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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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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 돈가스’ 하나로 고향 사람들을 홀린 두 청년 [경북 의성 청년 창업 이야기 ⑤] 안계면 경양식집 ‘달빛레스토랑’ 사장 소준호·김동찬씨 안계의 ‘달빛레스토랑’ 소식을 들었을 때, 내가 상상한 것은 1980년대 초임 시절의 소읍에 있었던 경양식집이었다. 도시 못잖은 실내장식에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던, 다소 어두운 조명의 그 레스토랑은 젊은이들로 붐볐다. 나도 몇 차례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돈가스를 사 먹이곤 했었다. 돌아온 청년들, 고향에 레스토랑을 열다 지난해 8월 문을 연 달빛레스토랑은 수제 맥주 공방 호피 홀리데이로 들어가는 골목 입구에 있었다. 출입문 옆에 ‘의성형 도시 청년 시골 파견제 1호점’이라는 명패가 붙어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한눈에 실내가 고스란히 들어왔다. 맞은편은 주방이었고, 두 줄로 놓은 테이블은 모두 다섯 개에 불과.. 2021. 6. 22.
너무 많다! ‘대통령의 업적’ [명박퇴진] 알고 보면 이명박도 잘한 일이 엄청 많습니다 - 알바들을 대거 고용해서 실업자 구제에 앞장서신 점 -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촛불의 힘을 빌려 전 세계에 널리 알리신 점 - 잊혀져 가던 고소영과 강부자를 슈퍼스타로 만들어 주셔 문화·예술 진흥에 앞장서신 점 - 불타버린 국보 1호 숭례문을 대신해서 눈 깜짝할 사이에 명박산성을 쌓아올리신 점 - 모르고 있었던 컨테이너의 기발한 용도를 세계만방에 알리신 점 - 양초와 종이컵, 우비 등 영세사업을 육성하셔 경제발전에 이바지하신 점 - 조·중·동의 해악을 전 국민에게 알려주신 점 - 조·중·동에 광고하면 기업이 망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해주신 점 - 우리에게 매일매일 숙제를 내주시어 기업들을 칭찬하게 해주신 점 - 뉴라이트 실체를 밝혀주셔 전.. 2021. 6. 22.
선거 뒷담화, 혹은 우리들의 보통선거 2018년 지방선거 이야기 우리들의 보통선거 보통선거(Universal suffrage)란 연령 이외의 자격 조건을 두지 않고 국민 모두에게 선거권이 주어지는 선거를 말한다. 여성의 참정권이 일반화된 현재에는 연령(보통 18세에서 20세 이상)만을 자격 조건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 선거를 마치고 친구들 몇이 모여 술을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대체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우리 지역의 변화와 변화하지 않은 것들을 곱씹는 것들이었다. 대구와 경북은 이번 선거에서 익숙한 보수 도지사와 교육감을 뽑았다. 그런 한편으로 뜻밖의 반전, 단연 민주당 시장을 뽑은 구미가 화제에 올랐다. 그 반전의 요인으로 구미시민의 평균연령과 30대 이하 비중을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친구 장은 씁쓸하다고 고백했다... 2021. 6. 22.
그 시절엔 ‘30만 원’으로도 행복했다! 오전에 경북지부 누리집에 들어갔다가 글 한 편에 시선이 꽂혔다. 한 활동가가 ‘조합원 의견 마당’에 올린 예의 글 제목은 ‘91년 1월의 해직 교사 생계 활동 지급표’다. 지회 20주년 행사를 위해 자료를 찾다가 발견한 팩스 서류라고 한다. 얼른 감이 오지 않았는데, 첨부한 이미지 파일을 열자, 18년 전의 세월이 고스란히 떠올랐다. 1991년이면 해직 2년이 되던 때다. 1989년 9월부터 봉급은 끊어졌고, 현직 교사들이 매월 내던 1만 원의 후원금으로 조성한 ‘생계비’를 받아서 살았다. 글쓴이는 그때, 생계비 지급기준에 따라 미혼 교사에게는 20만 원이, 맞벌이하는 배우자가 있을 경우엔 15만 원이 지급되었다고 전한다. 기억이 아련한데, 첨부한 이미지 파일은 나를 비롯하여, 돈을 버는 유능한 아내를 .. 2021. 6. 22.
