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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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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가끔은 ‘교감(校監)’이 부럽다 ‘교실’이 ‘도살장’이 된다고? 1990년대만 해도 평교사로 정년을 맞는 선배 교사를 바라보는 눈길에는 내색하지 않는 ‘짠한 감정’이 얼마간 담겨 있었다. 후배 교사들로서는 한눈팔지 않고 교육의 외길을 걸어온 선배 교사들에 대한 경의에 못지않게 그가 정년에 이르도록 수업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에 대한 연민의 감정을 가누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게 모르게 세상도 변했다. 예전과 달리 이제 사람들은 교사들에게 ‘승진이 필수’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교감으로 승진하거나, 장학사·연구사로 전직하지 않고 교단을 지키는 교사들을 바라보는 후배 교사들의 시선에 예전 같은 연민이 묻어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승진’은 필수가 아니다? 무엇보다 요즘엔 평교사로 정년을 맞이하는 선배 교사들이 잘 눈에 띄지 .. 2021. 11. 28.
요즘 뉴스는 왜 ‘재미’있는가 손석희가 진행하는 종편채널 의 ‘뉴스룸’ 요즘 이웃들로부터 ‘뉴스를 볼 만하다’라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딸아이는 ‘재미지다’라고까지 표현한다. 텔레비전을 잘 보지 않게 된 나도 저녁 8시가 가까워지면 안경을 챙겨서 텔레비전 앞에 좌정하곤 하는 정도다. 공중파 방송의 뉴스를 보지 않게 된 건 전 정부 때부터니 벌써 여러 해가 지났다. 요즘 그나마 이 분전하고 있을 뿐, 이미 망가져 버린 공영방송 뉴스는 요즘 언론 상황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나 보는 애물단지가 된 것이다. 뉴스 챙겨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내가 챙겨보는 뉴스는 물론 의 ‘뉴스룸’이다. 처음에만 해도 긴가민가했는데 어느 날부터 이 ‘종편’ 뉴스는 공영방송을 제치고 최고의 보도 채널로 자리 잡으며 이른바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정국을 선도하고 있.. 2021. 11. 26.
<페스티발>, 그러나 그리 흥겹지 않은 세 쌍의 남녀와 한 남자 이야기 요즘 나는 통 영화를 보지 않는다. 2009년 벽두에 대구의 동성아트홀에서 와 을 본 게 고작이다. 올해는 얼마 전에 안동의 중앙시네마에서 본 가 다다. 시골이지만 복합상영관이 두 군데나 들어서고 예술영화 전용관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극장에 가는 일이 드물어진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영화를 챙길 만한 ‘여유’를 갖지 못하고 있다는 게 이유일 수 있겠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역시 나이 들면서 영화에 관한 관심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에 있다. 전교조 활동에 묻혀 지내면서도 비디오로나마 주당 한두 편의 영화를 꾸준히 즐길 정도였는데 어느 날인가부터 나는 비디오 가게에 발을 끊었다. 영화를 즐긴다는 것은 소설을 즐긴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영화든 소설이든 그것이 드러내는 것은 인간.. 2021. 11. 24.
트위터(twitter), ‘정치적 이슈’는 말고 새들처럼 지저귀라고? 정치권의 트위터 공방에 부쳐 트위터(twitter)가 마구 두들겨 맞고 있다. 물론 발신지는 트위터에서 세가 불리한 쪽이다. 몇 차례 선거를 통해 트위터나 페이스북 따위의 이른바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의 영향력은 일찌감치 검증된 바 있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 서비스에서 기득권층은 맥을 못 춘다. 여러 가지 분석이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이들이 민심을, 특히 젊은이들의 속내를 읽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인 듯하다. 이 디지털 세대의 관심과 지향, 희망과 절망을 한 번도 눈치채지 못한 이른바 ‘꼰대 세대’들은 그 대응조차 아날로그적이다. 고작 낸 꾀가 ‘SNS 차단법’ 발의다. 화들짝 놀라서 이를 철회하고 말았지만, 이 일련의 해프닝 속에 우리 시대의 ‘사회적 불통(不通)’이 고스란.. 2021. 11. 23.
