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전체 글2144

‘성낼 노(怒)’, ‘천인공노’와 ‘희로애락’ 사이 [가겨 찻집] ‘활음조 현상’ 따라 바뀌는 표기들 지난 세밑에 한 뉴스 통신사의 기사에서 ‘천인공노(天人共怒)’를 ‘천인공로’로 쓴 걸 보았다. ‘천인공노’는 “하늘과 사람이 함께 노한다”는 뜻으로 쓰이는 사자성어다. 한자음 가운데서 원음이 ‘ㄹ’인데 두음법칙에 따라 ‘노’로 쓰는 늙을 ‘로(老)’와 달리 여기 쓰인 성낼 ‘노(怒)’ 자는 원음이 ‘노’다. 한글맞춤법의 ‘속음’ 표기 그러나 ‘대노(大怒)’나 ‘희노애락(喜怒哀樂)’은 같은 ‘노’자지만, ‘대로’, ‘희로애락’으로 쓴다. 다음은 이에 대한 국립국어원의 설명이다. “그는 좀처럼 {희노애락/희로애락}을 낯빛에 나타내지 않았다.” ‘기쁨과 노여움과 슬픔과 즐거움을 아울러 이르는 말’은 ‘희로애락(喜怒哀樂)’입니다. 제52항에 따라 한자어에서 본음.. 2022. 1. 6.
<황해>의 ‘극사실주의’와 ‘폭력’ [리뷰] 나흥진 감독의 (2010) 도시 저편에 새로 생긴 복합상영관에서 집의 아이들과 함께 영화 를 보았다. 영화에 관한 한 충분히 까다로운 아이들이 서슴없이 따라나선 것은 같은 감독의 2008년 작품 덕분이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이태 전, 나홍진 감독의 를 본 것은 도시 이편의 복합상영관에서였다. 온 가족이 함께였는데 정작 아내는 끔찍하다며 진저리를 쳤다. ‘끔찍하다’는데 동의하면서도 나는 영화의 완성도에 끌렸던 것 같다. 영화 전편에 ‘폭력’이 낭자했지만, 그것은 관객들을 설득하고도 남는 것이었다. 의 감독과 배우들, 다시 만나다 는 같은 감독이 의 두 배우(김윤석과 하정우)와 함께 만든 영화다. 의 계보를 훌륭하게 잇는 스릴러 액션 영화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아내는 동행을 거절했다. 끔찍한 .. 2022. 1. 6.
우리 모두가 ‘상복’을 입어야 한다 349일 만에 용산참사 장례 치러진다 용산에 비친 ‘우리’와 ‘우리 시대’의 ‘초상’ ‘용산’은 탐욕으로 얼룩진 개발의 시대에 부끄러움으로 남은 우리 시대, 삶의 거울이다. 거기 비친 것은 자기만의 작은 이익에는 기꺼이 노예가 되면서 이웃의 아픔과 분노는 짐짓 외면해 온 동시대인들의 비굴하고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관련 글 : 용산참사, 기억의 투쟁] 가난하고 힘없는 시민들에게 가해진 공권력의 부당한 ‘폭력’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맞선 ‘저항’에 던져진‘폭력’의 몰매는 가혹했다. 그 얼굴 없는 ‘폭력’ 앞에 ‘나는 아니다’, 도리질한 사람들의 침묵이 그들의 죽음을, 수백 일 동안의 폭력을 용인했고, 그 주검 위에 침을 뱉은 것이다. 용산은 2010년, ‘선진화’를 자랑하는 정치권력의 자화자.. 2022. 1. 4.
새해, ‘호랑이’처럼 씩씩하지는 않더라도 ‘건강’하게 2022년 호랑이해를 새로 맞으며 2022년 새해가 밝았다. 코로나19 상황이 다시 심각해진 상황에서도 해돋이를 보러 동해로 몰리는 인파는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2021년과 2022년을 구분 짓는 물리적인 시간의 경계를 시간으로 가늠하면서 거기다 다른 의미를 부여하지만, 1월 1일에 뜨는 해가 전날의 태양과 다르지는 않다. 올해는 ‘검은 호랑이’의 해 언제부턴가 이 한 해의 경계를 무심히 넘기고 있다. 몇몇 동료와 선후배, 제자들의 문자를 받으며 새해를 환기하지만, 별다른 소회는 없다. 멀리서 보내온 옛 동료의 문자는 손수 만든 그림 연하장처럼 보였다. 거기 그래픽으로 그린 호랑이를 보면서 ‘범 내려온다’라는 소리가 넘치는 이유를 짐작할 뿐이다. 벽걸이든 탁상용이든 달력에 그해의 간지(干支).. 2022. 1. 3.
