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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가겨 찻집219

대답으로 쓸 때는 ‘아니오’가 아니라 ‘아니요’다 대답에 쓰는  ‘아니요’ 는 감탄사, 서술어로 쓰는 ‘아니오’는 형용사다 컴퓨터 작업을 하다가 파일을 삭제하려면 ‘정말 삭제할 거냐’고 묻는다. 혹시 삭제 버튼을 잘못 누른 것은 아닌가 하고 확인하는 절차다. 삭제하려면 아래 있는 ‘예’와 아니면 ‘아니요’를 눌러 파일을 삭제하거나 취소할 수 있다. 이는 컴퓨터에서 파일의 삭제가 가능한 모든 프로그램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우리는 무심코 지나지만,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답 가운데, 부정은 ‘아니오’가 아니라 ‘아니요’다. 얼른 생각하면 ‘아니오’일 듯하지만, ‘아니요’가 맞다. 물음에 대해 답하는 ‘아니요’는 ‘예’와 마찬가지로 ‘감탄사’다. ‘아니오’는 주로 “ 어떤 사실을 부정하는 뜻을 나타내는 말”인 형용사 ‘아니다’의 종결어미 ‘오’가 붙.. 2025. 2. 16.
‘미장이’와 ‘멋쟁이’를 가르는 기준, ‘수공업적 기술자’ 여부 [가겨 찻집] 접미사 ‘-장이’와 ‘-쟁이’의 쓰임 ‘-장이’와 ‘-쟁이’를 가르는 기준은 ‘ 소공업적 기술자’ 여부다 기술자에게는 ‘-장이’를, 그 외에는 ‘-쟁이’가 붙는 형태가 표준어다. “흙, 회, 시멘트 따위를 바르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을 ‘미장이’, “키버들로 고리짝이나 키 따위를 만들어 파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을 ‘유기(柳器)장이’라 하지만, “멋있거나 멋을 잘 부리는 사람”을 ‘멋쟁이’로, 곤충 가운데 “소금쟁잇과의 애소금쟁이, 좀등빨간소금쟁이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을 ‘소금쟁이’로 쓰는 이유다.  -장이 : 간판장이, 궁(弓)장이, 금(金)장이, 기와장이, 단청장이, 대장장이, 도배장이, 옹기장이, 칠(漆)장이, 토기(土器)장이……. -쟁이 : 개구쟁이, 거짓말쟁이, 겁.. 2025. 2. 1.
[가겨 찻집] ‘걸맞는·알맞는’은 없다, ‘걸맞은·알맞은’이 있을 뿐! 형용사에는 관형사형 어미 ‘-는’을 쓸 수 없다형용사에는 현재 관형사형 어미 ‘-는’을 붙일 수 없다 뜻밖에 유튜브나 인터넷 뉴스 등에 ‘걸맞은·알맞은’을 ‘걸맞는·알맞는’으로 쓴 데가 많다. 물론, 이건 틀렸다. ‘걸맞다’(두 편을 견주어 볼 때 서로 어울릴 만큼 비슷하다.)와 ‘알맞다’(일정한 기준, 조건, 정도 따위에 넘치거나 모자라지 아니한 데가 있다.)는 형용사고, 형용사에는 ‘현재 관형사형 어미’인 ‘-는’이 쓰일 수 없기 때문이다. [관련 글 :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용언(동사·형용사)의 활용 가운데 ‘관형사형 활용’은 용언에 관형사형 전성어미를 붙여서 용언을 마치 체언을 꾸며주는 관형사처럼 만들어주는 것이다. 물론 이는 문장 안에서 관형사 노릇을 하는 것일 뿐 품사 자체가 바뀌는 .. 2024. 10. 30.
[가겨 찻집]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형용사의 명령형과 청유형 활용, 안 되지만 ‘현실’…형용사는 명령형, 청유형 활용이 불가 유튜브에 가면 영상이 끝날 때쯤 나오는 인사로 ‘건강하고 행복하세요’가 적지 않다. ‘건강하다’와 ‘행복하다’는 형용사다. 형용사는 ‘상태나 성질’을 드러내는 품사이므로 ‘명령형’ 활용을 할 수 없다. 그러니 ‘건강하세요’나 ‘행복하세요’는 어법에 어긋나는 표현이다.  ‘청유형’ 활용도 마찬가지로 안 된다.  명령형과 청유형 활용은 동사에서만 가능하다. 명령형은 동사 어간에 명령형 어미 ‘-아라/-어라’를 붙여서, 청유형은 동사 어간에 청유형 어미 ‘-자’를 붙여서 만든다. 아래 예문 (1)·(2)는 각각 동사여서 명령문과 청유문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3)·(4)의 ‘예쁘다’와 ‘성실하다’는 형용사인데  명령형과 .. 2024. 10. 18.
