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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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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와 ‘항쟁’, 혹은 ‘나이스’와 ‘네이스(NEIS)’ 특정한 사건과 대상 지칭 어휘에 숨은 이데올로기 말은 의사소통의 수단이지만, 말하는 이의 의식을 가감 없이 드러내기도 한다. 특정한 어휘가 일정한 세계관과 이데올로기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은 두루 알려진 바다. 여전히 이 땅에서 갈등 관계인 ‘근로’와 ‘노동’은 그 좋은 실례라 할 수 있겠다. ‘광주항쟁’을 ‘광주사태’라 부른 작가 황석영의 발언이 논란이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 정부를 ‘중도’라고 규정하며 거기 동참하겠다는 그의 발언 앞에서 대중들은 곤혹스럽다. ‘예언자적 기품’은 고사하고 얼치기 로맨티시스트로 부르기조차 어려운 어처구니없는 그의 현실 인식 때문이다. 황석영의 ‘광주사태’ 발언은 뜻밖이다. 무엇보다 그는 광주의 진실을 처음으로 세상에 널리 알린 보고서 의 저자였던 까닭이다. 당연히 사.. 2022. 5. 20.
소도시의 촛불 문화제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안동지역 촛불 문화제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안동지역 촛불 문화제’가 5월 16일부터 18일까지 사흘 동안 문화의 거리에서 열렸다. 인구 17만여 명의 조그만 이 농촌 도시가 마련한 촛불 문화제는 더도 덜도 말고 100여 명의 시민과 학생이 모여 아주 조촐하게 치러졌다. 한편의 서명대에선 행인들이 발길을 멈춰 자발적 서명에 동참했고, 멀찍이서 지켜보는 시민들의 마음도 다르지 않았을 터였다. 도시가 작다 뿐이지, 경찰이나 교육청과 학교를 통해 이루어지는 통제와 감시는 다르지 않았다. 주말인데도 집회장 부근을 지키는 장학사, 교사들 탓인지 참여한 학생들은 소수에 그쳤다. 일요일 집회는 8시가 넘으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참여 시민.. 2022. 5. 19.
군산오름의 진지 동굴과 카멜리아 힐의 동백꽃 구경 [제주 여행] 3일 차(2022. 4. 20.) *PC에서는 이미지를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 이미지로 볼 수 있음. 군산오름과 진지 동굴 여행 셋째 날의 목적지는 군산오름과 카멜리아 힐이었다. 오름으로 유일하게 군산오름에 가겠다고 한 이유는 단순했다. 2박 3일의 여정을 짜면서 나는 어떤 누리꾼의 추천을 2박 3일 여정을 참고했다. 별 고민 없이 2박 3일로 예약했지만, 여정을 짜면서 나는 제주도는 2박 3일이 아니라 20박 30일로도 성이 차지 않으리라는 걸 깨달았다. 예의 누리꾼은 “군산오름이 정상에서 서귀포 일대를 전부 조망할 수 있으며 북쪽으로는 한라산을 볼 수 있는 멋진 풍경을 가지고 있는 오름으로 정상부까지 차량으로 이동할 수 있어 주차장에 내려 걷는 시간은 5분이면 충분하다”.. 2022. 5. 19.
‘5·18’ 28돌 기념 안동 주먹밥 나누기 2008년, ‘5·18’ 28돌 기념 안동 주먹밥 나누기 지난 5월 17일 오후 4시부터 안동 문화의 거리에서 ‘5·18 28돌 기념 안동 주먹밥 나누기’ 행사가 베풀어졌다. 이 행사는 대구 경북 5·18동지회가 주최하고 ‘열린 사회를 위한 안동시민연대’와 5·18기념재단이 후원했다. 항쟁 때 광주시민들이 주먹밥으로 시민군을 지원한 것은 널리 알려진 일. 그런데 그때의 시민군들을 대신해 대구 경북 5·18 동지회에서 안동시민들에게 그것을 돌려주는 행사를 벌인 것이다. 오마이뉴스에 쓴 기사에 쓰지 못한 사진 몇 장이다. 기사는 요즘 스크랩이 시원찮아서 가져오지 못했다. 주먹밥 하나에 한 시대의 역사를 나누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터이나 주먹밥을 들고 간 시민들이 5·18의 역사적 의미를 새롭게 새길 수 있었.. 2022. 5. 18.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545일 만에 김천 촛불이 다시 켜졌다 [참관기] 김천 촛불 2095일…시민들, 860번째 촛불을 들다 퇴직 동료들의 단체대화방에 ‘김천 촛불’ 재개를 알리는 포스터가 뜬 것은 5월 첫 주의 토요일이었다. 아, 드디어 김천 촛불이 다시 켜지는구나 싶었지만, 다른 일로 바빠서 나는 그걸 잊어버렸다. 둘째 주 중반에 다시 대화방에 들어간 것은 포스터 아래에 적힌, ‘외로운 길에 응원 부탁합니다’라는 쪽지가 밟혀서였다. 김천 촛불 2095일…860번째 촛불을 켜다 촛불집회를 알린 이는 1992년 경북 북부의 시골 중학교로 같이 복직한 동료 구 선생이었다. 그는 2106년 첫 촛불집회부터 지금까지 시민대책위를 지키고 있는 진국의 활동가다. 그는 지치지 않고 대화방에다 촛불집회를 알리곤 했지만, 반향은 미미했다. 그게 미안해서 나는 서둘러 대화방을 떠.. 2022. 5. 16.
