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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가지28

[2024 텃밭 농사] ⑧ 가을 옥수수, 절반의 수확 병충해를 입긴 했어도, 그만하면 옥수수는 “제 구실 했다”*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감자를 캔 새 밭에 뭘 심을까 고민하다가 들깨를 심고, 가장자리에 가을 옥수수를 심은 게 7월 11일이다. 묵은 밭 가장자리에도 옥수수를 심었다. 모종도 아니고 씨앗을 심으면서 솔직히 말하면 이게 정말 싹을 틀까 싶은 마음이 더 컸다. [관련 글 : 긴가민가하면서 가을 옥수수를 심다] 싹이나 틀까, 의심한 임자에게 존재를 증명한 우리 옥수수 그런데 7월 20일 밭에 들르니 가을 옥수수는 싹을 틔웠고, 나는 속으로 내 의심병을 뉘우쳤다. 밭 임자는 의심스러워했지만, 씨앗은 흙과 햇볕, 그리고 실낱같은 수분에 의지해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한 것이다. 다시 보름여 만인 8.. 2024. 9. 23.
[2024 텃밭 농사] ④ 잘 자라지 않는 고추·가지, ‘모종’ 아니라 ‘가물 탓’이다 작물의 성장 필수 조건은 ‘물과 햇빛, 온도’다*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텃밭을 다녀올 때마다, 올해 고추와 가지는 왜 저 모양이냐고 지청구를 해댔다. 고추는 쑥쑥 키가 자라 줄기가 여물어 가면서 이내 굵다란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지도, 가지도 제대로 한번 돌아보지 않아도 갈 때마다 거의 아이들 팔뚝만 한 열매를 맺지도 않았다.  지청구를 들으며 자라는 우리 고추와 가지 4월 중순에 고추와 가지 모종을 심었는데도 이놈들은 시난고난 하면서 제대로 자라지를 않아서 임자 속을 썩였고, 그러다 보니 모종이 시원찮아서 그런 게 아니냐고 우리는 동네의 모종 집을 은근히 헐뜯었다. 해마다 이웃 김천 아포의 육묘장에서 모종을 사 왔는데, 올해는 몇 포기 안 된다고.. 2024. 7. 1.
[2024 텃밭 농사] ③ 잘 거두지 않아도 ‘감자’는 제대로 자랐다 감자 캐기, 농사가 주는 최고의 선물은 ‘수확’이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정확히, 지난 3월 15일에 선산 오일장에서 사 온 씨감자를 심었었다. 해마다 고만고만하게 짓는 텃밭 농사가 품만 들고, 병충해의 습격으로 거덜이 나는 걸 더는 겪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버려두려고 하다가 어쩐지 땅을 묵히는 게 거시기해서였을 것이다. [관련 글 : ① 다시 텃밭을 일구며] 감자를 심은 건 따로 신경을 쓰지 않아도 석 달 뒤엔 얼마간의 수확을 보장해 줄 듯해서였다. 정확히 90일이 된 게 지난 15일이다. 아내는 마지막으로 감자가 알이 굵어지게 한 열흘쯤 뒤에 캐자고 하더니, 장마가 온다는 소식을 듣더니 오늘 아침 득달같이 텃밭으로 향했다.  5천 원어치.. 2024. 6. 17.
[2024 텃밭 농사] ① 다시 텃밭을 일구며 한 달  전 심은 감자 싹이 텄고, 새로 고추·가지·호박을 심다*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애당초, 아내와 난 올 농사는 생각도 말자고 약속했었다. 무엇보다도 병충해와 싸우는 일, 이를테면 병들어 시들고 타들어 가는 작물을 바라보는 게 너무 힘이 들어서였다. 소꿉장난 같은 농사라도 그걸 따지는 게 무리이긴 하지만, 들인 비용으로 사 먹는 게 백번 낫다는 걸 거듭 확인하면서였다.  그러나 해가 바뀌고 농사철이 다가오자, 아내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텃밭은 어떻게 해, 놀리나? 하긴 그렇다. 비록 열 평도 되지 않는 공간이지만, 무언가 씨라도 뿌려놓지 않으면 풀만 자욱해질 것이다. 나는 파종만 해 놓고 버려둘 수 있는 작물 몇을 떠올리다가 지지난해처.. 2024. 4. 18.
