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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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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년, 초등학교 동기회 이야기 지지난 주엔 딸을 여의는 초등학교 동기의 ‘잔치’에 다녀왔다. 우리 지역에선 경사는 모두 잔치라 부른다. 환갑, 진갑잔치에다 며느리를 맞거나 딸을 여의는(우리 지역에선 딸 시집보내는 일도 속되게 일러 ‘치운다’고 한다) 일은 모두 잔치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자취를 감추었지만, 한때는 환갑(회갑) 잔치는 온 동네 사람이 즐기는 잔치 중의 잔치였다. 우리가 흔히 ‘꼬꼬재배’라고 불렀던 전통 혼례가 벌여지는 날은 온 동네가 흥겨웠다. 어른들은 혼례가 열리는 집 마당에 일찌감치 좌정하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어른들 바짓가랑이 사이로 사모관대를 한 신랑이나 족두리를 쓴 신부를 훔쳐보느라 바빴다. 44년 묵은 초등 동기들과의 만남 그러나 세월 앞에서 ‘잔치’는 ‘결혼식’이나 ‘회갑연’ 따위의 ‘파티’로 바뀌었다.. 2021. 12. 4.
[사진] 소성리, 2017년 겨울-“사드 뽑고 평화 심자” 소성리, 2017년 겨울 - “사드 뽑고 평화 심자” *PC에서는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1000×667) 크기로 볼 수 있음. 2일 오후 3시부터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제6차 소성리 범국민 평화 행동 집회가 열렸다. 지난 9월 7일 새벽,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추가 배치되고, 9월 16일에 제5차 소성리 범국민 평화 행동이 열린 지 근 석 달 만이다. 추가 배치가 이루어지던 9월 6일 밤에 나는 대구의 무슨 회의에 참석하고 있었고, 자정이 지나 새벽에 추가 배치가 완료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고작 집회에 참석하는 거로 사드 반대 투쟁을 지지하고 있었는데도 그 소식을 듣고 아주 맥이 빠져버렸다. 그래서만은 아닌데, 대목 밑 벌초가 끼이면서 나는 5차 집회에도 참석하지 .. 2021. 12. 3.
조선일보의 ‘한자 교육’ 타령, 이제 그만 좀 합시다 국어 능력의 저하, '한자 교육 중단'에서 찾을 일이 아니다 지난 11월 중순에 인터넷에서 기사 “‘무운을 빈다’… 이게 뭔 소리? 검색창이 난리 났다”를 읽었다. 부제는 “국어사전 명사 80%가 한자어… 한자 의무교육 중단 20년이 부른 풍경”이다. ‘한자어’니, ‘의무교육’이니 뻔한 레퍼토리여서 어떤 기사인지를 단박에 눈치챘다. 기사는 ‘한자를 모르는 젊은이들이 점차 늘면서 벌어지는 일’ 몇을 소개하면서 그게 다 ‘한글 전용’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일부 젊은이들이 ‘무운(武運)’을 ‘운이 없음[무운(無運)]’으로 이해하고, 도쿄올림픽 여자 양궁 ‘9연패(連霸)’ 기사를 두고 댓글에 ‘우승했는데 연승이 아니고, 연패라고 하느냐’는 질문을 이어갔다는 얘기다. 원인은 정말 ‘한자’를 안 배워서일까 문제가 .. 2021. 12. 2.
겨울나기, 추억과 현실 사이 아침에 TV를 켰더니 웬 ‘창호지’ 이야기다. 아마 재방송인 듯했는데, 란 프로그램이다. 부제가 다. 교양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같았는데, 전통 가옥의 겨울나기 준비의 하나인 ‘창호 바르기’를 다루고 있다. 전남 보성의 어느 시골 마을이다. 그만한 규모의 한옥에서 창호지를 새로 바르는 등 겨울을 준비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불 속에 몸을 묻고 아내와 함께 눈을 TV에다 주고 수작을 주고받았다. 아내는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리면서 아이고 추워라, 보기만 해도 춥네, 한다. 예부터 ‘창호 바르는 날은 덥고, 이불 하는 날은 춥다’라고 했다고 한다. 겨울이 들기 전에 문을 새로 발랐던 것은 겨울을 나기 위한 준비였으니 말이다. TV 속의 곱게 늙은 칠순의 안노인은 두툼한 책을 꺼내 펼친다. 오래된 사진첩인데 세상.. 2021. 12. 2.
