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전체 글2132

안상학 사화집 <시의 꽃말을 읽다> [서평] 안상학 사화집 안동의 안상학 시인이 책을 냈다. 지난 9월 중순께 지역에서 출판기념 북 콘서트를 연다는 시인의 전갈을 받았지만 나는 다른 일 때문에 거기 참석하지 못했다. 북 콘서트는 책에 시가 실린 시인 몇이 손수 자기 시를 낭독하고 저자와 대화를 나누는 등의 행사였는데 보지 않아도 지역의 지인들로 성황을 이루었을 것이었다. 깜빡 잊고 있었는데 한가위 연휴가 끝나고 학교에서 시인이 서명한 책을 등기로 받았다. 마땅히 먼저 사서 읽고 뒤에 서명을 받아야 하는데 편하게 앉은자리에서 증정본을 받게 된 것이다. 시인은 1988년 신춘문예로 등단해 첫 시집 (1991)를 냈다. 그리고 10년 후부터는 (2002), 오래된 엽서(2003), (2008)을 차례로 냈고, 지난해에는 다섯 번째 시집 (실천문.. 2021. 10. 17.
‘도토리’ 노략질 이야기 수업 없는 시간에 뒷산 기슭에 무리지어 핀 쑥부쟁이를 찍었다. 후배가 ‘백구자쑥’이라고 한 그 쑥부쟁이다. 보랏빛 쑥부쟁이를 찍었으니 남은 건 흰빛의 구절초[백구(白九)]다. 산이 깊지 않아서일까. 뒷산에는 구절초가 눈에 띄지 않는다. 동료로부터 어느 골짜기에 가면 구절초가 두어 포기 피어 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선뜻 길을 나서지는 못한다. 그게 내가 원하는 그림이 아닐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근처에 다른 쑥부쟁이가 더 있지 않을까 싶어 길도 없는 숲으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쑥부쟁이를 찾다가 내가 찾은 건 숲에 소복이 떨어진 도토리였다. 꿀밤! 국어사전에서야 ‘도토리’라고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내게 그것은 ‘꿀밤’이다. 간밤에 분 바람 탓일까. 제법 굵직한 크기의 도토리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가으내.. 2021. 10. 16.
‘아름다운 가게’가 반정부 단체라고? 한 여당의원의 황당 주장 최신 뉴스다. ‘아름다운 가게’가 ‘반정부 활동’에 동원되었단다. 지난 10월 13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한, 이사철 한나라당 의원의 주장이다. 주장의 근거는 두 가지다. 아름다운 가게가 촛불집회 등 반정부 불법집회를 한 8개 단체에 자금을 지원한 사실이 있고 이사인 박원순 변호사가 최근 정부를 비판하는 정치활동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사철 의원은 아름다운 가게에 “은행들이 지원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앞으로도 있어서는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그는 ‘아름다운 가게에 물품을 기부하거나 가게 장소를 대여하는 등 지원을 하고 있는 금융기관’을 조사해서 제출해 달라고 금감원에 요구했다. 그의 주장의 핵심은 첫째 ‘아름다운 가게는 반정부 활.. 2021. 10. 14.
‘조반마’의 정당성은 <조선>이 입증한다? 조반마(조선일보 반대 마라톤대회) 여덟 번째 ‘조반마’(조선일보 반대 마라톤대회)가 옥천에서 열린다. 원래 조반마는 조춘마(조선일보 춘천 마라톤대회)에 대응해 춘천에서 열리기 시작했다. 춘천에서 열린 조반마에 나는 두어 번인가 참여할 기회가 있긴 했다.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로 나는 거기 가지 못했다. 다만 거길 다녀온 지인들로부터 조반마 소식을 간간이 전해 들었을 뿐이다. 최근 몇 년간 나는 아예 ‘조반마’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이번 조반마 소식을 어떤 경로 듣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마침 마라톤을 하는 동료 교사가 거기 참석한다는 얘기를 듣고 나니 은근히 마음이 동하기 시작한다. 누리집에 가 보았다. ‘만원의 기적’ 혹은 언론 주권의 회복 ‘만원의 기적’이라는 포스터가 눈길을 끈다. 그 내용은 재.. 2021. 10. 12.
