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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풍경146

2025년 봄, 살구꽃과 하얀 목련 조금 늦어진 나의 ‘꽃 삼월’*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꽃이 피기 시작하니 순식간이다. 며칠 전 시내를 벗어나 선산 쪽으로 가다가 화사하게 활짝 핀 꽃나무를 보고 후배가 벚꽃이냐고 물었었다. 나는 벚꽃은 아직 아니지, 대구라면 몰라도, 매화 아니냐고 되물었다. 매화라고 보기엔 훨씬 꽃이 풍성했지만, 시기로는 매화일 거로 본 거였다. 아파트 어린이 놀이터의 살구꽃 다음 날, 아침 집을 나서다가 아파트 어린이 놀이터 주변 정원에 화사하게 핀 꽃나무가 한눈에 들어왔다. 살구다. 지난해엔 꽃이 핀 걸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야 시드는 꽃을 구경해야 했던 꽃이다. 아, 맞다. 어제 후배와 본 그 꽃나무가 살구나무였을 수도 있겠구나, 하고 나는 무릎을 쳤다. 매.. 2025. 3. 30.
2025, 봄꽃의 봄 [사진] 아직 이른 산수유와 매화 꽃 소식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지난겨울은 추웠다고 하면, 사람들은 저마다의 기억과 경험에 따라 긍정하기도 하고, 부정하기도 할 것이다. 추웠다와 춥지 않았다를 가를 만한 기준이 없는 까닭이다. 그러나 평균 온도 비교보다 더 직접적인 인식은 몸이 기억하는 정도다. 그게 실제 현실과 다소 거리가 있다 하더라도 춥다고 느꼈다면 그 겨울은 추운 겨울이 될 수밖에 없다. 나는 객관적 수치 이전에 지난겨울은 적당히 추워서 겨울 같은 겨울이었다고 생각한다. 맨발 걷기를 멈춘 날이 7일이 넘었는데, 그건 대체로 낮 최고 온도가 영상 5도 미만이었다고 여기면 된다. 얼마 전에 만난 친구는 추웠다기보다 ‘긴 겨울’로 지난겨울을.. 2025. 3. 15.
2024 겨울에서 2025 봄까지 [사진] 눈과 산수유, 그리고 올 첫 참외*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언제부턴가 겨울에는 사진기를 들고 나들이하는 경우가 드물어졌다. 아니, 겨울에는 굳이 명승지를 찾지 않아서라고 해도 되겠다. 나이 들수록 겨울의 음습한 풍경에 마음이 가지 않았던 까닭이다. 가능하면 곱고, 따뜻하고, 편안한 풍경을 원하게 된 건 전적으로 나이 탓이다.  구미에는 비도 잦다고 할 수 없지만, 눈은 정말 드물다. 간간이 뿌리긴 해도 그게 다다. 좀 쌓였나 싶어서 나가면 영상의 기온에 다 녹아 버리고 말기 십상이다. 내 기억에 사진을 찍을 만한 강설은 구미로 옮겨온 2012년 3월의 눈밖에 없다.  그리고 13년짼데, 당연히 내 컴퓨터의 사진 폴더에는 눈 풍경이 거의 없.. 2025. 3. 3.
다가오는 ‘봄 기척’을 엿보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격년으로 하는 10월의 건강 검진 결과를 나는 내 ‘건강 이력’의 위기로 받아들였다. 여러 지표는 그 전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공복혈당장애를 의심하게 한 혈당 수치가 문제였다. ‘100mg/dl 이하’라야 하는 공복 혈당 수치가 100을 상회한 것이었다. 단골 병원의 담당 의사는 운동을 꾸준히 하고, 과일 등 당류의 섭취를 줄이라고 권고했다. 지난해 12월부터 매일 걷기를 시작했다. 한 달이나 운동을 늦춘 것은 그간 무릎이 아파서 운동을 시작할 엄두를 못 내서였다. 12월 한 달 중 다른 일로 빼먹은 날은 나흘뿐이었고 1월엔 설날이 끼어 있었지만 빼먹은 날이 사흘에 그쳤다. 실외 활동이 어려운 날은 집에서 자전거를 한 .. 2025. 2. 25.
