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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교단(1984~2016)에서140

세대 뛰어넘기 - ‘젝스키스’에서 ‘2PM’까지 교사들과 아이들의 세대차 어떻게 넘을까 다른 세대들이 한 집에서 생활하는 가정처럼 학교도 여러 세대로 구성되어 있다. 10대의 아이들과 20대부터 60대에 이르는 다양한 연령대의 교사들이 마구 섞여 있는 데가 학교인 까닭이다. 그러니 거기엔 흔히들 ‘세대차’라고 하는 격차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기 마련이다. 각 세대가 다른 세대와 구별되는 행동양식, 정서, 가치관, 신념, 이데올로기 등을 갖는 것은 나이와 사회구조적 조건과 역사적 경험의 특수성으로 말미암는다. 한국전쟁을 겪은 60대와 광주항쟁마저 아련한 역사로 인식하는 1993년생(고1) 사이에 세대차가 존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교재로 공부하는 교사와 학생이 민주주의를 이해하는 방식이 다른 것은 적어도 우리 사회에선 크게.. 2021. 6. 17.
‘교실 밖’의 교사, ‘교실 안’의 교사 해임된 교사와 징계 의결이 요구된 교사 민주노동당을 후원한 전교조 교사들을 파면·해임하라는 교과부의 지침에 따라 이들 교사를 대상으로 한 각 시도 교육감의 징계 의결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진보 후보가 교육감으로 당선된 지역은 다소 사정이 나아 보이긴 해도 전체적으로 징계 국면이 시작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옥죄어 오는 탄압에 맞서는 단식, 농성… 전교조를 겨냥한 이 같은 방침에 대해 정작 당사자인 전교조가 할 수 있는 대응은 마땅치 않다. 정진후 위원장이 단식으로 저항하다 18일 만에 병원에 실려 가고 각 시도별로 도 교육청 농성에 들어간 게 현재 전교조가 할 수 있는 저항의 최대치. 칼자루를 쥔 강자 앞에서 약자의 저항은 단식이나 농성 등 제 살 갉아먹는 극한적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 2021. 6. 17.
학교는 지금 공사 중! 학기 중 학교는 공사 중이다 정부의 지시에 따라 ‘경제 활성화’와 ‘새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며 지자체가 공사 발주를 서두르는 등 예산의 조기 집행에 나서면서 곳곳이 공사 중이다. 이 이른바 ‘예산의 상반기 조기 집행’은 가히 시대의 트렌드(?) 같아 보인다. 언론은 상반기 조기 집행 실적이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는 지방자치단체가 여럿이라고 전하고 있다. 이러한 성급하고 경쟁적인 예산 조기 집행은 필요한 공사와 부실시공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멀쩡한 보도블록을 교체하면서 주민들의 원성을 사는 것이 그 좋은 예다. 그뿐인가, 일부 지자체에서는 예산의 조기 집행으로 재원이 고갈되고 지방세 징수액마저 크게 줄자, 자금 조달에 비상이 걸렸다는 소식이다. 졸지에 앞당겨진 공사로 학교는 5월을 빼앗겼다 지자체의 예산 조.. 2021. 6. 14.
1989년 6월 12일, 그리고 20년 1989년 6월 12일-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북지부 결성 스무 살, 성년이 된 '전교조' 알다시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지난 5월 28일 자로 창립 스무 돌을 맞았다. 20년이라면 갓난아이가 성년이 되는 시간이니 이 스무 해의 의미는 각별하다고 할 수 있겠다. 20년의 절반, 그러니까 10년 만에 전교조는 합법화(1999.7.1.)되었으니 올해는 합법화 10돌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1989년이라면 좀 골치가 아픈 해였다. 그해 3월 25일에 문익환 목사의 전격 북한을 방문 이래 형성된 이른바 ‘공안정국’(요즘도 심심찮게 듣는 소리다.)의 한복판을 뚫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민족·민주·인간화 교육을 모토로 하는 참교육의 깃발을 올렸었다. 그날, 우리 지회(성주·칠곡)가 전세 낸 버스는 교사들을 가득 태운 채,.. 2021. 6. 12.