알라딘의 인터넷 ‘서재’ 이야기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내 ‘서재’ 먼지의 방 온라인 서점 ‘알라딘’에 드나든 지 10년이 넘었다. 맨 처음 거래한 온라인 서점은 ‘북스 포 유’였는데, 얼마 후에 이 가게는 알라딘과 통합되었으니, 따로 다른 가게에는 곁눈을 주지 않은 셈이다. 책을 사러 책방에 들렀다가 원하는 걸 찾지 못하고 돌아서거나 주문하고 한 번 더 들러야 하는 불편을 겪은 사람들에게 온라인 서점은 매우 ‘생광스러운’(부모님 세대들이 즐겨 썼던 말인데, 정작 우리에게는 낯설다. ‘生光’이라는 한자어에 접미사를 붙여서 만든 형용사인데, ‘빛이 남’, ‘자랑스러워 낯이 남’의 뜻이다. 그들 세대의 언어가 가진 풍부한 정서가 고스란히 들어 있는 어휘여서 나는 이 말을 즐겨 쓴다) 공간이라 할 수 있겠다. 책 읽기를 왕성히 하던 때에는 매.. 2022. 5. 16.
구미의 노동자 시의원, ‘리턴즈’는 이루어질 수 있을까 [도전 2018 지방선거] ① 구미 시의원 재선에 도전하는 정의당 김성현 후보 정권교체에 이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주권자들의 호응은 기존의 정당 선호도를 역전시켰다. 전국 대부분 시도에서 여당이 야당을 압도하고 있다. 하지만 유일하게 자유한국당의 지지도가 살아 있는 곳이 대구 경북이다. 그중 경북지역의 지방선거 판도는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출사표를 던진 이들의 면면으로 보면 이 지역에는 여전히 자유한국당이 여당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구미에도 예년에 비기면 여당 예비후보가 늘긴 했지만, 자유한국당 후보와 비길 정도는 아니다. 구미에서도 몇몇 범진보 인사들이 새롭게 6·13 지방선거에 도전하고 있다. 민주당은 그나마 여당이라는 프리미엄이라도 있지만, 진보정당의 경우는 양자구도에 밀려 존재감을 드.. 2022. 5. 16.
자랑스럽구나, 아이들과 함께한 그 ‘세월’ 전교조에서 25년 경력으로 상을 받다 교직에 들어온 이래 처음으로 상을 받았다. 이른바 ‘스승의 날’을 기념하여 주는 관제의 상, 교육감상이나 장관상 따위와는 다른 상이다. 1986년 5월 10일 교육 민주화 선언을 기념하여 내가 가입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서 주는 ‘교육공로상’이다. 전교조 위원장이 주는 교육공로상 ‘교육공로’라니까 무슨 대단한 업적을 생각할지 모르나, 이 상이 가리키는 공로는 ‘오래 교단을 지켜 온’ 것이다. 수상 자격은 오직 교직 경력 25년쯤의 연공(年功)이다. ‘관’과는 달리 전교조에서는 해직 기간을 경력에 넣기 때문에 교내 연령 서열(?)은 6위지만 호봉서열은 20위쯤에 그치는 내게도 이 상이 내려온 것이다. 앞에서 밝혔듯 이건 내가 교직에서 받는 첫 번째 상이다. 나는.. 2022. 5. 15.
