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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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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과 ‘반려’, 혹은 버리는 사람과 거두는 사람 ‘애완’과 ‘반려’ 사이 오늘 아침, 모처럼 걸어서 출근하는 길이었다. 네거리에 서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오른편 전봇대에 붙은 광고지가 눈에 띄었다. 신호가 들어왔다면 나는 무심히 길을 건넜을까. 나는 ‘강아지를 찾습니다’라는 제목의 광고를 읽었고, 휴대전화로 두 장의 사진을 찍었다.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는다는 여느 광고였다면 나는 무심히 스쳐 지나가고 말았을 것이다. 그런데 예의 광고 속 강아지는 ‘8개월 전에 유기견보호센터에서 입양해 온 유기견’이라고 했다. ‘또다시 유기견이 되지 않도록’ 연락을 달라는 광고는 “저희에겐 소중한 ‘가족’입니다.”라는 문장으로 끝을 맺으면서 20만 원의 사례금도 제시하고 있었다. 반려동물(사실은 이런 낱말도 내겐 익숙하지 않다.)과는 나는 인연이 아주 멀다. 개나 .. 2022. 6. 17.
다시 6월, 지금 익어가는 것들 *PC에서는 이미지를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 이미지로 볼 수 있음. 무릇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은 물리적 시간의 경과에 따라 변화한다. 그 변화는 성장이기도 하고 쇠퇴이기도 하다. 아직 어린 녀석은 자랄 것이고, 다 자란 놈은 조금씩 노쇠해 갈 것이다. 이처럼 일정한 시간이 지나서 더는 성장하지 않는 것은 인간뿐이다. 생명 다할 때까지 재생산하는 식물 그러나 식물은, 그 생명이 다하는 순간까지 재생산을 멈추지 않는다. 수백 살 먹은 나무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이유다. 기후 변화가 시간을 헛갈리게 하기도 하지만, 풀과 나무는 때맞추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번식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6월 들면서 결실이 이른 살구가 익기 시작했다. 인근 가마골까지 걸어가면서 어저께는 .. 2022. 6. 14.
『직지(直指)』와 ‘금속활자’ 이야기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과 흥덕사지, 청주고인쇄박물관 *PC에서는 이미지를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 이미지로 볼 수 있음. 흥덕사지의 청주 고인쇄(古印刷)박물관을 찾은 것은 지난 5월 27일, 문의문화재단지를 돌아보고 나서였다. 도시락까지 준비하고 소풍 삼아 문의에 갔었지만, 때를 훌쩍 넘기고 마땅히 도시락을 펼 데를 찾을 수 없었다. 오후 3시쯤, 아내와 내가 고인쇄박물관 주차장에 차를 대고 거기서 불편하게 도시락을 비운 사연이다. [관련 글 : ‘소풍’은 문의마을로 가서 ‘도시락’은 차 안에서 먹었다] 청주고인쇄박물관과 흥덕사지 방문 흥덕사지(興德寺址)는, 한국토지공사가 운천 지구 택지개발사업을 시작하고 청주대 박물관이 운천동 사지 발굴조사를 진행하면서 발견되었다. 흥덕사지는 현장.. 2022. 6. 13.
‘소풍’은 문의 마을로 가서 ‘도시락’은 차 안에서 먹었다 대청호의 풍광과 색소폰 공연까지 즐긴 청주 문의문화재단지 *PC에서 가로형 사진은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 이미지로 볼 수 있음. 고은 시의 배경 ‘문의문화재단지’에 가다 충청도 문의(文義)에 ‘문화재단지’가 있다는 걸 최근에야 알았다. 고은 시인의 시 ‘문의 마을에 가서’에 대한 강렬한 기억이 그 지명을 각인해 왔지만, 나는 문의를 스쳐 갔을 뿐 거기 가보지 못했다. 시인이 1969년 5월 에 발표한 ‘문의 마을에 가서’는 ‘죽음을 통해 깨달은 삶의 경건성’, ‘삶과 죽음이 하나의 실체라는 인식’을 노래했다. 모친상을 입은 신동문(1928~1993) 시인을 조문하고자 문의를 찾았던 시인은 문의를 죽음과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시적 공간으로 받아들였다. 겨울 문의에 가서 보았다. / 죽음.. 2022. 6. 10.
