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길 위에서 504

영남 보수 ‘성골’의 예상치 못한 표심 구미시 갑 민중연합당 남수정 후보 38.1% 득표, ‘예상 밖 선전’ 4월 13일,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무사히 끝났다. 일여다야 구도로 치러지는 선거는 여당의 압승과 분열된 야당의 참패를 빚을 것이라고 예견되었으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과반수를 점하고 있던 여당은 제2당이 되었고 지리멸렬했던 제1야당은 제1당의 자리에 올랐다. 야권연대를 거부하고 마이웨이를 외친 신생정당은 호남을 석권했다. 아무리 죽을 쑤어도 집권 여당이 승리하는 그간의 선거 공식을 간단히 뒤집어 버린 이 결과 앞에서 패배한 정당은 당혹했고 승리한 정당들은 환호했다. 선거 결과가 전해주는 ‘민심’ 앞에서 모골이 송연했던 게 어찌 패자뿐이었을까. 20대 국회의 판도를 뒤엎어버린 이번 결과는 선거는 기본적으로 ‘심판’이라는 사실을 분명하.. 2021. 4. 15.
영남 ‘성골’ 유권자에게 뛰어든 서른넷 여성 구미시 갑 선거구 민중연합당 남수정 후보를 찾아서 4·13 총선거가 꼭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공천과정에서 유례없는 막장을 연출해 유권자들의 정치혐오를 불러일으켜 놓고선 정치권은 이제 바야흐로 표를 달라고 아우성이다. 처음엔 ‘일여다야’ 구도라더니 이제 일부 지역에서도 ‘다여’가 되면서 선거는 결과를 쉽게 점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왔지만 정작 유권자들이 선거 열기를 느끼지 못하는 곳도 적지 않다. 뻔한 구도로 이루어지는 선거, 결과야 ‘안 봐도 비디오’인 곳이 영남에 좀 많은가 말이다. 그중에서도 2000년 제16대 총선 이후, 단 한 명의 야당 선량도 내지 못한 영남 보수의 ‘성골(聖骨)’ 경상북도의 경우, 선거는 요식절차와 다르지 않다. 40년 영남 진보 유권자의.. 2021. 4. 13.
‘boggi’, 어떻게 읽을까 원초적 신체 부위를 이르는 ‘금기의 언어’ ‘boggi milano’라는, 이탈리아에서는 꽤 알려진 패션 브랜드가 이번에 국내에 들어오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예의 브랜드 발음이 좀 ‘거시기’해 수입사 쪽에서 고민 끝에 그 발음을 이 나라 ‘미풍양속’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결정했다는 소식[관련 기사 바로 가기]이 있었다. 그렇다. 애당초 브랜드 철자 중 ‘g’가 마땅히 ‘ㄱ’ 발음일 거로 생각했던 수입사 측에선 문제의 발음이 불길하게도(!) ‘ㅈ’으로 발음된다는 사실을 알고 적잖이 당황했다고 한다. 인터넷에서 ‘boggi, it’s your style‘이라는 브랜드 슬로건이 나온다. 바지런한 누리꾼들은 이 브랜드가 한글 표기를 어떻게 할지에 집중되었는데 ‘봇찌’설과 ‘보우쥐’설이 맞섰다고. ‘.. 2021. 4. 12.
“미래를 위해 생각을 매도해야 하는 사회가 무섭다” ‘자기 검열’을 강요하는 ‘불온’한 사회 ‘불온(不穩)’의 사전적 의미는 “①온당하지 않음. ②(일부 명사 앞에 쓰여) 사상이나 태도 따위가 통치 권력이나 체제에 순응하지 않고 맞서는 성질이 있음.”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말은 ②의 뜻으로 널리 쓰인다. 불온사상, 불온서적, 불온 학생, 불온 인사, 불온한 태도……, 등에서처럼. ‘불온’의 정치 사회학적 의미 ‘불온’의 반대편에 ‘온건(穩健)’이 있음을 추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온건’의 뜻풀이는 ‘생각이나 행동 따위가 사리에 맞고 건실함.’이다. 그러나 그 속뜻은 ‘사상이나 태도 따위가 통치 권력이나 체제에 순응하고, 맞서는 성질이 없음.’으로 보는 것이 더 합당한 까닭도 거기에 있다. ‘불온’이 매도당하고 백안시되는 것은 ‘온건’이 그.. 2021. 4. 11.
