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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길 위에서 502

갑오 2주갑(周甲), 다시 동학년(東學年)을 생각한다 동학농민혁명(1894) 이후 120년이 지났다(2014년) 2014년은 갑오(甲午)년이다.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난 지 120년째, 1954년에 이은 두 번째 60년, 즉 2주갑(周甲)이다. 갑오년은 한편으로 ‘갑오개혁’이 이루어진 해로도 역사에 기록된다. 우리는 중고등학교에서 ‘갑오개혁’을 ‘갑오경장(更張)’으로 배웠다. 갑오 농민혁명(1894) 2주갑(2014) 120년 전 갑오년에 일어난 두 역사적 사건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은 ‘갑오경장’을 더 친숙하게 느꼈나 보다. 박 대통령은 ‘120년 만의 갑오경장’을 환기하며 “120년 전의 경장은 성공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꼭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성공하는 경장의 미래가 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했단다. 친절하게 ‘경장(更張)’은 느슨해진 거문고 줄을 풀.. 2021. 1. 4.
은퇴, 혹은 세대교체 오는 2월 말을 끝으로 나는 교직을 떠나게 되었다. 1984년부터 선 교단에 머문 시간은 31년, 정년을 세 해나 남기고 나는 이 ‘혹성’을 탈출한다. 동갑내기 친구들 가운데 지금도 직장 생활을 하는 이는 거의 없다. 이들은 일찌감치 퇴직했기 때문이다. 2, 3년 전부터 예고된 50대 중후반 세대들의 은퇴 러시에 어느덧 나도 합류하게 된 것이다. 나는 이른바 베이비붐(baby boom) 세대, 한국전쟁 뒤인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인구가 급증할 때 태어난 베이비부머(baby boomer)다. 우리나라의 베이비붐 세대는 전체 인구의 14.5%인 714만 명에 이른다. 그런데 이들 베이비붐 세대는 한평생 가정과 사회를 위해 애썼지만 아무 준비 없이 은퇴를 맞이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 중 65.. 2021. 1. 3.
공익 제보자와 ‘조직 배신자’ 사이 ‘공익’ 앞에 눈을 감는 우리 사회의 ‘조직인’들 또 한 명의 노동자가 해고되었다. ‘살인’과 진배없다는 해고 앞에 우리는 무심해져 있다. 비몽사몽간에 눈을 번쩍 떴다가 이내 눈을 감아버린다. 그런데 이 사람은 공익 제보자다. 제주도의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을 위해 케이티(KT)가 국제전화를 가장한 별도의 국내 통신망을 구축했다는 사실을 내부 고발했던 이해관(49) KT 새 노조위원장이 바로 그다. [관련 기사] 해고 사유는 간단하다. KT는 “병가 신청이 승인되지 않았는데도 10일 넘게 근무지를 이탈하고, 시상식 참여를 위해서 무단 조퇴했다”라며 이 위원장을 해임 처분했다. 줄이면 ‘무단이탈’과 ‘무단조퇴’를 번갈아 했다는 얘긴데 사실 징계 사유는 ‘무단조퇴’가 먼저였다. 공익제보와 ‘해고’ 사이.. 2020. 12. 31.
소방관에게 요구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제천 화재 참사 관련 논란에 부쳐 제천 화재 참사 이후, 소방대 화재 진압과 구조 활동에 대한 이런저런 주문과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29명이나 사망한 사고니 슬픔과 안타까움은 비단 유족뿐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크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에는 ‘세월호’를 겪으며 얻은, 적지 않은 ‘트라우마’ 탓도 크다. 재난을 막고 긴급 구조 활동을 벌이는 소방대의 활동은 그것 자체로 매우 긴요한 공공서비스다. 화재는 워낙 황망히 치를 수밖에 없는 일이어서 진압과 구조에 대한 불만을 말하는 게 쉽지 않다. 그런데도 이번 화재에는 유족뿐 아니라, 사고의 추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은 불만 제기와 제언을 그치지 않고 있다. ‘세월호 트라우마’가 가르쳐 준 것 일단, 재난 구조 활동을 평가하고 그에 대한 불만을 당당히 이야기하고 건설.. 2020. 12. 30.
