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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풍경139

매화는 언제 피었나, ‘꽃 피는 때’ 맞추기는 참 어렵다 경남 양산시 원동 ‘매화 축제’ 시작 ‘하루 전’ 나들이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망설이던 봄나들이를 매화 구경으로 튼 것은 경남 양산시 원동면에서 열리는 ‘매화 축제’ 관련 기사를 읽고서였다. 축제는 9일부터 17일까지 열리는데, 2개 주의 주말(9·10일, 16·17일)에는 특별열차까지 편성 운영한다는 거였다. 축제를 찾아 사람에 치이고 싶지 않아서 주말을 피해 가볼까 했지만 아뿔싸, 거기까지 가는 기차는 새벽에 1대, 그리고 오후에 두어 대가 있을 뿐이었다. 봄나들이로 경남 양산 원동의 매화를 찾다 고민 끝에 일단 토요일인 16일 9시 기차로 갔다가 3시 기차로 오는 표를 미리 샀다. 그런데, 원동 매화를 미리 보고 온 유튜버들이 올린 영.. 2024. 3. 10.
봄, ‘너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봄꽃과의 만남, 1년 만이지만, 더 오랜 세월을 기다려 온 것 같은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1년 열두 달을 사계절로 나누면, 봄은 3·4·5월, 여름은 6·7·8월, 가을은 9·10·11월, 겨울은 12·1·2월이다. 이 단순한 구분은 일단은 합리적이고, 실제 날씨와도 거의 일치하는 것 같다. 올 입춘은 지난 2월 4일, 설날 전이었다. 24절기는 태음태양력에 맞춘 것으로, 실제 계절의 추이와 함께 간다. 오래 기다려온 봄꽃, 산수유 설날을 전후하여 날씨가 봄날 같지는 않지만, 사실상 계절은 바뀌고 있음을 실감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2월 19일이 두 번째 절기인 우수(雨水)였고, 세 번째 절기인 경칩(驚蟄)은 3월 5일이니 봄은 이제 이미 .. 2024. 2. 29.
2023 가을 본색(2) 벚나무 잎사귀에 물든 가을 단풍, 해마다 거듭되는 ‘나무 한살이의 황혼’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단풍(丹楓)은 나무가 더는 활동하지 않게 되면서 나뭇잎이 붉거나 노랗게 물드는 현상, 가을의 관습적 표지다. 가을철이 되어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지면 나무는 겨울나기를 위해 나뭇잎과 가지 사이에 잎이 바람에 쉽게 떨어질 수 있도록 하는 떨켜 층을 형성하여 나뭇잎을 떨어뜨리기 시작한다. 나뭇잎은 햇빛을 받아 만들어 낸 녹말(탄수화물)을 떨켜 층 때문에 줄기로 보내지 못하고 나뭇잎 안에 계속 갖고 있게 된다. 이런 현상이 이어지면 잎 안에 녹말(탄수화물)이 계속 쌓이게 되면서 엽록소가 파괴된다. 그리고 엽록소 때문에 보이지 않던 카로틴(Carotene)과 크산토필(Xanthophy.. 2023. 11. 6.
2023 가을 본색(1) 익어가는 열매들 결실과 수확의 계절, 주변에서 익어가는 과실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가을을 ‘결실’이나 ‘수확’의 계절이라고 이르는 것은 새삼스럽고도 진부하다. 한때는 그게 사람들이 쓰는 편지의 첫 부분인 계절 인사로 즐겨 쓰이긴 했지만, 더는 그 의미의 울림이 새롭지 않아서다. 그것과 동시에 쓰인 표현이 ‘천고마비’나 ‘독서’의 계절 등인데, 그것도 해묵어 화석이 되어버린 표현이다. 그나마 ‘조락(凋落)’의 계절이라고 하면, 앞엣것에 비기면 케케묵은 느낌이 덜하다. ‘조락’은 ‘시들어 떨어진다’라는 한자어인데, 정작 사람들은 그것보다는 ‘낙엽’의 계절을 선호한다. 결실이나 수확이 작물이나 과수의 숙성을 가리키는 낱말이라면, ‘조락’은 그 이후의 생태적 현.. 2023. 11. 1.
