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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드라마와 영화 이야기 38

“이승만 정부는 ‘독립운동가’가 중심이었다”고? 이승만 영화 의 주장에 대한 팩트체크 요즘 “김덕영 감독이 제작해 2024년 개봉한 한국의 독립영화. 대한민국 제1~3대 대통령 이승만을 다룬 다큐멘터리 역사영화” 이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 여당이 장악한 과 , 등 보수 일간지가 적극적 보도에 나서 관객이 이어지면서 누적 관객 백만 명을 넘었다. 은 정치인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로 누적 관객 수에서 2017년 개봉한 (185만 명)에 이은 2위에 올랐다. 보수 진영에서 영화의 홍보에 열을 올리는 데서 드러나듯 이 영화는 “박근혜 정부에서 만든 국정교과서에도 기술된 ‘독재자’라는 사실도 부정”(미디어오늘 기사, 이하 같음)하고 있다. 이는 영화가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공과를 다양한 각도에서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보다 그의 “독립운동 행보와 대통령 .. 2024. 3. 1.
드라마로 소환된 1990년대식 ‘체벌’, 혹은 2023년의 ‘학생 인권’ 드라마(2022) 의 ‘체벌’ 이야기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얼마 전에 월 5,500원짜리 요금제 ‘광고형 스탠다드’로 다시 넷플릭스에 가입했다. (최근 보도는 이제 이 요금제는 가입이 차단돼 있다고 한다.) 처음 넷플릭스에 가입한 것은 코로나19가 한창일 때였는데, 영화와 드라마를 한 2, 3백 편을 보다 질려서 끊었었다. 다시 가입한 OTT 넷플릭스 나는 한때 화제가 된 MBC 드라마 ‘연인’을 볼 생각이었는데, 유감스럽게도 그건 다른 오티티(OTT)에서만 볼 수 있는 드라마였다. 넷플릭스에선 영화는 물론,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까지 볼 수 있긴 했지만, 10회가 넘는 드라마를 따라갈 엄두가 나지 않아, 망설이다가 처음 보게 된 드라마가 .. 2023. 12. 20.
스포일러와 결말 알면서도 관객들의 ‘분노’가 추동하는 영화 [리뷰] 김성수 감독의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지난 금요일, 아내와 함께 시내의 복합상영관에서 을 관람했다. 물론 영화 제작사에서 보내준 온라인 예매권으로. 오전 10시 10분에 시작하는 조조 상영분이었지만, 객석의 한 1/4쯤은 찼다. 얼핏 보아도 대부분 젊은이였다. 아마, 그들은 영화의 배경이 되는 시대보다 한참 뒤에 태어난 세대일 것이었다. [관련 글 : 한 고교생의 기억에 박힌 총격전, 그리고 영화 ] 지난달 22일 개봉했으니, 열흘째인데도 은 여전히 폭풍 진격 중이다. 소재나 배경에 대해서도 알려질 만큼 알려진 작품인데도 워낙 화제를 몰고 온 영화인지라 객석은 연일 차서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누적 관객 수는 400만을 가볍게 넘었다 .. 2023. 12. 6.
한 고교생의 기억에 박힌 총격전, 그리고 영화 <서울의 봄> 42년 전의 기억으로 이어진 인연, 영화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전두환과 신군부의 ‘12·12 군사반란’을 스크린으로 옮긴 영화 이 화제를 몰아오면서 바야흐로 폭풍 진격 중이다. 은 개봉 4일 만에 100만, 6일 만에 200만, 열흘 만에 300만 동원했고, 14일 만에 마침내 5백만을 넘겼다. 영화 의 폭풍 진격 관련 보도를 따라오면서 나는 이 영화를 여느 영화처럼 무심히 지나치지 못했다. 영화의 배경인 ‘12·12 군사반란’은 40년도 전, ‘제대 말년’을 누리고 있던 내가 간접적으로 겪은 사건이었고, 그걸 소재로 한 글 몇 편을 블로그에 썼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12.12. 군사반란은 무명의 병사였던 내가 처음으로 지나온 우리 현대사의.. 2023. 12. 2.
