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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생강나무10

봄, ‘너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봄꽃과의 만남, 1년 만이지만, 더 오랜 세월을 기다려 온 것 같은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1년 열두 달을 사계절로 나누면, 봄은 3·4·5월, 여름은 6·7·8월, 가을은 9·10·11월, 겨울은 12·1·2월이다. 이 단순한 구분은 일단은 합리적이고, 실제 날씨와도 거의 일치하는 것 같다. 올 입춘은 지난 2월 4일, 설날 전이었다. 24절기는 태음태양력에 맞춘 것으로, 실제 계절의 추이와 함께 간다. 오래 기다려온 봄꽃, 산수유 설날을 전후하여 날씨가 봄날 같지는 않지만, 사실상 계절은 바뀌고 있음을 실감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2월 19일이 두 번째 절기인 우수(雨水)였고, 세 번째 절기인 경칩(驚蟄)은 3월 5일이니 봄은 이제 이미 .. 2024. 2. 29.
2023년 가을의 산수유 산수유, ‘봄의 척후’에서 고혹의 붉은 열매가 되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우리 아파트 담장 가에는 산수유 여러 그루가 심겨 있다. 그중 세 그루는 공동 현관을 나서면 바로 왼쪽에 있어 가장 먼저 봄소식을 전해준다. 2월 중순이 지나면 서서히 벙글어 꽃망울을 터뜨리는 산수유꽃은 그걸 가까이 지켜보는 내게 계절의 순환을 깨우쳐 주는 것이었다. 산수유는 층층나무 목 층층나뭇과에 속하는 낙엽성 소교목이다. 줄기는 높이 5~12m, 가지가 많이 갈라진다. 꽃은 3~4월에 잎보다 먼저 피는데, 꽃대 끝에 20~30개의 많은 노란 꽃이 우산살처럼 피어난다. 빨갛게 익는 타원형의 열매는 약재로 쓰인다. 산수유 열매는 그 주산지 농민에게는 생광스러운 수입원.. 2023. 10. 16.
봄, 새순과 꽃 봄꽃이 피지 않는다고 투덜대었더니 봄은 내 눈을 피해 일찌감치 주변에 이르러 있었던가 보다. 늘 교사 뒤편 산 중턱, 옥련지 주변의 매화와 수달래에만 눈길을 주고 있었으니 소리 없이 당도한 봄을 어찌 알았으랴! 며칠 전에 우연히 동네 뒤의 민둥산을 올랐더니 생강나무가 노랗게 꽃을 피우고 있었다. 산수유인가 했더니 가지에 바투 붙은 수술 같은 노란 꽃의 생강나무였다. 인가로 내려가는 산 중턱엔 매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시가지에서 조금 떨어진 산 밑에 웅크린 학교 주변에 오는 봄이 더딘 것은 당연한 일! 내 눈에 뵈지 않는다고 오는 봄을, 피는 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제 조금씩 자리를 넓혀가는 쑥과 여린 새순을 틔워내고 있는 찔레가 싱그럽다. 교사 앞 화단에 선 동백나무는 이제 겨우 몇 송이의 꽃.. 2021. 3. 28.
숨어 있는 봄 일요일의 늦은 오후, 네 시가 넘어서 사진기를 들고 봄을 찾아 나섰다. 최남선이 수필 ‘심춘순례(尋春巡禮)’에서 쓴 표현을 빌리면 ‘심춘’이다. ‘심춘’은 일간지 ‘심인(尋人)’ 광고에서와 마찬가지로 ‘찾을 심(尋)’ 자를 썼으니 직역하면 ‘봄 찾기’다. 최남선의 수필은 지리산을 중심으로 한 국토를 돈 기록이니 ‘순례’가 제격이지만, 동네 뒷산으로 꽃소식을 찾아 나선 길을 ‘봄 찾기’라 쓰는 것은 좀 무겁기는 하다. 그러나 봄이 와도 한참 전에 와 있어야 할 시절인데 유난히 늦은 꽃소식에 좀이 쑤셔 집을 나섰으니 ‘봄 찾기’가 지나치지는 않겠다. 인근 대구에는 개나리가 만개했다는데 안동의 봄은 여전히 을씨년스럽다. 기온도 기온이려니와 사방의 빛깔은 아직도 우중충한 잿빛이다. 반짝하는 봄기운에 서둘러 피기.. 2021. 3. 28.
오월의 산, 숲은 가멸다 어느덧 오월도 막바지입니다. 오늘은 대구 지방의 온도가 섭씨 35도에 이를 거라니 계절은 좀 이르게 여름으로 치닫는 듯합니다. 서재에서 바라보는 숲은 더 우거졌고 산색도 더 짙어졌습니다. 산에서 내려오는 바람도 얼마간 습기를 머금었습니다. 한동안 베란다에 노랗게 쌓이던 송홧가루도 숙지는 듯합니다. 바람을 통해 수정이 이루어지는 이 풍매화(風媒花)는 이제 꽃가루를 날리고 받는 일은 끝낸 것일까요. 수분(受粉)에서 수정에 이르는 6개월 뒤에 비로소 암꽃은 솔방울을 달게 되겠지요. [관련 글 : 송홧가루와 윤삼월, 그리고 소나무] 올에 유난히 짙은 향기로 주민들의 발길을 붙들던 아까시나무꽃도 이제 거의 졌습니다. 어디서 날아온 것일까요, 아까시나무 꽃잎은 산길 곳곳에 점점이 흩어져 밟히고 있습니다. 싸리꽃도 .. 2020. 5. 29.