그 노래에 담긴 건 피로 얼룩진 ‘역사와 진실’이다 이명박 정부의 새 ‘오월의 노래’ 제정 논란과 임을 위한 행진곡 보훈처, 새 ‘오월의 노래’를 제정한다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은 진보 진영의 집회와 시위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민중의례’에서 절정을 이룬다. 그것은 그 노래의 역사성과 노랫말에 어린 격정과 비장미가 참가자들의 마음을 격동케 해 주기 때문이다. 이 노래를 통하여 사람들은 5·18 민중항쟁의 역사적 의미를 되짚으면서 개인적 자아를 역사적 자아로 상승시키는 심리적 체험을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이 ‘5·18 공식 추모곡’의 지위를 잃을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보도(경향신문 12월 1일 자)에 따르면 “정부가 내년 광주 민주화 항쟁 30주년을 맞아 5·18 기념식장에서 부를 ‘5월의 노래’를 만들기로 했기 때문”.. 2021. 12. 1.
[오늘] 한국전쟁 때 이양한 ‘평시 작전통제권’ 44년 만에 회수 [역사 공부 ‘오늘’] 1994년 12월 1일, 미국 보유 한국군 평시 작전통제권 공식 반환 1994년 오늘, 제24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1992)의 합의에 따라 미국이 보유하고 있던 한국군의 평시 작전통제권이 한국군에 공식 반환되었다.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월 17일 이승만 대통령이 맥아더(Douglas MacArthur) 국제연합군 사령관에게 위임, 이양되었던 ‘작전지휘권(operational commands)’의 ‘절반’이 44년 만에 환수된 것이다. 주권국가의 작전권은 해당 국가의 군 통수권자에게 있는 것은 상식이고 원칙이다. 그런데도 이 권한을 행사하지 못한 상황이 반세기가 넘게 이어지고 있는 것은 우리의 분단 현실을 상징적으로 드러내 준다. 그것도 ‘때론 비극이거나 희극’으로 말이.. 2021. 11. 30.
파시(罷市), 수능 이후의 학교 풍경 수능이 끝나고 난 학교는 일종의 파시(罷市) 같다. 반드시 그래서 그렇지는 않을 텐데, 학교는 일종의 공황상태에 빠진 듯한 분위기다. 한 치 오차도 없이 아귀를 맞추어 돌아가던 톱니바퀴의 움직임이 일순 멎어버린 것과도 같은 고즈넉함이 교정에 가득한 것이다. 졸업반 아이들에게 예전의 활기를 찾기는 어렵다. 누가 무어라 한 것도 아닌데도 아이들은 저지레한 아이들처럼 맥을 놓고 있다. 아이들은 인생을 다 살아버린 듯한 표정으로 가만가만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교정을 조심스레 오가고 있다. 이들의 등교가 늦어지면서 출근길의 교문 주변도 쓸쓸해졌다. 더불어 연일 짙은 안개가 교정에 자욱하다. 성큼 겨울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교정의 잎 벗은 나무들 사이로 하나둘 등교하는 졸업반 아이들의 모습도 쓸쓸하다. 그나마 활기.. 2021. 11. 30.
[순국] 충정공 민영환, 동포에게 사죄하고 자결하다 1905년 11월 30일 오전 6시께, 시종무관장 민영환(閔泳煥, 1861~1905)은 전동(典洞)에 있는 중추원 의관(醫官) 이완식의 집에서 단도로 자신의 배와 목을 찔러 목숨을 끊었다. 그의 죽음은 망국에 대해 신료(臣僚)의 책임을 지고 속죄하는 것이었다. 향년 44세. 을사늑약이 체결된 것은 열사흘 전인 11월 17일이었다. 용인에서 이 소식을 들은 민영환은 서울로 돌아와 전 좌의정 조병세(1827~1905,1962 대한민국장) 등과 대궐로 나아가 5적의 처단과 조약의 폐기를 청원하였다. 11월 28일, 칠순 노인 조병세가 일본 헌병대에 끌려가자 그는 궁중으로 들어가 소두(疏頭: 상소의 대표)가 되어 연일 상소하며 참정대신(한규설)의 인준이 없는 조약은 무효라고 주장하며, 5적의 처단을 요구하였다... 2021. 11. 29.