<반짝반짝 빛나는>, ‘피의 비밀’과 ‘인생 역전’ 드라마 ‘피의 비밀’을 다룬 이야기의 ‘원조’라면 단연 ‘오이디푸스 신화’다. 스스로 부왕 라이오스를 죽이고 어머니 이오카스테와 결혼하여 두 아들과 두 딸을 낳은 오이디푸스 이야기는 ‘근친결혼’과 ‘운명’에 대한 가장 비극적인 서사다. 자신에게 내려진 ‘저주의 신탁(神託)’이 실현되었음을 안 오이디푸스는 자기 눈을 찔러 소경이 되어 고행과 유랑의 삶을 선택한다. 그것이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능멸한 인간 오이디푸스의 참회 방식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신화다. 어차피 비극적 결말을 예비하고 있었던 이야기라는 말이다. 안방극장의 ‘신화’, ‘피의 비밀’ 우리 안방극장에서 맹위를 떨치는 ‘피의 비밀’은 어떨까. 글쎄, 드라마를 줄줄이 꿰고 있는 형편이 아니어서 단정해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대체로 드라마의 .. 2022. 5. 10.
별은 혼자서 빛나지 않는다 이준익 감독의 (2006) 얼마만인가. 그야말로 ‘삼대 구년만’에 영화를 한 편 보았다. 인근의 복합상영관에는 5편의 영화가 상영 중이었다. 딸아이는 최동훈 감독의 를, 나는 이준익 감독의 를 선택했다. 딸애가 순순히 응한 것은 그게 순서의 문제였던 까닭이다. 어떤 순서든 간에 두 편의 영화는 우리의 감상목록에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오랜만의 영화 구경이었다. 봐야지, 봐야지 하면서 나는 는 물론 도 놓쳐 버렸다. 예전 같으면 어림없는 일이다. 작정한 영화는 반드시 보았고, 부득이 놓쳤을 때엔 비디오 출시를 기다려서 원수를 갚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는 영화 한 편 보자고 애면글면하는 맘이 당최 일어나지 않는 것이었다. “나중에 보지, 뭐.”가 그예 때를 놓치면 “까짓것, 못 보면 그뿐이지.”.. 2022. 4. 26.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이 환기한 ‘불편한 진실’ 삼성과 싸우는 반도체 노동자와 그 가족들 지난주 토요일 10시 반께, 나는 아내와 함께 메가박스 3관의 마지막에서 두 번째 줄 의자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상영관 축소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을 관람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동료의 조언대로 일반 상영시간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조조 시간을 예약했다. 영화는 염려했던 것과는 달리 지역에선 유일하게 이 복합상영관 한 군데에서만 개봉되었다. 삼성전자 후문에 있는 메가박스 구미 강동점에서의 개봉 여부도 지역 영화 팬들의 관심사였지만, 이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나마 시내에서 이 영화를 볼 수 있다는 데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입장이 시작될 때까지 3관 앞은 비교적 한산했다. 뜻밖에 젊은 여성들과, 연인들이 여러 쌍 보여서 아내와 나는 머리를 잠깐 갸웃거렸다. 뒷자리.. 2022. 2. 11.
<황해>의 ‘극사실주의’와 ‘폭력’ [리뷰] 나흥진 감독의 (2010) 도시 저편에 새로 생긴 복합상영관에서 집의 아이들과 함께 영화 를 보았다. 영화에 관한 한 충분히 까다로운 아이들이 서슴없이 따라나선 것은 같은 감독의 2008년 작품 덕분이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이태 전, 나홍진 감독의 를 본 것은 도시 이편의 복합상영관에서였다. 온 가족이 함께였는데 정작 아내는 끔찍하다며 진저리를 쳤다. ‘끔찍하다’는데 동의하면서도 나는 영화의 완성도에 끌렸던 것 같다. 영화 전편에 ‘폭력’이 낭자했지만, 그것은 관객들을 설득하고도 남는 것이었다. 의 감독과 배우들, 다시 만나다 는 같은 감독이 의 두 배우(김윤석과 하정우)와 함께 만든 영화다. 의 계보를 훌륭하게 잇는 스릴러 액션 영화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아내는 동행을 거절했다. 끔찍한 .. 2022. 1. 6.