63세 라이더, 세계를 향해 페달을 밟다 라이더, ‘자전거 세계일주’, 그 대장정을 시작하다 일단 그의 파란 많은 삶에 대해선 줄이기로 한다. 적어도 60년쯤 산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만그만한 삶의 굴곡과 사연쯤은 장편소설 분량으로 갖고 있을 터이니 말이다. 초년에 부모의 품을 떠나 완고한 양부(養父) 슬하에서 자랐다거나 그 사춘기가 만만찮았다는 건 굳이 숨길 필요가 없겠다. 한창때엔 적지 않은 돈을 벌었고, 당연히 그걸 까먹고 재기하겠노라고 용을 쓴 세월도 짧지 않았다. 젊은 시절부터 시작한 스쿠버 활동을 통해 수중(水中) 사진을 오래 찍었고, 특별히 글쓰기의 경험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한 스쿠버 관련 잡지에 꾸준히 글을 썼다. 에도 잠깐 ‘물 이야기’를 연재했다.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동해의 한적한 어촌에 살기 시작한 십여 년 전에 그는 산악자.. 2021. 4. 10.
‘붓두껍’을 잡으면 ‘세상이 변한다’? 19대 총선거에 부쳐 제19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시가지 곳곳에 붙은 후보자의 펼침막과 선거 포스터, 수업 시간에도 들려오는 후보자들의 유세 방송 소음 따위가 총선거의 임박을 환기하지만 정작 사람들은 무덤덤하기만 하다. 1월에 이곳으로 이사했고, 새 임지에서 근무를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구미는 낯설다. 에서 ‘총선 특별취재’를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총선 관련해서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은 까닭이 거기에 있다. 주변에 이번 선거에 관심 있는 이들도 없는데다가 정작 새 학년이 시작되면서 수업과 업무에 바빠 한갓지게 선거판에 눈을 돌릴 틈이 없었기 때문이다. 바쁘기도 했지만 그런 ‘무심’의 바닥에는 안동에서 18대 총선을 치를 때와 마찬가지로 이 ‘보수 본향’에서의.. 2021. 4. 7.
‘선진화’ 원년, 퇴행 3제 1. 뉴라이트 대안교과서, 역사의 퇴행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이 주축이 된 ‘교과서 포럼’이 한국 근현대사의 지배 기득권 세력을 적극적으로 긍정하는 (기파랑)를 펴냈다. 진보 학계는 이 책에 대해 이승만·박정희 반공 독재체제를 추수하는 ‘과거 찬양서’에 불과하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 책에 대한 주진오(상명대), 안병욱(가톨릭대) 교수의 평가는 단호하다. 이들은 각각 이 책을 한 마디로 일본 우익단체 ‘새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이 낸 후소사 판 역사 교과서, “후소사 교과서의 한국판”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안병욱 교수는 포럼의 시각이 결과적으로 일본이 식민지배를 했기에 한국이 근대화될 수 있었다는 ‘식민지 근대화론’과 연결돼 있다면서, 그것은 “일제가 조선 식민지배를 정당화하기 위.. 2021. 4. 3.
무거움에서 가벼움으로 - 오늘의 ‘대학생’을 생각한다 오늘의 대학생, 무거움은 내려놓았는가 장면 1 광주캠퍼스는 74개 학과 중 57개 학과에서, 여수캠퍼스는 30개 학과 중 20개 학과에서 각각 선배들이 신입생과 후배들에게 기합을 줬다. 일부 학과는 선배들이 군대 유격장의 조교처럼 군복에 빨간 모자를 착용했다. 기합은 선착순 달리기와 어깨동무하고 앉았다 일어나기, 오리걸음으로 운동장 돌기, 심지어 차가운 물 속에 들어가도록 하는 경우도 있었다. 시간은 30분~2시간 동안 이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전남대] 장면 1-1 최근 이 학교에선 사관학교 생도 못지않은 지나친 신입생 예절 교육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한 신입생은 “복도에서 선배를 그냥 지나쳐 먼저 갈 수 없다”며 “늘 ‘먼저 지나가겠습니다, 선배님’ 하고 물은 뒤 대답이 떨.. 2021. 4. 2.