‘낮과 밤’이 다른 수제 맥주 공방, 술만 만들지 않아요 [경북 의성 청년 창업 이야기 ④] 가치와 경험을 나누고픈 ‘호피 홀리데이’ 대표 김예지 씨 경북 의성군 안계면 소보안계로에 있는 조그만 수제 맥주 공방 ‘호피 홀리데이(Hoppy Holiday)’는 의성 청년 창업의 맏이 격이 되는 가게다. 가게 명판에는 청년 점포 4호점이라 되어 있지만, 이는 등록된 순서일 뿐, 안계에 들어선 가게 가운데선 맨 먼저 문을 연 곳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에 문을 연 이 가게는 도로변에서 10m쯤 들어간 골목에 오른쪽으로 돌아앉아 있다. 하얀 페인트칠을 한 단층 슬래브집은 현관문 양쪽에 붙인 명판과 마당에 높이 매달아 놓은 전등들만 아니면 여염집처럼 보인다. 호피 홀리데이(아래 ‘호피’)는 “홈브루잉(homebrewing 가정 양조)을 즐겨하는 양조인들과 취미로써 맥주.. 2021. 6. 20.
우토로를 위한 ‘가랑비’가 필요하다 아름다운재단에서 엽서가 왔다. 재단과 소중한 인연이 되어주었다며 6월의 ‘처음 자리 마음 자리’에 초대하는 편지다. 실한 나무 모습의 주황색 재단 엠블럼도, 단아한 글꼴의 아름다운재단 이름도, 재생지 느낌의 누런 엽서 봉투도 아름답고 정갈하다. 잠깐 어리둥절했다가 엽서를 열어보고 머리를 주억거린다. 그렇다. 뒤늦게 (https://www.beautifulfund.org/ssl.html 의 캠페인 메뉴)에 참여한 게 지난 5월 12일이다. 잠깐 머릿속에 어둔한 어림셈이 벌어진다. 그 정도 소액에 이런 봉투에, 편지에 남는 거나 있을까……. 처음에 10만 원을 생각하다가 그게 뚝 분질러져 5만 원이 되었고, 그것도 손이 곱아 고작 3만 원으로 체면치레를 했기 때문이다. 희망 모금을 시작할 때 부족분에서 민간.. 2021. 6. 19.
[오늘] 비운의 명장 임경업 지다 [역사 공부 ‘오늘’] 1646년 6월 20일, 임경업 장군 분사하다 1646년 6월 20일(음력, 양력으로는 8월 1일) 조선 중기의 무장 임경업(林慶業, 1594~1646)이 파란 많은 삶을 억울하게 마감했다. 용맹하고 강직했으되 시대를 읽지 못한 완고함 때문이었던가, 그는 때를 잘못 만나 국제 미아가 된 비극적 운명을 비켜 가지 못한 불운한 장수였다. 국제 미아가 되었던 비운의 명장 임경업은 충청도 충주 달천촌에서 태어났다. 본관은 평택(平澤)이며 자는 영백(英伯), 호는 고송(孤松), 시호가 충민(忠愍)이다. 스물넷에 무과에 급제하였고 이괄의 난(1624) 때 정충신 장군의 선봉장으로 큰 공을 세우면서 1등 공신이 되었다. 1633년 청북(淸北, 청천강 이북) 방어사 겸 영변 부사에 등용되어 북방.. 2021. 6. 19.
잠깐 '힐링'하러 의성에 왔다 눌러앉은 취준생들 [경북 의성 청년 창업 이야기 ②] 프로젝트 ‘담다’의 최성신·김민재씨 프로젝트 ‘담다’의 사무실 겸 공방은 안계파출소에서 의성 이웃사촌 지원센터로 가는 길 왼쪽에 있었다. 점심시간에 갔다가 허탕을 치고 3시쯤에야 사무실을 지키는 스물일곱 동갑내기 최성신, 김민재씨를 만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의성군에서 연 귀촌 프로그램 ‘도시 청년 의성 살아보기’ 제1기 동기생이다. 대구 출신 동갑내기 ‘의성 살아보기’에서 만나 창업 같은 대구 출신이지만 두 사람을 공동 창업자로 이어준 것은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였다. 경영학과를 나와 취업을 준비하던 민재씨나 코이카 국제봉사단으로 지난해 4월 인도네시아로 출국 예정이었던 성신씨를 의성으로 당긴 것은 SNS에 뜬 ‘청춘구 행복동’ 모집 공고였기 때문이다. 민재씨는.. 2021. 6. 17.
