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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길 위에서 504

어떤 만화가의 한미 FTA 박광수가 그려낸 ‘멋진 신세계’ 에 연재한 만화 ‘광수생각’으로 유명한 만화가 박광수가 바야흐로 내일로 다가온 한미 FTA 발효일에 맞추어 전개될 신세계를 만화로 그려 보였다. 박광수의 한미 FTA 홍보만화는 정부 정책 홍보사이트인 ‘공감 코리아’(바로가기)에 게재한 일련의 시리즈 만화다. 이 만화에서 그리는 세상은 그야말로 ‘멋진 신세계’여서 누리꾼들을 환호작약(?)하게 하고 있다. 박광수가 그리는 한미 FTA는 한 가족 모두를 ‘변화시킨다.’ 먼저 아빠다. 아빠는 ‘자동차 부품 관세 철폐’, ‘원자재 수입 원가 하락’ 등으로 경쟁력을 높여서 ‘보다 싸진 와인과 과일 안주’로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다. 한미 FTA로 엄마도 달라진다. 엄마는 ‘좋은 영양 크림을 보다 알뜰하게 구입하고’ ‘.. 2021. 3. 14.
<친일 인명사전>과 교과서 서울시교육청의 의 관내 중고교 배포 관련 논란 서울시교육청이 관내 중고등학교에 (아래 ) 배포에 나서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2014년 말, 서울시의회는 2015년 광복 7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을 보급하기로 하고 예산을 책정했다. 이미 을 보유하고 있는 학교를 뺀 583개 중고교가 배포 대상이었다. 그런데 여당 소속 시의원들까지 동의하여 만장일치로 통과된 이 예산은 1년 넘게 집행되지 못했다. 이른바 ‘보수를 참칭하는 극우세력’들이 들고 일어났기 때문이다. 해를 넘겨 예산이 불용 처리되게 되자, 서울시교육청은 구입 예산 교부에 들어갔는데 이번에도 보수 진영에서 딴지를 걸었다. 예산 교부 방침이 알려지자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등 보수 학부모단체들이 ‘정치 사전’ 운운하며 배포에 제동을 걸었다. 여기에 .. 2021. 3. 1.
그런 ‘애국’은 싫다 타율적으로 강제하여 관철하는 ‘국기 사랑’ ‘애국(愛國)’은 특정 시기, 국가나 민족에 대한 개인의 심리나 태도를 결정짓는 매우 강력한 동기가 될 수 있다. 국권 피탈기의 항일 투쟁과 한국전쟁 시기의 전쟁영웅들이 펼친 전설적 무용담의 원천은 다소 성격이 다르긴 하겠지만 ‘애국’이었을 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상시에 ‘애국’ 또는 ‘애국심’을 의식하며 살아가는 경우는 드물다. 나라를 떠나봐야 비로소 ‘애국자’가 된다거나, 국가 대항의 운동경기를 응원하면서 애국과 비슷한 감정을 겪게 되는 게 그 반증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도 ‘애국’을 의식하며 살지 않는다 살아가는 일만으로도 바쁘고 힘겨운 보통 시민들도 다른 나라와의 외교 관계, 특히 일본과의 외교 마찰이나, 대미 관계에서의 예속 상황 등을 확인하면서 .. 2021. 2. 27.
‘손 없는 날’과 ‘택일’ ‘손 없는 날’을 찾아 택일하는 민속 신앙 지난 설날에 장모님을 뵈러 처가에 들렀다. 안방 벽에 걸린 지역 농협에서 나누어 준 커다란 달력을 들여다보다가 나는 빙그레 웃었다. 그림도 없이 글자만 커다랗게 박힌 재미없는 달력에 아주 친절하게 ‘손 없는 날’ 표시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사할 때마다 가끔은 들었던 얘기다. 굳이 ‘손 없는 날’을 선택하면 비용이 훨씬 더 드는 데다가 예약이 차 있어 날을 받기조차 어렵다는 얘기 말이다. 정작 사람들은 무심하게 시간 내기가 적당한 토요일을 선택했는데 그게 하필이면 손 없는 날과 겹치기도 한다. 이제 그런 민속도 쇠퇴해 가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그걸 따지는 사람들도 적지만은 않다. 농협에서 아예 달력을 만들 때 ‘손 없는 날’을 박아서 만든 건 말하자면 그런 .. 2021. 2. 20.
