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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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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호의 <고 이경희 화백 기록전> 의성 탑리의 해암갤러리 권정호 특별 사진전(11.2.~11.30.) 김재도 선생께서 해암갤러리에서 권정호 특별사진전을 연다고 알려왔다. 해암갤러리는 의성군 금성면 탑리 버스터미널 대합실로 같이 쓰는 해암 김재도 선생의 갤러리다. 시골 버스정류장 대합실로 같이 쓰는 갤러리인지라 소품 위주의 규격이 작은 작품만 걸 수밖에 없는 형편이 아쉬운 곳이다. [관련 글 : 67년 된 시골 버스터미널, 팔순 사진가의 ‘갤러리’가 되다] 권정호 작가는 사진기자 등 지역 언론계에 36년 동안 몸담아온 보도사진 전문가. 해암갤러리에서 여는 이번 전시는 ‘고 이경희 화백 기록전’. 대구 수채화의 거목으로 알려진 고 이경희(1925~2019) 화백의 초기작과 화실 풍경, 작업 과정, 말년의 일상까지 담아낸 사진들이다. 미술 작.. 2021. 11. 13.
그의 ‘가을’은 풍성하고 아름답다 농부 미나리가 보내온 가을 수확 이웃 시군에 가까이 지내는 친구가 하나 있다. 내가 몇 살쯤 위기는 하나 그깟 나이야 무슨 상관인가.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우리는 더러 우의를 나누는 사이다. 나눈다고 했지만 사실은 내가 일방적으로 받기만 했던 것 같다. 그는 지금 사는 데 집을 짓고 부근의 땅 마지기를 이루어 농사를 짓는데 올해도 감이며 밤 같은 과실을 보내주었다. 얼마 전에는 그간의 정성이 고마워서 책 몇 권을 보냈더니 이내 연락이 왔다. 잘못 보낸 거 아닙니까? 제대로 갔네. 읽을 만한 책 같아서 보낸 거니까……. 말보다 행동이 빠른 사람이다. 바로 쪽지 하나와 함께 우체국 택배가 날아왔다. 이건 또 뭐야, 했더니 그가 몸소 지은 가을걷이 일부다. 콩이 있고, 팥이 있고, 강냉이, 곶감에다가 수세미.. 2021. 11. 13.
[풍경] 전태일 40년의 두 집회 2010년, 전태일 40년의 집회 둘 지난 일요일, 서울에서 열린 두 개의 집회에 다녀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이주호 장관 퇴진과 부당징계 전면 무효화를 요구하는 전국교사 결의대회’와 이어서 열린 민주노총의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 전국노동자대회’가 그것이다. 8시 반에 출발한 전세 버스는 정오를 조금 지나 종로에 닿았다. 오후 1시, 교사대회가 열리는 보신각 주변엔 가을이 깊었다. 제야에 타종식을 치르던 보신각의 규모는 생각보다 훨씬 커 보였고 정자 주변 도로에 단풍이 좋았다. 우리는 보신각 앞에다 가지런히 자리를 잡았다. 민주노동당 후원 교사에 대한 교과부의 징계 지시에 따라 지역 교육청에서 강행된 징계 결과는 ‘학살’이라는 표현이 걸맞다. 7일 현재까지 확정된 징계 결과는 해임 8, 정직 21,.. 2021. 11. 10.
만추, 수학능력시험 내 숲길에는 가을이 더디다, 하고 쓴 게 얼마 전이다. 그러나 어느새 가을은 깊숙이 나무와 숲에 당도해 있다. 단풍을 나무랐지만, 솔숲에 알게 모르게 어린 기운은 쇠잔한 가을빛이다. 안개 사이로 길을 재촉하는 여학생이나 원색의 옷을 차려입고 바쁘게 산길을 나아가는 등산객들의 모습에서도 가을은 이미 깊다. 11월인가 싶더니 어느새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코앞이다. 지난 3년 동안의 공부를 마무리하고 있는 3학년 교실에는 허탈과 비장감이 엇갈린다. 교실 뒷벽마다 후배들의 기원이 담긴 펼침막이 걸려 있다. 더 나은 결과를 얻으려는 마음이야 누군들 같지 않겠는가. “펜이 가는 곳마다 답이 되게 하소서.” 2014. 11. 9. 낮달 일주일이 무섭다. 오늘 아침에 만난 숲길의 단풍이다. 모두 스마트폰으로 찍었다. 이제.. 2021. 11. 9.