한글날 낙수(落穗) 한글날 이삭줍기 모든 행사를 토요일 특별활동 시간으로 집중시키는 까닭에 내가 기안한 ‘한글날 기념 교내 백일장’은 다음 주 토요일(18일)까지 기다려야 한다. 공교롭게도 금주 토요일은 ‘놀토’인 까닭이었다. 그러나 그 흔해 빠진 교내 백일장도 계획에 없는 학교에 그걸 치르게 되었다는 걸로 만족해야 할 듯하다. 나는 아이들에게 문병란 시인의 ‘식민지의 국어 시간’을 읽어주고, 주시경 선생 등 국어학자 몇 분의 이야기를 잠깐 했다. 또 나는 한글이 얼마나 정보화에 적합한 문자인가를 휴대전화의 문자 입력 방식을 비교하며 설명해 주었다. 26자의 알파벳을 9개의 자판에 두셋씩 배정해야 하는 영어에 비해 한글은 17자(삼성), 12자(엘지)만으로도 필요한 모든 문자를 입력할 수 있다고 했더니 아이들은 머리를 끄덕.. 2021. 10. 9.
이번엔 ‘달러’를 모으자고? 한나라당의 ‘외화통장 만들기’ 운동 제안에 부쳐 역시 한나라당이다. 종합주가지수는 폭락하고, 원 달러 환율은 수직으로 상승하여 둘이 각각 1300선에서 만나게 된 상황에서 ‘외화통장 만들기’ 운동을 벌이자고 했다는 것이다. 주연은 국회 정무위원장 김영선 의원이다. 김 의원은 제안은 이렇다. “지금은 외환보유고가 문제가 되는데, IMF때 금 모으기 운동을 했었다. 지금은 외환위기가 문제인데 집마다 100달러, 500달러 등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전 국민 외화통장 만들기를 해서, 통장에만 넣어만 놔도 장기 달러 보유가 되기 때문에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국민 참여의 좋은 아이디어 될 것 같기 때문에 지도부께서는 이 점을 검토해보시면 좋겠다.” 말씀인즉슨 집에서 ‘썩히고’ 있는 달러를 끄집어내어서 어려운 나라 .. 2021. 10. 8.
시월 유감 퇴임 이후를 생각한다 시월, 가을이 깊어지고 있다. 한가위를 쇠고 나자 갑자기 갈피를 잃어버린 기분이 되었다. 예전처럼 고향 갈 일이 없어 명절은 단출하게 보냈다. 연휴 중에 몸이 성치 않아서 한나절쯤 고생을 했다. 좀처럼 앓아눕는 일이 없는 편인데 신체 기능이 떨어지면서 생기는 질병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연휴 끝나고 돌아온 학교, 3학년은 그예 모든 진도와 강의를 끝내고, 마무리 학습으로 들어갔다. 하루 아홉 시간, 모든 통제로부터 풀린 혼곤한 자유 앞에서 외려 아이들은 지치고 겉늙어 보인다. 끊임없이 자거나 멍해진 눈길로 습관적으로 교재에 머리를 파묻는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세상이 참 모질다는 생각을 아니 할 수 없다. 퇴임 ‘이후’ 생각 지난 월요일부터 3학년은 마지막 기말, 1·2학년은 중간시험을.. 2021. 10. 7.
‘TV 롤러코스터’로 보는 ‘남녀탐구생활 ’ tvN의 코미디 쇼 “재밌는 TV 롤러코스터” ‘남녀탐구생활’ 유선방송을 보고 있지만, 케이블 TV를 시청하는 일은 많지 않다. YTN 같은 뉴스 채널과 몇몇 영화 채널, 그리고 스포츠 채널 정도를 섭렵하는 게 고작이다. 나는 시청자를 꾀기 위해 도발적인 내용을 여과 없이 내보내는 일부 채널은 아예 선호 채널에서 제외해 버렸기 때문이다. 지난 한가위, 성묘를 마치고 처가를 다녀온 후, 아이들과 TV를 보다가 한 프로그램에 잠깐 빠져 버렸다. 그것은 케이블 채널인 tvN의 코미디 쇼 “재밌는 TV 롤러코스터”(이하 ‘롤코’, 본방송 : 토요일 오후 11시 방송, 재방송 : 화요일 17:00, 수요일 10:00)의 한 꼭지인 ‘남녀탐구생활’이다. 그게 언제부터 방송된 프로그램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 2021. 10. 6.