배우들, 그 ‘부침(浮沈)’과 ‘노화’ 을 가르치며 그 삶의 대역, 배우를 생각한다 가끔 소설 작품을 공부하고 나서 아이들에게 ‘작품을 각색해 영화로 만들 때 주인공 역을 맡을 배우’를 ‘캐스팅(casting)’해 보자고 이야기하곤 한다. 잠깐 우리가 제작자나 감독이 되어 봄으로써 인물뿐만 아니라 작품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보다 그게 쉽지는 않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알고 있는 배우가 그리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조연급 연기자들에 대한 관점이 아직 성숙해 있지 않아서다. 즉 아이들은 주연급 배우들을 중심으로 영화를 바라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면서 조연을 흘낏대기보다는 빛나는 주인공의 자리에 자신을 놓아보는 건 사춘기 아이들에게 주어진 특권일지도 모른다. ‘삼포 가는 길’의 배우들 황석영의 ‘삼.. 2021. 12. 16.
<페스티발>, 그러나 그리 흥겹지 않은 세 쌍의 남녀와 한 남자 이야기 요즘 나는 통 영화를 보지 않는다. 2009년 벽두에 대구의 동성아트홀에서 와 을 본 게 고작이다. 올해는 얼마 전에 안동의 중앙시네마에서 본 가 다다. 시골이지만 복합상영관이 두 군데나 들어서고 예술영화 전용관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극장에 가는 일이 드물어진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영화를 챙길 만한 ‘여유’를 갖지 못하고 있다는 게 이유일 수 있겠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역시 나이 들면서 영화에 관한 관심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에 있다. 전교조 활동에 묻혀 지내면서도 비디오로나마 주당 한두 편의 영화를 꾸준히 즐길 정도였는데 어느 날인가부터 나는 비디오 가게에 발을 끊었다. 영화를 즐긴다는 것은 소설을 즐긴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영화든 소설이든 그것이 드러내는 것은 인간.. 2021. 11. 24.
다큐멘터리 영화 <서해로 흐른다> 북한을 새로이 조명한 다큐 영화 다큐멘터리 영화 가 상영된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은 것은 상영일 하루 전이다. 장소는 중앙시네마. 나는 시내 중심가 어디쯤 예술영화 전용관으로 지정된 영화관이 있다는 것만 알았다. 이 다큐 영화가 쌍용자동차 노동자 투쟁을 다룬 를 만든 서세진 감독의 영화라는 전언도 붙어 있었지만, 정작 나는 그 영화를 보지 못했다. 안동에 ‘예술영화 전용관’이 있다? 소식이 늦어서 나는 영화 전단도 보지 못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이 작품이 6·15 남북공동선언 10주년 기념작이라는 것과 유튜브에 올라 있는, 2분 남짓한 공식 예고편(☞ 바로 가기)을 보았을 뿐이었다. 서둘러 퇴근해 저녁밥을 먹고 나는 곧장 영화관으로 달려갔다. 중앙시네마는 유명 피자가게가 들어 있는 시내 중심가 빌딩의 .. 2021. 11. 18.
‘TV 롤러코스터’로 보는 ‘남녀탐구생활 ’ tvN의 코미디 쇼 “재밌는 TV 롤러코스터” ‘남녀탐구생활’ 유선방송을 보고 있지만, 케이블 TV를 시청하는 일은 많지 않다. YTN 같은 뉴스 채널과 몇몇 영화 채널, 그리고 스포츠 채널 정도를 섭렵하는 게 고작이다. 나는 시청자를 꾀기 위해 도발적인 내용을 여과 없이 내보내는 일부 채널은 아예 선호 채널에서 제외해 버렸기 때문이다. 지난 한가위, 성묘를 마치고 처가를 다녀온 후, 아이들과 TV를 보다가 한 프로그램에 잠깐 빠져 버렸다. 그것은 케이블 채널인 tvN의 코미디 쇼 “재밌는 TV 롤러코스터”(이하 ‘롤코’, 본방송 : 토요일 오후 11시 방송, 재방송 : 화요일 17:00, 수요일 10:00)의 한 꼭지인 ‘남녀탐구생활’이다. 그게 언제부터 방송된 프로그램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 2021. 10.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