까마득한 ‘말 잇기 놀이’의 기억 유년 시절의 '말 잇기 놀이' 노래 주변에 ‘아이들’이 없다. 손주를 볼 나이는 이미 지났건만 서른 넘긴 지 오랜 아이들은 기다리는 소식을 전해줄 생각도 하지 않는다. 친구와 ‘환갑 진갑 넘기고도 사위나 며느리 못 본 위인은 우리뿐’이라며 웃고 마는 것은 그래서다. 그러다 보니 우리 아파트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노는 소리, 뒤편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마치 음악처럼 듣고 즐긴다. 아내가 개라도 한 마리 기르자고 성화를 부리는 것은 ‘정 줄 곳’이 없어서일 것이다. ‘말 잇기 노래’, ‘원숭이 똥구멍’과 ‘저 건너 영감 나무하러 가세’ 설날 아침, 세배하는 아이들 정수리를 바라보면서 짐짓 쾌활한 목소리로 “올핸 좋은 소식 전해 줄 거지?”라고 묻는 것은 기실 자신에게 하는 일종의 최면이다. 올해.. 2021. 2. 16.
‘아래아 한글’의 ‘입력 환경’을 옮길 수 있다? 아래아 한글에서 ‘사용자 정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 한글 문서편집기 ‘아래 아 한글’(아래 ‘한/글’)을 써온 지 20년이 넘었다. 1991년, 무리를 해서 286에이티(AT) 컴퓨터를 장만했다. 거기 복제해 쓴 문서편집기가 한/글1.52였다. 그때만 해도 한/글은 기본 기능만 있는 정도여서 쉽게 사용법을 익힐 수 있었다. 한/글의 입력 환경을 옮길 수 있다! 뒤에 한/글은 ‘2.0’과 ‘3.0’을 거치면서 엔간한 기능을 모두 갖춘 명실상부한 문서편집기가 되었다. 그러나 교원단체에 상근하며 각종 선전지 따위를 한/글로 작성하다 보니 새로운 버전을 익히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도스 시절엔 웬만한 단축키는 모두 외워서 쓸 정도였다. 윈도용으로 바뀐 뒤에도 새로운 기능을 하나씩 익히다 보니 문서 편집에 .. 2021. 2. 12.
접시론(論), 접시야 깨지면 그뿐이지만…… ‘접시 깨기’와 ‘알아서 기기’ 사이 김국환이란 대중가수가 부른 ‘우리도 접시를 깨자’라는 노래가 크게 히트한 것은 제법 오래전의 일이다. 이 노래는 이를테면 남편 동지의 ‘가사 노동’ 분담에 관한 ‘캠페인성 가요(?)’다. 익숙하지 않은 설거지를 하다가 접시 한두 개쯤 깨는 게 무어 대수냐고 가수는 반문한다. 그렇다. 난공불락의 요새 같았던 ‘근엄한 가부장 문화’를 깨는 데 접시 두어 개쯤 상하는 일은 그저 남는 장사다. 접시가 아니라, 가정 안에서 고착화한 성역할이 깨어진다고 해서 ‘세상이 깨어지’는 일은 결코 없다. 남편의 설거지로 아내가 따낸 시간을 ‘저야 놀든 쉬든 잠자든’이라면서 휴식으로 한정하거나 ‘거울 볼 시간’으로만 풀이하는 건 아쉽긴 하지만. 서울경찰청장 ‘접시 깬 게 아니라 집 태워 .. 2021. 2. 5.
김형근과 이시우, 그리고 국가보안법 통일교육 교사, 평화운동가를 옭아매는 국가보안법 지난 1월 29일 오랜 기간 통일 교육에 헌신해 온 한 현직 중등학교 교사가 구속되었다. 그는 ‘남다른 열정과 창의적인 방법으로 평화통일과 6·15 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수업과 활동을 벌여온 김형근(군산동고등학교) 교사다. 그의 혐의는 국가보안법 위반. 이틀 후인 1월 31일, 법원은 작년 6월 구속기소되었다가, 같은 해 9월 보석으로 풀려나 재판을 받아온 사진작가 이시우 씨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 역시 등의 책을 통해서 통일운동의 저변을 넓혀온 이다. 두 사람에 대한 검찰과 법원의 판단은 이틀 간격으로 구속과 무죄선고가 이어져 무슨 배턴 터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한 사람을 구속하는 대신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는 피의자 .. 2021. 2. 3.