아이들과 함께한 ‘사과밭 열매솎기’ 아이들과 함께 한 농가 봉사활동 우리 학교에는 동아리가 꽤 많다. 연극, 영상, 요리, 과학, 역사, 문학, 미술, 풍물, 방송, 봉사 등 각 영역별 동아리가 순전히 저희 힘으로 꾸려지고 있다. 학교에서는 찔끔 예산을 지원하고, 지도교사를 배정하는 게 다인데도 아이들은 학교 축제 말고도 매년 한두 차례씩 발표회나 전시회를 빼먹지 않고 치러낸다. 봉사동아리를 맡다 연극 동아리를 한 해 맡아보고 난 이후, 나는 동아리 지도교사 노릇을 사양해 왔다. 동아리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선후배끼리 가르치고 배우는 체제다 보니 활동의 형식과 내용이 손댈 수 없을 만큼 굳어져 있는 동아리가 많다. 그런 걸 섣불리 고치겠다고 덤비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깨닫고 나서다. 공부는 바쁘고 활동 시간은 적다. 그러면서도 일.. 2021. 6. 4.
어느 평교사의 단식 소내 선생님의 단식 우리 나이로 올해 예순, 선배 평교사 한 분이 닷새간의 단식을 벌였다. 소내 김두년 선생님. 예천 출신으로 오래 예천지역에서 교육·문예 운동을 벌여 오신 분이다. 복직을 예천으로 하면서 나도 선생님으로부터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소내’는 선생의 필명이다. 고향에 흐르는 내[천(川)]인 ‘솔내’에서 따온 이름이다. 우리말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국어 교사로서 시집을 내기도 했고, 오직 아이들을 가르치는 걸 천직으로 알고 교단을 지켜온 분이다. 선생이 단식 중이라는 걸 안 것은 지난 24일 아침이었다. 그는 지금 전교조 안에서도 어떠한 직책도 맡고 있지 않은 평조합원이다. 그는 근무하고 있는 중학교에서 이른바 방과 후 교육을 하루에 두 시간씩이나 편성하는 등의 학교 운영을 비롯, 이명박.. 2021. 5. 26.
방송고 체육대회, ‘가불’해 누리는 ‘대학생활’? 늦깎이 학생들과 치르는 체육대회 어제(5월 20일) 방송고등학교 ‘한마음 체육대회’가 열렸다. 전적으로 학생회 자치로 꾸려가는 행사다. 아침에 출근하니 운동장에 천막 8동이 가지런히 쳐져 있다. 아, 이게 예사 행사가 아니로구나, 하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교무실에 들어가니 이내 몇 통의 전화가 잇따른다. 오늘 부득이 행사에 참가할 수 없는 사람들의 전화다. 일단 등교일 25일 가운데 하루이니 출석관리가 엄격할 수밖에 없다. 조퇴를 하더라도 등교해서 허락을 얻어야 하는 것이다. 체육대회라지만 평상시와 다를 게 없다. 일요일이니 집안을 이끌고 있는 이들로서는 각종 경조사 참석은 물론이거니와 생업에도 바쁘다. 수업이 있을 경우에는 수업을 우선할 수밖에 없지만 행사일 경우에는 아무래도 참여도가 떨어지기 .. 2021. 5. 22.
21년, ‘퇴행’과 ‘반복’은 넘어서 가자 무한경쟁 교육 중단! 참교육 지키기 전국교사대회 지난 일요일(16일), 여의도에서 ‘무한경쟁 교육 중단! 참교육 지키기 전국교사대회’가 열렸다. 버스와 기차를 타고 모여든 1만여 교사들은 십수 년을 되풀이해 온 익숙한 집회를 치러냈다. 내 기억에 틀리지 않다면 그동안 이 ‘5월 교사대회’가 베풀어지지 않은 해는 한두 해밖에 없다. 법외노조이던 초기 교사대회는 이른바 ‘원천봉쇄’와 닭장차와 백골단을 피해서 마치 스파이 접선하듯 장소를 옮겨가며 열렸다. 학생운동이 살아 있던 시대였다. 교문 앞을 점령한 경찰 병력을 굳건히 막아준 이들은 제자였던 대학생들이었다. 최루탄과 원천봉쇄를 넘어서 학생들이 백골단 등 경찰들을 막고 있는 시간에 교사들은 여유 있게 학교 안에서 집회를 마칠 수 있었다. 그러나 때로는 경찰.. 2021. 5. 18.
