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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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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 배달길 지역 복지관에서의 자원 봉사 이야기 점심을 먹고 한 시간 남짓, 도시락을 배달하고 돌아왔다. 노란 플라스틱 바구니에 반주일치 반찬이 든 찬합이 셋. 그게 내가 배달해야 할 도시락이다. 함께 든 쪽지에는 그동안 죽 맡아 도시락을 가져다준 여자아이 이름 밑에 낯선 이름 둘이 더 있다. 새로 도시락을 받을 아인데 자매인 모양이다. 이번 방학은 거저 같다. 해마다 4∼5주가량 활동하는데 이번엔 2주만 수고해 달라는 복지관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 복지관에서 시행하는 결식 학생 도시락 배달에 참여하게 된 건 2004년 여름방학 때부터였으니, 햇수로는 4년째, 어느새 일곱 번째 방학을 맞은 것이다. 그때는 1년간의 조합 전임활동을 마치고 복직한 뒤, 처음 맞는 여름방학이었다. 십수 년 동안 앞만 보고 달려온 .. 2022. 8. 7.
[오늘] YH무역의 여성 노동자들, 유신독재의 몰락을 앞당기다 [역사 공부 ‘오늘’] 1979년 8월 9일, 회사 폐업에 노동자들 신민당사 농성 돌입 1979년 오늘(8월 9일), 서울 마포구 신민당사에서 와이에이치(YH)무역의 여성 노동자들이 회사의 폐업조치에 항의하며 농성에 들어갔다. 노동자 187명은 도시산업선교회의 알선으로 당사에 들어갔고, 당 총재 김영삼은 이들의 투쟁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여러분이 마지막으로 우리 당사를 찾아 준 것을 눈물겹게 생각한다. 우리가 여러분을 지켜주겠으니 걱정하지 말라.” 1966년 자본금 100만 원에 종업원 10명으로 출발한 가발 수출업체 와이에이치무역은 가발 경기의 호황과 정부의 수출 지원책에 힘입어 1970년대 초에는 종업원이 최대 4천여 명에 이르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설립자 장용호는 미국에서 백화점 사업체를 설립해.. 2022. 8. 7.
도리사, 드는 이 편안히 품어주니 ‘최초 가람’ 아닌들 어떠랴 [선산 톺아보기 ⑬] 태조산(太祖山) 도리사(桃李寺)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태조산 도리사(桃李寺) 일주문은 도리사 2Km 앞 아스팔트 길 위에 세워져 있다. 거대한 콘크리트로 지은 이 산문에는 금빛으로 쓴 ‘해동 최초 가람 성지 태조산 도리사’란 현판이 달려 있다. 도리사는 거기서 느티나무 가로숫길로 산길을 십여 분 더 가야 있다. 정말 도리사는 ‘해동 최초 가람’일까 태조산(太祖山 691.6m)은 선산의 진산인 비봉산의 동쪽 줄기에 해당하는 산으로 원래 이름은 냉산(冷山)이다. 고려 태조 왕건이 이 산에 어가(御駕)를 두어 숭신산성을 쌓고 후백제 견훤과 전투를 벌인 데서 유래된 이름이다. 왕건은 925년 후백제 견훤과의 팔공산 전투에서 크.. 2022. 8. 6.
비 갠 오후, 고추밭에서 장모님의 고추밭에서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올 장마는 끈질기다. 6월 중순께부터 시작한 이 우기는 7월 말에 들어서면서 비로소 아퀴를 지으려는 듯하다. 강원도를 비롯한 전국 각지를 강타한 수해는 이 땅과 사람들에게 유례없이 깊은 상처를 남겼다. 뻘 속에 잠겨 있거나 지붕 언저리만 흔적으로 남은 참혹한 삶터에서 담배를 태우거나 소주잔을 들이켜고 있는 촌로들의 스산한 표정 앞에서 수해와 무관한 도회에서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죄스럽기 짝이 없다. 그예 장마가 끝날 것이라는 일기예보를 듣고 집을 나섰고, 모처럼 펼쳐지는 파랗게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딸애는 탄성을 질렀다. 입대 후, 이제 갓 1년을 남긴 아들 녀석의 면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2022. 8. 5.
