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길 위에서 502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 그러나 ‘성공은 그만두지 않음에 있다’ 2018, 무술년 ‘올해의 사자성어’ 이 선정해 발표하는 ‘올해의 사자성어’ 기사가 신문마다 실리는 걸 보면 세밑이 가까워졌다. 한 해의 간단하지 않은 곡절을 네 글자의 한자 말로 줄이는 이 기획의 역사는 꽤 오래된 듯하다. 복잡다단한 일 년간의 정치 사회적 상황을 네 자로 줄이는 게 가당키나 하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지만, ‘올해의 사자성어’가 뭇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그 성어가 감추고 있는 함의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교수신문이 진행한 2018, 무술년 ‘올해의 사자성어’ 설문 조사 결과로 ‘임중도원(任重道遠)’이 선정됐다. 설문 조사에 참여한 전국 대학교수 878명 중 341명(38.8%)이 선택한 이 사자성어의 출전은 『논어』,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는 뜻이다. (관련 기사 : .. 2018. 12. 24.
손방 문학도의 샤워수전 교체기 ‘똥손’ 국어교사의 DIY 도전기 학창시절부터 수학, 과학과는 아예 담을 쌓고 살아온 나는 타고난 ‘문과 체질’이다. 대학도 수학 시험을 치지 않는 학교를 골라서 갔다. 이처럼 자기 체질을 스스로 확인하면서 우린 자신도 모르게 그 체질을 강화하면서 살게 된다. 그러다 보니 행여 있을 수도 있는 ‘이과적 특성’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기도 한다. 문과 체질이라는 것은 단순히 수학이나 과학 같은 교과에 질색을 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기계나 연모에 대한 흥미나 관심이 두드러지게 낮고 그 운용에도 무디다는 사실을 포함한다. 적어도 나는 고교를 졸업할 때까지 내게 이과적 흥미 따위는 결코 없다는 걸 확신하고 있었다. ‘문과’ 체질의 한계 고교 시절부터 나는 연로하신 부모님을 대신해 정미소에서 방아를 찧었다. 시작.. 2018. 12. 21.
2006년 금강산, 그리고 2018년 서울 평창 동계올림픽을 축하하는 북측 예술단이 두 차례의 공연을 마치고 지난 11일에 북으로 돌아갔다. ‘평창’을 굳이 ‘평양’으로 읽고 싶어 하는 극우단체들이 공연을 따라다니며 반대 집회를 벌였지만 이들은 공연을 관람한 시민들로부터 따뜻한 환영과 함께 큰 박수도 받았다. 삼지연관현악단이 불러준 우리 대중가요 강릉의 첫 공연은 공중파의 녹화 중계로 볼 수 있었지만 서울 공연은 따로 중계가 없었던 것 같다. 대신 인터넷 유튜브에는 중계방송 대신 길고 짧은 동영상이 여러 편 올라와 있었다. 나는 그 중 ‘삼지연 관현악단이 부른 남한 가요 종합 모음’이라는 26분짜리 동영상을 내려받았다. 나는 깊숙이 의자에 몸을 파묻고 컴퓨터 모니터로 북한 예술단 공연을 시청했다. 나는 왁스가 불렀다는 ‘여정’이란 노래를 북한 여.. 2018. 12. 20.
‘장비병’ 단계를 지나니 ‘DIY’ 신세계가 열렸다 나의 손방 목공, DIY(Do It Yourself) 생활 5년도 전의 일이다. 집의 변기가 막혔다. 난생 처음 겪게 된 상황, 욕실의 고무 압착기로 용을 써 봤지만 허사, 부득이 ‘설비’ 가게에 도움을 청했다. 달려온 설비 기사는 기다란 모양의 ‘관통기’라는 기구를 변기 속에 넣어 몇 차례 움직이더니 이내 상황을 해결해 버렸다. 작업을 지켜보고 있던 가족은 탄성을 질렀지만, 기실 표정들은 ‘애걔걔’에 가까웠다. 그는 나에게 기본 출장비로 3만 원을 요구했다. 너무 간단히 막힌 걸 뚫어버리는 것도 그랬고, 수리비도 믿어지지 않아 허탈했는데, 그는 안 해도 될 말로 부아를 지르고 집을 떠났다. 미끄러운 눈길에 왔으니 위험수당도 줘야 하지만, 안 받을게요라고. 허탈해진 까닭은 짐작할 만하지 않은가. 공임이든.. 2018. 12. 5.
이웅렬, ‘아름다운 퇴장’과 ‘4대 세습’ 사이 코오롱 그룹 이웅열 회장(63)의 퇴진 논란 코오롱그룹 이웅열 회장(63)의 퇴진이 화제다. 지난 23년 동안 그룹 경영을 이끌어온 이 회장은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 새롭게 창업의 길을 가겠다”면서 “그동안 쌓은 경험과 지식을 코오롱 밖에서 펼쳐보려 한다”고 밝혔다고. 그는 내년 1월1일부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코오롱은 후임 회장 없이 내년부터 지주회사 중심으로 운영된다고 한다. 재벌그룹의 오너가 스스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다. 재벌 오너가 물러나는 것은 대체로 경영에 대한 책임을 비켜 갈 수 없을 때나, 위법행위를 저질러 도덕적 비난을 피하는 수단으로 가끔 행해지곤 했으니 말이다. 얼마 전 방정오 TV조선 대표이사 전무가 사퇴 의사를 밝힌 것도 ‘초등학생.. 2018. 12. 2.
