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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교단(1984~2016)에서140

큰아기들의 5월, 여고 체육대회 풍경 여학교의 체육대회 풍경 어제 학교에선 체육대회가 베풀어졌다. 자투리 시간조차 쉽게 낼 수 없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여러 가지 준비를 해서 한나절 동안의 망중한을 즐겼다. 체육대회라곤 하지만, 정작 정식 체육 종목은 이어달리기 정도이고 나머지는 줄다리기, 피구, 발야구, 6인 7각 등 놀이 형식이다. 지난해 전입해서 맞은 첫 체육대회 때에 나는 으레 운동장에서 치러지는 행사일 거로 생각하여 야전 복장으로 출근했다. 그러나 학교에 와서야 그게 내 ‘무감각의 소치’라는 걸 깨달았다. 수업 시간에도 부지런히 거울을 보아야 하는 큰아기들에게 ‘오월 땡볕’은 ‘공공의 적’이다. 당연히 모든 종목이 체육관의 ‘안전한 그늘’에서 치러진 것이다. 그러나 올 체육대회에선 줄다리기와 이어달리기 종목은 운동장을 이용했.. 2021. 5. 10.
‘죽는소리’ 마라, 그건 당신의 선택이었다 전교조 교사 명단 ‘불법 공개’에 참여한 한나라당 의원들 법원의 공개금지 결정에도 조전혁 의원 등은 전교조에 소속된 교원의 명단을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하였다. 이에 전교조는 법원에 재차 명단 공개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였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또한 조전혁 의원이 법원의 명령을 어기고 계속하여 명단을 공개할 경우 하루에 3천만 원의 이행강제금을 전교조에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하였다. 이에 조전혁 의원은 전교조 명단을 내리겠다면서도 구질구질한 변명으로 일관했다. 이 글은 조전혁 의원과 나머지 명단공개에 불법적으로 참여해 놓고도 이런저런 핑계로 전교조를 음해하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에 대한 비판이다. 아이들 말로 하면 좀 ‘치사찬란하다.’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전교조 명단공개 강행에 따른 법원의 .. 2021. 5. 7.
퇴행의 시대, ‘전교조 교사’로 살기 조전혁 의원의 불법행위(교원단체 가입 교사 명단 공개)에 부쳐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자기 누리집에다 전교조와 교총 등 교원단체 가입 교사들의 명단을 공개한 지 닷새가 지났다. 이는 물론 ‘법원 판결을 정면으로 무시한 불법행위’다. 또 ‘정치적 이해를 위해 개인정보를 유출해 교원의 인권을 침해’한 것이다. (전교조 위원장 기자회견에서 인용) 이게 집권 이래 입만 열면 ‘법치’를 강조해 온 ‘한나라당 식 법치’의 현주소다. 정치적 이해 앞에는 지난 15일 서울남부지방법원의 판결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던 것일까. 전교조가 제기한 ‘명단공개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결정은 간명하다. “노동조합의 가입과 탈퇴는 전적으로 당해 교원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것이고, 그로 인한 불이익을.. 2021. 4. 23.
동행 - 방송고 사람들(1) 방송고 만학도들과의 점심 시간 (1) 만남, 2012년 최고의 선택 정규 교육과정을 거친 사람에게 ‘방송통신고’에 대한 이해는 고작 그런 학교가 있더라는 정도밖에 없을 터이다. 학기 중에 계속 학교에 나가는 대신 ‘방송을 들으며 고등학교 과정을 공부한다’는 꽤 생광스러운 제도가 있구나 하는 호기심에 그치는. 올해 학교를 옮겨 방송고(나는 ‘방통고’로 써 왔는데 공식적으로는 ‘방송고’로 쓴다.) 수업과 담임을 맡게 되기 전까지 나 역시 그랬다. 안동에도 이웃의 공립고 부설 방송고가 있었고, 거기서 수업한 동료들의 얘기를 듣곤 했으나 역시 ‘나의 일’이 아니니 건성으로 듣고는 그만이었다. 방송고 이(E) 스쿨 누리집을 살펴보니 서울, 부산의 11개 공립학교 부설로 방송통신고등학교가 문을 연 것은 1974년이.. 2021. 4. 21.