이토록 비현실적인 ‘단풍 터널’, 딱 이번 주까지입니다 [사진]  혼자 보기 아까운 팔공산 단풍길 풍경* 사진을 누르면(클릭) 더 큰 사진으로 볼 수 있음.늦가을 단풍 찾기는 2019년에 내장산에서 정점을 찍었다. 퇴직 이후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즐기는 ‘탐승(探勝)’의 시간으로 내장산 단풍은 가슴이 뻐근해지는 감동이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데도 올해 아내의 지인은 두 번이나 내장산을 찾았다가 차를 대지 못해 되돌아왔다고 하니, 새벽에 길을 나선 2019년의 선택이 새삼 흐뭇하게 되짚어지지 않을 수 없다.(관련 기사 : 늦지 않았다, 때를 지난 단풍조차 아름다우므로) 화요일 점심때가 겨워서 집을 나선 것은 굳이 어딜 가겠다는 마련이 있어서는 아니었다. 나는 가산(901m)과 팔공산(1,192m) 사이에 있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한티재.. 2024. 11. 17.
2024, 우리 동네 도서관의 가을 봉곡도서관 뜰에서 깊어 가는 가을*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사는 곳 인근에 도서관이 있다는 건 복된 일이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아이를 기르는 어버이라면, 그리고 가끔 도서관으로 나들이하여 책을 빌리고 그걸 읽는 사람이라면 지척의 도서관은 있다는 것만으로 마음이 든든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안동에서 오래 살다가 구미로 옮아오면서 첫 집을 구할 때, 나는 도서관 근처라는 데 듬뿍 점수를 주고 이 동네에서 터를 잡았다. 그러나 퇴직하기 전까지는 도서관을 이용하기는 쉽지 않았다. 수업도 많았고, 월 2회 일요일엔 방송통신고 수업이 있었으니, 막상 짬을 내기 어려웠었다.  4년 뒤인 2016년 퇴직하고 맨 처음 한 일이 동네 도서관에 등록하는 일이.. 2024. 11. 11.
금오산과 우리 동네의 ‘지각 단풍’ 지각이지만, 가을이 깊으니 단풍도 물든다*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지각 단풍’ 소식이 무성하다. ‘단풍 없는 단풍 축제’ 소식에다가 벼르고 별러 찾았더니 초록 낙엽만 있더라는 둥의 경험담 안에는 나와 무관하다고 여겼던 기후 위기가 어쩌면 우리의 삶을 실제로 위협하고 있다는 인식이 똬리를 틀고 있다. 당장에 행동으로 바뀌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 깨달음은 요긴해 보인다.  대전 장태산자연휴양림을 다녀와서 지난 3일 김천구미역에 다녀오는 길에 익숙한 길 대신 금오산 뒤쪽 길로 돌아왔다. 동네에서 바라보는 금오산은 너무 멀어서 자세한 풍경을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12년째 구미에서 살고 있지만, 지난겨울부터 금오산이 좀 다르게 다가왔었다.  시민들에겐.. 2024. 11. 7.
[사진] 가을이 오는 길섶 늦더위가 기승을 부려도 가을은 곧 대세*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가장 맹렬했던 여름이 물러가고 있다. 아직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가을은 곧 대세가 될 것이다.  지난여름은 “여름철 기온 1위, 열대야 일수 1위, 시간당 강수량 1위, 해수면 온도 1위” 등, ‘역대 최악’의 기록을 남기고 바야흐로 스러져 가고 있다. 이 유례없는 기록에도 불구하고 올여름이 ‘가장 시원했던 여름’으로 반추될 수 있다는 우울한 예측을 상처처럼 남긴 채. 물러갈 것 같지 않은 기세는 그러나 계절의 순환, 시간의 마법 앞에서 꼬리를 감추고 있는 형국이다. 한낮은 여전히 뜨겁지만, 전보다는 덜 습하고, 아침저녁과 밤에는 간간이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2024. 9. 12.