순박한 민얼굴의 산수유 마을 ‘의성 화전리’ [여행] ‘봄이 와도 다 봄이 아닌 날’의 산수유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내가 아는 한 가장 빨리 피는 봄꽃은 산수유다(비슷한 시기에 피는 생강나무는 모습은 비슷하지만 다른 꽃이다). 견문 짧은 아이들이 가끔 ‘개나리가 나무에 피었냐’고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이 꽃은 개나리처럼 잎보다 먼저 피는 노란 꽃과 가을에 길쭉한 모양의 빨갛게 익는 열매 때문에 더 유명하다. 80년대 이후 중·고등학교를 다닌 이들은 아마 산수유를, 국어 교과서에 실려 있던 김종길 시인의 시를 통하여 거꾸로 기억할 듯하다. 시 ‘성탄제(聖誕祭)’에서 열병을 앓으며 잦아들던 아들의 어린 목숨을 위하여, 젊은 아버지가 눈 속을 헤치고 어렵게 구해 온 약이 바로 ‘붉은 산수.. 2023. 8. 29.
백 년을 가꾸어온 학교 숲, ‘아름다운 숲’ 대상 받을 만하다 2003년 ‘아름다운 숲’ 대상을 받은 경북 영천 임고초등학교의 숲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오랜 벗 박(朴)의 과수원과 농막을 찾아가는 길에 영천시 임고면 소재지에 들른 게 2019년 7월 초순이다. 온 김에 가보자며 포은 정몽주(1337~1392)를 기리는 임고서원(臨皐書院)에 들렀었다. 해방 후에 복원한 서원이니 그만그만한 규모거니 했는데, 규모가 생각보다 크고 넓었다. 포은 정몽주는 성균관에서 목은 이색(1328~1396)에게 동문수학한 삼봉 정도전(1342~1398)과 함께 고려사회를 성리학적 이상으로 개혁해 민본정치를 구현하고자 했던 고려 말의 개혁적 지식인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현실을 개혁할 것인가, 아니면 역성혁명을 통해 새 .. 2023. 6. 15.
복사꽃의 계절, 곳곳이 연분홍 ‘도화원(桃花源)’이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개화 시기가 일주일이나 일렀던 탓에 내 ‘꽃 삼월’은 좀 허무하게 막을 내린 느낌이다. 산수유, 매화, 살구, 명자꽃이 차례로 피어나 질 무렵에야 벚꽃이 슬슬 피기 시작하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4월 들면서 벚꽃은 이미 파장으로 치달았기 때문이다. 벚꽃 파장에 곳곳에 분홍빛 도화원 먼 산에 희끗희끗 남은 흰 꽃 무리는 뒤늦게 피어난 산벚꽃이다. 이미 사람들을 꾀게 한 벚꽃 단지는 잎을 떨구고 빨간 꽃받침만 남아 허망한 절정의 뒤끝을 보여주고 있다. 그 쓸쓸한 틈새를 메우는 건 예년 같으면 이제 겨우 꽃망울을 터뜨릴 차례인 복사꽃이다. 벌써 꽃망울을 터뜨릴 준비가 되었나 싶은데, 하루 이틀 사이에 산책길 주변은 짙어지는 .. 2023. 4. 5.
2022년 11월, 만추의 장미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11월, 곧 겨울인데도 아침 산책길 곳곳에서 장미를 만난다. 집에서 출발하여 한 200m쯤 가면 공립중학교 울타리에서 장미를 만난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 초등학교 울타리에서도 수줍게 바깥을 내다보는 장미를 만난다. 얼마 전부터 길을 바꾸어 가다가 만난 가정집 정원의 장미도 여전히 싱싱하게 살아 있었다. 가장 널리 알려진 꽃, 장미가 흔해졌다 내가 처음 장미를 만난 건 언제였을까. 초등학교 화단에 장미가 있었던가 돌이켜보지만, 전혀 떠오르는 기억이 없다. 아마, 대도시로 공부하러 간 중학교 때 처음 장미를 구경했을 것이다. 학교에 장미가 피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가정집 담 밖으로 고개를 내민 장미를 만났던 기억은.. 2022. 11. 14.