우열반으로 ‘학습효과를 높이자’고? 이명박 정부의 학교 자율화 추진계획에 부쳐 언젠가 했던 얘기를 되풀이하지 않을 수 없다. ‘혁명이 따로 없다’. 새 정부가 시행하는 각종 정책의 ‘폭발성’이 그렇다는 말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15일 발표한 ‘학교 자율화 추진계획’이 학교 현장을 뒤흔들고 있다. 특히, 우열반 편성과 0교시·심야 보충수업 허용 등의 폭발성은 만만하게 바라볼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논란이 될 수 있는 문제를 ‘사회적 논의’나 ‘예고’도 없이 불쑥 발표하는 형식 자체도 가히 혁명적이지 않은가. “전 국민이 환영하고 좋아할 줄 알았다.” “왜 그렇게 중요한 사항을 교사들과 논의 없이 발표했느냐”는 전교조를 비롯한 교원노조 관계자들의 질문에 대한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답이다.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집행하는 주무장관.. 2021. 4. 18.
‘사내애’들에 ‘적응하기’ 한 달 옮긴 학교에서 한 달 남학교에 와서 사내아이들과 수업을 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사내아이들을 겪지 않은 것도 아니면서도 어쩐지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내가 맡은 반은 모두 이과 반이다. 문과 반도 국어보다 수학을 잘한대서 ‘수학고등학교’라고도 불린다는 학교다. 수학적으로 사고하기를 즐기는 아이들에게 ‘문학’은 좀 멀다. 그건 감성과 이성 양 측면에서 모두 그렇다는 얘기다. 남학생과 여학생의 ‘차이’ 비슷한 학력을 가진 집단이라면 여학생들은 언어영역에서 남학생은 수리 영역에서 평균 3, 4점 이상의 차이를 보이는 게 보통이다. 단순한 성별 차이가 아니라 뇌 구조 상으로도 증명되는 경향이란다. 그래서일까, 전임지에서의 국어 시간이 은근히 그리워지기까지 한다. 전임지에서 겪은바 여자아이들은 국어.. 2021. 4. 6.
‘수학 교사’가 되겠다고? ‘의사’가 아니고? 수학 선생님이 ‘꿈’이라는 재미동포 명문대 합격 3관왕 며칠 전 읽은 일간지 기사 두 개가 자꾸 눈앞에 어른거린다. 하나는 외고의 대학입시를 다룬 기사고 다른 하나는 가 보도한 의 기사다. 두 기사 사이의 거리는 나날이 벌어져가는 이 나라의 양극화만큼이나 멀어 보인다. 의 기사는 전국 외고 30개교를 분석한 결과다. 외고의 교육과정은 인문 사회과정임에도 불구하고 수험생 중 상당수가 자연계 과목을 선택하거나 일부 학교에서 자연과정 반을 편법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는 모두 의대를 가기 위한 선택으로 안양외고에서만 올해 53명이 의대와 한의대에 입학하였다고 한다. ‘외국어 영재나 외국어에 능숙한 인재를 양성한다’라는 외고 설립 목적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이 나라의 고등학교가 출세가 보장된 대학을 가기 위한 .. 2021. 4. 4.
봄, 혹은 희망 낙동강변에 당도한 봄, 그리고 희망 봄이 오고 있다. 그러나 이 진술은 조금은 뜬금없을 수도 있겠다. 이미 봄은 소리 소문도 없이 와 있으니 말이다. 겨우내 썰렁했던 아파트 담장 위에, 드러난 살갗을 간질이며 매끄럽게 휘돌아 지나가는 바람의 속살에, 숙취로 어지러운 아침 식탁에, 골목에 뛰어노는 아이들의 재잘거림 속에 이미 봄은 깊숙이 들어와 있는 것이다. 며칠 전 아내와 함께 들른 조각공원에서 찍어 온 강변 풍경을 실눈을 뜨고 바라보고 있자면, 그 풍경 속을 스쳐 간 실바람, 미루나무 그늘에 쌓이던 햇볕의 온기까지 뚜렷하게 느껴진다. 넘치는 햇빛 때문에 아련한 푸른빛 기운과 함께 시나브로 다가오는 건너편 산, 잘디잘게 떨고 있는 비췻빛 물결 등이 어울려 연출하는 이 풍경은 이미 봄이 우리 가슴속까지 와.. 2021. 3. 27.