이제 군가에선 ‘사나이, 아들’을 들을 수 없다 여군이 증가한 현실 반영, ‘남성’만을 가리키는 단어 쓰지 않는다 올해부터 새로 만들어지는 육·해·공군, 해병대 군가에서는 ‘사나이’나 ‘남아’ ‘아들’과 같은 남성만을 가리키는 단어가 쓰이지 않게 된다고 한다. 물론 여군이 증가한 현실을 반영한 조치다. 군가에 쓰인 ‘어휘’로 더는 군대가 남성만의 영역이 아니라는 걸 확인하게 되는 셈이다. [관련 기사] 보도에 따르면 현재 여군의 숫자는 9,253명(2014.8.3. 기준)인데 이는 전체 장교의 6.7%, 부사관의 4.5%에 이르는 숫자다. 국방부는 2015년까지 장교의 7%, 2017년까지 부사관의 5%를 여군으로 확보하겠다고 밝혀 조만간 ‘여군 1만 명 시대’가 열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군가 등에서 ‘성 차별적’ 언어를 쓰지 않기로 그리스 신화에 .. 2021. 1. 28.
티케이(TK)의 ‘샤이(shy) 박근혜’들을 생각한다 대구 경북의 ‘샤이(shy) 박근혜’ “어쨌든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가 주권자들의 정치적 각성을 가져온 것은 틀림없어.” 얼마 전, 누나와 형 등 우리 동기간 만남에서 정치 현안이 화제가 되었을 때 내가 거듭한 얘기다. 실제로 나는 ‘주권자’ 앞에다 우리가 사는 ‘영남’이나 ‘대구·경북’을 끼워 넣고 싶었지만, 속내가 너무 드러나는 것 같아서 자제한 발언이었다. 실제로 이 국정농단 사태 이후 대구에서 밝혀진 촛불의 규모는 우리가 기왕에 지니고 있었던 이 지역의 정치적 성향에 대한 선입견을 뒤바꿀 만한 것이었다. 전국적 파장을 지닌 의제라도 고작 일이백 명이 고작이었던 집회의 규모가 천이 되고, 만이 되는 걸 어찌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말이다. 4남매의 엇갈린 선택, 혹은 TK의 ‘샤이 박근혜.. 2021. 1. 27.
다시 ‘늦깎이’들을 기다리며 변혁의 시간에 응답한 늦깎이들의 활동으로 진보는 두터워졌다 어쩌다가 지역의 전교조 행사나 집회에 가면 낯선 얼굴들이 많다. 공식적인 역할을 떠난 지 십 년이 가까워지진 까닭이다. 그러나 낯선 얼굴들 사이에 낯익은 얼굴을 찾아 두리번거리는 경험은 절대 나쁘지 않다. 그것은 어떤 형식으로든 조직에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40대 초중반의 단단해 뵈는 활동가들을 만나는 것은 더더욱 그렇다. 그들 가운데엔 20대 후반부터 꾸준하게 일해 온 친구들도 적지 않다. 얼마 전에 만난 한 후배 여교사는 초등학교에 들어가도 될 만큼 성큼 자란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었다. 온갖 궂은일을 도맡았던 막내 시절의 그를 기억하면서 나는 그들을 중견 교사로 길러낸 세월을 생각했다. 교육대학이나 사범대학을 나와.. 2021. 1. 26.
‘지식인’, 혹은 이외수를 위한 변명 마광수 교수가 제기한 ‘지식인론’ “이외수, 지식인은 아니고 글은 위선적이다…….” 마광수 연세대 교수가 다시 논란을 일으켰다. [기사 보기] 어떤 누리꾼이 ‘화천군민이 불과 2만5천 명인데 이외수 작가를 위한 감성마을에 100여억 투자!’라는 윤 아무개 목사(대선 때 ‘십알단’을 이끌며 불법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그 사람)의 주장을 자신의 누리집에 올리자 거기 단 댓글을 통해서다. “내가 어릴 때 화천에서 살았는데, 정말 가난한 곳이었어요. 그런데 군민 혈세로 미친 × 호화 주택이나 지어주고 있으니 우리나라 행정가 나으리들의 무지몽매함이 드러나는고나. 이외수 옹은 전문대학(2년제 교육대학) 중퇴라서 지식인이 아니다. 이외수 씨를 조금 아는 사이라 그 사람 글이 위선적이라고 까는 글을 공.. 2021. 1.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