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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선산(구미) 이야기

문성지의 연꽃과 고라니

by 낮달2018 2022. 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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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에서는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한때는 들성들에 물 대던 용수원이었던 문성지는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체육과 휴식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구미시에 붙은 고아읍 원호리와 문성리는 구미 시내와 진배없다. 아파트 단지가 속속 들어서 새로운 시가지를 형성하면서 ‘원호’나 ‘문성’으로 불린다. 원호리에서 한 블록쯤 더 떨어진 문성리에는 <일선지(一善誌)>에 “둘레가 3천6백70척이고 못 안의 민가가 크게 부유하니 관개(灌漑)의 이로움이 많았다.”라고 기록된, ‘여우못’으로 전해 오는 저수지가 있다.

 

우리는 지금껏 ‘들성지’, 또는 ‘들성못’으로 불러왔는데, 확인해 보니 정식 이름은 ‘문성지’다. ‘못’은 순우리말이고, ‘지(池)’는 한자어다. 대체로 한자어 이름 뒤에는 ‘지’가 붙고, 순우리말 뒤에는 ‘못’이 붙는 경향이 있다. 금오산 아래에 있는 ‘금오지’나 ‘대성지’가 그렇고, 상주 공검지를 ‘공갈못’이라고 부르는 형식이다.

 

구미시와 선산읍 사이의 고아읍(高牙邑) 원호리와 문성리 일대가 선산김씨의 터전인 ‘들성’이다. 들성은 개미산이 들을 둘러싸고 있어 마치 성을 이룬 것과 같다거나 들에 성이 있었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들성은 한자로는 ‘평성(坪城)’으로 쓴다.

 

문성지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낚시꾼들이 낚시를 드리우던 둘레 1.3km의 일반 저수지에 불과했다. 부근에 아파트촌이 들어서면서 목조 데크 산책길이 만들어지고 또 연꽃을 대량으로 심었다. 못을 가로지르는 데크 길 덕분에 연꽃 가까이 가서 촬영할 수 있다.

▲저수지 한복판에 분수도 설치해 놓았으나 가동을 하지 않고 있다. 건너편에 있는 아파트 단지는 최근에 입주한 새 아파트다.
▲백련. 수련 잎 사이에서 피어난 순백의 꽃은 지상의 모든 순수를 아우른 듯한 빛깔을 띠고 있다.
▲부평초(개구리밥) 사이에서 피어난 홍련. 붉고 고우나 그게 화려함이나 난잡함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문성지도 상당히 습지화가 진행된 듯하다. 한때는 얼마 보이지 않던 부들 군락이 눈에 띌 만큼 늘었다.
▲부들 군락. 부들은 꽃가루받이할 때 부들부들 떤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꽃다발에 끼우곤 하는 식물이다.
▲한 바퀴 문성지를 돌고 나오는 길 데크길 어귀에서 만난 고라니. 깜짝 놀란 녀석은 이내 자취를 감추었다.

한때 주변 농경지에 물을 대는 용수원이었지만 지금은 맞춤하게 주변 아파트촌 주민들의 휴식과 운동 공간이 되었다. 구미시에서는 이 못 주변을 ‘들성생태공원’이라 이름 붙이고 지금도 주변을 확장하는 공사를 벌이고 있다. 진입로와 주차장이 비좁아 불편했는데, 공사를 이를 보강하는 것인 듯하다.

 

샛강생태공원에 연꽃이 활짝 피었다는 아내의 이야기를 듣고 샛강에 갔더니 아직 절정이 이른 것 같지는 않았다. 샛강에도 강 위로 데크 길이 나 있지만, 높아서 근접 촬영하기가 마땅찮다. 역시 문성지라 싶어서 지난주 아침에 잠깐 들렀었다. 한 바퀴 돌고 나오다가 고라니 한 마리를 만났다. 내 렌즈에 잡힌 건 한 장이다.

 

백련은 순수한 기품이 넘치고, 홍련도 붉고 곱지만, 그게 화려함이나 난잡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 ‘애련설’에서 주돈이가 연꽃이 ‘맑고 출렁이는 물에 씻겼으나 요염하지 않’으며[탁청련이불요(濯淸漣而不妖)] ‘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다[향원익청(香遠益淸)]고 한 까닭이 달리 있는 게 아니다.

 

구미에는 연지가 샛강생태공원 말고도 해평면 금호연지 생태공원이 있다. 금호연지는 못가를 돌면서 근접 촬영할 수 있으나, 홍련이 중심이고 백련이 드물어서 아쉽다. 월말 전에 금호연지 가는 날을 받아볼까 싶다.

 

 

2022. 8. 3. 낮달


* 구미 땅 연지(蓮池) 돌아보기 ① 지산 샛강생태공원

* 구미 땅 연지(蓮池) 돌아보기 ② 들성 생태공원
* 구미 땅 연지(蓮池) 돌아보기 ③ 금호연지 생태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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