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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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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여행만 여섯 번째, 이 대단한 숲을 왜 지금 알았을까 *PC에서는 이미지를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 이미지로 볼 수 있음. [새로 만난 제주 ①] 천년의 숲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 비자나무숲(비자림) 며칠 전, 아내와 함께 제주도를 다녀왔다. 제주도를 처음 찾은 것은 1988년 여름, 당시 근무하던 학교 교직원 친목 여행으로였다. 공항 청사를 나서자, 야자수 몇 그루가 눈에 띄었는데 그때 느낀, ‘제주도에 왔다’는 실감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때 탄 비행기도 처음이었었다. 이듬해 학교를 떠나 5년여를 거리로 떠돌았으니, 여행은 언감생심이었다. 다시 제주를 찾게 된 것은 20여 년 뒤인 2007년이다. 그것도 담임으로 고2 여학생을 인솔한 수학여행으로였는데 이는 2008년과 2009년까지 이어졌다. 마지막 제주도 여행은 2010년 2월, 숙소와 렌.. 2022. 4. 30.
초등 교과서, 45년 전으로 돌아가자고? 초등교과서, 한자 병기 추진에 관하여 1970년에 사라진 초등 교과서 한자병기(倂記)가 다시 추진되고 있는 모양이다. 보도에 따르면 교육 당국이 한자학계를 중심으로 연구팀을 짜서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병기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초등 교과서의 한자병기 논란 애초 이는 교육부가 지난해 ‘2015 초·중등 교육과정 총론’ 시안을 발표하면서부터 논란에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당시 교육부는 “한자 교육 활성화를 위해 초·중·고 학교급별로 적정한 한자 수를 제시하고 교과서에 한자병기의 확대를 검토한다”라고 밝혔었다. 초등 교과서에서 함께 적던 한자가 사라진 게 1970년이란다. 내가 초등학교를 졸업한 게 1969년이니 나는 당연히 괄호 속에 한자가 나란히 표기된 교과서로 공부했다. 내 기억으론 한.. 2022. 4. 28.
고은 시 ‘화살’을 읽으며 고은의 시 ‘화살’, 혹은 비장한 투쟁의 결의 교과서에 실린 고은 시인의 ‘눈길’을 가르치면서 18종의 문학 교과서에 실린 그의 시를 훑는다. ‘머슴 대길이’와 ‘문의 마을에 가서’와 함께 시 ‘화살’도 교과서에 실렸다. 문학 교과서에 ‘타는 목마름으로’와 ‘노동의 새벽’이 실리는 것도 민주주의의 진전일 터이다. 건성으로 첫 연을 눈으로 읽다가 그 끝부분에서 뭔가 가시처럼 걸리는 걸 느낀다. 박혀서 박힌 아픔과 함께 썩어서 돌아오지 말자. ‘캄캄한 대낮’으로 표상되는 폭압의 현실, 그러나 내게는 여전히 애매한 70년대를 생각한다. 그리고 박정희 유신 독재에 맞서 싸웠던 일군의 시인 작가들을 떠올린다. 그들은 자신의 싸움이 자기 이해가 아니라 나라와 겨레의 삶과 정의를 위해서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 무한 .. 2022. 4. 27.
별은 혼자서 빛나지 않는다 이준익 감독의 (2006) 얼마만인가. 그야말로 ‘삼대 구년만’에 영화를 한 편 보았다. 인근의 복합상영관에는 5편의 영화가 상영 중이었다. 딸아이는 최동훈 감독의 를, 나는 이준익 감독의 를 선택했다. 딸애가 순순히 응한 것은 그게 순서의 문제였던 까닭이다. 어떤 순서든 간에 두 편의 영화는 우리의 감상목록에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오랜만의 영화 구경이었다. 봐야지, 봐야지 하면서 나는 는 물론 도 놓쳐 버렸다. 예전 같으면 어림없는 일이다. 작정한 영화는 반드시 보았고, 부득이 놓쳤을 때엔 비디오 출시를 기다려서 원수를 갚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는 영화 한 편 보자고 애면글면하는 맘이 당최 일어나지 않는 것이었다. “나중에 보지, 뭐.”가 그예 때를 놓치면 “까짓것, 못 보면 그뿐이지.”.. 2022. 4. 26.
순애보(殉愛譜) 묘비명과 4월의 신록 “내가 한 십 년쯤 아프기라도 하면 당신은 내가 꼴도 보기 싫겠지?” 어느 날인가 아내가 내게 불쑥 그렇게 묻더니 대답 따위 안 들어도 그만이라는 듯 아퀴를 지었다. “아니, 십 년이 뭐야, 1년만 자리보전을 해도 진절머릴 낼 거야, 당신은. 틀림없어.” 느닷없는 질문에 대답이 궁해서 웬 뜬금없는 얘기냐고 퉁을 주었더니 아내는 이번에는 알 듯 말 듯 한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요기 앞산 어귀에 잘 가꾼 무덤이 있잖우? 등성이 오르기 전에. 거기 비석에 쓰인 글 읽어 본 적 없지? ‘무정한 당신’이라는 그 묘비 말이우.” “글쎄. 그런 묘비명이 있었나?” “그게 말이우. 삼십 년을 병고에 시달렸다는 마누라한테 바치는 묘비명이라는 거 아니우. 세상에 십 년도 아니고 삼십 년이래. 당신 .. 2022. 4. 20.
