오닐(1888~1953), 테네시 윌리엄스(1911~1983), 아서 밀러(1915~2005)를 잇는 현대 미국을 대표하는 극작가다. 의 에드워드 올비 올비는 최초의 단막극 가 독일(1959)과 오프브로드웨이(1960)에서 공연되어 성공을 거두면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이래, (1967), (1975), (1994) 등으로 퓰리처상을 세 차례나 수상했다. 그가 남긴 30여 편의 희곡은 오늘의 미국 사회와 미국인이 안고 있는 소외·좌절·고독·허무와 절망적 삶의 모습을 다루고 있다. .. 더보기
임신 중 음주는 태아의 기형이나 유산을 ‘저해한다’? 서술어, 함부로 생략해선 안 된다 술병에 붙이는 음주 경고문이 21년 만에 바뀌었는데 이 문구가 문법에 맞지 않은 비문(非文)이었다. 결국 논란 끝에 보건복지부를 이를 다시 바꾸기로 했다고 한다. 문제의 문구는 주어와 서술의 호응이 되지 않는 비문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술을 마시면서 술병에 붙은 ‘과음 경고 문구’를 읽어보는 일은 거의 없지만 ‘흡연 및 과음 경고 문구 등 표시내용’은 고시로 지정된 의무사항이다. 소주든 맥주든 국산이든 외국산이든 모든 주류용기에는 지정된 경고 문구를 표시해야 한다. 이번에 개정된 고시의 경고 문구는 세 가진데 그 중 ‘임신 중 음주’의 위험성을 경고한 문구가 잘못 쓰였다. 해당 문구는 문장 안에 세 가지 정보를 담고 있다. 과음이 ‘암 발생의 원인’이라는 것, ‘임신 .. 더보기
VOD로 만나는 ‘꽃보다 할배’들의 젊은 시절 문학 교과서에서 ‘삼포 가는 길’을 가르칠 차례다. 아이들에게 교과서에 생략된 원문을 인쇄해 나눠주고 수업을 준비하면서 영화 (1975)의 자료 사진을 찾아 나섰다. 30년이 훌쩍 지난 탓인지 마땅한 자료가 눈에 띄지 않았다. 겨우 몇 장의 스틸컷과 아랫부분이 잘린 포스터를 갈무리할 수 있었다. 주초에 두 개 반은 그거로 수업을 했다. 스틸컷에 나온 낯익은 배우들은 아이들에겐 낯설기 짝이 없다. 그나마 주인공 영달 역의 ‘백일섭’은 안면이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머리를 갸우뚱한다. 분명 칼라 영화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왜 스틸컷은 흑백밖에 남지 않았는지도 의문이다. 어저께 기사를 통해 한국영상자료원(http://www.koreafilm.or.kr/)이 9, 10월 두 달 동안 최근 인기를.. 더보기
‘햇빛’과 ‘해님’은 사이시옷 한 끗 차이? 프로야구단 한화 이글스 소속의 김해님이란 선수가 있다. 언젠가 경기에 나온 그의 모습을 보았는데 등판에 새겨진 ‘김해님’이란 이름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햇님’이라 쓰지 않고 이름을 제대로 썼구나 싶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니 그는 2007년 방출되어 지금은 일본 독립 리그의 코치로 활동 중이다. 얼마 전에는 의 화보에서 한 여성 모델을 만났는데 이름이 ‘김햇님’이었다. 비키니 차림의 젊은 여성 연예인들의 풍만한 몸매를 ‘황홀한’, ‘아찔한’, ‘명품’, ‘이기적’ 따위의 꾸밈말로 소개하며 누리꾼들을 유인하고 있는 코너다. 푸근한 표정의 이 모델도 몸매보다는 그 이름에 눈길이 갔다. 프로야구 선수 김해님과 모델 김햇님 사람의 이름은 ‘고유명사’다. 따라서 일반적인 어법을 적용하기 곤란한 부분이.. 더보기
‘신관’은 훤하고, ‘심간(心肝)’은 편하다 “원장님 심간이 아주 편하신가 보네, 이렇게 활짝 웃고 계시니. 집이 온통 불타고 있는데, 대체 어찌하겠다는 심산인지….” “아이고, 어르신 요즘 신관이 훤하신데 좋은 일이라도 있습니까?” 위의 것은 지난 주말 한 일간지 기사[관련 기사 : 김명수 대법원장은 묵언수행 중?]에 나온, 어떤 변호사가 웃고 있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진을 보면서 뇌까린 말이고 아래는 우리가 시골에서 흔히 듣곤 하던 말이다. 기사를 읽다가 나는 ‘심간’이 낯설어서 순간적으로 “어! 이거 신관을 잘못 쓴 거 아냐?”하고 생각했다. ‘신관’, 남의 얼굴을 높여 이르는 말 ‘신관’은 요즘 젊은이들은 더는 쓰지 않는 말이지만, 시골에 가면 일상어처럼 쓰인다. 짐작했겠지만, 이 말은 흔히 ‘건강 상태를 말할 때’ 남의 ‘얼굴’을 높여 이.. 더보기