쇠락하는 민속 경기 ‘씨름’, 인류무형문화유산이 되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남북이 공동 등재 한반도의 고유 민속경기인 ‘씨름’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유네스코의 제13차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씨름을 남북 공동으로 등재하기로 결정했다. 그것도 애초에 따로 신청했다가 막판에 남북한이 공동 등재하기로 극적 합의함으로써 이루어진 결과다. 아프리카 모리셔스에서 열린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 위원회에서는 긴급 안건으로 상정된 씨름을 24개국 만장일치로 가결하였다고 한다. 공동 등재된 씨름의 공식명칭은 ‘씨름, 코리아의 전통 레슬링(Traditional Korean Wrestling, Ssirum/Ssireum)’이다. (‘씨름’의 로마자 표기는 남북 두 가지를 함께 표기) 애당초 한국은 ‘대한민국의 씨름(전통 레.. 2018. 11. 27.
오마이뉴스 블로거 김현진 작가 전시회 오마이뉴스 블로거 ‘살랑살랑’님의 ‘아트 달력’을 소개한 게 2016년 3월이다. 아트 달력을 냈다는 소식을 뒤늦게 듣고 부군으로부터 그림 파일을 받아 이를 내 블로그에 소개한 것이다. 글 끝에 나는 ‘화순에 올 안에 한 번 들를까 한다’고 썼지만 그건 빈말이 되었다. 오마이뉴스 블로거 ‘살랑살랑’님의 ‘아트 달력’을 소개한 게 2016년 3월이다. 아트 달력을 냈다는 소식을 뒤늦게 듣고 부군으로부터 그림 파일을 받아 이를 내 블로그에 소개한 것이다. 글 끝에 나는 ‘화순에 올 안에 한 번 들를까 한다’고 썼지만 그건 빈말이 되었다. 거기 썼지만, 그는 내가 한 번도 만나지 못했는데도 가끔 들러 댓글을 주고받는 이웃[블로그 바로가기]이었다. 나는 그이를, 대학에서 그림을 공부했고 주로 어린이들을 가르치며.. 2018. 11. 15.
3년 만의 전시회 나들이, 『로버트 프랭크』 전 지지난 토요일에 대구로 사진 전시회를 다녀왔다. 오랜만에 귀향한 아들 녀석이 딸아이와 함께 전시회 구경을 가자고 해서였다. 사진가가 누구냐고 물었더니 로버트 프랭크란다. 문외한인 내겐 낯선 이름이었지만 주말 오후에 맞춤한 일정이라 내외가 따라나섰다. “어디서 하는 전시야?” “아트스페이스 루모스요.” 역시 낯선 이름이다. 하긴 대구를 떠난 지 40년이 다 됐으니 낯설 수밖에 없다. 그러고 보면 대학 시절 이후, 대구에서 어떤 전시회도 찾은 기억이 없다. 아이들과 함께 영월에서 열리는 국제사진전을 이태 정도 다닌 게 고작이다. [관련 글 : 사진과 역사 , 영월로의 짧은 여행 / 강원도 산골마을 영월, ‘사진 축제’에 걸다] 3년 만의 전시장 ‘나들이’, 루모스 개관전 그런데 아이들은 뜻밖에 사진이나 미술.. 2018. 11. 11.
‘사드 철거’ 성주 소성리 ‘수요집회’도 100회를 맞았다 ‘사드 철거 100회 소성리 수요집회’ 참관기 ‘수요집회’라면 누구나 먼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20년 넘게 열고 있는 수요시위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경상북도의 한 시골 마을에서도 2016년부터 수요집회를 열어왔다는 걸 아는 사람은 안다. 성주 소성리 골짜기에서도 ‘수요집회’가 열린다 10월의 마지막 날, 오후 2시부터 그 마을에서 100번째 ‘수요집회’가 열렸다. 2016년 인근 롯데스카이힐골프장에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가 결정되면서 일상의 평화를 빼앗겨 버린, 달마산 기슭의 양지바른 시골 마을,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다. 오후 2시, 천막을 씌우고 의자를 배치한 데 이어 커다란 난로 두 대까지 설치하여 집회에 ‘최적화’된 소성리 마을회관 .. 2018. 11. 1.
‘티스토리’ 블로그를 열면서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지난 2006년 12월에 첫 글을 쓴 이래, 거의 12년 동안 지켜온 블로그 ‘이 풍진 세상에’를 부득이 헐지 않으면 안 되기에 이른 것은. 에서 올해로 블로그 서비스를 종료한다는 것을 공지하였을 때도 나는 무심히 쓴 글의 퇴고에 골몰하고 있었다. 이웃 블로거가 ‘이사’를 가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을 때도 ‘웬 이사?’라고 반문했으니 이래저래 상황 변화에 어둡고 아둔했던 셈이다. 자의가 아니라, 이사를 가든 아예 둥지를 헐어 버리든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는 걸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았다. 둥지라고 했지만 12년 동안 쓴 글이 모두 1700편이 넘고, 누적 조회 수가 10만이 모자란 1300만인 살림의 덩치가 만만찮았다. 이참에 작정하고 둥지를 헐어 버리는 것도 한 .. 2018. 10.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