할매들, ‘낙동강 살리기’를 말하다 안동에서 ‘4대강 정비사업’ 첫 삽 안동에서 “사실상 ‘한반도 대운하’라는 비난을 받는 ‘4대강 정비사업’이 29일 첫 삽을 떴다.”라고 는 전한다. 정작 현지에서 사는 내가 그걸 전언의 형식으로 쓰는 것은 그 현장을 가 보지 못한 까닭이다. ‘낙동강 안동지구 생태하천 조성사업 착공식’이 열린 11시에 나는 수업 중이었다. 글쎄, 시를 가로지르는 낙동강 둔치 옆으로 낸 육사로에 15억을 들여서 세운 대형 LED 홍보전광판은 “낙동강 살리기 안동에서 첫삽!”을 경축하고 있었지만, 안동시민들 모두가 그렇게 흥분했는지는 알 수 없다. 공사가 시작되기 전인 12월 24일, 저녁에 나는 회식 자리에 가느라고 이번 공사 구간에 포함된 영가대교를 어떤 음식점의 승합차를 타고 건넜다. 누가 물은 것도 아니었지만, 운전.. 2022. 1. 3.
포스팅, 탑재, 펌 블로거들이 즐겨 쓰는 ‘포스팅’에 대하여 양력이긴 하지만 정초(正初)다. 그런데 마땅히 어떤 감회도 없다. 묵은해를 보냈다는 느낌도, 새로 한 해가 시작된다는 느낌도 없으니 왠지 민망하다. 신문과 TV에서 드문드문 전하는 해돋이 소식이며 그림도 무심하게 지켜보기만 했다. 연하장을 주고받는 시대도 아니다. 지인들과 벗, 그리고 아이들이 보낸 문자 새해 인사를 받고 그 답을 보낸다고 조금 끙끙댔을 뿐이다. 그리고 오늘부터 다시 보충수업. 그나마 한 보름 남짓으로 끝나니 다행이라 해야 하나. 오랜만의 수업이어서인지 목이 칼칼해졌다. 며칠간 묵혀 두었던 컴퓨터를 켜서 기사를 읽다가 어떤 덧붙임 글에 눈길이 머문다. 좋은 기사인데, 기사 끝에 붙은 ‘포스팅’이란 낱말이 왠지 생뚱맞아 보였다. 아무 데서나 직업의식.. 2022. 1. 2.
가보자, 을미 새해로… ‘을미적’거리지 말고 2014년을 보내고 2015, 을미년을 맞으며 2015년은 간지로 을미(乙未)년이다. 올해가 1894년 갑오(甲午)년의 2주갑(周甲)이었으니 2015년은 1895년, 을미년의 2주갑이다. 을미년은 명성황후가 경복궁에서 일본 공사가 지휘하는 낭인에게 시해된 사건, 을미사변(명성황후시해사건)이 일어났고 연말에는 단발령이 공포된 해다. 무엇보다도 을미년은 을미사변과 단발령 시행에 항거하여 처음으로 항일 의병이 일어난 해다. 동학농민운동의 세력을 기반으로 한 이 ‘을미의병’은 이후 을사의병(1905), 정미의병(1907)로 이어져 경술국치(1910) 이후 항일 무장 독립운동 세력의 근간이 되었다. ‘갑오 2주갑’을 보내고 ‘을미 2주갑’을 맞으며 돌이켜 보건대 억눌린 백성들이 동학의 깃발 아래 봉기한 갑오년 농.. 2022. 1. 1.
새해 희망, ‘사자성어(四字成語)’ 생각 2014년 새해의 희망을 담은 ‘사자성어(四字成語)’ 1. 전미개오(轉迷開悟) 이 전국의 교수 617명을 대상으로 ‘새해 희망의 사자성어’를 설문한 결과 27.5%인 170명이 ‘전미개오(轉迷開悟)’를 꼽았단다. 중고등학교에서 배운 성어와는 꽤 거리가 있는 이 사자성어는 ‘미망에서 돌아 나와 깨달음을 얻자’는 뜻이다. [관련 기사 바로 가기] 다음은 교수들이 새긴 ‘전미개오’의 의미. “속임과 거짓됨에서 벗어나 세상을 밝게 보자는 것이다. (……) 2013년 한 해 동안 있었던 속임과 거짓에서 벗어나 진실을 깨닫고 새로운 한 해를 열어가자.”(문성훈 서울여대 교수) “政은 正이다. 정치는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 원래대로 회복시킨다는 의미다. (……) 가짜와 거짓이 횡행했던 2013년 미망에서 돌아 나와 깨.. 2021. 12. 31.