영남 성골 유권자의 지방선거 ‘유감’ 2014년 제 6회 지방선거(2014. 6. 4.)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정당은 말할 것도 없고, 언론과 시민사회에서, 한 표를 행사한 유권자는 자기 깜냥대로 이 선거의 ‘의미’와 ‘결과’를, 그 대차대조표를 내놓았다. 여야 모두 패배다, 비긴 셈이다, 대통령의 눈물이 여당을 살렸다, 야당의 성과는 세월호 영령 덕이다, 국민은 절묘한 중립을 선택했다……. 승패, 그 미묘한 대차대조표 단지 표현의 문제만이 아니니 그 각각의 평가는 모두 사실의 핵심이든 변죽이든 울리고 있을 터이다. 나는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촌평을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적 선택을, 선거 결과를 통해 증명받고 싶어 하는 것이야 어느 쪽이든 마찬가지일 것이리라. 막대기만 꽂아놔도 된다는 경상도, 그것도 여전히 ‘죽은 박정.. 2022. 6. 8.
성공회에서 강화도에 ‘한옥 성당’을 지은 뜻은… [강화도 여행 ①] 인천광역시 강화군 강화읍 성공회 강화읍 성당(2022.5.5.) *PC에서는 이미지를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 이미지로 볼 수 있음. 강화도는 서울 인근에 있지만, 경상도 사람에게는 꽤 멀다. 그건 단순히 물리적 거리만이 아니라, 심리적 거리인 듯하다. 1969년 강화대교로 육지와 이어졌지만, 다른 시도 사람들에게는 강화도는 여전히 섬이기 때문이다. 12년 만에 다시 찾은 강화도 내가 처음 강화도를 찾은 것은 2010년 1월이다. 의 시민기자 연수가 거기서 열렸기 때문이다. 한밤중에 들어가 연수에 참여하고 아침에 일어나니 며칠 전 내린 눈으로 온 세상이 하얀데, 안개까지 끼어 아주 먼 데로 온 느낌이었다. 그게 마니산도, 정족산성도, 전등사도 가보지 못한 내 강화도 초행.. 2022. 6. 4.
‘나라에서 주는 상’ 받을 뻔하다 말다 원치 않았던 ‘퇴직 교원 표창’, 결국 무산되다 4월 중순인가 교무부장으로부터 ‘퇴직 교원 표창’ 때문에 그러는데 학교로 잠깐 나올 수 있는가 하고 연락이 왔다. “그러고 싶지 않다. 표창받을 일이 뭐 있겠냐”라고 얼버무렸는데 한 달쯤 후에 다시 친분이 있는 후배 교사한테 다시 연락이 왔다. 역시 같은 일(표창 상신) 때문에 한 연락이다. 자기들이 해야 하지만, 사실 관례상 본인에게 부탁드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무슨 말이냐 하면 표창을 올리려면 ‘공적조서’가 필수인데 그걸 직접 써 달라는 얘기였다. 나는 표창 받을 일도 없으니 사양하겠다고 에둘러 말했지만, 후배는 아니라고, 정색하면서 번거롭더라도 하는 게 좋겠다고 해서 그러겠다고 했다. 받아도 그만이고 안 받아도 상관없는 일인데, 공연히 ‘거부’한다고.. 2022. 6. 3.
6·1 지선 결과, 구미는 ‘2018년 이전’으로 다시 되돌려졌다 [2022 제8회 지방선거 결과] 구미는 시장도 잃고 도의원 전부, 시의원도 절반을 잃었다 제8회 지방선거가 끝났다. 개표도 거의 끝나서 선관위에서 당선증을 교부하면 당선자가 확정된다. 역대 두 번째로 낮은 투표율(50.9%)은 여야에 실망한 20·30의 이탈로 분석되는 모양이다. 그러나 구미에서도 이번 선거에 투표하기를 망설인 이가 적지 않았다. 투표를 망설인 지방 선거 경북 평균 투표율은 전국보다 2% 정도 높은 52.7%지만, 구미는 경북에서 최하위인 42.8%다. 경북 평균보다 무려 10% 이상 낮다. 전체 선거인 33만7510명 중 14만4584명이 투표했으니, 투표하지 않은 이는 19만2926명이다. 20만 명에 가까운 시민이 투표를 포기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선거권을 한 번도 포기하지 않.. 2022. 6. 2.
