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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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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남한산성, 마흔아홉 해(1977~2026) 스물둘에 만난 남한산성, 49년 만의 만남*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남한산성’이라고 하면 “북한산성과 함께 수도 한양을 지키던 조선시대의 산성”이라는 게 가장 기본적이고 객관적인 정의겠지만, 그것은 사람들의 기억과 경험에 따라 여러 가지 모습으로 변주된다. 남한산성 근처에서 자라거나 산 사람에 떠올리는 남한산성과 타 시도에서 이름만 듣고 자란 사람에게 남한산성은 같으면서도 전혀 다른 기억이고 경험이 된다는 말이다. 1977년 가을, 현역 병사로 만난 남한산성 내가 남한산성은 만난 건 1977년 가을이었다. 그해 5월 입대한 나는 남한산성 서쪽 자락 밑의 육군특수전사령부 교육대에서 공수 교육(4주)과 특수전 교육(6주)을 받고 있던 스물두 살의 .. 2026. 10. 14.
[오늘] ‘역적’ 허균, 목이 떨어져 저자 바닥에 내걸렸다 [역사 공부 ‘오늘’] 1618년 10월 12일, 교산 허균 능지처참 형으로 스러지다중세의 모순과 맞서 싸운 시대의 이단아 허균, 형장에서 지다 1618년 10월 12일(음력 8월 24일), ‘역적’ 허균(許筠, 1569~1618)의 목이 떨어져 저자 바닥에 내걸렸다. 그는 심문에 끝내 승복하지 않아서 마지막 판결문인 결안(結案)조차 만들지 못한 상태였다. 막대 셋을 밧줄로 매고 ‘역적 허균’이라는 팻말을 달아 그 막대 가운데에 목을 매달았다. 무려 400년 전의 인물을 새삼스레 불러낸 것은 그의 죽음이 우리 역사에 명멸해 간 숱한 문인들의 삶과 다른 울림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교산(蛟山) 허균은 ‘최초의 한글 소설’ 의 작가로 알려졌지만, 정작 그가 중세의 모순과 맞서 싸웠던 시대의 이단아였다는 사.. 2026. 10. 14.
조명하 의사, 타이페이 형무소에서 순국하다 일본 육군 대장을 독검으로 찌른 조명하 의사, 처형으로 순국하다1928년 오늘, 타이베이 형무소에서 사형이 집행되어 조명하(趙明河) 의사가 순국하였다. 향년 스물넷. 식민지 청년이 선택할 수 있는 극한의 길을 담대하게 간 청년은 이국의 형무소에서 자신의 짧고 굵은 생애를 마감했다. 조명하는 히로히토의 장인인 일본제국 육군 대장 구니노미야 구니요시(久邇宮邦彦王)를 독검으로 찔렀고, 구니노미야 구니요시는 상처에서 패혈증이 생겨 이듬해 1월 죽었다. 조명하(1905~1928)는 황해도 송화 출생이다. 풍천마을에서 공부하기 시작하였지만 가난하여 보통학교를 중퇴하고 군청의 고용원으로 일하며 강의록으로 독학하였다. 황해도 출신인 김구, 노백린(1874~1925) 선생 같은 독립운동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성장한 .. 2026. 10. 13.
[순국] 사쿠라다몬 의거의 이봉창(1932) 의사, 형장에서 지다 이봉창 의사(1932.10.10.) 순국 이봉창(1900~1932)은 서울 사람이다. 용산의 문창 보통소학교를 졸업하고 가게 점원과 철도 운전 견습생 등으로 일했다. 1919년 이후 일을 그만두고 일본에 다녀오기도 한 그는 1925년 다시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는 오사카에서 일본인의 양자가 되었고, 기노시타 쇼조(木下昌藏)라는 일본 이름을 얻었다. 그는 일본인으로 행세하며 노동과 장사 등에 종사하였다. 일본에서의 그의 행적을 살펴보면 그는 여자와 술과 도박 등 향락을 즐기면서 사는 전형적 ‘모던 보이(modern boy)’의 모습을 보인다. 일본인 못지않게 일본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었던 그는 일본의 조선인 차별을 반일 민족의식으로 잇기보다는 일본인으로 대접받고 싶어 했다. 그가 일제에 순응적인 조.. 2026. 10. 13.