대구·경북 촛불 - 꺼뜨릴까, 키울까 2016년 대구에서 밝힌 촛불집회 지난 25일엔 구미역 광장에서 금요일마다 밝히는 촛불집회에, 다음날인 26일에는 대구 중앙로에서 펼치는 촛불집회에 각각 나갔다. 서울의 백만 촛불에 한 번 더 동참하고 싶었지만 오가는 일을 비롯하여 상황이 녹록지 않아 대구로 발길을 돌린 것이었다. 구미엔 날씨가 꽤 추웠는데도 100명이 넘게 모였다. 수천, 수만 단위의 촛불이 일상적인 상황이니 100명이라면 시뻐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중 집회가 드문 이 도시에서 이 정도 숫자만으로도 모인 이들의 열기나 마음을 헤아리기는 충분했다. 자유발언에 나선 남자 고교생과 여자 초등학생의 이야기에 참가자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 주었다. 26일 오후에 기차를 타고 대구로 갔다. 역에서 후배 교사와 만나 집회 장소로 가는데, .. 2021. 11. 29.
나도 가끔은 ‘교감(校監)’이 부럽다 1990년대만 해도 평교사로 정년을 맞는 선배 교사를 바라보는 눈길에는 내색하지 않는 ‘짠한 감정’이 얼마간 담겨 있었다. 후배 교사들로서는 한눈팔지 않고 교육의 외길을 걸어온 선배 교사들에 대한 경의에 못지않게 그가 정년에 이르도록 수업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에 대한 연민의 감정을 가누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게 모르게 세상도 변했다. 예전과 달리 이제 사람들은 교사들에게 ‘승진이 필수’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교감으로 승진하거나, 장학사·연구사로 전직하지 않고 교단을 지키는 교사들을 바라보는 후배 교사들의 시선에 예전 같은 연민이 묻어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승진’은 필수가 아니다? 무엇보다 요즘엔 평교사로 정년을 맞이하는 선배 교사들이 잘 눈에 띄지 않는다. 대부분 정년을 4, 5년.. 2021. 11. 28.
[순국] 백발의 독립투사 강우규 서대문형무소에서 순국하다 1920년 11월 29일 오전 10시 30분, 서대문형무소 형장에서 사형집행으로 ‘백발의 독립투사’ 강우규(姜宇奎, 1855~1920) 의사가 순국하였다. 1919년 9월, 남대문 정거장(지금의 서울역)에서 폭탄 거사를 감행한 지 14개월 만이었다. 그는 처형 직전에 유언 대신 ‘사세시(辭世詩)’ 한 수를 남겼다. “단두대에 홀로 서니 춘풍이 감도는구나. (斷頭臺上 猶在春風) 몸은 있되 나라가 없으니 어찌 감회가 없으리오. (有身無國 豈無感想)” 강우규는 평안남도 덕천 사람으로 가난한 농가의 4남매 가운데 막내로 태어났다.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누님 집에서 성장하였고, 청소년기에 친형에게 한학과 한방 의술을 익혀 이를 생활의 방편으로 삼았다. 그는 서른 살이 되던 1884년 함경남도 홍원군으로 이사하였다.. 2021. 11. 27.
[오늘] 이승만 정권, 사사오입 개헌으로 중임제한 폐지 [역사 공부 ‘오늘’] 1954년 11월 29일 사사오입 개헌 이승만, 사사오입 개헌으로 헌법을 짓밟다 1954년 11월 29일, 이승만의 자유당 정권은 사사오입(四捨五入, 반올림)이라며 당시 정족수 미달로 부결된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개헌안의 골자는 “초대 대통령에 한해 중임 제한을 없앤다”라는 것이었고 그것은 이승만의 종신 집권을 노린 것이었다. 1954년 5월 총선거에서 원내 다수를 차지한 자유당은 9월 8일, 초대 대통령의 중임 제한을 폐지하는 내용의 개헌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당시 자유당 소속 의원은 137명이었으나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의원들이 있어 가결을 안심하기에는 일렀다. 아니나 다를까, 11월 27일 국회 표결 결과, 이 개헌안은 아슬아슬하게 부결되었다. 당시 개헌안의 가결정족.. 2021. 11.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