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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이 함께하는 사랑? ‘아이비’ 기르기

by 낮달2018 2021.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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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화초 기르기’에 입문하다

▲ 올 5월부터인가 기르기 시작한 아이비(ivy). 이 녀석은 그야말로 무럭무럭 자라 주었다.

‘화초 기르기 입문(?)기’ 라며 ‘건방’을 떤 게 지난 2008년 10월이다. 동료 여교사에게서 분양받은 고무나무 한 그루와 제라늄 한 포기를 집에 가져다 사진을 찍어 블로그에 올린 것이다. 그러고 보니 벌써 세 해가 훌쩍 지나갔다. [관련 글 : 화초 기르기 입문(?)기]

 

‘근화자향(近花者香)’이니 ‘균제미(均齊美)’가 어쩌니 운운했는데 부끄럽다. 지금 그것들은 집에 없다. 제라늄은 일찌감치 말라버렸고 고무나무도 채 1년을 넘기지 못하고 시들어 버렸다. 민망하지만 나누어준 동료에게 그 사실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작년 2월, 학교를 옮기게 된 그 동료가 아쉬웠던지 호야 한 그루를 건네주었다. 잎이 아주 묘한 이 덩굴식물은 두꺼운 잎의 몸피와 테를 두른 듯한 잎 가장자리가 썩 마음에 들었다. 이놈은 죽이지 않고 잘 기를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면서 집에다 갖다 놓았다.

 

올해 1층의 본부 교무실로 내려오면서 옆자리의 동료가 놓아준 아이비(ivy) 이야기를 했었다. 나팔꽃잎을 닮은 시원한 잎사귀가 썩 마음에 들었다. 매일 눈앞에 있으니 잊지 않고 물을 주게 되고, 가끔 바깥에 내놓고 햇볕을 쬐거나 바람을 쐤다.

 

아이비 화분을 사다

 

무럭무럭 자라는 녀석을 보면서 스멀스멀 욕심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나는 퇴근길의 꽃집에서 아이비 화분 하나를 샀다. 동료의 아이비를 돌려주는 대신 이 녀석을 내 아이비로 길러보겠다고 마음먹은 것이다. 검정 도자기 화분에 담긴 녀석은 ‘될성부른 떡잎’을 가진 놈이었다.

 

내 아이비는 정말 무럭무럭 자랐다. 이틀이나 사흘거리로 연둣빛 새잎이 나는 걸 발견하는 것은 만만찮은 기쁨이고 보람이었다. 지난여름을 넘기면서 내 아이비는 아주 풍성해졌다. 나는 아이비 줄기 하나를 꺾어 컵에 담고 물을 부었다. 한 열흘쯤 지나자 아이비 줄기는 아주 섬세하게 하얀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 새끼 아이비 두 포기를 분양한 어미 아이비. 학교에서 기르는 놈이다.
▲ 꺾꽂이로 나눈 아이비(왼쪽)와 뿌리를 덜어서 나눈 아이비 .

나는 꽃집에서 도자기 화분 하나를 사서 녀석을 분가시켰다. 그게 위의 왼쪽 사진이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아이비의 뿌리 하나를 뽑아서 또 하나의 화분을 만들었다. 딸애한테 주었는데 아직 이 아이에겐 꽃이 환기해 주는 생명의 기운이 그다지 다가오지 않는가 보다. 내가 예전에 그랬듯이. 아이는 무심코 눈길을 주고 만다.

 

아이비는 두릅나뭇과의 늘 푸른 덩굴나무다. 메마른 땅에서도 잘 자라고 어두운 그늘에서도 잘 견디기 때문에 기르기가 쉬워서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아이비는 고온을 제외한 어떤 환경에서도 잘 적응하고, 포름알데히드의 자극적인 냄새 제거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고 한다. NASA가 발표한 공기 정화식물 중 6위로 꼽히고 있는 이유다.

 

내 아이비, 새끼를 치다

 

분갈이용 흙을 사서 나름대로 신경을 써서 화분 두 개를 만들었는데 욕심과는 달리 금방 줄기가 벋어나가는 것과 같은 변화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퇴근하면 제일 먼저 녀석들의 안부를 살피는 게 일상이 되었다.

 

나이 들면서 사람들은 저마다 하나씩 취미를 가꾸며 사는데 아직 나는 달리 마음 붙일 데를 찾지 못했다. 그나마 몇 해 전부터 텃밭을 가꾸는 데 마음을 두긴 했지만, 올해는 그것도 그만두었다. 인근 시골 마을로 귀촌한 친구가 가끔 부러워지는 것은 그의 텃밭 때문이다.

▲ 지난해 2월에 얻은 호야(위)가 저 혼자서도 잘 자라 주었다.(아래)

화초 기르기는 이미 한번 실패의 전력이 있다. 말라 죽은 제라늄과 고무나무를 생각하며 민망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런데도 뒤늦게 아이비를 늘리는 까닭은 자신도 알 수 없다. 텃밭에 심은 채소에 마음을 빼앗기듯 화초에도 마음을 빼앗길 수 있음을 새삼 확인하면서 세월의 무게를 잠깐 떠올린다.

 

잊고 있었다. 지난해 2월에 내 품으로 온 호야는 그리 살가운 보살핌을 받지는 못했지만 비교적 잘 자랐다. 아이비에 비기면 녀석이 자라는 속도는 꽤 더디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해의 모습에 비기면 이제 제법 의젓하게 줄기를 벋었고 잎도 튼실해졌다.

 

머지않아 베란다에 놔 둔 녀석들을 안으로 들여야 할 듯하다. 어느새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겨울을 넘기면 내 화초들은 더 단단해지고 여물어질 것이다. 마침맞게 아이비의 꽃말은 ‘행운이 함께 하는 사랑’이라고 한다. 아이비를 위한 내 사랑에 어떤 행운이 찾아올까.

 

 

2011. 11. 6.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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