행운이 함께하는 사랑? ‘아이비’ 기르기 뒤늦게 ‘화초 기르기’에 입문하다 ‘화초 기르기 입문(?)기’ 라며 ‘건방’을 떤 게 지난 2008년 10월이다. 동료 여교사에게서 분양받은 고무나무 한 그루와 제라늄 한 포기를 집에 가져다 사진을 찍어 블로그에 올린 것이다. 그러고 보니 벌써 세 해가 훌쩍 지나갔다. [관련 글 : 화초 기르기 입문(?)기] ‘근화자향(近花者香)’이니 ‘균제미(均齊美)’가 어쩌니 운운했는데 부끄럽다. 지금 그것들은 집에 없다. 제라늄은 일찌감치 말라버렸고 고무나무도 채 1년을 넘기지 못하고 시들어 버렸다. 민망하지만 나누어준 동료에게 그 사실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작년 2월, 학교를 옮기게 된 그 동료가 아쉬웠던지 호야 한 그루를 건네주었다. 잎이 아주 묘한 이 덩굴식물은 두꺼운 잎의 몸피와 테를 두른 듯한 잎 .. 2021. 11. 7.
사모곡(思母曲), 기다림은 마음으로 유전한다 어머니 생각, 기다림은 유전하는가 며칠 전부터 황석영의 장편소설 을 읽기 시작했다. 9월 말께에 샀으니 한 달이 훨씬 넘었다. 편하게 누워서 책을 폈는데, 맨 앞은 작가의 헌사(獻辭)다. 젊은 시절 언제나 아들의 귀가를 기다리시던 어머니께 이 책을 바칩니다. 청년기를 힘들게 보냈던 작가의 헌사를 읽다 말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잠깐 책을 내려놓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 아들의 귀가를 기다리던 작가의 어머니를 생각하다 나는 6년 전에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떠올렸고, 그예 눈물을 찔끔거리고 말았다. 고작 여섯 해 전에 세상을 떠나셨는데도 어머니가 가신 지가 너무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게 공연히 서러웠다. 돌아가신 후 아들 녀석이 쓰다가 지금은 내 서재로 쓰는 문간방 앞에 기대어 서서 현관에 들어서는 나를 반가.. 2021. 11. 6.
그냥 한번 와 봤는데…진주 시민들이 진심 부럽습니다 8년 연속 ‘한국 관광 100선’에 선정된 역사와 휴식 공간, 진주성에 가다 *PC에서는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1000×667) 크기로 볼 수 있음. [이전 기사] 절정 직전의 ‘피아골 단풍’, 그 자체로 완벽한 풍경 피아골 단풍을 둘러보고 우리는 하동 최참판댁을 거쳐 진주로 달려와 한 호텔에서 묵었다. 숙소를 진주에 마련했다는 얘기를 듣고 내가 떠올린 건 진주성(晉州城)이었다. 남강 옆의 그 성, 한쪽에 촉석루와 논개가 몸을 던진 의암이 있는 이 성을 둘러보는 것도 괜찮은 일이라고 여겨서다. 진주행 체면치레로 들른 진주성의 ‘반전’ 처음 진주성을 찾은 건 1988년 지리산 산행에서 돌아오면서였다. 학교를 옮기고, 고2 사내아이를 가르치던 땐데, 여름방학을 맞아 가르치던 학생 둘과 함께 지리산에 올랐다.. 2021. 11. 5.
간판 구경, ‘고등어 & 콩나물’ 출근길에서 만나는 간판 구경 출퇴근을 걸어서 하면서 자연스럽게 연도의 간판들을 눈여겨보게 된다. 기억력이 왕성할 때야 엔간한 상호쯤은 외워 버리기도 했지만, 요즘은 집 앞 가게 이름도 긴가민가할 때가 많다. 어쨌든 나는 길 건너편에 죽 이어진 가게들의 상호나 취급 품목 따위를 무심히 읽으면서 걷는 게 어느새 버릇이 되었다. 그런데 직업의식은 참 무섭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늘 색연필을 들고 가게 이름, 거리에 걸린 펼침막, 전봇대에 붙은 광고전단을 하나하나 점검하고 있다. 블로그에 붙인 댓글조차도 교정을 본다는 ‘편집자’들의 습관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뜻밖에 맞춤법에 어긋난 표기가 제법 있다. · 갈메기살 → 갈매기살 - 갈매기살은 돼지의 횡격막과 간 사이에 있는 근육질의 힘살이다. 기름이 없고.. 2021. 11. 5.