“정권이 바뀌었다. 그래도 우리는 살아간다” 내가 찍지 않았던 후보의 대통령 취임에 부쳐 지난 10일 오전 11시부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이 있었다. 같은 시각에 나는 아내와 함께 텃밭에 있었다. 집에 머물고 있었다 하더라도 굳이 중계방송을 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라디오를 틀었더니 중계방송이 나와서 바로 채널을 돌려버렸으니까. 유례없는 박빙의 표차로 결과가 엇갈린 이번 대선을 두고 “정치적 무관심의 대가는 자기보다 못한 사람의 통치를 받는 것이다”라거나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다”와 같은 명언을 불러오기에는 거시기하다. ‘정치 고관여 계층’ 간의 격돌, 제20대 대선 짐작했겠지만, 내가 투표한 후보는 아슬아슬하게 낙선했고, 전임 대통령이 발탁하여 검찰총장까지 오른 전직 검사가 정치 .. 2022. 5. 12.
[오늘] 일제, 국가보안법의 뿌리인 ‘치안유지법’ 시행 [역사 공부 ‘오늘’] 1925년 5월 12일, 일제, 독립운동 탄압 치안유지법 시행 1925년 5월 12일, 일본제국은 한 달 전인 4월 12일 법률 제46호로 공포되었던 치안유지법의 시행에 들어갔다. 1923년 간토 대지진 직후의 혼란을 막기 위해 공포된 긴급칙령이 전신인 이 법률은 천황제나 사유재산제를 부정하는 운동을 단속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되었고 칙령에 따라 조선, 타이완, 사할린에서도 시행되었다. 치안유지법은 조선에서 독립운동을 처벌하는 전가의 보도 거의 동시에 제정되었던 보통선거법이 민심을 달래기 위한 당근이었다면 치안유지법은 보통선거법 시행으로 활성화될 정치 운동을 막으려는 의도를 숨긴 채찍이었다. 러시아 혁명(1917)의 영향으로 활발해진 일본 내 공산주의운동을 억압하려는 목적 이외에도.. 2022. 5. 12.
유치진, 연극사 거목의 지난날은 비루했다 학교에서 ‘정통 사실주의 극작가’로만 가르치는 동랑 유치진 국문학을 전공하였지만 정작 대학 시절에 희곡 공부는 전혀 하지 못하였다. 유치진(柳致眞, 1905~1974)을 처음으로 공부하게 된 것은 고등학교 교사로 임용되어 국정 국어 교과서를 가르치면서다. 1980년대 제4차 교육과정 『고교 국어 1』의 두 번째 소단원에 그의 희곡 「조국」(1막 2장)이 실려 있었기 때문이다. 「조국」은 3·1운동을 배경으로 시위에 참여하려는 아들과 이를 말리는 홀어머니의 갈등을 통해 독립투쟁의 당위를 다룬 작품이다. 주인공이 3·1 만세 시위에 참여하려다가 홀어머니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혀 뜻을 접자 동료로부터 ‘반역자’라며 매도된다. 그러나 시위가 고조되어 만세의 물결이 다가오고, 그도 어머니의 허락을 받아 시위에 참여.. 2022. 5. 11.
<반짝반짝 빛나는>, ‘피의 비밀’과 ‘인생 역전’ 드라마 ‘피의 비밀’을 다룬 이야기의 ‘원조’라면 단연 ‘오이디푸스 신화’다. 스스로 부왕 라이오스를 죽이고 어머니 이오카스테와 결혼하여 두 아들과 두 딸을 낳은 오이디푸스 이야기는 ‘근친결혼’과 ‘운명’에 대한 가장 비극적인 서사다. 자신에게 내려진 ‘저주의 신탁(神託)’이 실현되었음을 안 오이디푸스는 자기 눈을 찔러 소경이 되어 고행과 유랑의 삶을 선택한다. 그것이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능멸한 인간 오이디푸스의 참회 방식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신화다. 어차피 비극적 결말을 예비하고 있었던 이야기라는 말이다. 안방극장의 ‘신화’, ‘피의 비밀’ 우리 안방극장에서 맹위를 떨치는 ‘피의 비밀’은 어떨까. 글쎄, 드라마를 줄줄이 꿰고 있는 형편이 아니어서 단정해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대체로 드라마의 .. 2022. 5.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