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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드라마와 영화 이야기 20

왜 이 뻔한 노부부 이야기에 젊은 관객 몰릴까 [리뷰] 다큐 영화 * 이 기사에는 영화의 주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지난 토요일, 아내와 함께 영화 를 보러 갔다. 오후 첫 상영이어서인가, 복합상영관 앞은 한산했다. 상영관 앞에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은 우리 내외 외에 40대 부부 두어 쌍, 그리고 20대 남녀 몇 명이었다. 나는 그 젊은 연인들을 건너다보며 머리를 갸웃했다. 2주 후, 뉴스는 이 영화가 3백만의 관객을 불러 모으면서 역대 다큐멘터리 흥행 1위에 올랐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영화의 돌풍을 전하면서 매체들은 저마다 그 원인을 분석하기 바쁘다. 하긴 그렇다. 공중파에서도 몇 차례 방송되었다는 이 노부부 이야기는 그리 새로울 게 없다. 극적 반전은커녕 중심 서사조차도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영화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남녀노소 구분 .. 2021. 4. 21.
소와 아버지에게 바치는 <워낭소리> 아내와 함께 대구 동성아트홀에서 상영하고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 를 보고 왔다. 지난해 3월 를 본 이후 거의 1년 만이다. 이 도시에는 다큐멘터리 상영관도 없고 괜찮은 예술영화 따위도 들어오지 않는다. 챙기지 않으면 못 보겠다 싶어서 서둘러 나는 난생처음으로 인터파크에서 표를 예매했고 부리나케 대구를 다녀온 것이다. 대충 위치가 거기쯤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거의 10년 만에 찾은 도심은 낯설었다. 영화관은 도심의 한 빌딩 3층이었다.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서 아내는 ‘불나면 큰일 나겠다’고 중얼거렸다. 워낙 화제가 되어서인가, 200여 석의 자리가 관람객으로 꽉 찼다. 자리는 좁고 불편했지만, 관객들은 숨을 죽이고 화면을 바라보았다. 낡고 오래된 상영관이어서였을까. 영화의 타이틀 백이 오르면서 등.. 2021. 4. 14.
<낮술>, 그래 인생은 그런 거야, 어쩔래? 어제 오후에 동성아트홀에서 을 보았다. 그 전날 친구들과 오래 ‘밤술’을 마셨고, 모텔에 든 건 새벽이었다. 숙취가 가시기 시작할 무렵인 오후 2시께에 나는 대구의 예술영화 전용관인 ‘동성아트홀’의 좁고 불편한 의자에 앉아 있었다. 이 ‘불편’은 일반 상영관에선 올리지 않는 ‘돈 안 되는 영화’를 보기 위해서 치러야 하는 일종의 ‘통과의례’인지 모른다. 200석 규모의 소극장에 관객은 3~40명 선. 안경을 가져오지 않아서 비교적 앞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상영 115분 동안, 나는 나른하게 가라앉는 몸과 싸우며 뒤편 관객들의 반응을 아주 민감하게 살피고 있었다. 대부분 2, 30대인 관객들은 서둘러 실소했고, 더러는 폭소를 터뜨렸다. 그들은 나와 마찬가지로 언제든 재미있는 장면만 나오면 얼마든지 웃을 준.. 2021. 3. 28.
정말 이 영화로 지난 5년을 ‘정산’할 수 있을까 김재환 감독의 신작 마침내 MB가 주연한 영화가 개봉되었다. 들머리에 박힌 주연배우의 이름을 보고 긴가민가하던 관객들도 65분짜리 이 복합장르(?)의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굳이 엔딩 크레디트에 올라오는 ‘기획·주연=모조리 MB’라는 안내를 보지 않더라도 말이다. 를 만든 김재환 감독의 신작 은 감독 스스로 밝혔듯 ‘코믹 호러’ 영화다. “2007년에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했던 말(공약)을 지금 들으면 코미디로 느껴지고, 지난 5년을 겪은 사람들에게 영화 속 ‘엠비’의 표정·음성들이 공포(호러)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출연진은 호화롭다. MB가 주연인 대신, 정동영과 이회창은 ‘조연’이고 허경영은 ‘찬조 출연’, 김제동이 ‘특별출연’했다. 물론 이 영화는 다큐.. 2020. 10. 21.