절정 직전의 ‘피아골 단풍’, 그 자체로 완벽한 풍경 4색의 스펙트럼, 가을 지리산 단풍이 보여주는 ‘천의 얼굴’ *PC에서는 사진을 마우스로 클릭하면 원본(1000×667) 크기로 볼 수 있음. 지난 주말(10월 30일) 가족들과 함께 지리산 피아골을 찾았다. 2019년 10월 31일에 이어 꼭 2년 만이었다. 그때도 아내와 나는 단풍을 보겠다고 피아골을 찾았었다. 우리는 연곡사를 거쳐 직전마을에 이르는 길을 오르면서 길 옆 계곡의 단풍을 구경했었다. ‘화염’으로까지 비유되는 지리산 단풍을 상상해 온 내게 이제 막 단풍으로 물드는 계곡의 가을은 좀 심심했다. 아직도 푸른빛을 마저 벗지 못한 채 드문드문 눈에 띄는 단풍나무들이 연출하는 붉은 점경(點景)을 투덜대면서 아쉽게 발길을 돌려야 했다. 2년 만의 피아골, ‘부부여행’에서 ‘가족여행’으로 아내와 함께.. 2021. 11. 3.
그들에게 ‘유배’는 ‘자유’와 같은 말이다 [서평] 이주빈의 ‘구럼비’는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대천동 앞 바닷가에 펼쳐져 있는 너럭바위의 이름이다. 이 바위는 용암이 흘러내려 굳은 것이지만, 화산섬 제주도의 여느 바위들과는 달리 평평한 몸을 무려 1.2km에 걸쳐 누이고 있는데 그 너비도 무려 150m에 이른다. 나이로 치면 5만 살에서 18만 살에 이르는 이 바위는 화산섬 제주도 역사의 일부이면서 그 바다에 기대어 살아가는 지역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었다. 구럼비는 거기 고단한 몸을 부리려는 사람들의 휴식처였고 책을 읽거나 대화를 나누는 ‘열린 공간’이기도 했다. 그런데 구럼비 주변에 해군과 시행업체인 삼성이 높이 3m의 철제 펜스를 친 것은 지난 9월 3일이다. 바위 위에다 시멘트를 부어 ‘민·군 복합관광미항’을 짓기 위해서다. ‘복합관광’ .. 2021. 11. 1.
독립군 토벌부대 출신 군인은 어떻게 창군 주역이 됐나 [서평] 김효순 지음 1930년대 일제가 편제·운영한 ‘친일 토벌부대’ ‘간도특설대’가 간간이 소환되는 것은 이 부대 출신 인사의 친일 전력에 대한 논란이 벌어질 때다. 2020년에는 현충원 안장과 관련해 백선엽 전 대장의 간도특설대 이력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관련 기사 : 백선엽과 필리프 페탱, ‘구국’과 ‘반역’ 사이). 간도특설대 출신의 한국인 장교들은 일제가 세운 괴뢰 국가 만주국의 군관학교를 나와 만주군 장교로 일제가 요구하는 항일, 항 만주국 세력에 대한 이른바 ‘토벌’을 수행했다. 이들의 주 타격 대상은 연변지역을 중심으로 한 독립군 부대인 동북항일연군이었다. 마땅히 반민족적인 부역 행위자로 단죄돼야 하지만, 이들은 해방 후 귀국, 국군으로 변신해 군 간부가 돼 안락한 삶을 살았다. 독립운동.. 2021. 10. 31.
이 땅에서 ‘국민’으로 살아가기 이명박 정부의 국가인권위 국정감사와 촛불시위 인권위 국정감사, ‘국민’의 기준? 어떤 자리에 있든 ‘국민이 맞느냐?’는 힐난을 받는 것은 그리 유쾌한 경험이 아니다. 일제 강점기 때 ‘비국민(非國民)’(일제 강점기에, 황국 신민으로서의 본분과 의무를 지키지 않는 사람을 이르던 말)을 떠올릴 일은 아니지만, 무언가 한 국가의 구성원으로 대단한 ‘흠’을 가진 게 아니냐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으니 말이다. 어저께 이 힐문을 받은 이는 안경환 국가인권위원장이다. 국가인권위 국정감사에서다. 이유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촛불시위에서 경찰이 인권침해를 한 사실이 있다’라며 경찰 간부에 대한 징계를 권고했기 때문이다. 이런 힐문을 던진 이는 여당의 한 의원이었다. 잠깐 텔레비전 화면에서 그 장면을 봤는데, 이 여성 의원.. 2021. 1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