67년 된 시골 버스터미널, 팔순 사진가의 ‘갤러리’가 되다 의성 탑리 버스정류장을 지키는 '독도 사진가' 김재도 선생 이야기 의성에 귀촌한 벗으로부터 탑리 버스정류장을 갤러리로 쓰는 사진가 한 분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지 한참 지났다. 그러나 나는 딴 데 정신을 팔았는지 그걸 전혀 유념하지 못했다. 지난 16일, 함께 금성면 탑리의 시외버스터미널을 찾았다. 팔순 사진가는 67째 운영해 온 정류장에 갤러리를 꾸몄다 탑리 버스정류장은 인구 4천5백의 시골 버스정류장으로는 규모가 제법이었다. 대합실에 들어선 다음에야 비로소 ‘정류장이 갤러리’라는 벗의 얘기가 가늠되었다. 열두어 평쯤의 대합실 벽면엔 빼곡히 사진 작품이 걸렸고, 두 군데 텔레비전 모니터에선 관련 동영상이 흐르고 있었다. 출입구 오른쪽의 매표창구, 그 위와 맞은편 벽에 각각 붙은 버스 시간표와 요금표만이.. 2021. 10. 4.
2007년 10월 4일, 그리고 1년… ‘10·4 남북공동선언’ 한 해 10월 4일은 2007년 10월 4일 남북 정상이 합의·발표한 (이하 10·4선언) 첫 돌이다. 그러나 두 달 전 열린 베이징 올림픽에서 남북 공동입장이 무산된 것을 비롯하여, 지금 남북 양측의 교류와 협력은 얼어붙어 버린 상태다. [관련 글 : ‘10·4 남북공동선언’, ‘6·15’를 이으며 ‘판문점선언’으로] 변화는 지난해 12월 대선의 결과로부터 비롯하였다.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이라는 구호 아래 모든 것들이 부정되거나 무시되기 시작했다. ‘노무현만 아니면 되는’(ABR : Anything But Roh) 게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의 기본인가. 새 정부는 지난 정권이 이룩한 남북의 화해와 협력의 상징인 6·15, 10·4 양 선언에 대해 어정쩡한 태도로 일관했다... 2021. 10. 4.
보랏빛 아스타 꽃밭에 ‘풍차’까지…여기 진짜 한국 맞아? [여행] 가을 인생 샷 명소, 경남 거창 감악산 ‘꽃&별 여행’ 현장에 가다 감악산(紺岳山, 952m)의 구절초꽃 소식은 기사로 들었다. 감악산? 처음 듣는 산 이름인데도 그 울림이 예사롭지 않았는데, 인터넷 검색으로 그게 경남 거창의 안산이라는 걸 알았다. 산 중턱에 있는 연수사(演水寺)는 본디 신라 애장왕 때 감악 조사(祖師)가 세운 감악사였으니, 산과 절, 스님의 이름이 모두 ‘감악’으로 똑같다. 거창군 축제 ‘감악산 꽃&별 여행’ 구절초 꽃을 따라가니 감악산 정상 아래 감악 평전(平田)에서 지난 24일 개막하여 오는 17일까지 베풀어진다는 거창군의 축제 ‘꽃& 별 여행’ 소식이 있었다. 축제 이름에 ‘별’은 밤이면 하늘에서 별빛과 거창읍 야경을 즐길 수 있다고 해서 붙었다. 나는 주말과 공휴일에 .. 2021. 10. 3.
[2021 텃밭 농사 ⑧] 고추 농사, 스무 근 수확 이루고 접었다 우리 집 고추농사 기록, 스물두 근을 땄다 8월 중순에 고춧가루 9근을 건졌다는 얘기는 지난번에 썼다. 8월 24일에 새로 따 말린 고추를 빻아 3.8kg(6.5근)을 얻었다. 합해서 15.5근인데, 4.5근만 더 수확하면 작년과 같아진다며 우리는 흡족해했다. 다음날(8.25.)에 밭에 들러 갈라진 고추[열과(裂果)]를 따왔다. 그것도 잘만 말리면 얼마간 보탬이 되는 것이다. [관련 글 : 2021 텃밭 농사 ⑦ 세 차례 수확으로 고춧가루 아홉 근을 건지다] 올 고추 농사, 고춧가루 스물두 근을 이루다 8월 30일에 이어 9월 8일에 사실상 마지막 수확을 했다. 여름이 막바지에 이르며 병충해가 온 밭에 번졌다. 이때 딴 고추를 말려서 빻으니 4근쯤 나왔다. 반 근이 모자라는 스무 근이 된 것이다. 이제 .. 2021. 10.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