[2022 텃밭 농사 ②] 제대로 돌보지 않아도 작물은 제힘으로 자란다 *PC에서는 이미지를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 이미지로 볼 수 있음. 고구마는 멀칭 작업을 하지 않고 심었는데 가문데다가 제대로 돌보지 않아 다 죽게 생겼다는 얘긴 지난 글에서 이미 했다. 죽으면 하는 수 없다고 내버려 두었는데, 5월 19일에 가보니 어라, 그 척박한 환경에서도 뿌리를 내린 놈이 적지 않았다. 아내가 친구에게서 얻어 온 배색 비닐(작물이 올라오는 부분을 투명하게 한 것)을 이미 고구마를 심은 이랑에다가 덮어씌우고 구멍을 뚫어 고구마 순을 끄집어내어 주었다. 아래 뿌리가 살아 있는 놈은 놔두고, 아예 죽은 놈 자리에는 땅콩을 심었다. 촉이 난 땅콩을 구멍을 얕게 파서 심으면서도 그게 살아날지 의심스러웠다. 그럭저럭 심고 나니 고구마와 땅콩이 뒤섞인 밭이 되었다. 묵은 밭의 .. 2022. 6. 1.
6월, 아픔과 역사를 넘어 6월, 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넘어 6월은 10월과 함께 그 숫자가 본음이 아닌 속음(俗音)인 [유월], [시월]로 불리는 달이다. [유궐], [시붤]처럼, 하기는 어렵고 듣기에는 거슬리는 발음을 쉽게 하기 위한 일종의 활음조 현상이다. 이달을 고비로 한 해가 꺾어진다. 한 해의 절반이 지나가는 것이다. 유월은 유독 민족 분단과 관련된 날이 많다. 한국전쟁이 일어난 6·25가 그렇고, 나라를 위해 죽어간 모든 이들을 기리는 현충일(6일)이 그렇다. 15일은 반세기가 넘게 계속되어 온 냉전의 세월을 끊은 6·15 선언이 7돌을 맞는 날이다. 불과 반세기 역사의 굽이마다 얼룩진 민족의 삶과 죽음은 얼마인가. 한국전쟁으로 남북은 각각 133만과 272만, 모두 405만여 명의 인명을 잃었다. 이 중 민간인 사상.. 2022. 5. 31.
“소멸 위험 지자체 1위 의성군, 농축산업이 살릴 겁니다” [도전 2018 지방선거④] 의성군수 선거에 출마한 의성농민회장 신광진 민중당 후보 “신광진 선생이 민중당으로 의성군수에 출마한다는구먼!” 경북 의성군 농민회장 신광진(59)이 지인들로부터 ‘선생’으로 불리는 이유는 그가 20년 넘게 교직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던 교사 출신이어서다. 충남대 공업교육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하고도 몇 해 동안 기업에서 일한 그는 좀 뒤늦게 교단으로 돌아와 아이들에게 기술과 컴퓨터 등의 교과를 가르쳤다. 농사를 짓기 위해 안정적인 교직을 떠났지만, 그는 농사로 수익을 올리는 대신 최소한의 생계를 꾸리며 농약을 거의 쓰지 않는 농사를 짓고 있다. 의성 토박이로 지역 농민운동에 뛰어든 그는 농민회장의 책임을 맡았고 촛불 정국 때 8개월간 의성군의 촛불을 이끌었다. 출마도 그의 ‘실천.. 2022. 5. 30.
첫 투표를 하게 될 제자들에게 2010년 지방선거를 치를 제자들에게 딸들아, 너희들과 만난 건 2007년 3월, 2학년 교실에서였다. 열여덟 큰아기였던 너희들에게 나는 문학과 작문을 가르쳤지. 갓 전입한 내게 너희들은 아주 속 깊은 아이처럼 조금씩 따뜻하게 곁을 내어 주었고, 마음으로 나를 믿어 주었었다. 우리는 4월에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다녀왔고 5월에는 체육대회를 치르고 다큐멘터리 영화 ‘우리 학교’를 같이 보았다. 결국엔 내가 지은 셈이 되었지만, 고추 농사를 함께 시작했고, 7월엔 학교 축제를 함께 치렀다. 나는 그 전해 연말에 문을 연 블로그에다 너희들과의 일상을 드문드문 기록하기도 했다. ▶ 2007년 4월, 제주도 수학여행 ▶ 20007년 우리 반 고추 농사 ▶ 2007, 다큐영화 관람 ▶ 2007년 7월, 학교 축제 ▶.. 2022. 5.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