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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노무현10

‘안녕 대자보’에서 영화 <변호인>까지 1. ‘안녕’을 물어온 대자보 한 대학생의 글이 대학과 2013년의 한국 사회에 불러일으킨 반향은 적지 않다. 그것은 살기 바빠서든, 그런다고 세상이 달라지겠냐고 냉소해 왔든 일신의 안녕만 돌아본 우리 자신에 대한 뼈아픈 성찰이다. 내 삶과는 무관하다고만 뇌며 세상을 짐짓 외면하고 살아온 젊은이들과 소시민에게 예의 대자보는 정말 안녕하시냐고 물었다. 그 물음은 또 한편으로 젊은이들이 겪고 있으면서도 잊고 있었던 좌절과 고통, 분노를 환기하는 것이기도 했다. 1960년대에 김수영 시인은 시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에서 부정한 권력과 사회적 부조리에 저항하지 못하는 소시민의 자기반성을 통렬하게 노래한 바 있다. 그것은 한편으론 지식인의 무능과 허위의식에 대한 고발이기도 했다. 그는 ‘왕궁’과 ‘왕궁의 음.. 2020. 12. 25.
두 전직 대통령은 왜 <국방백서>에 빠진 걸까 눈 밝은 누리꾼의 눈에나 띌 단신 하나가 보도된 것은 지난 21일이다. 홍진수 기자의 기사 “국방·외교 대통령이 ‘국방백서’에서 빠졌는데…누구?”다. 기사의 요지는 국방부가 발간한 ‘2012 국방백서’ 특별부록의 한미 동맹사 연표에 실린 사진에 박정희, 전두환 전 대통령은 있지만 고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없다는 것이다. 한미 동맹사에서 빠진 ‘전직 대통령들’ 국방백서는 그간 국방정책과 관련 자료 등을 총정리해 국내외에 알리는 목적으로 국방부에서 격년으로 발간하는 백서다. 국방부는 이번 백서에 ‘한미동맹의 과거·현재·미래’란 특별부록을 모두 8쪽(268~275)에 걸쳐 실었다. 1953년 10월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로 시작된 한미동맹 역사를 연표 형식으로 정리했고 주요 사건들에는 간단한 설명과 .. 2020. 12. 23.
[오늘] 김대중, 노벨평화상 수상 2000년 오늘, 고 김대중(1924~2009) 전 대통령은 노르웨이 오슬로 시청 메인 홀에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홀은 그가 추진해 온, 남북 화해를 위한 햇볕정책을 상징하는 노란 꽃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김대중은 같은 해 6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6·15선언’을 이끌어낸 바 있었다. 두 달 전인 10월 13일,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에서는 '한국과 동아시아의 민주주의와 인권 신장 및 북한과의 화해와 평화에 기여'한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을 200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노벨위원회 위원장 군나르 베르게가 밝힌 선정 이유는 짧았지만, 김대중이 감내한 수난과 고통의 삶의 지향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노벨평화상은 6.15선언 이끈 김대중에게로 2000년은 노벨평화상이 제정된 지 10.. 2020. 12. 9.
악법, 법 맞다! 위대하다, 자본주의! 장면 # 1 “여러분의 이번 파업은 법률상 위법이다. 그러나 사람을 위해 법이 있는 것이지 법을 위해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다. 권력 있고 돈 많은 몇 사람만을 위한 법은 법이 아니다. 저 산동네 철거민도 대한민국 국민인데 법이 위반됐다고 집을 뜯는다. 노점상인들은 도로교통법에 걸어 목판을 차버린다. 이렇게 밥을 못 먹게 하는 법은 법이 아니다.” 지난 1988년 당시 한 초선 의원이 작업복을 입고 128일간 파업 중이던 현대중공업 노동자들 앞에서 토해낸 사자후의 한 대목이다. 그 국회의원의 이름은 바로 ‘노무현’. - 윤태곤, (2007.7.19.) 장면 # 2 · 경찰 20일 오전 연행된 이랜드 노동자 167명을 유치장에 입감. · 경찰, 20일 오전 9시 40분께 홈에버 월드컵점과 뉴코아 강남점에 .. 2020. 7. 21.
우리 시대의 부음, 떠도는 죽음들 에는 ‘궂긴 소식’이란 이름의 부음란이 있다. ‘궂기다’는 ‘(완곡하게) 윗사람이 죽다’(표준국어대사전)라고 하는 뜻의 우리말이다. 이 난에는 사회 저명 인사들의 죽음은 말할 것도 없고, 게재를 요청하는 일반인들의 부음도 실리는 것 같다. 숱한 죽음이 거기 실리지만 대부분은 나와 무관한 것들이다. 그나마 낯이나 귀에 익은 이름이면 아, 그이가 죽었구나, 하고 생각할 뿐이다. 나와 무관한 죽음이란 세상에 넘치고 넘친다. 망자를 알든 모르든 그 죽음은 숱한 죽음 가운데 하나일 뿐이지, 무슨 애달픔으로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지난 6월 8일 자 신문을 읽다가 나는 문득 한 작가의 부음을 읽었다. 소설가 임동헌 씨. 나는 등허리로 서늘하게 지나가는 전율을 희미하게 느꼈다. 물론 나는 그를 모른다. 그가 ‘민통선.. 2020. 6. 15.