복거일의 ‘남성유전자 보존론’ 수상한 ‘보수 논객’ 복거일의 마초이즘 ‘보수 논객’이라는 복거일을 나는 소설가로 만났다. 그가 80년대에 발표한 장편소설 를 통해서였다. 스스로 ‘대체역사(代替歷史, alternative history)라고 말하는 이 소설은 1909년 하얼빈에서 있었던 안중근 의사의 암살 기도가 실패로 끝나 이토 히로부미가 부상만 하였다는 가정 아래 쓰였다. 작품성이나 감동과는 별개로 나는 이를 매우 흥미로운 시도로 받아들였다. 자국의 역사는 물론 민족적 정체성조차 잃고 일본인으로 살아가는, 완전히 일제에 동화된 식민지 조선인이 민족적 정체성에 눈떠가는 과정을 매우 충격적으로 그리고 있는 이 소설을 나는 ‘중간소설’이라는 관점에서 읽었던 것 같다. 복거일, ‘대체역사’ 소설가에서 ‘영어공용화론자’로 뒤에 1988년에 .. 2021. 3. 30.
정명훈, 물론 그가 해고될 일은 없겠다 국립오페라단합창단원 해고 소식에 그는 E노트에 오른 기사 가운데 세계 최정상급 지휘자로 명성을 얻고 있는 정명훈에 관한 기사가 유독 관심을 끌었다. 블로그에 오른 그 글은 파리에 사는 진보신당 당원이 쓴 글로 보이는데 세계적 음악가인 정명훈에 대해 유쾌하지 않은 소식을 전하고 있다. 상당한 장문의 기사를 요약하는 건 쉽지 않은데, 골자만 따면 이렇다. 파리의 진보신당 당원들은 ‘전원 해고된 한국의 국립오페라단 합창단 소식’을 듣고 그들의 복직을 위한 연대활동을 벌이는 있다. 이들은 라디오 프랑스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정명훈을 만나 지지 서명을 요청했는데, 정명훈은 뜻밖에 매우 불쾌한 반응을 보이며 이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불쾌한 반응의 수준이 사뭇 다르다. 파리의 공연예술노조 위원장, 파리 오페.. 2021. 3. 25.
인터넷의 ‘백과사전’들, 믿을 만하나? 인터넷 ‘백과사전’의 정보, 신뢰할 수 있나? 인터넷 정보가 그리 믿을 만하지 않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안다. 그러나 막상 그 정보의 신뢰성을 마땅히 측정할 방법은 없다. 그러니 사람들은 아쉬운 대로 인터넷에서 검색한 정보를 쓸 수밖에 없다. 임신·육아·출산 관련 66개 사이트 중에서 72%에 이르는 48개 사이트가 엉터리 정보를 게재하고 있으며, 200건 중 126건(63%)이 잘못된 정보였다는 보도는 그 움직일 수 없는 실례다. 이태 전쯤에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수욕정이풍부지(樹欲靜而風不止) 자욕효이친부대(子欲孝而親不待)’라는 글귀의 출전을 로 쓴 적이 있었다. 미심쩍어 인터넷 검색으로 확인하고 썼던 듯한데, 어디에 씌었던가 보다. 이웃의 지적을 받아 다시 찾아보니 웬걸, 이다. 있을 수 있는 실수.. 2021. 3. 22.
쓰다! ‘참소주’ 회사의 결혼 퇴직제 지역 주류업체의 수상한 제도 며칠 전 의성으로 귀촌한 친구 내외가 집에 들렀다. 나가서 점심을 먹으면서 반주로 소주를 주문했다. 요즘은 식당에서도 소주를 시키면 원하는 상표를 물어본다. 나는 문득 생각이 나서 ‘참이슬’을 시켰다. “뉴스 봤지? 금복주 여직원들은 결혼하면 사표를 써야 한다며? 그래서 진로를 시켰어.” “그래, 한동안 나도 참소주 안 마셨잖아. 거짓말 광고 때문에 뿔나서.” 그렇다. 나는 특정 상표의 소주를 찾는 일이 전혀 없지만, 꽤 오래 친구는 금복주에서 나온 ‘참소주’를 기피했다. 5~6년 전의 일이다. 이 회사에선 ‘참소주’의 주원료를 천연 암반수라고 광고했지만, 실제 수돗물로 소주를 만든 게 들통이 나버렸었다. 분노한 친구는 늘 참이슬을 주문했다. 이른바 ‘팔도 소주’라 하여 지역.. 2021. 3.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