산수유와 생강나무 산수유 닮은 생강나무, 무엇이 다른가 짧은 밑천은 어디서건 드러나기 마련이다. 아무리 감추려 해도 ‘주머니 속 송곳(낭중지추)’이 드러나는 것과 다른 내용이면서 같은 이치이다. 오래전에 쓴 글에서 ‘수욕정이풍부지(樹欲靜而風不止) 자욕양이친부대(子欲養而親不待)’라는 글귀를 인용하면서 그 출전이 라고 주절대었다가 이내 “논어에는 그런 글귀는 없다”는 지적을 받고야 말았다. 황급히 찾아보니 이 맞다. 대체로 이런 경우, 교훈은 두 가지다. 내 게 아닌 걸 내 것인 것처럼 꾸미는 건 금방 드러나기 마련이라는 게 하나요, 인터넷에 떠도는 지식 나부랭이도 별로 믿을 건 못 된다는 것이 나머지다. 이번에 또 실수했다. ‘봄날, 어떤 하루’에서 학교 뒷산에서 핀 산수유 얘기를 했었다. 무언가 켕기는 구석이 있었는데, .. 2020. 3. 23.
다시, 겨울에서 봄으로 긴 겨울 지나고 싹트는 봄의 조짐들 겨울에서 봄으로 지난겨울은 춥고 길었다. 겨울에 혹독한 추위라고 할 만한 날이 거의 없는 우리 고장에도 영하 10도 아래로 내려가는 일이 거듭되었으니 말이다. 산과 면한 뒤 베란다에 결로(結露)가 이어지더니 그예 여러 차례 얼기도 했고 보일러 배관이 얼어붙는 사태(!)도 있었다. 엔간한 추위면 꾸준히 산에 올랐던 지지난 겨울과 달리 지난겨울에는 산과 꽤 멀어졌다. 급한 오르막과 내리막을 다니는 게 무릎과 넓적다리관절에 주는 부담 때문이기도 했지만, 산행이 뜸해져 버린 것은 결국 추위 때문이었다. 평탄한 길 위주의 새 등산로를 찾아내고도 여전히 길을 나서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길과 추위 때문이라고 변명하는 것도 그리 솔직한 태도는 아닐지도 모르겠다. 사실은 부.. 2020. 3. 17.
‘봄의 완성’도 우리의 ‘몫’입니다 ‘그 없는’ 약속의 봄이 오고 있습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기다리면서 쓴 글 몇 편을 잇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12월 9일 국회에서 ㅌ탄핵소추되었고,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에서는 재판관이 전원일치로 대통령 박근혜 탄.. qq9447.tistory.com 2. ‘그 없는 봄’도 축복입니다 그예 ‘박근혜 없는 봄’이 왔습니다. 안방에서 텔레비전을 시청하다가 헌법재판소장 대행 이정미 헌법재판관의, 감정이 실리지 않은 담담한 어조의 주문 선고를 듣는 순간,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같은 시간에 기쁨과 감격으로 겨워하며 환호한 이들은 전국에 또 얼마였겠습니까.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이 타오른 지 133일 만이었습니다. 박근혜가 파면됨으로써 그동안 열아홉 차.. 2020. 3. 16.
꽃과 나무 알기- 관계의 출발, 혹은 삶의 확장 새로 만난 꽃과 나무들 그 꽃을 처음 만난 것은 2012년 늦봄이었다. 안동 임하댐이 건설되면서 그 터전이 수몰되면서 집단이주한 구미시 도개면 일선리의 전주 류씨 세거지에서였다. 반듯한 양반가옥의 대문 옆에 피어 있는 분홍빛 꽃이 해맑고 고왔다. 꽃 이름을 알고 싶었는데 어찌하다 보니 그 꽃을 만난 사실조차 잊어버린 채 여러 해가 지났다. 그 꽃을 다시 만난 건 대엿새 전이다. 동네 도서관 앞 길가에 그 꽃이 피어 있었던 것이다. 나는 단박에 식물·꽃·나무 이름을 알려주는 앱인 ‘모야모’를 통해 그 꽃의 이름을 알았다. ‘분홍 낮 달맞이꽃’, 이름은 관계의 출발점 이름도 그 해맑은 아름다움과 어울렸다. 나는 ‘달맞이꽃’은 알지만 ‘낮 달맞이꽃’이 따로 있는지는 몰랐다. 하기야 세상에 우리가 모르고 있는 .. 2019. 7. 25.
[쑥골통신] 꽃 진 뒤, 잎 나는 봄 창밖엔 봄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창문 너머로 며칠 동안 오르지 못한 산자락을 건너다봅니다. 빗줄기와 안개 사이로 군데군데 신록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하루걸러 산을 오르면서도 정작 만나지 못한 풍경입니다. 역시 산을 벗어나야 산이 보이는 법, 산속에선 느끼지 못했던 봄의 빛깔이 아련하게 눈 아래에 감겨옵니다. 지지난해 숲길로 출퇴근할 때는 산에 꽃이 왜 이렇게 드무냐고 불평이 늘어졌더랬지요. 지난가을에는 왜 꽃이 피지 않느냐고 애먼 소리를 참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꽃은 때가 되어야 피고, 인간의 발길이 잦은 길에는 꽃들이 스스로 몸을 숨기는 듯했습니다. 겨울 지나 봄으로 오면서 산에서 만난 꽃은 진달래와 생강나무 꽃이 주종이었지만 온산을 물들인 그 꽃들의 향연은 더 부러울 게 없는 풍경이었습니다. 진달래야.. 2019. 6.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