[오늘] 한국전쟁 때 이양한 ‘평시 작전통제권’ 44년 만에 회수 [역사 공부 ‘오늘’] 1994년 12월 1일, 미국 보유 한국군 평시 작전통제권 공식 반환 1994년 오늘, 제24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1992)의 합의에 따라 미국이 보유하고 있던 한국군의 평시 작전통제권이 한국군에 공식 반환되었다.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월 17일 이승만 대통령이 맥아더(Douglas MacArthur) 국제연합군 사령관에게 위임, 이양되었던 ‘작전지휘권(operational commands)’의 ‘절반’이 44년 만에 환수된 것이다. 주권국가의 작전권은 해당 국가의 군 통수권자에게 있는 것은 상식이고 원칙이다. 그런데도 이 권한을 행사하지 못한 상황이 반세기가 넘게 이어지고 있는 것은 우리의 분단 현실을 상징적으로 드러내 준다. 그것도 ‘때론 비극이거나 희극’으로 말이.. 2019. 11. 30.
[오늘] ‘10·4 남북공동선언’, ‘6·15’를 이으며 ‘판문점선언’으로 [역사 공부 ‘오늘’] 2007년 10월 4일, 남북공동선언으로 6·15 실천방도를 밝히다 6·15공동선언은 통일의 원칙, 10.4선언은 그 실천강령 2007년 10월 4일 오후 1시,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에 공동 서명했다. 이 ‘10·4선언’은 김대중 대통령의 ‘6·15 남북공동선언’에 이은 ‘제2차 남북정상선언’으로 불린다. 이 공동선언이 천명하고 있는 합의 사항은 크게 3가지 영역, 즉 ① 통일문제 논의를 위한 남북한 각 분야의 접촉면 확대와 6·15공동선언 이행을 통한 남북한 통일문제의 자주적 해결 ② 서해 평화수역 조성 등 한반도 군사적 긴장 완화와 북핵 문제 해결을 통한 항구적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③ 민족경제·문화.. 2019. 10. 3.
8년…노무현을 다시 배웅하면서 2017년 노무현 8주기를 맞아 쓴 글이다.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대통령의 자격으로 참석한 8주기 추도식을 텔레비전으로 지켜보면서 느꼈던 소회이기도 하다. 올 10주기 추도식은 또 어떤 모습일까를 상상하면서 이태 전에 쓴 글을 다시 읽는다. 8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났을 때, 나는 그의 죽음을 심상하게 받아들이려 했다. 그러나 스스로 선택한 죽음이어서가 아니라 그 죽음은 너무 무겁고 고통스러운 것이었다. 그것은 ‘운명’이라는 짧은 유서를 남겼던 그 자신뿐 아니라, 참담한 부음 앞에서 목 놓아 울었던 시민들의 가슴에 화인처럼 찍힌 뜨겁고 아픈 한과 슬픔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꿈과 희망’이고, ‘환멸’이고 ‘배신’이었다 그는 내가 표를 주어 당선된 첫 번째 대통령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의 .. 2019. 5. 23.
2009년, 노무현 이야기 둘 어느새 노무현 전 대통령의 10주기다. 2009년 그의 죽음은 이 땅의 정치인들에게는 어떻게 해야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지를, 국민의 사랑을 받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를 가르쳤고, 그를 지지한 국민에겐 정치적 지지의 시종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깨우쳐 주었다. 그러나 여전히 국민의 지지를 받는다는 것은 어렵고 힘든 일이다. 노무현은 적어도 지지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또는 성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옳은 길이어서, 스스로 가야 할 길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에 그의 길을 간 지도자다. 그를 따르려던 정치인들은 그 길이 아무나 갈 수 없는 길이라는 걸 눈치챘을 것이다. 그가 떠난 지 8년 뒤에 그의 비서실장이던 ‘친구’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었고 정치적 동지들이 새로운 정부를 구성했다. 그.. 2019. 5. 22.
온달과 노무현, 그 ‘경멸과 증오’의 방정식 온달산성에서 ‘노무현과 그의 시대’를 생각한다 “오늘은 충청북도 단양군 영춘면에 있는 온달산성에서 엽서를 띄웁니다.” 이 문장은 쇠귀 신영복 선생의 글 “어리석은 자의 우직함이 세상을 조금씩 바꿔 갑니다”(나무야 나무야, 2001)의 첫 문장이다. 내가 가족과 함께 단양의 온달산성을 다녀온 것은 지난해 이맘때, 대통령 선거일이었지만, 오늘은 같은 문장으로 이 글을 시작하려 한다. 온달산성이 있는 충북 영춘은 내가 사는 데서 100여 Km쯤 떨어진 한적한 시골이다. 이 조그마한 시골 언저리에 길게 누운 427m의 성산(城山)에 세워진 길이 922m, 높이 3m의 반월형 석성이 온달산성이다. 중3 국어 교과서에도 실린 이 글을 내리 세 해 동안 가르쳤지만 정작 나는 거기 가보지 못했었다. 문학작품 속의 배경.. 2019. 5.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