폐사지를 지켜온 돌탑, 그 천년의 침묵과 서원 [선산 톺아보기 ⑫] 선산읍 죽장리 오층석탑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죽장사(竹杖寺)는 선산 읍내에서 서쪽으로 약 2km쯤 가다 중부내륙고속도로 나들목 어귀 오른쪽에 있는 죽장리에 있다. 죽장사에는 국보로 지정된 통일신라시대의 오층석탑이 서 있다. 죽장리 오층석탑은 높이가 10m에 이르러 전탑형의 5층 탑으로는 나라 안에서 가장 높다. 1968년에 국보로 지정됐다. 4백여 년 폐사지를 지켜온 오층석탑 죽장사에 있는 오층석탑이니 당연히 ‘죽장사 오층석탑’으로 불리어야 하지만, 아직도 ‘죽장리 오층석탑’이다. 죽장사는 신라 때 창건된 사찰로 추정되지만, 이력이 거의 전해지지 않는다. 관련 기록으로는 중종 25년(1530년)에 간행된 권29 선산 도.. 2022. 8. 4.
문성지의 연꽃과 고라니 *PC에서는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구미시에 붙은 고아읍 원호리와 문성리는 구미 시내와 진배없다. 아파트 단지가 속속 들어서 새로운 시가지를 형성하면서 ‘원호’나 ‘문성’으로 불린다. 원호리에서 한 블록쯤 더 떨어진 문성리에는 에 “둘레가 3천6백70척이고 못 안의 민가가 크게 부유하니 관개(灌漑)의 이로움이 많았다.”라고 기록된, ‘여우못’으로 전해 오는 저수지가 있다. 우리는 지금껏 ‘들성지’, 또는 ‘들성못’으로 불러왔는데, 확인해 보니 정식 이름은 ‘문성지’다. ‘못’은 순우리말이고, ‘지(池)’는 한자어다. 대체로 한자어 이름 뒤에는 ‘지’가 붙고, 순우리말 뒤에는 ‘못’이 붙는 경향이 있다. 금오산 아래에 있는 ‘금오지’나 ‘대성지’가 그렇고.. 2022. 8. 3.
되돌아보는 2019년 가을 ‘단풍’ [지리산자락 지각 답사기] ⑤ 이르다고 발길 돌린 피아골 단풍 *PC에서는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2019년 10월 31일에 찾은 피아골 피아골은 2019년 10월 31일, 여행 첫날의 첫 방문지였다. 우리는 연곡사를 거쳐 직전마을에 이르는 길을 오르면서 길옆 계곡의 단풍을 돌아보았다. 그러나 ‘화염’으로까지 비유되는 지리산 단풍을 상상하면서 잔뜩 기대하고 온 나에게 이제 막 단풍으로 물드는 계곡의 가을은 좀 마뜩잖았다. 상기도 푸른빛을 마저 벗지 못한 나무들 가운데 드문드문 눈에 띄는 단풍나무들이 연출하는 붉은 점경(點景)을 투덜대면서 나는 아내에게, 때를 맞추지 못했다고, 다음에 오자며 발길을 돌려버렸다. 정작 뒷날의 기약이란 흔히 공수표가 되고 만.. 2022. 8. 2.
‘유네스코 세계유산’ 베네치아, 도시 전체가 특별한 건축 걸작 [처음 만난 유럽 ⑨] 오버투어리즘 이전, 물의 도시 베네치아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여행 6일 차인 4월 20일, 로마의 호텔에서 조반을 들고 버스로 베네치아로 이동했다. ‘베네치아(Venezia)’는 영어 발음인 ‘베니스(Venice)’로 더 많이 불린다. 셰익스피어의 희곡도 ‘베니스의 상인’이고, 거기서 치르는 영화제도 ‘베니스 영화제’다. 베니스 말고 베네치아, 석호와 함께 1987년 세계유산 지정 베네치아는 이탈리아 북부 베네토주의 주도(州都)로 과거 베네치아 공화국의 수도였다. 물의 도시고, 운하의 도시 베네치아에는 하루 최대 6만 명에 이르는 관광객들이 드나들며, 연간 2천 2백만에서 3천만에 가까운 사람들이 방문하는 세계적 관광.. 2022. 8. 1.