VOD로 만나는 ‘꽃보다 할배’들의 젊은 시절 문학 교과서에서 ‘삼포 가는 길’을 가르칠 차례다. 아이들에게 교과서에 생략된 원문을 인쇄해 나눠주고 수업을 준비하면서 영화 (1975)의 자료 사진을 찾아 나섰다. 30년이 훌쩍 지난 탓인지 마땅한 자료가 눈에 띄지 않았다. 겨우 몇 장의 스틸컷과 아랫부분이 잘린 포스터를 갈무리할 수 있었다. 주초에 두 개 반은 그거로 수업을 했다. 스틸컷에 나온 낯익은 배우들은 아이들에겐 낯설기 짝이 없다. 그나마 주인공 영달 역의 ‘백일섭’은 안면이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머리를 갸우뚱한다. 분명 칼라 영화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왜 스틸컷은 흑백밖에 남지 않았는지도 의문이다. 어저께 기사를 통해 한국영상자료원(http://www.koreafilm.or.kr/)이 9, 10월 두 달 동안 최근 인기를.. 2020. 9. 14.
<부당거래>, 영화와 ‘현실’ 사이 영화가 환기해 주는 씁쓸한 ‘현실’ ‘허구를 압도하는 현실’이란 명제가 공공연히 사람 입에 오르내린 게 언제부터일까. 이전 시대만 하더라도 소설이나 영화와 같은 허구의 세계를 통해서 사람들은 ‘일탈의 현실’을 유추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현실은 허구의 상상력을 간단히 넘어버렸다. 공공연한 사실이라는 점을 이해하면서도 그걸 구태여 확인하는 것은 그리 유쾌한 일이 못 된다. 그런 끔찍한 현실을 굳이 곧이곧대로 들여다보아야 하는 상황을 만나는 것도 마찬가지다. 류승완 감독의 영화 를 보면서 내내 마음이 불편했던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다. 영화가 그리고 있는 연쇄살인 사건, 경찰·검찰과 스폰서 간의 유착과 기업의 입찰 비리 따위는 매우 낯익은 것이다. 모두가 우리의 기시감을 유발하는 데 과부족이 없다. 그러나.. 2020. 8. 12.
우리 아이들이 본 다큐 영화 <우리 학교> 는 김명준 감독이 홋카이도 조선 초중고급학교의 교원, 학생들과 함께 3년여 시간을 함께 보내며 그들의 일상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다. 이 영화는 해방 후 재일 조선인들에 의해 세워진 조선학교의 역사와 그 현재에 관한 이야기며, 타국 땅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면서도 자기 민족 정체성을 확인하고 지키려는 민족 구성원들의 이야기이다. 지난 5월 18일부터 지역의 한 대학 강당에서 DVD로 가 상영되었다. 이틀 동안 2회 상영된 이 영화를 본 이들은 약 6백여 명, 그중 100여 명이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이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이 영화를 감상하는 것이 세계 인식의 폭을 넓히는 매우 좋은 기회임을 역설했고 아이들은 이른바 나의 ‘강추’를 받아들였던 듯하다. 금요일 밤의 첫 회 상영에 우리 아이들이 다수 참여할 .. 2020. 5. 28.
<도가니> , 야만의 세상, 혹은 성찰 며칠 전, 인근 복합상영관에서 요즘 한참 ‘뜨고’ 있는 영화 를 보았다. 그러려니 했지만, 시작 시각을 기다리는 내내 영화관 앞은 사람들로 꽤 붐볐다. 예상을 웃도는 열기에 딸애와 나는 마주 보며 정말, 동의의 눈짓을 나누었다. 거기서 영화를 보러 온 지인을 두 사람이나 만났으니 가히 ‘도가니’의 열기는 뜨겁다고 할 수밖에 없다. 관객이 많을 수밖에 없는 시간대(밤 8시)이긴 했지만 168석의 자리를 거의 채운 채 영화는 시작되었다. 선입견 때문이었을까. 관객들은 숨을 죽이고 화면에 몰입하는 것처럼 보였다. 관객으로 가득 찬 실내는 금방 후덥지근해져서 우리는 겉옷을 벗어야 했다. “안동에 오고 처음이네” “ 때도 아마 이 정도는 들어왔을걸요?” 영화가 ‘뜨고 있다’면 당연히 이유가 있다. 개봉한 지 일주.. 2020. 1. 22.