대통령 배우자 호칭 ‘영부인’은 죄가 없다 ‘문법’이 아니라 ‘문화’라는 ‘호칭’에 대한 생각 20대 대선을 앞두고 소환된 ‘영부인’이 말썽이다. 영부인이 ‘대통령의 부인’이라는 뜻으로 굳어지기 시작한 것은 아마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인인 육영수 여사 때부터가 아닌가 싶다. 겪지 못해서 이승만·윤보선 대통령 때도 그랬는지는 알지 못한다. 박정희 정권 때는 ‘영부인’ 호출은 가끔이었지만, 전두환 시절의 ‘땡전 뉴스’에서는그 빈도가 늘었었다. ‘영부인’은 죄가 없다 죄 없는 ‘영부인’이라는 낱말이 말썽이 난 것은 윤석열 후보 부인인 김건희 씨의 학력과 경력에 의혹이 일면서다. 의혹이 짙어지자 난처해진 윤 후보가 ‘영부인’이란 호칭을 쓰지 말자고 제안하고, 집권하면 대통령 배우자를 보좌하는 청와대 제2부속실을 폐지하겠다고 밝히기까지 이른 것이다. 윤 .. 2021. 12. 30.
2016 원숭이해, 갑자(甲子) 돌아오다 회갑, 혹은 환갑을 맞았다 2016년 새해는 병신(丙申)년이다. 부정적인 뜻의 동음이의어가 있는데 거기에 ‘년’까지 부치니 여성을 조롱할 때 쓰는 말로 둔갑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원래 ‘병(丙)’은 천간(天干)의 셋째를, ‘신(申)’은 십이지 가운데 아홉 번째 동물인 잔나비를 이른다. 그러니 오는 2016년은 잔나비 띠의 해다. 2016 병신년, 원숭이의 해 옛말로는 ‘납’이라 했고, 우리는 어릴 때 ‘잔나비’(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방언으로 처리)라고 했지만, 요즘은 보통 ‘원숭이’라고 부른다. 원숭이는 포유류 영장목 중에서 사람을 제외한 동물을 일컫는 일반적 호칭이다. 바나나를 좋아한다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사실 원숭이는 잡식성이다. 십이지(十二支) 중 원숭이는 인간과 가장 많이 닮은 영장 동물로 만능 .. 2021. 12. 30.
‘진보의 희망’으로 살아온 ‘문학의 길, 역사의 광장’ [서평] 임헌영 선생의 대화록 을 펴낸 민족문제연구소 소장직을 18년째 맡아 온 원로 문학평론가 임헌영 선생이 후배 비평가인 유성호 한양대 교수와의 대화록 을 펴냈다. ‘대화록’의 형식을 빌었지만, 732쪽의 양장본에 묵직이 담긴 것은 임헌영의 성장사와 실천적 삶이니, 이 책은 “‘자연인 임헌영’의 생애를 충실하게 관통하는 자전적 기록”(유성호)이라 해도 무방하다. 대화록의 형식을 빌린 자전적 기록 명색이 문학도였지만, 비평 쪽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나는 그간 그의 이름을 문예비평이 아니라, 1970년대 민주화운동 저항사에서 간간이 발견하는 데 그쳤다. 그는 1966년 으로 등단하여 1974년 유신체제 긴급조치 시기에 문학인 사건으로 투옥됐고, 월간 와 등 잡지의 편집주간으로 일하다가 1979년부터.. 2021. 12. 29.
‘걸판지다’, ‘-엘랑’도 표준어가 되었다 국립국어원, 2016년 표준어 추가 결과 지난 27일, 국립국어원이 ‘2016년 표준어 추가 결과’를 발표함으로써 6항목의 어휘가 표준어, 또는 표준형으로 인정받았다. 새로 표준어의 지위를 갖게 된 낱말은 ‘걸판지다, 겉울음, 까탈스럽다, 실뭉치, -엘랑, 주책이다’ 등이다. 2011년 이후, 네 번째 ‘표준어 추가’ 1988년 표준어 규정을 고시한 이후, 국립국어원이 2011년부터 표준어 추가를 시행해 오고 있는 것은 국민들이 실생활에서 일상적으로 쓰고 있는 말에 표준어의 지위를 줌으로써 다수 언중의 어휘 선택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조치다. 실제 국민이 실생활에서 일상적으로 쓰고 있으면서도 비표준어라는 이유로 홀대해 온 낱말들은 여전히 적지 않다. 이번까지 네 차례(2011년, 2014년, 2015년, .. 2021. 1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