[오늘] 대하소설 <토지> 25년 만에 완간(1969~1994) [역사 공부 ‘오늘’] 1994년 10월 8일, 작가 박경리 대하소설 완간 1994년 10월 8일, 작가 박경리(朴景利, 1926~2008)의 대하소설 가 25년 만에 완간(完刊)되면서 근현대를 살아온 한국인의 장대한 삶의 파노라마를 다룬 이 위대한 작품의 여정은 마침내 마무리되었다. 1969년 1부를 쓰기 시작했을 때 마흔두 살이었던 작가가 예순일곱의 노년에 이른 이 25년은 한편으로 한국 현대사의 또 다른 파노라마의 연속이기도 했다. 그것은 단순히 25년이란 장구한 세월이 소요되었다거나 원고지 3만 장을 훨씬 넘는 대작이라는 등 수치의 문제가 아니었다. 작가가 긴 세월 동안 수만 장의 원고지에 담아낸 것은 각고의 노력이면서 동시에 한민족의 원형으로서 토지를 중심으로 교직(交織)한 위대한 서사였기 때.. 2026. 10. 13.
‘인공지능(AI) 시대의 한글’을 생각한다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문자가 맞이한 인공지능 시대580돌 한글날, 1446~2026 올 한글날은 1926년 ‘가갸날’로 처음 한글날을 제정한 지 100년, 세종 28년(1446년) 훈민정음 반포 기준으로는 580돌이다. 1926년 일제강점기 조선어연구회(현 한글학회)가 주축이 되어, 의 기록을 바탕으로 반포 480주년인 음력 9월 29일(양력 11월 4일)을 첫 기념일로 정했다. 당시에는 글을 처음 배울 때 쓰던 ‘가갸’를 따서 ‘가갸날’이라 불렀다. 1928년 주시경 선생 등이 제안한 ‘한글’이라는 이름에 맞춰 ‘가갸날’ 명칭을 ‘한글날’로 바꿨다. 1940년에 경북 안동에서 원본 『훈민정음』(해례본)이 발견되었는데, 이 책 서문에 훈민정음 완성 시기가 음력 9월 상순(상한)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상.. 2026. 10. 9.
[오늘] 체 게바라, 투쟁과 해방의 삶 마감하다 [역사 공부 ‘오늘’] 1967년 10월 9일 - 체 게바라 총살형으로 떠나다1967년 오늘, 볼리비아 라 이게라에서 볼리비아 정부군의, 아르헨티나 출생의 쿠바 혁명가 체 게바라(Che Guevara, 1928~1967)의 총살형이 집행되었다. 게릴라부대를 조직하여 볼리비아 정부군과 전투 중 종아리에 총상을 입고 생포된 지 하루만이었다. 게바라의 해방을 위한 투쟁의 삶은 서른아홉 살로 마감되었다. 서른아홉, 해방을 위한 투쟁의 삶 마감 총살 후 체 게바라를 하찮은 인간으로 보이게 하려는 의도에서 그의 시체는 언론에 공개되었다. 그러나 정부의 의도와 달리, 그의 모습이 예수와 비교되면서 그가 많은 사람의 추앙을 받게 된 것은 역설적이다. 그의 시신은 30년 후 볼리비아에서 발굴되어 쿠바의 산타클라라에 안장.. 2026. 10. 8.
영화 내리란 요구는 시장이 했는데, 부끄러움은 왜 ‘시민’의 몫인가 구미 복합상영관, 상영작 을 내리다보수단체 상영 중단 촉구 집회에 영화를 내린 구미 극장 아침을 먹고 나서 컴퓨터를 켜는데, 아내가 그 소식을 전해주었다. 구미에서 시장을 비롯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상영 중단 촉구 집회를 열었고, 한 복합상영관(멀티 플렉스)이 영화 상영을 중단했다는 소식 말이다. 에서 기사로 사실을 확인하고 시민단체 단톡방에 들어가니 벌써 한겨레 기사가 링크돼 있고, 회원들의 통탄이 이어지고 있었다. 검색하여 확인하니 “예매 가능한 현재 상영작”을 내린 복합상영관은 구미 CGV였다. 얼마 전에 를 관람한 곳이고, 두어 해 전부터 줄곧 찾는 영화관이다. [관련 기사 : 구미 극장서 ‘암살자(들)’ 상영 중단…보수단체 집회 영향 미쳤나] 다행히도 10월 7일 현재, 나머지 상영관, 롯데시.. 2026. 10. 8.