‘고통 분담’? 필요한 것은 ‘희생의 교대’다 대통령 신년 연설에서 요구한 ‘고통 분담’ 대신 ‘희생의 교대’ 대통령 신년 연설의 화두는 ‘고통 분담’ 새해 신년 연설(1월 2일 10시)에서 대통령이 강조할 화두는 ‘고통 분담’이라고 한다. 대통령은 이 연설에서 “경제 위기 속에서 위기를 어떻게 기회로 만들 것인지, 이를 위한 정부의 정책 방향과 국민적 단합과 의지, 각 경제주체의 고통 분담을 호소”하리라고 한다. ‘고통 분담’은 나라가 어려운 시기마다 정치 지도자에 의해 강조되어온 익숙한 명제다. 나는 경제에 대해서는 ‘상식’ 수준의 이해밖에 갖지 못한 사람이지만 그 뜻을 새기는 것은 어렵지 않다. 나라 안팎에 몰아치고 있는 경제 위기에 따르는 ‘고통을 나누어서 지는’ 주체는 물론 정부와 국민, 자본과 노동자, 혹은 부자와 빈자일 터이다. 나라의 .. 2020. 12. 29.
‘안녕 대자보’에서 영화 <변호인>까지 1. ‘안녕’을 물어온 대자보 한 대학생의 글이 대학과 2013년의 한국 사회에 불러일으킨 반향은 적지 않다. 그것은 살기 바빠서든, 그런다고 세상이 달라지겠냐고 냉소해 왔든 일신의 안녕만 돌아본 우리 자신에 대한 뼈아픈 성찰이다. 내 삶과는 무관하다고만 뇌며 세상을 짐짓 외면하고 살아온 젊은이들과 소시민에게 예의 대자보는 정말 안녕하시냐고 물었다. 그 물음은 또 한편으로 젊은이들이 겪고 있으면서도 잊고 있었던 좌절과 고통, 분노를 환기하는 것이기도 했다. 1960년대에 김수영 시인은 시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에서 부정한 권력과 사회적 부조리에 저항하지 못하는 소시민의 자기반성을 통렬하게 노래한 바 있다. 그것은 한편으론 지식인의 무능과 허위의식에 대한 고발이기도 했다. 그는 ‘왕궁’과 ‘왕궁의 음.. 2020. 12. 25.
‘사망 증가율’ 2300%의 ‘진실과 거짓’ ‘코로나 사망 증가율 2300%’ 기사에 부쳐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얘기다. 이른바 이 나라 보수·수구 언론이 어떤 방식으로 정부를 공격하고 폄훼하는지 말이다.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정파적 이해가 ‘팩트’를 압도하고, 흠집을 내기 위해서 사실도 비트는 방식이 교묘하면서도 야비하기 이를 데 없다. 포털 ‘다음’에 올라오는 기사는 제목만 보면 그게 어떤 매체에서 썼는지가 대충 짚어진다. ‘조중동’에다 그만그만한 언론들 죄다 비슷한 스탠스를 보이고 있으니 말이다. 오죽하면 기자들 사이에서도 “이 나라 망하라, 얼른 망하라”고 주문을 외는 것 같다고 하겠는가. 정부 공격거리가 많아질수록 바빠지는 이들 보수(사실은 ‘수구’라 써도 무방한) 언론 중에 ‘제일’은 경제지들이다. 이른바 ‘자본’의 편에 서서 .. 2020. 12. 24.
‘신정의론(新正義論)’, 2010년 대한민국 2010, 트라마시쿠스의 재림? 2010년 세밑에 ‘정의’가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정의가 ‘강자의 이익’이라고 주장한 것은 아테네의 소피스트 트라시마쿠스(Thrasymachus)다. 그런데 트라시마쿠스의 이 정의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바야흐로 재현된 것이다. 트라시마쿠스는 당연히 ‘힘은 정의롭다’고 믿었다. 그에 따르면 ‘법률은 지배자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지는 것’으로 ‘정의로운 것이 무엇인가를 규정하는 것’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그것은 모든 국가에서 관철된다. 그래서 트라시마쿠스는 ‘정의로운 것은 어디서나 비슷한 것, 즉 더 강한 편의 이익이라는 결론은 매우 건전한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었다. 지난 12월 8일, 집권 여당 한나라당은 2011년 예산안과 4대강 관련 법안, UAE 파병동.. 2020. 12. 24.