‘스승의 날’ 유감 스승의 날 앞둔 교단 풍경, 웬 ‘자성(自省) 모드’ ‘자성(自省) 모드’란다. 스승의 날을 앞둔 교단 풍경을 전하는 연합뉴스의 표제(5월 12일자)다. 까닭은 물론 ‘비리로 얼룩진 교육계’ 탓이다. ‘일부 초등학교 카네이션도 반입 금지’라는 부제는 표제의 무게를 더해주고 있다. 기사의 첫 문장도 압권이다. 비리의 주범이라도 되는 양 교사들은 납작 엎드려서 숨을 죽인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교육계 비리로 국민을 실망시킨 올해 스승의 날에 축하를 받는다는 것은 언감생심입니다.” 웬 ‘자성 모드’? 안다. 그게 요즘 우리 사회가 교단을 바라보는 보편적 시각이며, 그걸 의식한 교육계가 몸을 낮출 수밖에 없다는 것쯤이야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러나, 이 쓸쓸한 풍경은 마치 우리가 가끔 만나.. 2021. 5. 16.
점심 거르기 4·15 공교육 파탄정책 철회 단식 하는 위원장과 함께해 점심을 거르다 일 년 365일 중 가장 어정쩡하고 민망한 날, 스승의 날이다. 예년 같으면 지역 교육청에서 주최하는 교직원 체육대회 때문에 임시 휴무가 되겠지만, 올해는 정상 근무다. 아이들이 날을 챙겨주었다. 아침에 교실에 가니 불을 꺼 놓고 케이크에 불을 붙여 놓았다. 한바탕 스승의 노래가 흐르는 동안 나는 바보처럼 미소를 깨물고 아이들을 내려다보았다. 한때는 아이들의 노래를 들어야 하는 순간의 민망함이 견디기 힘들었지만, 이제는 좀 무덤덤해져 있다. 아이들은 작은 꽃바구니 하나, 제각기 사연을 적은 종이 한 장, 속옷 한 벌을 전해 준다. 어젯밤에는 자정을 넘기면서 아이들의 문자가 연신 날아와 잠을 설치게 하였다. 2008년 스승의 날 풍경은.. 2021. 5. 15.
성적 차별, 학교도 ‘계급사회’로 가는가 성적에 따라 아이들을 ‘차별’하는 학교들 어버이날을 전후하여 들려오는 소식들이 귀에 어지럽다. 또 60대 부부가 자녀들이 여행을 간 사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단다. “고맙고 미안하다.” 이들이 남긴 유서의 한 구절이 아프게 시야에 박힌다. 어떤 아들은 대변 못 가린다며 거동이 불편한 노모를 때려 숨지게 했고, 40대 며느리는 시어머니를 흉기로 살해했다고 한다. 사는 게 고단해서라고 말하기도 하고, 도덕과 윤리가 땅에 떨어진 세상이라서 그렇다고 말하기도 한다. 세상은 나날이 깨어가고 편리해지는데도 정작 살아가는 건, 이 가파른 무한경쟁의 대열에서 낙오하지 않고 살아남는 것은 여전히 힘겹기만 한 것일까. 학교의 ‘억압과 차별’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싸워야 하는 것은 우리 아이들도 예외는 아니다. 며칠 전.. 2021. 5. 13.
동행, 방송고 사람들(2) 늙다리 학생에게도 ‘시험’은 힘들다 지난 일요일, 방송고등학교에서도 중간고사를 치렀다. 출석일은 고작 닷새에 그치지만 사이버학습으로 나간 진도는 너끈히 시험을 치를 만했다. 출제는 어렵지 않았다. 사이버학습 교재에 난 문제를 대부분 그대로 쓰되, 일부 문제만 변형하는 형식을 취했기 때문이다. 서술형 문항 20%도 단답형 문항 4개로 갈음했다. 나는 2학년 문학과 3학년 독서 등 두 과목을 출제했다. 주관식 문항은 마땅한 방법이 없어 고민하다가 교재의 객관식 문항을 주관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마지막 수업 시간에 그 부분을 의식적으로 강조를 하면서 설명했고, 마치면서 ‘영양가는 오늘 수업’에 있다는 말로 힌트도 주었다. 누구에게나 시험은 괴롭다 그동안 출석률은 지지부진했다. 장기 결석자가 서너 명 되고, 가.. 2021. 5.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