2022년 가을 풍경(2) 10월에서 11월, 겨울로 가는…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1년 12달을 계절별로 나누면 가을에 해당하는 달은 9, 10, 11월이다. 9월은 가을의 어귀, 흔히들 ‘초추(初秋)’라고 쓰는 초가을이고, 10월은 ‘한가을’, ‘성추(盛秋)’다(자주 쓰이는 말은 아니다). 의미상으론 ‘중추(仲秋)’라고 하면 적당할 듯하지만, 그건 ‘음력 8월’을 뜻하는 말(추석이 중추절)이어서 여기 붙이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11월은 당연히 ‘늦가을’, ‘만추(晩秋)’다. 그러나 11월은 입동(立冬, 11월 7일)과 소설(小雪, 11월 22일)을 든 달이어서 가을이라기보다 겨울의 초입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다. 그러고 보면 10월 말부터 만추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2022. 10. 31.
베란다에서 ‘곶감’ 만들기 아파트 베란다에서도 ‘곶감’을 만들 수 있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시골에서 따온 감을 깎아서 베란다 건조대에 건 게 10월 5일이다. 그리고 옹근 3주가 지났다. 4주에서 한 달 정도면 곶감이 완성된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어떤 것은 지나치게 말랐고, 어떤 건 아직이다. 어차피 상품 만드는 게 아니니 적당한 때에 따서 먹으라고 아내는 이야기한다. [관련 글 : 감 이야기(2) - 이른 곶감을 깎아 베란다에 걸다] 껍질을 벗겨 말린 감으로 ‘건시(乾枾)’라고 하는 곶감은 제사의 제물로 올리는 세 가지 과일인 ‘삼실과(三實果)’의 하나다. 전통적으로 제사에 올리는 삼실과는 대추와 밤, 그리고 감인데 감은 보통 홍시 또는 곶감으로 올린다. 여.. 2022. 10. 26.
2022년 가을, 코스모스 2022년 가을, 산책길의 코스모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산책길(아침마다 이웃 동네로 한 시간쯤 걸어갔다 오는 아침 운동)마다 습관적으로 사진기를 들고 집을 나선다. 매일 만나는 뻔한 풍경이지만, 그걸 렌즈에 담으면서 미묘한 계절의 변화를 느끼곤 한다. 맨눈에 담긴 풍경은 순식간에 스러져 잔상만 남지만, 렌즈를 통해 기록된 풍경은 그 정지된 순간에 명멸한 정서를 인화해 주는 것이다. 1984년 초임 학교에서 할부로 펜탁스 수동 카메라를 장만한 이래, 2004년에 처음으로 똑딱이 디지털카메라에 입문했고, 2006년에는 마침내 디에스엘아르(DSLR) 카메라를 손에 넣었다. 이 카메라는 이후 몇 차례 상급 기종을 거쳐 지금은 펜탁스 K-1Ⅱ가 되.. 2022. 10. 23.
2022년 가을 풍경(1)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완연한 가을’이라는 표현도 뜬금없을 만큼 가을은 제대로 깊었다. 10도도 넘는 일교차로 아침 운동에 나서기가 꺼려지기도 하지만, 7시를 전후해 집을 나서서 인근 교외인 가마골까지 다녀오기는 빼먹지 않으려 애쓴다. 사나흘에 한 번씩 단렌즈를 끼운 사진기를 들고 나서는 것은 미세하게나마 바뀌고 있는 가을 풍경을 담기 위해서다. 집을 나서 한 십 분만 걸으면 교외의 들판이 나타난다. 아직 ‘황금물결’이 되기는 이르지만, 논에서는 벼가 익어가고 있고, 길가에 드문드문 이어지는 코스모스도 활짝 피었다. 올해는 유난히 나팔꽃이 흔하다. 나팔꽃은 길가 풀숲에, 농가의 울타리에, 동네의 전신주를 가리지 않고 그 연파랑 꽃잎을 드리우.. 2022. 10.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