두 전직 대통령은 왜 <국방백서>에 빠진 걸까 두 진보 대통령을 백서에서 뺀 국방부 눈 밝은 누리꾼의 눈에나 띌 단신 하나가 보도된 것은 지난 21일이다. 홍진수 기자의 기사 “국방·외교 대통령이 ‘국방백서’에서 빠졌는데…누구?”다. 기사의 요지는 국방부가 발간한 ‘2012 국방백서’ 특별부록의 한미 동맹사 연표에 실린 사진에 박정희, 전두환 전 대통령은 있지만 고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없다는 것이다. 한미 동맹사에서 빠진 ‘전직 대통령들’ 국방백서는 그간 국방정책과 관련 자료 등을 총정리해 국내외에 알리는 목적으로 국방부에서 격년으로 발간하는 백서다. 국방부는 이번 백서에 ‘한미동맹의 과거·현재·미래’란 특별부록을 모두 8쪽(268~275)에 걸쳐 실었다. 1953년 10월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로 시작된 한미동맹 역사를 연표 형식으로 정.. 2020. 12. 23.
다시 ‘애동지’에 ‘희망’을 생각한다 2017년, 이른 동지에 생각하는 희망 다시 11월 초순의 동지, ‘애동지’에 5년 전 애동지 생각 내일이 동지다. 음력으로 11월 초닷새니, 이번 동지는 애(애기)동지다. (동지가 음력 11월 초순에 들면 ‘애동지’, 중순에 들면 ‘중동지’, 하순에 들면 ‘노동지’라 한다.) 5년 전인 2012년 동지는 12월 21일, 역시 애동지였다. 그날 지역에는 드물게 10cm가 넘는 눈이 내렸다. 해마다 빼먹지 않고 팥죽을 끓였던 아내는 아침에야 그날이 동지란 걸 깨달았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 전전날(12.19.) 치른 대선의 결과에 까무룩 잦아들어 버린 결과였다. 18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는 3.6% 차이로 박근혜 후보에게 패배했다. 그날, 블로그에 올린 글 ‘동지, 폭설과 팥죽’에서 나는 다음과 같이 .. 2020. 12. 21.
유명인사 마케팅 시대-김황식 생가 복원 해프닝 김황식 전 총리 생가는 복원할 만한가 무엇보다도 감동, 감읍(感泣)하기 잘 하는 사람들이다. 성취는 누구의 것이든 가리지 않고 함께 집단적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즐긴다. 그것은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시샘의 정서와는 같으면서도 다른 무엇이다. 일단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의 문제라고 여기면 놀라운 동질성을 발휘하려는. 유난히 혈연이나 지연, 학연 같은 공동사회에 대한 집착이나 선호도 비슷한 정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다. 요즘 시골에서도 흔히 목격하는 현수막에서도 그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때는 명문대 입학이나 사시나 고시 등의 합격자에만 국한되던 ‘축하’가 요즘은 학위, 훈장, 승진 따위로 범위를 넓혔다. 생가 복원도 추세? 아들이 박사 학위를 받은 부녀회장, 이사관으로 승진한 아들을 둔.. 2020. 12. 20.
작가 654명, ‘검찰 권력 해체’를 요구하다 작가 654명, ‘검찰 권력 해체를 촉구하는 작가 성명’ 발표 검찰 개혁을 앞두고 벌어지고 있는 정부와 검찰 간 갈등에 대해 마침내 작가들이 입을 열었다. 지난 17일, 작가 654명이 ‘검찰 권력 해체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권여선, 김용택, 박민규, 안도현, 임헌영, 장석남, 정찬, 함민복 등 작가 654명이 ‘검찰 권력 해체를 촉구하는 작가 성명’을 발표하고 공수처의 조속 설치와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퇴, 시민검찰제 추진 등을 요구했다. 작가들은 성명에서 검찰이 국가기구 가운데 “가장 ‘정치적인’ 집단”으로 “지배 권력에 기생하며 살아왔다”고 전제했다. 그리고 이들이 “기소독점권과 영장 청구권을 독점하고 법을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맞게 적용해” 왔다며 검찰은 “검찰의 ‘독립’.. 2020. 12.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