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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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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으로 불 꺼서 주인 구한 의견(義犬), ‘의구총’으로 전한다 [선산 톺아보기 ⑯] 해평면 낙산리 의구총(義狗塚) 구미에는 ‘의로운 소’의 무덤만 있는 게 아니라 ‘의로운 개’의 무덤 ‘의구총(義狗塚)’도 있다. 의구총은 산동면 인덕리 의우총에서 25번 국도를 따라 상주로 넘어가는 길, 해평면 낙산리 큰길가에 있는 조선 후기 개 무덤이다. 낙산리 삼층석탑에서 10여 분만 더 가면 길 오른쪽의 의구총에 이른다. [관련 글 : 구미 의우총 이야기, 소의 의로움이 이와 같았다] 25번 국도 따라 의우총 이어 ‘의구총’도 있다 의구총의 유래담도 1655년(현종 6) 선산 부사 안응창(1603~1680)이 지은 ‘의구전조(義狗傳條)’에 전해져 온다. ‘의구’의 일은 ‘의우의 일’이 있기 오래전에 일어난 일로, 그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다. 선산부(善山府) 동쪽 연향(延香 .. 2022. 9. 6.
[순국] 간도 국민회군 사령관 안무 장군 전사 1924년 9월 7일, 대한국민회군 사령관 안무 장군 순국 1924년 9월 7일, 대한국민회군 사령관 안무(安武,1883~1924) 장군이 용정(龍井) 자혜 병원에서 숨을 거두었다. 일본 경찰과 교전하다가 중상을 입고 병원에 이송된 그는 일제의 치료를 거부하고 죽었다. 향년 41세. 자유시 참변(1921) 이후 북간도 일대에서 활동하던 그는 전날, 일경의 습격을 받아 모아산 부근에서 교전하다가 복부에 총상을 입고 체포되었었다. [관련 글 : 1921년 오늘-대한독립군단 총재 서일, 자결 순국하다] 일제의 치료 거부하고 순국 안무는 함경북도 경성 사람이다. 호는 청전(靑田), 본명은 안병호다. 1900년 대한제국 육군 진위대(鎭衛隊)에 입대하여 해산(1907)될 때까지 교련관으로 일하였다. 이후 경성의 함.. 2022. 9. 5.
기소당하면 인생이 ‘절단나나’, ‘결딴나나’? ‘끝장나다’의 뜻으로 쓰이는 ‘절단나다’, ‘결딴나다’로 써야 “기소당하면 인생이 절단난다” “윤 대통령 내외부터 쇄신해야…아님 절단난다” 일간지에서 뽑은 기사 제목들이다. 앞엣것은 지난해 11월 박용현 논설위원의 칼럼 제목, 뒤엣것은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발언을 다룬 의 기사 제목이다. 칼럼은 지난해 11월,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대학생들과 대화하며 한 말 가운데 일부다. 그는 “여러분이 만약 기소를 당해 법정에서 상당히 법률적으로 숙련된 검사를 만나서 몇 년 동안 재판을 받고 결국 대법원에 가서 무죄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여러분의 인생이 절단난다.”라고 말했다. 기사는 지난 8월 1일 윤석열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한 것과 관련하여 최 전 정무수석이 대통령 내외의 책임인.. 2022. 9. 4.
창비의 ‘독점구조’와 김사인의 ‘만해문학상 사절’ 출판계의 메이저 창비의 ‘독점구조’, 김사인의 ‘만해문학상 사절’ 굳이 밝히지 않아도 아실 일이다. 나는 30여 년쯤 중등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문학을 가르치고 있다는 사실을 빼면 오늘의 한국문학이나 문단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무명의 독자다. 20대의 한때 문학청년이었다는 것도 따로 내세울 게 없는 게 그 무렵의 젊은이 중에 문청(文靑: 문학청년)이 좀 많았는가 말이다. 가물에 콩 나듯 연간 두어 차례 시집을 사는 게 고작이고 소설 쪽은 그보다 훨씬 성글게 만나는 형편이니 ‘독자’라도 그리 성실한 축에는 끼지 못한다. 그러나 한때 문청으로 그쪽 판을 기웃거려 본 전력에 기대어 겉으로는 아니라고 하면서도 우리 문단에 대해서 알 만큼 안다고 믿는 구석도 있다. 독자들의 ‘상식’과 ‘믿는 구석’ 이 ‘구석’이 책.. 2022. 9. 3.
