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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선산(구미) 이야기

6·1 지선 결과, 구미는 ‘2018년 이전’으로 다시 되돌려졌다

by 낮달2018 2022.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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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 제8회 지방선거 결과] 구미는 시장도 잃고 도의원 전부, 시의원도 절반을 잃었다

▲ 현역 시장을 비롯하여 현역 기초 광역 의원들이 출사표를 던졌지만 이들은 대부분 생환하지 못했다.

제8회 지방선거가 끝났다. 개표도 거의 끝나서 선관위에서 당선증을 교부하면 당선자가 확정된다. 역대 두 번째로 낮은 투표율(50.9%)은 여야에 실망한 20·30의 이탈로 분석되는 모양이다. 그러나 구미에서도 이번 선거에 투표하기를 망설인 이가 적지 않았다.

 

투표를 망설인  지방 선거

 

경북 평균 투표율은 전국보다 2% 정도 높은 52.7%지만, 구미는 경북에서 최하위인 42.8%다. 경북 평균보다 무려 10% 이상 낮다. 전체 선거인 33만7510명 중 14만4584명이 투표했으니, 투표하지 않은 이는 19만2926명이다. 20만 명에 가까운 시민이 투표를 포기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선거권을 한 번도 포기하지 않아 온 나도 이번 선거에선 투표하지 말까, 싶은 생각에 잠깐 시달렸었다. 어쩌면 그게 이 지리멸렬의 정치판에 들러리를 서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였다. 그러나, 나는 망설이는 아내를 채근하여 투표장으로 나갔다. 늘 사전투표를 하는데 이번에 본 투표일에 투표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다.

 

선거 결과는 얼마간은 예측한 일이긴 했다. 나는 늘 주변에 이번 선거는 ‘민주당의 폭망’만 남았다고 뇌까리곤 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결과를 확인하면서 입맛이 쓰다. 그래도 선거 결과를 거듭 확인하면서 '배를 띄우는 것도 물이지만, 그걸 엎어 버리는 것도 물'이라는 사실을, 이른바 '민심'의 향배가 얼마나 두려운가를 절감한다. 

 

4년 전, 유사 이래(!) 처음으로 민주당 시장이 당선되고, 7명의 민주당 시의원 후보들이 몽땅 당선, 그것도 6명은 차점자의 2배 득표를 한 시절은 모두 옛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장세용 시장의 재선은 어렵다고 보긴 했지만, 득표율에서 당선자인 김장호 국민의힘 후보는 현 시장을 두 배 이상으로 눌렀다. [관련 글 : 자유한국당 지지도 1경북, 민주당에도 볕이 들까 / 박정희 고향구미에서 첫 민주당 시장 탄생](아래 ‘시장 선거 결과’ 참조)

구미의 변화를 기대하게 한 2018 지방선거

 

변화를 바라는 시민들의 표로 당선한 장세용 시장은 재임 중, 별로 이룬 게 없다고 평가받는 것 같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보수층에 구애하느라, 시민들이 바라는 개혁과 변화는 멀리했다. 그는 시민단체의 요구와는 반대로 보수적 행보만 계속하면서 결국 진보나 중도층으로부터도 외면받은 것으로 보인다.

 

2018년의 선전 4년 후의 결과는 초라하다기보다 민망하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도의원은 3명이나 당선했지만, 이번에는 8개 선거구에서 전멸이다. 시의원도 10개 선거구에 1명씩 나갔지만, 당선자는 3인 선거구에서 1명씩, 그리고 2인 선거구에서 2명, 도합 4명에 그친다. (아래 ‘시의원 선거 결과’ 등 참조)

결국 선거 이후 구미시의회는 국민의힘 20명(지역구 18 + 비례2)에 더불어민주당 5명(지역구 4 + 비례1)으로 구성된다. 국민의힘이 80%의 의석을 차지함으로써 구미시의회는 국민의힘 1당 지배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아래 그래프 참고)

▲ 그래프의 데이터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 자료임. 아래 같음.