[2023 텃밭 농사] ⑮ 첫 홍고추를 따다 홍고추, 비록 한 줌이지만 첫 수확을 하다*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고추가 익어가면서 병충해로 떨어지고 벌레 먹은 고추가 늘어나자, 방제에 대한 아내의 조바심도 커졌다. 일주일에 한 번쯤의 방제가 사나흘 간격으로 줄어든 건 그 때문이다. 어차피 우리가 먹을 고추고, 비가 워낙 잦으니 일정한 시간만 지나면 약제는 씻기니까 괜찮다고는 하지만, 사흘돌이로 약을 치면서 기분은 썩 개운하지 않다. 그간 텃밭에 들를 때마다 한 바가지씩 벌레 먹은 고추를 따내면서 속상해하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약이 병충해에 효과가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도 그걸 멈추지 못하니 개운한 마음은 한층 더 멀어진다. 지난 금요일에 이어 오늘도 밭에 들러 약을 쳤다. 그나마 지난번 방제.. 2023. 7. 28.
[2023 텃밭 농사] ⑭ 반환점을 돈 올 농사, 문제는 ‘고추 농사’다 가지·호박 수확은 생광스러워도, 해충과 맞서야 하는 ‘고추 농사는 힘겹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7월이니 올 텃밭 농사는 이미 반환점을 돌았다. 마늘은 수확을 마쳤고, 가지, 호박, 박, 오이, 토마토 등은 익는 대로 따 먹는 중이고, 뒤늦게 파종한 대파와 들깨는 그만그만한 속도로 자라고 있다. 7월 10일과 7월 15일, 두 차례에 걸쳐서 텃밭에 다녀왔다. 오이는 이미 열대여섯 개, 호박도 적지 않게 따서 먹었다. 사진을 못 찍었지만, 제법 큰 박도 하나 따서 나물로 볶아먹었다. 방울토마토는 한 번 따긴 했는데, 설익어 먹기에는 마땅찮았다. 토마토는 제법 주먹보다 크게 자라긴 했는데, 도무지 익지 않는 것 같아서 산책길에 텃밭 농부에게 물.. 2023. 7. 18.
[2023 텃밭 농사] ⑬ 올해는 ‘호박 농사’ 조짐이 좋다 한 포기 심은 호박, 열 몫을 하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지난 24일, 닷새 만에 다시 텃밭을 찾았다. 요즘은 비가 잦아서 오래 텃밭을 찾지 않으면 오이와 가지, 호박을 딸 시기를 놓칠 수 있어서 자연 마음이 바빠지게 된다. 지난해엔 딸 시기를 놓쳐서 버린 호박이 적잖았다. 어차피 늙은 호박으로 길러서 쓸 일은 없어서, 애호박 시기를 넘겨서 웃자란 호박은 쓸모가 없는 것이다. 마늘, 건조를 마치고 먼저 창고 기둥에 가로지른 쇠 파이프에다 걸어둔 마늘을 벗겼다. 양도 얼마 안 되고, 그리 씨알이 굵지도 않지만, 쇠를 채운다고는 해도 빈집에 놔두는 게 탐탁지 않았다. “요새 농촌도 도둑님 많으니 조심”하라는 의성 친구의 충고도 유념한 것이다. .. 2023. 6. 28.
[2023 텃밭 농사] ➇ 마늘 방제, 고추와 가지, 오이 등을 심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마늘 방제(5월 2일) ‘잎마름병’을 의심한 마늘의 증상을 가지고 농협 자재판매소에 가서 물어보니 확실하지 않다. 직원은 어딘가에 전화해 물어보고, 현장에 있던 농부도 거들었다. 잎 마름 말고도 뿌리가 제대로 자라지 않는 증상도 보였는데, 원인 진단도 과습 때문이라는 의견과 가물어서 그런 거 아니냐는 의견이 갈렸다. 그러나 어쨌든 생육 조건이 좋지 않아서라는 데는 의견이 일치했다. 결국 관련 약제 두 개를 사 와 섞어서 마늘밭에 뿌렸다. 이래서 안 된다고 성화를 부리던 아내도 지쳤는지, 5월 한 달 안에 되든 안 되든 결판이 날 거라고 말했다. 그렇다. 수확이 6월이니 이번 한 달 안에 마지막 성장이 이루어질 거였다. .. 2023. 5. 3.