메밀꽃과 백일홍 학교에 핀 메밀꽃과 백일홍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올해 같이 전입한 같은 과 동료 교사 하나는 지독한 ‘일벌레’다. 그는 수업이 없는 자투리 시간을 교정 곳곳의 일거리를 찾아내어 일하면서 보낸다. 봄 내내 그는 교정에 꽃을 심고 꽃밭을 만드는 일에 골몰했다. 물론 아무도 그에게 그런 일을 요구한 사람은 없다. 그는 스스로 ‘정서 불안’ 탓에 가만히 쉬지 못한다고 농조로 둘러대지만, 그가 일에 몰두해 있는 모습은 무척 행복해 보인다. 그의 바지런이 온 교정을 꽃밭으로 만들어 놓았다. 한 뼘의 공간이라도 있으면 으레 그의 발길이 머물렀고 거긴 온갖 꽃들이 피어났다. 교사 뒤편 언덕 주변은 그가 가꾸어 놓은 ‘모종밭’이다. 여러 종류의 꽃들이 다투.. 2022. 9. 2.
교사, 학교를 떠나다 명퇴로 학교를 떠나는 교사들 그저께 교장 선생이 정년으로 학교를 떠났다. 교장 퇴임은 전입하고 두 번째다. 이태 전의 전임 교장은 명예퇴직했다. 초임 시절의 두 학교를 빼면 여섯 군데 학교에서 연례 행사처럼 교장의 퇴임이 있었다. 한 학교에서 거푸 교장이 퇴임하는 경우는 여기까지 모두 세 곳이다. “가는 학교마다 교장을 퇴임시킨다”라고 농을 할 만하다. 그러나 50대 중반쯤에 교장이 되면 4년 임기를 연임하기가 쉽지 않으니, 학교마다 3~4년에 한 번씩 교장이 퇴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장의 ‘정년 퇴임식’ 전후 요즘은 예전과 달리 공식 퇴임식을 갖지 않고 떠나는 이들이 많다. 전임 교장도 약식으로 행사를 치렀고, 그 앞뒤 평교사 몇 분의 정년과 명예 퇴임은 공식 행사조차 갖지 .. 2022. 9. 1.
9월, 한가위 ‘달빛도 평등하게’ 9월엔 가을 절기, 백로(8일)와 추분(23일)이 들어 있다. 백로(白露)는 말 그대로 ‘흰 이슬’이다. 더위가 물러난다는 처서(處暑) 다음 절기인 백로엔 밤에는 기온이 내려가고 풀잎에 이슬이 맺히는 등, 가을 기운이 뚜렷해진다. 이 무렵은 고된 여름 농사를 얼추 마치고 추수까지 잠시 일손을 쉬는 때여서 근친(覲親)을 가기도 한다. 시집간 딸이 시부모로부터 말미를 얻어 친정에 가서 어버이를 뵙는 근친은 봉건시대엔 명절, 부모의 생신, 제일(祭日)에만 허락되는 일이었다. 친정 어버이를 만나 뵙고 안부를 여쭙는 일로 가슴을 끓였을 며느리들에게 근친은 얼마나 가슴 벅찬 여정이었을까. ‘근친 길이 으뜸이고 화전길이 버금이다’라는 속담에는 며느리들의 눈물과 한숨이 흥건할 듯하다. 친가보다 처가 쪽과 내왕이 더 많.. 2022. 8. 31.
‘심심하다’ 모르면 ‘문해력’이 낮다? 관건은 ‘어휘력’! ‘무운’에 이어 세대 간 소통 문제 드러내…관건은 ‘어휘력’, 독서에 답 있다 서울의 한 카페에서 올린 공지문에 나오는 ‘심심한 사과’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이 ‘문해력’에 관한 새롭지 않은 논란을 일으켰다.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라는 뜻으로 쓴 ‘심심(甚深)하다’가 "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라는 뜻의 고유어 ‘심심하다’로 읽히면서 세대 간 소통의 문제를 고스란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무운(武運)’에 이어진 ‘심심(甚深)하다’ 소동 지난해에는 ‘무운을 빈다’에서 ‘무운(武運)’이 "전쟁 따위에서 이기고 지는 운수"라는 뜻인 줄 모르고 "운이 없다"라는 ‘무운(無運)’으로 전달한 기자의 방송사고도 있었으니 더는 보탤 게 없을 지경이다. 비슷한 사례가 나타날 때마다 ‘문해력.. 2022. 8. 29.