다시 ‘문해력’ 논란에 대한 국어학자의 조언 [문해력 논란] 고려대 신지영 교수의 의견 오늘 아침 기독교방송(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는 고려대 신지영 교수에게 최근 논란이 된 ‘문해력’ 관련 의견을 들었다. 한국교총이 전국 초중고 교사를 대상으로 한 학생들의 문해력 실태 조사에서 90% 이상의 교사가 아이들의 문해력이 과거에 비해 떨어졌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이를테면 ‘이부자리’를 별자리로 알아듣고, ‘두발 자유화’ 토론을 하겠다고 하니 ‘오른발, 왼발 토론’으로 알더라는, 좀 믿기 어려운 이야기다.  문해력 실태? 어휘력을 확대 해석한 것은 아닐까? 문해력 문제는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떠오르는 주제고, 그 전개 과정도 비슷하게 이루어져 현재의 문해력이 과거에 비해 저하되었다는 결론으로 마무리되곤 했었다. 2년 전 78월에도 ‘심심하다’ 소동이.. 2024. 10. 9.
[573돌 한글날] 한글날 아침, 국어교사는 마음 겹다 한국인에게 외면당하는 ‘최고의 알파벳’ 한글꼭 12년 전에 쓴 글이다. 그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국경일 지위를 회복한 한글날이 공휴일로 재 지정된 것은 2012년, 이듬해부터 사람들은 한글날을 쉴 수 있게 되었다. 국립국어원 한 해 예산의 몇 배를 들여 만든 영어마을은 속속 세금만 낭비한 채 거의 대부분 문을 닫았다. 그래도 영어 광풍은 그치지 않았는지 최근에는 초등 저학년 영어교육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휴대전화에서 글자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던 완성형 코드의 문제점은 기술적으로 이내 극복되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점, 한글이 정작 토박이말 사용자인에 제나라 국민에게 외면당하는, 말글살이의 그늘에 드리운 씁쓸한 풍경은 변하지 않았다.다시 573돌 한글날을 맞지만, 경축을 붙이는 게 쓸쓸할 지경이다.. 2024. 10. 9.
‘심심하다’ 모르면 ‘문해력’이 낮다? 관건은 ‘어휘력’! ‘무운’에 이어 세대 간 소통 문제 드러내…관건은 ‘어휘력’, 독서에 답 있다서울의 한 카페에서 올린 공지문에 나오는 ‘심심한 사과’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이 ‘문해력’에 관한 새롭지 않은 논란을 일으켰다.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라는 뜻으로 쓴 ‘심심(甚深)하다’가 "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라는 뜻의 고유어 ‘심심하다’로 읽히면서 세대 간 소통의 문제를 고스란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무운(武運)’에 이어진 ‘심심(甚深)하다’ 소동지난해에는 ‘무운을 빈다’에서 ‘무운(武運)’이 "전쟁 따위에서 이기고 지는 운수"라는 뜻인 줄 모르고 "운이 없다"라는 ‘무운(無運)’으로 전달한 기자의 방송사고도 있었으니 더는 보탤 게 없을 지경이다. 비슷한 사례가 나타날 때마다 ‘문해력’이.. 2024. 10. 8.
[가겨 찻집] “나라에 충성, 부모에 효도”? 유정명사와 무정명사에 따라 달리 쓰이는 ‘조사’1984년 2월, 졸업식을 불과 며칠 앞두고 어느 사학으로부터 이른바 ‘초빙’을 받았다. 학교로 와서 면접을 보자는 연락에 정말로 ‘때 빼고 광내어’ 경주시의 소읍에 있는 여학교를 찾았다. 오지라고 할 수 없는 지역이었으나 나는 초행이었고, 억센 경북 동부 지역의 사투리를 처음 들었다. 아담한 교정의 낡은 교사 한쪽의 교장실에서 면접을 봤는데, 나는 요구한 서류를 내고, 한자를 섞어서 쓰는 ‘나의 교직관’이라는 짧은 글 한 편을 써서 냈고, 교장, 교감 선생과 이런저런 대화를 주고받았다. 이틀 뒤에 학교 서무과장으로부터 3월 2일부터 출근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1980년대의 구호 “나라에 충성, 부모에 효도”  3월 2일, 얼떨떨한 표정으로 출근하여 고1,.. 2024. 9. 16.