‘걷기’와 ‘만보기’ 만보기 차고 걷기 만보기 또는 만보계라는 물건이 있다. 말 그대로 일정 시간 걸음수를 기록하는 장치다. 걷기 운동이 정착되면서 사람들은 이 물건을 허리춤에 차고 자신의 운동량을 계산해 보게 된 것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만보기는 아주 값싼 중국산에서부터 값이 꽤 나가는 국산과 일본산 제품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만보기 차고 걷기 만보기를 몸에 지니기 시작한 건 안동에서부터다. 30분 거리인 학교에 짬짬이 걸어 다니게 되면서 만보기 하나를 샀고, 그걸 지금까지 지니고 있으니 햇수로 치면 4, 5년도 훨씬 지난 셈이다. 얼마 전에 전지가 다 돼 문방구에서 전용 전지를 사서 갈아넣었다. 만보기 중에는 열량 계산까지 해주는 놈도 있지만 내 만보기는 아주 기본적인 기능, 즉 걸음 수만 측정하는 물건이다. 아침에 .. 2021. 11. 21.
숲길의 낙엽 치우기 출근하는 산길 낙엽 치우다 아침저녁으로 다니는 산길에 가을이 깊었다. 가을에 접어들면서 숲은 단풍으로 물들기 시작하지만, 그것도 잠깐, 나뭇잎은 말라 바스러지면서 길을 지워버릴 만큼 낙엽으로 쌓인다. 2km 남짓한 산길 가운데 주 등산로 주변의 낙엽은 이내 사람들의 발길에 묻혀 버리니 괜찮다. 그러나 인적이 드문 외진 산길에는 낙엽이 꽤 두껍게 쌓여서 길을 구분하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그 길은 내가 다니는 산길의 끝, 마을로 내려가는 비탈길이다. 물매는 가파르지 않지만 길은 좁고 행인을 마주친 일이 손꼽을 만큼 인적이 드문 곳이다. 이 비탈길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낙엽에 뒤덮여 있다는 걸 확인한 것은 지난주다. 낙엽은 생각보다 미끄럽고, 나뭇잎에 덮인 길바닥의 상태를 알 수 없으니 자치하면 미끄러지거나.. 2021. 11. 20.
‘책인걸’과 ‘책인 걸’ 띄어쓰기가 헷갈린다면, 주목 [가겨 찻집] 종결 어미 ‘-ㄴ걸/-ㄹ걸’과 ‘걸’(것을)의 띄어쓰기 (1) 이럴 줄 알았으면 열심히 공부할 걸 그랬다. (2) 이럴 줄 알았으면 열심히 공부할걸. 문제는 단순해 보인다. 문장 (1)의 ‘걸’은 의존 명사 ‘것’에 목적격 조사 ‘-을’이 붙어서 축약된 형태다. 의존 명사는 반드시 띄어 써야 하니까 ‘걸’을 띄어 썼다. 그런데 이게 간단치 않다. 뒤에 붙은 동사 ‘그랬다(그러다)’를 떼어보자. 그러면 띄어쓰기가 달라진다. 편집자들 가운데 (2) 문장도 ‘공부할 걸.’로 교정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도 ‘공부할 것을’이 준 것으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리 대입해 보아도 부자연스러워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여기 쓰인 ‘걸’은 어간 ‘공부하-’에 붙은 어미 ‘-ㄹ걸’이다. 그것도 문장.. 2021. 11. 18.
다큐멘터리 영화 <서해로 흐른다> 북한을 새로이 조명한 다큐 영화 다큐멘터리 영화 가 상영된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은 것은 상영일 하루 전이다. 장소는 중앙시네마. 나는 시내 중심가 어디쯤 예술영화 전용관으로 지정된 영화관이 있다는 것만 알았다. 이 다큐 영화가 쌍용자동차 노동자 투쟁을 다룬 를 만든 서세진 감독의 영화라는 전언도 붙어 있었지만, 정작 나는 그 영화를 보지 못했다. 안동에 ‘예술영화 전용관’이 있다? 소식이 늦어서 나는 영화 전단도 보지 못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이 작품이 6·15 남북공동선언 10주년 기념작이라는 것과 유튜브에 올라 있는, 2분 남짓한 공식 예고편(☞ 바로 가기)을 보았을 뿐이었다. 서둘러 퇴근해 저녁밥을 먹고 나는 곧장 영화관으로 달려갔다. 중앙시네마는 유명 피자가게가 들어 있는 시내 중심가 빌딩의 .. 2021. 11. 18.