베란다의 꽃들 주변에 꽃을 가꾸는 이가 있으면 저절로 그 향을 그윽하게 누릴 수 있다. ‘근묵자흑(近墨者黑)’ 식으로 표현하면 ‘근화자향(近花者香)’인 셈이다. 지난해에 같이 전입한 동과의 동료 교사는 쉬는 시간 틈틈이 땅을 일구어 온 교정을 꽃밭으로 꾸며 놓았다. 나팔꽃, 분꽃, 옥잠화, 좀무늬비비추, 메리골드……. 무언가 허전하다 싶은 공간마다 수더분하게 자란 꽃으로 교정은 편안하고 밝아 보인다. 게다가 같이 2학년을 맡은 동료 여교사는 조그마한 화분마다 꽃을 길러서 창문 쪽 베란다 담 위에 죽 늘어놓았다. 워낙 무심한 위인이어서 멀거니 바라보기만 했는데, 2학기 들면서 무심코 바라보았던 화분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눈에 익은 꽃이라곤 채송화뿐이다. 그런데 어럽쇼, 채송화가 이렇게 자태가 아름다운 꽃이었던가. .. 2022. 8. 28.
우복 정경세의 청빈, 초가 별서(別墅) ‘계정(溪亭)’으로 남았다 [상주 문화재 순례] ② 국가민속문화재 우복 정경세 종가(상주 외서면 우산리)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상오리에서 곧장 외서면 우산리 우복(愚伏) 정경세(鄭經世, 1563~1633) 종가로 차를 몰았다. 나는 정작 우복이 상주 사람인 것도 몰랐지만, 동행한 안 시인이 거기가 지인의 본가라면서 들러 보자고 해서였다. 상주에서 18년째 산다는 운전자 역사과 정 선생도 지역에 밝아서 망설이지 않고 내처 차를 달렸다. 단지 조선조의 문신이라는 정도로만 알고 있는 우복 정경세는 상주시 청리면 율리에서 태어나, 외서면 우산리에 살다가 사벌면 매호리에서 세상을 떠나 공검면 부곡리에 묻혔다. 과 몇몇 매체에 실린 우복의 생애를 가려 뽑아 아래와 같이 정리했다.. 2022. 8. 28.
나팔꽃, 그 연파랑의 ‘겸양과 절제’ 나팔꽃(Morning glory)의 계절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날마다 아침 식전에 다녀오는, 한 시간쯤 걸리는 걷기 운동 길에는 나팔꽃이 곳곳에 피어 있다. 나팔꽃은 동네의 담벼락에, 볏논 가장자리에, 탱자나무 울타리에, 산짐승의 출입을 막으려 세운 밭 울타리에 연파랑 꽃잎을 매달고 새초롬하게 피어 있다. 나팔꽃은 말 그대로 꽃잎이 나팔 모양으로 생겼다. 짙은 남색이나 연보라, 연파랑 등의 산뜻한 색상으로 피어나는 나팔꽃은 수더분하거나 넉넉함과는 거리가 멀다. 뭐라 할까, 나팔꽃은 마치 제 할 일을 맵짜게 해치우고 앙큼하게 시치미를 떼고 있는 계집아이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가끔 요즘 들면서 나팔꽃이 흔해졌나 싶기도 하지만, 내가 만나는 나팔.. 2022. 8. 27.
속리산 자락의 폐사지, 칠층석탑이 외롭다 [상주 문화재 순례] ① 보물 상주시 화북면 ‘상오리 칠층석탑’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지난 13일 오전, 일행과 함께 상주시 화북면 상오리 699번지 상오리 칠층석탑을 찾았다. 그 전날, 상주에서 옛 동료들과 만났었고, 하룻밤을 동료의 작업실에서 묵은 뒤, 다시 만난 일행 두 사람과 함께 상주 관내 문화재를 찾아 나선 길이었다. 상주의 석탑 두 기 시외버스로 상주로 가면서 나는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검색하여 상주의 문화재를 대충 훑어보았다. 하룻밤을 묵고 난 다음 날에 짬을 내서 그걸 돌아보는 것도 괜찮을 듯해서였다. 상주에는 국가지정문화재 중 국보는 없고, 보물이 20점이나 있었는데 그중 불탑이 두 기였다. 하나는 사벌국면(나는 ‘사벌면’.. 2022. 8.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