‘무상급식’ 무산, 경북의 ‘보수 본색’ 무상급식, 구미시 의회의 예산삭감으로 무산되다 전면 ‘무상급식’은 아니지만 ‘부분 무상급식’이라도 시행하려는 경상북도교육청의 계획에 경상북도 의회가 재를 뿌렸다. 지난 18일, 경북도교육청이 도내 면 지역 초등학생들에게 시행할 2학기 무상급식 예산 15억을 삭감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 12월 경북도교육청이 올린 도내 면 지역 초등학생 무상급식 시행 예산(40억)을 삭감한 데 이은 것이다. 무상급식은 전국 80% 이상의 기초자치단체에서 실시하고 있는 정책이다. 그러나 ‘지역민의 이해를 대변’한다는 경상북도 의회는 ‘포퓰리즘’ 운운하며 무상급식을 회피한 끝에 결국 지역민들의 무상급식 요구와 열망을 짓밟아 버린 것이다. 고작 15억, ‘예산 부담’으로 삭감했다고? 이번에 경상북도 의회가 삭감한 예산 15억 원.. 2021. 3. 23.
‘교사’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다 교사의 행복이 아이들의 행복으로 이어진다 지난해 지방선거 결과 여섯 명의 이른바 ‘진보 교육감’이 진출한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서울, 경기, 강원, 전북, 전남, 광주 등 이들 진보 교육감들이 반년 남짓 이룬 성과들도 알려질 만큼은 알려졌다. 일제고사와 시국선언 교사 징계 문제, 무상급식 등의 현안에 있어서 이들이 보여준 차별성은 지난 반세기 동안 난공불락이었던 교육계에 이른 새로운 패러다임의 충격을 웅변한다. 경기도에서 서울에서 그리고 강원과 호남지역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이루어내고 있는 교육적 변화를 지켜보면 영남, 그것도 골수 티케이(TK) 지역의 교사는 씁쓸함을 금치 못한다. 현재 지역과 무관하게 전개되고 있는 교육계의 변화는 대구·경북의 뿌리 깊은 후진적 특성의 결과처럼 보이기 때문.. 2021. 3. 20.
‘맞아도 싼 아이들’은 없다 ‘맞아도 싼’ 행위는 몰라도, ‘맞아도 싼 아이들’은 없다 “저는 체벌을 찬성한다. 저희 아이는 안 맞는데 그 옆에서 시끄럽게 하는 소수의 아이 때문에 저희 아이같이 평범한 다수의 아이가 피해를 보고 있다. 그 다수 아이의 인권은 어떻게 할 거냐?” ‘학생 인권’에 대해 강연한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에게 따져 물었다는 한 학부모의 발언이다. 지난 14일 서대문구청에서 열린 학생인권조례 제정 운동 서울본부 주최로 열린 ‘학생 인권 시민 연속 특강’에서다. 이 학부모는 ‘곽 교육감을 싫어한다’며 위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이에 대한 곽 교육감의 답변은 좀 원론적이다. 곽 교육감은 “평범한 아이, 사고 안 치는 아이들이 다수고 그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아야 하는 건 당연하다”라면서 “학생 인권을 소수 학생을 위한.. 2021. 3. 17.
‘맹세’로 ‘국가 정체성’을 기른다고? ‘국기에 대한 맹세’로 ‘국가 정체성’ 기른다는 부산 교육청 뜬금없이 ‘국기에 대한 맹세’가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부산시 교육청발 소식이다. 내용인즉슨 부산시 교육청이 관내 초중학교에 공문을 보내 매일 조회 때마다 학생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국기에 대한 맹세문’을 낭독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기사 바로가기] 이에 대해 교원단체 등이 ‘학생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빼앗는 구시대적 발상’이라며 반발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교육청이 밝힌 이 지침의 목적은 자못 거룩하다. 가정과 학교에서의 자기 정체성·국가 정체성 교육이 미흡해 의식행사에서 학생들의 참여 태도가 진지하지 못하니 “학생들이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길러 국가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부산시 교육청, 매일 아침 ‘국.. 2021. 3.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