[2022 텃밭 농사 ⑤] 고구마와 땅콩 수확, 올 농사는 이제 ‘파장’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지난 8일에 이어 오늘은 고구마와 땅콩을 수확하려고 텃밭에 들렀다. 지난번 시험 삼아 수확한 고구마와 땅콩은 한가위에 고구마전으로, 그리고 땅콩 밥으로 식구들에게 선을 보였다. 다락같이 오른 한가위 물가가 아니더라도 이 텃밭 농사가 생광스럽게 여겨지는 대목이다. 그야말로 손바닥만 한 땅에 심은 스무 포기 미만의 미니 농사지만, 뜻밖에 고구마 덤불을 걷어내는 게 꽤 힘이 들었다. 워낙 얼기설기 뻗어나가 걷어내는 게 쉽지 않았다. 땅콩은 그냥 줄기를 쥐고 당기면 간단히 뽑혀서 쉬웠다. 금방 해치울 수 있으리라 여겼지만, 좋이 1시간이 넘게 걸렸다. 고구마는 일일이 호미로 파서 숨은 고구마를 찾아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은 것.. 2022. 9. 18.
[2022 텃밭 농사 ④] 땅은 늘 ‘들인 땀만큼 돌려준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텃밭 농사 세 번째 이야기를 쓰고 두 달이 훌쩍 흘렀다. 우리 내외는 한 주나 열흘에 한 번쯤 텃밭을 들러 가지나 풋고추, 가물에 콩 나듯 하는 호박을 따 갔을 뿐, 편안하게 잘 지냈다. 고추 농사를 그만두고 풋고추나 따 먹자며 고추 서너 그루만 심은 덕분이다. 소꿉장난 같은 농사긴 하여도, 우리의 고추 농사 이력은 10년이 넘는다. 그런데도 해마다 농사를 지으며 쑥쑥 자라나는 고추를 기뻐하고 병충해에 상심하면서 익은 고추를 따 그걸 말리고 하는 과정이 만만찮았다. 그러나 병충해와 싸우며 스무 근 넘게 고춧가루를 수확한 지난 이태가 우리 고추 농사의 전성기였다. 그래서 한 해쯤 쉬어가는 해로 올해를 시작한 것이었다. 한.. 2022. 9. 8.
[2022 텃밭 농사 ①] 고추 농사는 쉬고, 가볍게 시작했지만… 올해는 고추 농사를 쉬어가기로 했다. 지난해엔 고춧가루 22근을 수확하면서 이태째 농사지은 보람을 만끽했다. 그러나 그런 결과를 거두기까지 우리 내외가 감당해야 했던 수고가 만만찮았다. 무엇보다 다시 병충해와 싸울 엄두가 나지 않았고, 시시때때로 소환되는 밭일로 나는 일상이 흐트러짐을 감수해야 했기 때문이다. [관련 글 : 고추 농사, 스무 근 수확 이루고 접었다] 결론은 일찌감치 1년을 쉬어가는 것으로 정리됐다. 아내는 고구마나 땅콩을 심어서 그거나 거두고 그밖에는 식탁에 오를 만한 채소 몇 가지나 가꾸자고 했다. 올해에 따로 3월 전에 미리 거름을 뿌리지 않고 있다가 뒤늦게 4월께에 퇴비 두 포를 사서 텃밭에 대충 뿌려둔 것은 그래서였다. 지난해 수확을 끝내고 버려둔 텃밭에 시금치를 심어놓고 지난겨울.. 2022. 5. 21.
텃밭을 걷으며 버려진 밭에서 자란 마지막 열매를 거두다 텃밭 이야기를 한 게 지난 7월 초순이다. 게으름을 피우며 간신히 밭을 가꾸어 가면서도 그 손바닥만 한 텃밭이 우리에게 주는 게 어찌 고추나 가지 열매에 그치겠냐고 방정깨나 떨었다. 그게 빌미가 되었던가 보았다.[관련 글 : 텃밭 농사, 그걸 기름값으로 환산할 순 없다] 날씨는 끔찍하게 더웠고, 움직이는 게 힘겹던 시기여서 잔뜩 게으름을 피우다가 보름쯤 뒤에 들렀더니 텃밭 작물들은 거의 빈사 상태였다. 고추도 가지도 바짝 말라 쪼그라들고 있었으므로 아내는 탈기를 했다. “그렇게 나 몰라라 하고 내던져 뒀는데 무슨 농사가 되겠우? 올핸 글렀으니 내년에 어째 보든지…….” 물 구경을 못 한 고추는 자라다 만데다 병충해까지 꾀었다. 익은 것과 성한 것들만 따서 거두어 .. 2021. 9.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