평사리엔 ‘최참판댁’ 말고 ‘박경리 문학관’도 있다 박경리 대하소설 의 배경이 된 곳, 평사리에 가다 [이전 기사] 그냥 한번 와 봤는데… 진주 시민들이 진심 부럽습니다 피아골 단풍을 만난 뒤 진주로 가는 길에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에 들렀다. 알아듣기 좋게 ‘최참판댁’에 간다고 했지만, 박경리 문학관에 간다고 말해야 옳다. 문을 연 순서로 치면 문학관이 늦지만, 최참판댁은 실재하는 집안이 아니라 를 바탕으로 짜인 허구의 집이고, 그 작가가 박경리 선생이니 말이다. 평사리, 박경리의 거대 서사에 편입된 역사적 공간 그간 남도를 다녀오는 길에는 늘 평사리(平沙里)에 들르곤 했다. 경상도에서 남도를 오가는 길목에 하동이 있기 때문이다. 아니다, 길목이기 때문이 아니라, 거기에 평사리가 있어서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하겠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악양면의 한 동리에 불과.. 2021. 11. 15.
수능 시험일 아침 풍경 2007년 수학능력시험 날 아침 풍경 수능 시험일이다. 올해를 끝으로 수능 감독은 졸업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1교시 감독을 마치고 돌아왔다. 어제 아이들과 함께 교실을 시험장으로 꾸몄고, 오늘 아침 7시께에 출근하면서 아이들의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아무리 이 땅의 고등학생들이 거쳐야 할 통과의례라지만 아이들을 바라보는 마음은 안쓰럽기만 하다. 첫 시간, 긴장 때문에 5분 간격으로 화장실에 가는 여자애들, 손이 떨려 카드 표기를 제대로 못 하는 아이들을 연민 없이 바라보기는 쉽지 않다. 바라건대 저들의 지난 3년의 농사가 값진 결실을 거둘 수 있기를, 그리하여 이 슬픈 10대, 고교 시절을 고통으로만 기억하지 않기를……. 2007. 11. 15. 낮달 2021. 11. 15.
반점과 온점, 이제 ‘쉼표’와 ‘마침표’로도! 26년 만의 문장부호 개정 1988년 ‘한글맞춤법’ 규정의 부록으로 처음 선보였던 ‘문장부호’가 26년 만에 개정되었다. 지난 10월 27일, 문화체육관광부가 ‘문장 부호’ 용법을 보완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한글맞춤법’ 일부개정안을 고시한 것이다. 시행은 내년 1월 1일부터. 그동안 글쓰기 환경이 컴퓨터와 인터넷 중심으로 급격히 변화하면서, ‘문장부호’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졌다고 한다. 이에 문체부와 국립국어원은 2012년부터 개정 작업에 착수했고, 올 8월에 국어심의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이를 확정 고시하게 된 것이라 한다. 새 ‘문장부호’는 이전 규정에 맞추어 쓰더라도 틀리지 않도록 하되, 현실적인 쓰임에 맞도록 허용 규정을 대폭 확대하였다. 이는 개정으로 인한 혼란을 최소.. 2021. 11. 15.
[사진] 집회도 진화(!)한다 ‘MB 경쟁교육 심판! 학교 혁신! 정치기본권 쟁취’ 전국교사대회 / 노동자대회 어제 오후 1시부터 서대문 독립공원에서 ‘MB 경쟁교육 심판! 학교 혁신! 정치기본권 쟁취’ 전국교사대회가 있었다. 우리 지역에서는 교사 30여 명이 전세버스로 상경했다. 서대문 독립공원은 처음이다. 나는 독립문의 위치가 거기라는 게 좀 의아했다. 영은문(迎恩門)을 헌 자리에 세운 게 독립문이고 영은문은 곧 중국(청나라)에서 오는 사신을 맞이하던 문이었다. 그런데 그 문이 여기라고? 지금은 서울의 도심이 되었지만 적어도 19세기에만 해도 여기가 수도 한양의 외곽이었다는 게 아닌가 말이다. 그 당시의 서울의 규모를 미루어 짐작할 만했다. 언제나 만나는 얼굴들이지만, 개중에는 낯선 얼굴도 많다. 집회에서 낯선 얼굴을 만나는 경험.. 2021. 11.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