왜 ‘미친 사랑(crazy love)’은 ‘서글픈 사랑’이 되었나 블루진의 ‘서글픈 사랑’이 된 폴 앵카의 ‘크레이지 러브’ 고등학교 신입생이던 1972년 겨울쯤으로 기억한다. 어느 날 동아리 친구 녀석이 ‘요즘 유행하는 노래’라며 노래 한 곡을 들려주었다. 단박에 느낌이 달랐다. 쥐어짜는 듯한 가수의 목소리가 떠난 사랑을 추억하는 노랫말과 맞춤하게 어울리는 노래였던 까닭이다. 그게 ‘서글픈 사랑’이다. 친구 녀석은 동무들 가운데 드물게 집에 하이파이(!) 오디오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고작 라디오를 통해서 인기 가요를 익히고 있었던 우리와 달리 녀석의 집에는 이른바 ‘엘피(LP)’판이라는 음반이 수북했다. 당연히 대중문화를 받아들이는 데는 녀석이 훨씬 빨랐음은 말할 것도 없다. 우리가 이내 그 노래를 배워 흥얼거리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무쇠라도.. 더보기
[오늘] 북한, 남한 이어 단독 정권 수립 [역사 공부 ‘오늘’] 1948년 9월 9일 – 북한, 사회주의 정권 수립 남한 정부 수립 25일 만에 북한도 정권 수립 1948년 9월 9일, 북위 38도선 이북의 한반도 반쪽, 평양에서 김일성을 수반으로 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인공)이 수립되었다. 38도선 이남의 남쪽 절반, 서울에서 이승만을 대통령으로 하는 단독정부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8.15.)된 지 25일 만이었다. 같은 해 4월, 남한만의 단독 총선거를 반대하고 김규식·조소앙 등과 함께 남북협상을 통해 민족자결주의 원칙에 입각한 통일을 모색하고자 한 김구의 평양행은 실패로 돌아갔다. 김구를 비롯한 남한 대표들이 평양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북한의 공산주의자들은 전 조선 정당 사회단체 대표자 연석회의를 소집하여 28명의 주석단을 선출해 놓고.. 더보기
그들을 더는 ‘가정부’라 부르지 말라 “가사노동자를 가정부라 부르지 말라” 인터넷에서 우연히 만난 기사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에서 방영할 드라마 ‘수상한 가정부’의 제목을 바꾸라고 요구한 주체는 한국여성단체연합·한국여성노동자회·전국가정관리사협회 등의 여성단체다. ‘가정부’라는 이름이 가사서비스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부정하고 ‘직업을 비하’한다는 이유에서다. 어쩐지 낯설어 뵈지 않는다 싶더니 이 ‘가사서비스 노동자’와 관련한 제목 논란은 2011년도에 (KBS)에서도 있었다. 당시 한국방송은 ‘식모들’이란 제목의 드라마를 방송하려다 여성단체들의 반대에 부딪혀 ‘로맨스 타운’으로 제목을 바꿨었다. 가정-부1(家政婦 「명사」 일정한 보수를 받고 집안일을 해 주는 여자. 가정부를 두다. 그가 거실에 앉아 일을 보는 동안 가정부는 음식을 차려 놓.. 더보기
‘교원 단결권’ 되찾는 데 7년, 그건 너무 길었다 전교조 합법 지위 회복에 대한 퇴직 원년 조합원의 감회 오늘 새벽, 잠에서 깨어나면서 손을 뻗어 머리맡의 휴대전화로 시간을 확인했다. 4시 15분. 새로 잠들기에는 애매한 시간이었지만, 나는 내처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그런데 오라는 잠은 오지 않고 문득 며칠 전에 확인한 1989년 해직 동료들이 단체 대화방에서 나눈 이야기들이 두서없이 떠올랐다. ‘상식의 회복’ 앞에 모두 담담하다 대화방에선 뇌를 수술하고 정양 중인 내 띠동갑 일흔일곱 살 김 형님의 근황에 쾌유를 비는 후배들과 수도권으로 옮겨가 근무하다 최근 공모 교장으로 초빙된 동료 여교사에 대한 축하 인사가 이어졌다. 그런데 정작 지난 4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는 위법하다’는 대법원판결 소식은 누군가의 ‘노조 승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