경상북도의회는 더 심각하다. 도의원 정수 61명은 국민의힘이 56명(지역구 52 + 비례4), 무소속 3명, 더불어민주당 2명(비례)으로 구성된다. 국민의힘이 92%의 의석을 점유함으로써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경상북도 내 24개 구시군 가운데서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구 도의원을  1명도 진출시키지 못한 것이다. (아래 그래프 참고)

지방선거뿐 아니라, 국회의원 보궐선거, 교육감 선거 등에서도 보수 후보들이 괄목할 만한 선전을 벌였으니, 기초자치단체인 구미시의 선거 결과가 그와 비슷하다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경북 유일의 민주당 시장을 배출하고 9명(비례2 포함)의 시의원을 의회에 진출시키면서 구미시는 전국의 주목을 받았다. 그게 어쩌면 '보수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경북 구미의 변화를 상징하는 것일 수도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구미가 변화하기엔 시간이 너무 짧았던가. 시민의 지지로 마땅히 구미의 변화를 이끌어야 했던 이들 정치인의 역량은 그것에 이르지 못했다. 

선거 결과는 지난 선거로 변화의 기미를 읽고 더 담대한 변화를 바란 시민들의 기대를 '언감생심'으로 만들었다. 상황은 완벽하게 2018년 이전으로 되돌려졌다. 2018년 선거에도 불구하고 구미시의회는 국민의힘이 다수당이었으나, 이번 상황은 더 나빠졌다. 

 

구미는 다시 2018년 이전으로 회귀하는 걸까

 

지난번 지방선거에서도 정의당은 두 명의 후보를 냈지만, 의회 진출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예 후보조차 내지 못했다. 무소속도 별 힘을 쓰지 못했다[관련 글 : 구미의 노동자 시의원, ‘리턴즈는 이루어질 수 있을까 / 구미 유권자, ‘20이어 ‘30대 시의원만들어 줄까].

 

선거 결과를 그래픽 처리한,  온통 빨간색으로 물든 영남 지도를 바라보면서 입맛이 쓰다. 게 민심이라는 걸 마땅히 받아들여야겠지만, 그것이 수십 년 동안 이어진 특정 정당 배제의 논리(사실은 지역 배제’)와 거기 맹목적으로 화답하는 지역 주권자들의 선택이기도 하다면, 좀 다른 문제가 아닌가 말이다.

 

이른바 싹쓸이로 표현하는 선거 결과가 민주당의 실정에 말미암은 것이라는 거라면 받아들여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 실정에 대한 심판과 응징이라고 보기엔 지나친 결과에서 읽히는 수십 년간 이어 온 배제혐오의 그림자는 쉬 감추어지지 않는다.

 

어쨌든 선거는 끝났고 오는 7월부터 새 단체장이 업무를 시작하고, 새 지방의회가 문을 열 것이다. 바라건대, 신임 시장은 신임 시의회 의원들은 이 선거에 담긴 주권자들의 의지와 희망을 온전히 받아안고 시정을 펼 수 있기를. 거기 담긴 ‘배제와 혐오’ 대신 ‘화합과 연대’를 지향해 가기를 바라는 이는 비단 그들에게 표를 던진 이들만은 아닐 터이다.

 

의성군의원에 도전한 신광진 후보는

 

의성군 기초의회에 입후보한 동료 신광진(진보당) 선생은 40표가 부족하여 낙선했다. 아깝다! 새벽에 일어나 그 사실을 확인하면서 다당제는 정말 이 땅에서 불가능한가 하고 다시 자문해 본다. [관련 글 : “소멸 위험 지자체 1위 의성군, 농축산업이 살릴 겁니다”]

 

 

2022. 6. 2. 낮달

 

 

'파란바람' 불었던 구미도 2018년 이전으로 되돌아갔다

[6.1 지방선거] 지난 선거에서 경북 유일 '민주당 시장' 배출... 지역주의로의 회귀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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