<다이빙벨>, 나는 진실을 보았다고 믿는다 [리뷰] 이상호·안해룡의 , ‘거대한 벽’과 ‘압도적 진실’ 사이 ‘다이빙벨(diving bell, 잠수종)은 바다 깊이 잠수하는 데 사용하는 단단한 챔버(chamber, 방)’다. 이 장비는 수중으로 내려갈 때 소수의 다이버들이 기지로 사용하거나 이동할 때 이용한다. (이상 ) 다이빙벨은 잠수사들이 물 밖으로 나오지 않고도 오랜 시간 수중 작업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단순한 원리의 수중 구조 장비가 뉴스의 초점으로 떠오르게 된 것은 전적으로 세월호 참사로 말미암은 것이었다. 골든타임 72시간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만 보다가 304명의 승객을 수장시킨 여객선 침몰사고의 실종자 구조에 다이빙벨이 가장 유용한 장비로 여론의 주목을 받은 것이다. ‘다이빙벨’로 드러난 ‘사실’과 ‘진실’ 4월 2.. 2020. 1. 17.
<카트>, 공감 이후 서로 다른 계급, 계층의 삶을 이해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상류 계급의 삶과 그 양식에 대해서는 알 만큼은 안다. 자신의 삶과는 무관할뿐더러 허상에 그치긴 하지만 그걸 마치 손바닥 들여다보듯 아는 것은 텔레비전 화면에서 날마다 그들의 삶을 시시콜콜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류계층이 허상이나마 상류 계급의 삶을 이해하는 것과는 달리 가난한 사람들의 삶에 대한 부자들의 이해는 지극히 단편적이고 피상적이다. 가난한 이들에겐 부자들의 삶이 동경의 대상이지만 그 역의 경우는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학교 짝꿍이었던 부잣집 아들로부터 ‘돈이 왜 없느냐’는 반문을 받고 말문을 잃었던 기억이 생생한데, 이런 상황은 서양에서도 예외는 아닌 모양이다. 흔히 인용되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반문 “왜 과.. 2020. 1. 6.
반 아이들과 함께 영화 <울지 마, 톤즈>를 보다 지난 금요일 오후, 시내 예술전용관에서 우리 반 아이들과 함께 ‘맞춤 영화’ 를 보았다. 이 영화가 ‘맞춤 영화’인 것은 내가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특별히 청한 영화인 까닭이다. 학년 말이었고 피자나 찜닭으로 1년을 마무리하는 것보다 영화를 한 편 보는 게 훨씬 나으리라고 나는 생각한 것이다. 학급 마무리를 고 이태석 신부와 함께 마지막 시험이 끝나는 날이었고, 관람료가 반액으로 할인되었으므로 나는 더 많은 아이가 이 영화를 보러 오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최종 확인한 관람객은 모두 48명. 우리 반 아이들 28명 외에 이 영화를 함께 본 이는 동료 교사 다섯을 포함 스무 명 남짓. 이는 몇 해 전, 독립영화 를 본 아이들 100여 명의 꼭 반에 그치는 숫자다. 나는 아이.. 2019. 11. 23.
“사장님, 이거 말고 딴 영화 틀어주세요” 경북 안동의 ‘예술영화 전용관’ 중앙씨네마… 144석 규모의 맞춤형 서비스 ‘인구 16만의 소도시 안동에는 예술영화 전용관이 없다’라고 하면 아무도 그걸 심각하게 여기지 않을 터이다. 그러나 ‘소도시 안동에도 예술영화 전용관이 있다’라고 하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그건 사람들 대부분한테서 ‘정말?’ 또는 ‘설마?’ 같은 단말마 성(?)의 경악을 끌어내기 때문이다. 그것도 그럴 만하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영화진흥위원회(그 말 많던 위원장은 최근 해임되었다. 그는 ‘좌파’들의 수중에 떨어진 영화판을 구하기 위해 권력이 파견한 ‘백기사’였지만 단 14개월 만에 ‘흑기사’라는 사실이 드러나 버렸다)에서 지원하는 ‘예술영화 전용관’에 선정된 영화관은 2009년에 전국에서 겨우 10개 영화관뿐이었기 때문이다. .. 2019. 11.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