⑰ 한로(寒露), 제비는 강남으로, 기러기는 북에서 오는 한로(寒露), 가을의 다섯 번째 절기 10월 8일(2025년도 같음)은 한로(寒露)다. 한로는 추분과 상강 사이에 드는, 24절기 중 열일곱 번째, 가을의 다섯 번째 절기다. 말 그대로 ‘찬 이슬’이 맺히는 시기다. 세시 명절인 중양절(重陽節, 음력 9월 9일, 양력으론 10월 13일)과 비슷한 시기지만 한로에는 특별한 민속 행사가 없다. 한시에, 한로를 전후하여 국화전을 지지고 국화주를 담그며, 머리에 수유를 꽂거나, 높은 데 올라가[등고(登高)] 고향을 바라본다든지 하는 내용이 자주 나타나는데, 이는 중양절의 민속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수유 열매를 머리에 꽂는 것은 잡귀를 쫓기 위함으로 이는 수유 열매가 벽사(辟邪)의 힘이 있는 붉은 자줏빛이기 때문이다. 옛사람들은 한로 15일간을 5일씩 끊어서.. 2026. 10. 8.
[사진] 2026 초가을, 꽃과 열매 참취, 돼지감자, 고구마꽃과 감과 산수유, 대추와 사과*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특별한 풍경을 찾는 건 아닌데, 아침 운동길에 동네를 한 바퀴 돌아오면서 조금이라도 낯선 풍경이 있으면 아침을 먹고 잠깐 사진기를 가져와 그걸 찍어가곤 한다. 피지 않았던 꽃이 피거나, 열매의 모습이 조금이라도 달라 보이거나, 잎새에 단풍 기운이 엿보이면 카메라를 들고나오는 것이다. 동네 주변에 익어가는 열매들은 이미 한 차례 찍어서 짧은 글로 썼다. 꽃사과와 사과, 아그배, 대추와 모과, 그리고 산수유와 포도, 석류에 측백나무 열매까지 다룬 심심한 글 말이다. 해마다 나는 DSLR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계절을 확인하고, 그 사진이 드러내는 인상으로 계절을 소비하는 .. 2026. 10. 6.
밤의 끝, 낮의 어귀 – 9월의 새벽에 묵은 날과 새 날의 경계에서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9월에 들기 전부터 이미 해돋이 시각은 6시를 넘겼다. 해가 뜨기 10~20분 전부터는 여명의 시간이고, 그 이전은 여전히 캄캄한 어둠이다. 여름의 끝 무렵부터 6시 이전에 동네 중학교 운동장을 찾아서 걸어왔다. 처음은 제법 어둡지만,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는 아니다. 9월 말에 만난 ‘여명의 시간’ 한 서너 바퀴를 돌면 서서히 여명(黎明), “희미하게 날이 밝아 오는 빛. 또는 그런 무렵”(표준국어대사전)이다. 여명은 천천히 밝아 오다가 어느 순간엔가 어둠의 자락을 걷어가 버리고 환하게 낮이 밝는다. 걷는 데 지장이 있지는 않으니, 나는 여명의 이전과 이후를 즐겨 걸었다. 여명은 말하자면.. 2026. 10. 3.
개천절 노래를 비롯한 ‘5대 국경일 노래’의 노랫말 의례를 위한 노래지만, 그 노랫말의 울림이 남다르다1년 365일 가운데 적지 않은 날이 각종 기념일이지만, ‘3·1절·제헌절·광복절·개천절·한글날’ 등은 여느 날과는 무게가 다른 날이다. 이들 날은 국가의 경사를 기념하기 위해 법률로 지정된 ‘5대 국경일(國慶日)’인 까닭이다. 여느 날과 다르게 ‘-절(節)’ 자가 붙는데, 이는 ‘때, 시기’ 등의 의미로 쓰이는 한자다. 공모로 제정한 5대 국경일 노래와 위당 정인보의 노랫말유일하게 ‘-절’ 자가 붙지 않은 날은 ‘한글날’이다. 한글은 한자로 쓸 수 없는 고유한 우리말이므로, ‘어린이날’이나 ‘어버이날’처럼 ‘-날’ 자가 붙었다. 국경일은 모두 공휴일이었지만, 제헌절은 2008년 기업 생산성 저하를 우려하여 공휴일에서 제외되면서, 현재 유일하게 쉬지 않.. 2026. 10.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