현병철 인권위원장의 ‘스마트 코리아’ 막장으로 치닫는 현병철 위원장의 국가인권위원회 경찰과 보수 세력들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세 번째 ‘희망 버스’는 부산으로 달려갔다. 전국에서 모인 일만오천의 시민들은 ‘인간의 삶과 일’을 위해 싸우는 한 해고노동자에게 ‘인간의 사랑과 연대’를 뜨겁게 전했다. 그것은 새삼 ‘인간은 아름답다’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국가인권위, 직원들 ‘부당징계’ 강행 이런 벅찬 소식만 있는 건 아니다. 29일에는 그예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인권위 노조 간부 해고에 항의하며 1인 시위를 벌인 직원들의 징계를 강행했다. 그것도 애초에 현병철 위원장이 요구한 징계 수위(3명 중징계, 8명 경징계)보다 높은 4명에겐 중징계인 정직을, 다른 7명에게는 경징계인 감봉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일찍이 인권위는 비슷한 사안에 .. 2022. 7. 31.
8월, 함께 창 앞에 서자 여름은 처서(處暑)로 가고 여름은 아직 한참 남았다. 장마 덕분에 더위는 오다가 문턱에 걸린 형국이었으나, 장마가 끝나면서 불볕으로 되살아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어차피 절기는 제 갈 길을 간다. 8일이 입추, 14일이 말복이고, 23일은 ‘지나면 모기 입이 비뚤어진다’는 처서(處暑)다. 더위도 한풀 꺾이면서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해 ‘처서’라는 이름을 얻은 이 절기 이후로 시간은 좀 빠르게 지나간다. 7·8월이 어정어정 또는 건들건들하는 사이에 지나가 버린다는 ‘어정칠월 건들팔월’인 것이다. 예순한 돌 광복절 15일은 예순한 돌을 맞이하는 광복절이다. 작년에 회갑을 맞았으니 올해는 새로운 갑자(甲子)가 시작되는 해인 셈이다. 갑자가 돌아왔으나 여전히 조국의 분단은 끝나지 않.. 2022. 7. 30.
잠깐 머물렀어도 ‘청정 스위스’의 ‘이미지’는 바뀌지 않았다 [처음 만난 유럽 ⑧] 주마간산 스위스, 취리히에서 반나절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유럽 패키지여행의 마지막 날(2016.4.21.), 우리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출발하여 오후 4시께에 스위스의 취리히에 닿았다. 관광을 위해서가 아니라 취리히 출발하는 KE918편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였다. 공항으로 이동할 때까지 두어 시간의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취리히는 스위스에서 가장 큰 도시이자 취리히주의 주도다. 취리히호의 북쪽 끝에 있는 이 도시의 공식 언어는 독일어다. 취리히호는 기원전 8000년경 빙하기 때 알프스에서 내려온 산악빙하가 녹아 생긴 것으로 초승달 모양을 하고 있으며 다양한 관광선 유람코스가 있다고 했다. 가이드는 우리를 프라우 뮌스터.. 2022. 7. 29.
<오마이뉴스> ‘편집자 말’? 그냥 ‘편집자’로 쓰면 안 되나? 의 ‘편집자 주’ 표기 방식 유감 신문이나 잡지 등에서 쓰는 용어로 ‘편집자 주(註/注)’가 있다. 이는 스트레이트 보도 기사가 아닌 특집이나 기획 기사 등에서 마치 ‘전문(前文)’처럼 쓰는 기사를 이르는 말이다. 여기서 ‘주’는 ‘글이나 말의 어떤 부분에 대하여 그 뜻을 자세히 풀어 주거나 보충 설명을 더하여 주는 글이나 말로 ‘주낼 주(註)’ 자와 ‘물댈 주(注)’자를 모두 쓰는 거로 나와 있다.’(표준국어대사전) 그러니까 편집자 주는 어떤 기사의 성격과 방향, 목적과 취지, 배경과 전망, 필자 소개와 연재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소개하는 일종의 기사 안내문이다. 독자의 처지에서 보면 기사를 읽기 전에 충분한 사전 예비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생광스러운 부분이다. 특히 ‘주(註)’는 본 기사의 작성자가 .. 2022. 7.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