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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654명, ‘검찰 권력 해체’를 요구하다

by 낮달2018 2020.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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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654명, 검찰 권력 해체를 촉구하는 작가 성명 발표

 

검찰 개혁을 앞두고 벌어지고 있는 정부와 검찰 간 갈등에 대해 마침내 작가들이 입을 열었다. 지난 17일, 작가 654명이 ‘검찰 권력 해체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권여선, 김용택, 박민규, 안도현, 임헌영, 장석남, 정찬, 함민복 등 작가 654명이 ‘검찰 권력 해체를 촉구하는 작가 성명’을 발표하고 공수처의 조속 설치와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퇴, 시민검찰제 추진 등을 요구했다.

 

작가들은 성명에서 검찰이 국가기구 가운데 “가장 ‘정치적인’ 집단”으로 “지배 권력에 기생하며 살아왔다”고 전제했다. 그리고 이들이 “기소독점권과 영장 청구권을 독점하고 법을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맞게 적용해” 왔다며 검찰은 “검찰의 ‘독립’이나 ‘중립’을 이야기할 자격이 없다”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반성과 성찰이 먼저”라며 “윤석열 검찰총장은 자진 사퇴해야 마땅하다”라고 주장했다.

 

작가들은 “시대적 소명”인 “검찰 개혁의 주체는 정권이 아닌 국민”이어야 한다면서 검찰 개혁을 뒷받침하는 “시민위원회 설치”와 지방검찰청의 검사장도 시민이 선출하는 “시민검찰제”를 추진하여야만 “검찰의 부패와 인권탄압”을 감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검찰 개혁, 검찰 권력 해체는 주권자인 국민의 명령”이라고 강조했다.

 

이 성명에 참여한 문인은 구중서, 염무웅, 이경자, 이상국, 이시영, 정희성, 현기영 등 전 현직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을 비롯해 김명인, 김응교, 김주대, 류보선, 서영채, 신철규, 이재무, 이정록, 정우영, 정일근, 조용미, 하성란, 한승원, 함순례 등이다.

 

기사를 읽으며 나는 2009년에 작가들이 중도실용주의라는 이름으로 이명박 정부가 자행한 비민주적 통치와 독재에 저항하며 낸 ‘6·9 작가선언’을 떠올렸다. 꼭 11년 전의 이 선언에도 2020년의 성명과 크게 다르지 않은 구절들이 눈에 아프게 와 박힌다. [관련 글 : ‘예민한 살갗’의 외침 - 6·9 작가선언]

 

“이 모든 일에 적극 가담한 정치검찰과 수구 언론을 우리는 민주주의의 조종(弔鐘)을 울린 종지기들로 고발한다. 살아 있는 권력에는 굴종하고 죽은 권력에는 군림하면서 영혼을 팔고 정의를 내던진 정치검찰들, 증오와 저주의 저널리즘으로 민주화의 역사를 모독하고 민주주의 가치들을 조롱하는 수구 언론에 우리는 분노한다.

우리가 저들과 같은 모국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참혹해진다. 저들을 여전히 검찰과 언론이라고 불러야 하나. 곰팡이가 온 집을 뒤덮었다면 그것은 곰팡이가 슨 집이 아니라 집처럼 보이는 곰팡이일 뿐이다. 저 권력의 몸종들과 함께 민주주의의 일반 원리와 보편 가치를 무자비하게 짓밟으면서 달려온 이명박 정권 1년은 이토록 참담하다.”

 

수구 언론이 기득권과 개혁에 저항하며 온갖 퇴행을 저질러 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 점에서는 검찰도 다르지 않았다. 11년 전의 성명에도 ‘정치검찰’이 적폐의 일부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권력에는 굴종하고 죽은 권력에는 군림하면서 영혼을 팔고 정의를 내던진” 권력으로. 그리고 2020년, 그 정치검찰은 지금 대통령과 맞서 있다.

*참여 작가 명단은 <한겨레> 기사 참조

 

2020년 정부와 검찰의 갈등과 대결의 본질은 검찰총장이 자신의 전유물인 양 내세우는 ‘헌법과 법치주의’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해방 후 정부 수립 때부터 연면히 이어온, 위임받은 위임받은 권한권력으로, 그것도 선택적으로 행사해 온 검찰이 검찰 개혁에 맞서 자기 권력을 보전하고자 벌이는 불복과 저항,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벌이는 다툼은 검찰총장이 ‘법 절차’와 ‘공정성’ 따위를 내세우면서 권력으로부터 핍박을 받는 것처럼 벌이는 ‘약자 코스프레’ 앞에 그 본질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워 보인다. 그러나 ‘깨어 있는 시민’들은 이 문제의 본질이 헌정 72년 만에 더는 늦출 수 없어 시작된 검찰 개혁과 그 메스 앞에 선 검찰이 조직 보전을 위해 벌이는 저열한 소송전일 뿐이라는 걸 알고 있다.

 

작가들이 이 논란의 한복판에서 입을 연 것은 이 혼란을 끝내고 시대적 소명인 검찰 개혁이 촉구하기 위해서다. 성명은 지금의 갈등 상황은 새로 태어나려는 공수처가 그 시대적 소명을 다하기 위해 산통을 거듭하고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맞서기 위해 검찰이 마지막 저항이라는 점을 분명히 가리키고 있다.

 

공수처 설치와 함께 검찰총장의 자진 사퇴, 그리고 시민검찰제 추진을 요구한 것은 이 검찰 개혁에 맞선 위선과 저항의 시간을 끝내야 한다는 정언 명령이다. 이제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늦어도 새봄이 오기 전에는 현재의 진통을 넘어 검찰 개혁의 큰 걸음을 내디뎌야 한다. 그것은 힘겹지만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개혁과 진보의 길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2020. 12. 19.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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