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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매화9

살구꽃, 혹은 성찰하는 공민의 봄 3. 남은 것은 이제 ‘성찰하는 공민’입니다 ‘그 없는’ 약속의 봄이 오고 있습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기다리면서 쓴 글 몇 편을 잇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12월 9일 국회에서 ㅌ탄핵소추되었고,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에서는 재판관이 전원일치로 대통령 박근혜 탄.. qq9447.tistory.com 오늘 아침에야 3월 달력을 떼어냈습니다. 연금공단에서 보내준 달력입니다. 삼월분을 찢어내자 드러나는, 한글로 쓴 ‘사월’이란 글자가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사월이 무거운 이유는 여럿입니다. 그것은 멀리는 이제 기억에서도 까마득해진 사월혁명, 그때 스러져 간 젊은이들의 피를 떠올리는 시간이고, 가까이는 2014년 4월 어느 날을 아픔과 뉘우침으로 기억하는 시간이기 때문입니.. 2020. 4. 2.
동네 한 바퀴-매화 지고 앵두, 살구꽃까지 이미 곁에 당도한 봄을 주절댄 게 지난 15일이다. 그리고 다시 보름이 지난 3월의 막바지, 이제 꽃은 난만(爛漫)하다. 산으로 가는 길모퉁이 조그만 교회 앞에 서 있던 나무의 꽃봉오리가 벙글고 있었다. 무심히 매화일 거라고 여겼더니만 어저께 돌아오며 확인하니 그건 활짝 핀 살구꽃이었다. [관련 글 : 다시, 겨울에서 봄으로] 이미 설중매로 소개했던 매화는 지고 있었다. 전자 공장 뒤란의 콘크리트 바닥이 떨어진 매화 꽃잎으로 하얬다. 시들어버린 오종종한 꽃잎을 일별하면서 나는 늘 같은 생각을 했다. 왜 우리 선인들은 이 보잘것없는 꽃을 ‘불의에 굴하지 않는 선비정신의 표상’으로 삼았을까. 단지 이른 봄에, 더러는 눈 속에 꽃을 피운다는 것 외에 무엇이 선비들의 맘을 사로잡았을까. [관련 글 : 춘분 날,.. 2020. 3. 30.
길고양이처럼 찾아온 봄 정말, 어떤 이의 표현대로 봄은 마치 ‘길고양이처럼 찾아온’ 느낌이다. 봄인가 싶다가 꽃샘추위가 이어지곤 했고 지난 금요일만 해도 본격 꽃소식은 한 주일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일교차가 컸던 탓일 것이다. 한낮에는 겉옷을 벗기려 들던 날씨는 저녁만 되면 표변하여 창문을 꼭꼭 여미게 했다. 토요일 오전에 아내와 함께 아파트 앞산에 올랐는데, 산길 주변 곳곳에 참꽃(진달래)이 무리 지어 피어 있었다. 출근하는 숲길에선 보기 힘든 풍경이어서 나는 잠깐 헷갈렸다. 일요일 오후에 돌아보니 아파트 주차장 어귀에 벚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그 아래 동백꽃도 화사했고. 사진기를 들고 나갔더니 화단의 백목련은 이미 거의 끝물이다. 아이들 놀이터 뒤편에 못 보던 매화가 하얀 꽃을 피우고 섰다. 원래부터 거기 있었던.. 2020. 3. 29.
금오산 봄 나들이 구미에 옮아오고 해가 바뀌었다. 그러나 아직 우리 가족은 금오산(976m)에 오르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주말마다 이런저런 일이 생겨 짬이 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무릎이 시원찮아서 무리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앞섰고, 어차피 근처를 떠날 일도 없을 터, 서두를 까닭이 없다고 여겼던 것이다. 지난여름에 가족들과 산책을 겸해서 채미정(菜薇亭)을 둘러보았고 가을에도 잠깐 들러 금오지 주변을 거닐었던 기억이 있다. 자라면서 먼빛으로 늘 바라보았던 산이지만 나는 아직 거기 오른 적이 없다. 아내는 케이블카라도 타 보자고 했지만, 나는 금오산을 그렇게 만나고 싶지는 않았다. 어제 아침부터 서둘러 금오산을 향한 것은 금오산에 당도한 봄빛을 만나고 싶어서였다. 교정의 홍매화를 찍다가 부근에 매화 군락이 어디 없느냐고 물.. 2020. 3. 26.
춘분 날, ‘설’은 녹고 ‘매’만 남은 설중매(雪中梅) 밤새 눈이 푸짐하게 내렸다. 아침에 일어나니 아파트 주차장의 자동차 지붕에 좋이, 한 뼘가량의 눈이 마치 시루떡 켜처럼 쌓여 있었다. 겨울에 눈이 드문 지방, 봄인가 싶었는데 3월의 두 번째 폭설이다. 오늘이 춘분이라는 걸 알게 된 것은 조간신문을 받아보고서다. 춘분 날, ‘설’은 녹고 ‘매’만 남은 설중매(雪中梅) 어제 산에 다녀오는 길에서 산 아래 전자 공장 마당에 핀 매화 두어 송이를 만났다. 그 며칠 전부터 봉오릴 맺고 있었지만,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 때문에 개화를 기대하지 못했었다. 반갑게 찍은 사진 몇 장을 벗에게 보냈더니 오늘에야 그걸 읽은 벗 왈, “이 매화, 오늘은 설중매로 살아야 할 듯”이라는 답을 보내왔다. 아, 그렇다. ‘설중매(雪中梅)’! 그걸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두어 달째 낫.. 2020. 3. 17.