제발, 이번 한가위는 ‘되지’ 말고 ‘쇠자’ 한가위 인사, “한가위 되세요”로 쓰면 안 되는 이유하도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 같은 비문(非文, 문법에 맞지 않는 문장)이 늠름하게 쓰이는 현실이 안타까워서 ‘~되세요’를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는 글로 블로그에 ‘가겨찻집’ 문을 연 게 2007년이다. 그리고 비슷한 이야기를 주절대면서 8년쯤을 보냈다. 아무리 그게 ‘대세’라 해도 ‘아닌 건 아니다’ 아무도 청하지 않은 일을 8년간 이어간 것은 자신이 국어 교사라는 사실을 늘 확인하면서 살아온, 넘치는 자의식 때문이었다. 국어를 가르친다고 해서 사람들의 언어 습관에 시비를 걸어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닐 터이지만, 그렇게 오지랖을 떤 것도 앞의 이유 탓이다. 8년간의 오지랖이 막을 내린 것은 “‘한가위 되세요’, 진보 진영의 동참”이라는 글을 끝으.. 2024. 9. 12.
[가겨 찻집] 가는 말은 ‘고아야’ 하나, ‘고와야’ 하나? ‘ㅂ불규칙용언’의 활용에서 ‘곱다’와 ‘돕다’의 활용우리말 용언(동사·형용사)이나 서술격 조사(‘이다’)의 어간에 어미가 붙어서 문장의 성격을 바꾸는 것을 ‘활용’이라고 한다. 이 어미변화는 어간의 문법적 관계를 나타낸다. 어간에 어미 ‘―다’가 연결된 어형을 그 용언의 ‘기본형(으뜸꼴)’이라 하는데, 이는 표제어로 사전에 오르게 된다.  용언의 어미변화 = 활용, 그 규칙성과 불규칙성 이 활용의 과정에서 국어의 일반적인 음운 규칙이 적용되는 것을 ‘규칙활용’이라 하고, 그것이 적용되지 않고 어간이나 어미가 바뀌면서 기본 형태에서 벗어나는 것을 ‘불규칙 활용’이라고 한다. 활용 시 ‘어간’이 바뀌는 불규칙 활용 가운데 ‘ㅂ 불규칙 활용’이 있다. 어간의 끝소리가 ‘ㅂ’으로 끝나는 용언 중에서 국어의 일반.. 2024. 9. 10.
[가겨 찻집] 코는 ‘골’고, 오래된 참외는 ‘곯는다’ ‘골다’와 ‘곯다’의 구분“코를 골다”를 “코를 곯다”로 잘못 쓰는 경우가 더러 있다. ‘코골이’를 ‘코곯이’를 쓰는 실수도 일어난다. 그러나 “잠잘 때 거친 숨결이 콧구멍을 울려 드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다.”를 뜻하는 동사는 ‘골다’다. 코골이가 심한 사람이 내는 코고는 소리는 예사롭지 않아서 ‘곯다’로 쓰는 게 맞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기도 하다.  그러나 동사 ‘골다’는 ‘골아, 골고, 고니, 고오, 곤다’ 등으로 쓴다. ‘골다’는 ‘ㄹ탈락 규칙활용’을 하는 동사다. 이를테면 “ 쟁기나 트랙터 따위의 농기구나 농기계로 땅을 파서 뒤집다.”는 뜻의 동사 ‘갈다’와 활용의 형태가 같다. 즉 어간의 끝소리 ‘ㄹ’이 ‘ㄴ, ㅂ, 시, 오’ 앞에서 규칙적으로 탈락하는 용언이다.  · 갈다 : 가니, 갑니다.. 2024. 8. 9.
‘곤욕(困辱)’과 ‘곤혹(困惑)’ 사이 비슷해 보이지만, 그 뜻의 차이가 분명하니 쓰임새가 다르다 이제 사람들은 개별 언론사는 물론이고, 포털의 뉴스조차 잘 보지 않는다고 한다. 이들은 건조하고 중립적인 텍스트 뉴스 대신 정파적 시각에 따라 ‘편을 확실히 가르고’ 시청각으로 전해주는 유튜브로 옮겨간 것이다. 언론사 뉴스와 포털의 뉴스를 골라 읽고 나서 나 역시 유튜브로 이동하는 순서를 따르곤 한다.  유튜브, 맞춤법·표준 발음 문제다 그런데 유튜브 채널을 시청할 때마다 자막에 드러나는 ‘심각한 맞춤법 오류’와 자막을 읽어주는 해설자의 발음에 적지 않은 문제가 드러나서 입맛이 쓰다. 자막이 자동 생성되는 한국어야 기본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멀쩡한 문장에 어절 하나가 빠진 경우도 적지 않고 그걸 그대로 읽어 내려가는 해설도 딱하긴 마.. 2024. 8.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