세대 뛰어넘기 - ‘젝스키스’에서 ‘2PM’까지 다른 세대들이 한 집에서 생활하는 가정처럼 학교도 여러 세대로 구성되어 있다. 10대의 아이들과 20대부터 60대에 이르는 다양한 연령대의 교사들이 마구 섞여 있는 데가 학교인 까닭이다. 그러니 거기엔 흔히들 ‘세대차’라고 하는 격차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기 마련이다. 각 세대가 다른 세대와 구별되는 행동양식, 정서, 가치관, 신념, 이데올로기 등을 갖는 것은 나이와 사회구조적 조건과 역사적 경험의 특수성으로 말미암는다. 한국전쟁을 겪은 60대와 광주항쟁마저 아련한 역사로 인식하는 1993년생(고1) 사이에 세대차가 존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교재로 공부하는 교사와 학생이 민주주의를 이해하는 방식이 다른 것은 적어도 우리 사회에선 크게 문제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왜냐하.. 2021. 6. 17.
‘조용한 여자’에서 ‘나섬녀’로 82쿡닷컴에서 숙제하는 여성들 요리·생활 사이트인 ‘82쿡닷컴(http://www.82cook.com/)’이 떴다. 이 사이트 회원들의 광고주들을 상대로 한 ‘불매 운동’에 관해 가 82쿡닷컴에 ‘경고장’을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아니다. 뜬 곳은 더 있다. ‘선영’ 씨로 유명한 마이클럽(http://www.miclub.com/)이 그렇고, 패션사이트인 ‘소울드레서’도 그렇다. 82cook.com은 “‘가족 사랑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요리와 알뜰 살림을 위한 정보나 지혜를 나누는 사이버 공간”으로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이트가 일반에 널리 알려진 것은 역시 마이클럽이나 소울드레서 등과 마찬가지로 회원들이 쇠고기 정국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부터다. 오늘 나는 난생처음으로 82쿡닷컴.. 2021. 6. 17.
‘교실 밖’의 교사, ‘교실 안’의 교사 민주노동당을 후원한 전교조 교사들을 파면·해임하라는 교과부의 지침에 따라 이들 교사를 대상으로 한 각 시도 교육감의 징계 의결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진보 후보가 교육감으로 당선된 지역은 다소 사정이 나아 보이긴 해도 전체적으로 징계 국면이 시작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옥죄어 오는 탄압에 맞서는 단식, 농성… 전교조를 겨냥한 이 같은 방침에 대해 정작 당사자인 전교조가 할 수 있는 대응은 마땅치 않다. 정진후 위원장이 단식으로 저항하다 18일 만에 병원에 실려 가고 각 시도별로 도 교육청 농성에 들어간 게 현재 전교조가 할 수 있는 저항의 최대치. 칼자루를 쥔 강자 앞에서 약자의 저항은 단식이나 농성 등 제 살 갉아먹는 극한적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위원장의 단식과 함께 단위 학교.. 2021. 6. 17.
김천시민들, 삼백 번째 ‘촛불’을 밝혔다 6월 16일 저녁 8시부터 김천역 광장에서 300회째 ‘사드 배치 결사반대 김천 촛불집회’가 열렸다. 김천역에 내렸을 때는 아직 8시 전, 집회 준비가 한창이었다. 나는 커피 한 잔을 사 들고 역 광장 한쪽에 앉아서 광장의 시민들을 오래 지켜보았다. 300번째 촛불을 밝힌 씩씩한 시민들 솔직히 이야기하면 나는 김천의 촛불을 좀 조마조마한 기분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한때 낙관적으로 전망되었던 때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선을 앞두고 전임 정부에서 알박기 형식으로 사드를 기습적으로 배치한 뒤 상황은 생각보다 훨씬 나쁜 쪽으로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려 열한 달째 이어지고 있는 집회, 지칠 만도 하건만 모여드는 사람들의 모습에는 여유가 넘쳤다. 사람들은 익숙하게 나지막한 플라스틱 의자를 가져가 .. 2021. 6.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