‘그 없는’ 약속의 봄이 오고 있습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기다리면서 쓴 글 몇 편을 잇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12월 9일 국회에서 ㅌ탄핵소추되었고,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에서는 재판관이 전원일치로 대통령 박근혜 탄핵 소추안을 인용함으로써 박근혜는 대통령직에서 파면되었다. 이른바 촛불혁명은 무르익기 시작한 것이다. 1. ‘그 없는’ 약속의 봄이 오고 있습니다 블로그에 ‘Q씨에게’라는 꼭지를 만든 건 2011년 가을입니다. 여는 글을 써 올리고 이듬해 벽두에 한 편을 더 보태고 나서는 이 꼭지를 잊고 지냈습니다. 그러고 5년, 고향 가까이 학교를 옮겼고 지난해엔 아이들 곁을 아주 떠나왔습니다. ‘퇴직일기’를 닫고 ‘Q씨에게’, ‘쑥골에서 부치는 편지’로 학교를 떠난 뒤엔 ‘퇴직일기’라는 이름의 꼭지에다.. 2020. 3. 5.
⑥ 춘분, 태양은 적도 위를 바로 비추고 21일은 24절기의 네 번째 절기, 경칩(驚蟄)과 청명(淸明)의 중간에 드는 절기인 춘분이다. 태양은 적도(赤道) 위를 똑바로 비추고 지구상에서는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 춘분점은 태양이 남쪽에서 북쪽을 향하여 적도를 통과하는 점이다. 춘분을 전후하여 철 이른 화초를 파종한다. 농가에서는 농사 준비에 바빠지기 시작한다. 특히, 농사의 시작인 초경(初耕)을 엄숙하게 행하여야만 한 해 동안 걱정 없이 풍족하게 지낼 수 있다고 믿는다. 음력 2월 중에는 매섭고 찬 바람이 많이 분다. “2월 바람에 김칫독 깨진다.”, “꽃샘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라는 속담이 생긴 까닭이다. 이는 풍신(風神)이 샘이 나서 꽃을 피우지 못하게 ‘꽃샘’바람을 불게 하기 때문이라 한다. 한편, 이때에는 고기잡이를 나가지 않고 먼 .. 2019. 3. 20.
⑤ 경칩 - 봄, 우썩우썩 깨어나다 경칩은 24절기 중 세 번째 절기(節氣), 태양의 황경(黃經)이 345도에 이르고 동지 이후 74일째 되는 날로 올해는 3월 6일이다. 경첩 즈음이면 대륙성 고기압이 약화하고 이동성 고기압과 기압골이 주기적으로 우리나라를 통과하게 된다. 한난(寒暖)이 되풀이되면서도 기온은 날마다 상승하는데 올해는 유난히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경칩은 봄의 세 번째 절기이다. ‘놀랄 경(驚)’ 자에 ‘겨울잠 잘 칩(蟄)’ 자를 쓴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풀과 나무에 싹이 트고 겨울잠을 자던 짐승들이 땅 위로 나오려고 꿈틀거린다고 하여 생긴 이름이다. 옛날에는 ‘열 계(啓)’ 자를 써 ‘계칩(啓蟄)’으로 불렀으나 전한(前漢) 경제(景帝)의 이름이 유계(劉啓)여서 피휘(避諱, 임금, 어른의 이름자를 피하는 것)로 ‘경.. 2019. 3. 5.
매화(梅花), 서둘러 오는 봄의 전령 오늘 오전에 올해 들어 처음으로 인근 야산에서 매화를 만났다. 남도에서는 진작 핀 꽃이지만, 아직도 봄은 먼 경북 북부지역에선 ‘아직’이다. 야산 비탈길로 오르는 어귀, 오종종하게 서 있던 가느다란 매화나무 몇 그루에 잔뜩 물이 올랐다. 막 윤기가 흐르는 줄기에 다투어 벋은 가지에 꽃망울이 잔뜩 부풀었다. 그러나 아직은 거기까지다. 뿌리에 가까운 쪽에 한두 송이가 힘겹게, 그것도 꽃잎을 7부만 벌리고 있다. 벌은 아직 보이지 않고, 산등성이에서 상기도 한기를 품은 바람이 미끄러져 내려왔다. 어이없게도 매화(梅花)를 나는 화투 그림을 통해서 먼저 알았다. 거의 직각으로 꺾인 가지 위에 꾀꼬리가 앉아 있는 2월 ‘매조(梅鳥)’로 말이다. 눈썰미가 없었던가, 아니면 주변에 매화가 드물었던지는 잘 모르겠다. 매.. 2019. 2.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