바다 이미지, 못내 그려도 쉬 표현할 수 없는 내 인생의 바다, 여전히 멀고 아련하다*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경상북도 내륙에서 태어난 내가 난생처음으로 바다를 만난 것은 초등학교 4학년이던 1966년, 5·6학년 언니들을 따라간 수학여행에서이었다. 조그만 시골 학교에서 수학여행을 운영하는 데는 일정 수 이상의 학생이 필요했는데, 우리는 그 몫을 하기 위해 ‘가불’로 수학여행을 떠난 하급생들이었다.  초등 4학년 때 처음 만난 부산 앞바다 경주를 거쳐 부산에 갔는데, 아마 해운대쯤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철썩이며 해변으로 밀려오는 바다를 모두 난생처음 만나면서 경쟁하듯 바닷물을 찍어서 혀끝에 대어 보았다. 짤 거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우리는 입안에 느껴지는 짠맛을 서둘러 정리하고, 과장된 몸짓으.. 2024. 7. 28.
수면에 드리운 나무 그림자, 이팝나무꽃, 그 저수지의 봄 [사진] 경남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의 위양(位良) 저수지*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경남 밀양의 저수지 위양못을 알게 된 것은 인터넷 서핑 중 우연히 들른 어떤 블로그에서였다. 밀양은 그간 여러 차례 들른, 그리 멀지 않은 데라 별로 재지 않고도 언제든 길을 나설 수 있는 곳이었다. 나는 이팝나무꽃과 정자, 호수에 드리운 고목의 그림자 등에 은근히 끌렸다.  아름다운 저수지 밀양 ‘위양지’를 찾다 이팝나무는 내가 사는 이 도시의 중심 가로수다. 4월 하순에 들면서 성미 급한 놈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한 이팝나무를 눈여겨보다가 나는 월요일에 밀양시청에 전화를 걸었다. 나는 가능하면 꽃의 개화 시기에 맞춰 위양지를 찾을 생각이었는데, 밀양시 담당자는 조심.. 2024. 4. 28.
매화는 언제 피었나, ‘꽃 피는 때’ 맞추기는 참 어렵다 경남 양산시 원동 ‘매화 축제’ 시작 ‘하루 전’ 나들이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망설이던 봄나들이를 매화 구경으로 튼 것은 경남 양산시 원동면에서 열리는 ‘매화 축제’ 관련 기사를 읽고서였다. 축제는 9일부터 17일까지 열리는데, 2개 주의 주말(9·10일, 16·17일)에는 특별열차까지 편성 운영한다는 거였다. 축제를 찾아 사람에 치이고 싶지 않아서 주말을 피해 가볼까 했지만 아뿔싸, 거기까지 가는 기차는 새벽에 1대, 그리고 오후에 두어 대가 있을 뿐이었다. 봄나들이로 경남 양산 원동의 매화를 찾다 고민 끝에 일단 토요일인 16일 9시 기차로 갔다가 3시 기차로 오는 표를 미리 샀다. 그런데, 원동 매화를 미리 보고 온 유튜버들이 올린 영.. 2024. 3. 10.
봄, ‘너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봄꽃과의 만남, 1년 만이지만, 더 오랜 세월을 기다려 온 것 같은*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1년 열두 달을 사계절로 나누면, 봄은 3·4·5월, 여름은 6·7·8월, 가을은 9·10·11월, 겨울은 12·1·2월이다. 이 단순한 구분은 일단은 합리적이고, 실제 날씨와도 거의 일치하는 것 같다. 올 입춘은 지난 2월 4일, 설날 전이었다. 24절기는 태음태양력에 맞춘 것으로, 실제 계절의 추이와 함께 간다.  오래 기다려온 봄꽃, 산수유 설날을 전후하여 날씨가 봄날 같지는 않지만, 사실상 계절은 바뀌고 있음을 실감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2월 19일이 두 번째 절기인 우수(雨水)였고, 세 번째 절기인 경칩(驚蟄)은 3월 5일이니 봄은 이제 이미 우.. 2024. 2.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