학교 뒷산을 오르다 깃대봉이라 부르는 뒷산 교무실의 내 자리에 앉으면 학교 강당 뒤편에 바투 붙은 산기슭이 보인다. 손을 뻗치면 닿을 듯한 산마루에는 정자 하나가 올라앉았다. 첫 출근 때부터 한번 오르리라고 별렀지만, 좀체 짬이 나지 않았다. 주당 꽉 찬 스물다섯 시간, 두 시간을 달아서 쉬는 시간도 거의 없는 탓이다. “저 산, 이름이 뭐지요?” “글쎄요……, 그냥 ‘뒷산’이라고 하지요.” “얼마나 걸리지요?” “1시간이면 됩니다. 괜찮은 산입니다.” 산 이름을 물으니 당혹스러워한다. 간단히 ‘뒷산’이라고 넘어갈 수 있는 건 워낙 나지막한 산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인터넷을 검색해 봐도 마땅한 답이 나오지 않는다. 내가 사는 동네의 뒷산인 북봉산이나 인근 원호리 부근의 접성산 줄기라고 말하기도 애매한 자리에 이 산은 솟아 .. 2022. 4. 20.
장덕조, 총후봉공(銃後奉公) 제일선에 섰던 역사소설가 TV드라마 과 의 작가 장덕조(1914~2003) 50대 이하 세대라면 소설가 장덕조(張德祚, 1914~2003)는 낯선 이름일 수도 있겠다. 그는 흥미 위주의 스토 리 전개와 활달한 문체로 단편 120여 편, 장편 90여 편을 발표해 한국 문단사에서 다작으로 유명한 작가다. 여성 작가 중 역사소설을 가장 많이 쓴 이로 꼽히는 그는 1960년대에 동양방송(TBC)의 텔레비전 드라마 대본 「대원군」과 「여인열전」을 썼고, 이는 방송 후 책으로도 나왔다. 서른 전 젊은 시절의 ‘자발적 친일’ 장덕조는 경상북도 경산시 자인면 북사리에서 지주의 외동딸로 태어났다. 부친은 외동딸에 대한 기대가 컸던 듯 한학을 가르치고 뒷날 서울로 유학까지 보냈다. 본관은 인동(仁同)이고, 춘금여사(春琴女史)· 일파(一波)·노노자.. 2022. 4. 18.
일흔 앞둔 은퇴자들, 복사꽃밭에서 ‘낮술’을 하다 연분홍 복사꽃 앞에 비친 우리들 쓸쓸한 노년의 초상 *PC에서는 이미지를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 이미지로 볼 수 있음. 오랜만에 ‘동영부인(同令夫人)’한 ‘2장(張) 1박(朴)’이 모였다. 10년도 전에 의성 탑리로 귀촌한 장(張)의 복숭아과수원에서다. 3월 초에 모였을 때, 복사꽃 필 때 ‘도화 아래 일배’ 하자고 한 약속에 따라서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함께한 세월이 내년이면 35년에 이른다. 1989년 전교조 원년 조합원, ‘3장 1박’ 1988년에 우리는 동료 교사로 처음 만나 그해 11월 지역 교사들과 함께 지역 교사협의회를 조직했다. 교협은 이듬해인 1989년 5월에 결성한 교원노동조합으로 전환했고 당시 노태우 정부는 노조 탈퇴를 거부한 교사 1600여 명을 교단에서 쫓아냈다... 2022. 4. 14.
시(詩) 앱 <시요일>, 독자의 발걸음을 되돌릴 수 있을까 창비에서 출시한 시 앱 출판사 창비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최고의 시 애플리케이션 ’을 내놓았다. 무려 3만3천여 편에 이르는 방대한 시편을 독자들이 친근하게 만나고 손쉽게 누릴 수 있도록 ‘최적화된 애플리케이션 북을 선보이는 것’이란다. 시를 ‘스마트 기기에서 즐기는 감각적 콘텐츠’로 시는 시대상을 가장 예민하게 반영하는 장르다. 그러나 시대와 매체 환경이 급변하면서 종이책 시집을 찾는 독자가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게 현실이다. 이제 독자들은 “스마트 기기를 통해 ‘감각적 콘텐츠’를 주로 소비하고 있다.” 창비가 을 내놓은 배경이다. 한편으로 시는 스마트폰, 태블릿PC 같은 스마트 기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최적화되어 있는 장르이다. 따라서 이러한 매체 환경이 ‘역설적으로 시를 가장 널리 전파해 .. 2022. 4. 13.
‘당선자(者)’와 ‘당선인(人)’, 혹은 ‘무례’와 ‘예의’ 사이 대통령 선거 당선 후보는 ‘당선자(者)’인가, ‘당선인(人)인가 대통령선거에서 당선한 이를 우리 언론에서는 ‘당선인’이라 부른다.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 기타 선출직 선거에서 승리한 이를 가리키는 일반적인 호칭은 ‘당선자’인데도 대통령선거 당선자만 ‘당선인’으로 부른다. 언론 가운데선 만이 ‘당선자’라고 불러 다른 선출직의 호칭과 같이 쓰는 게 예외일 뿐이다. 주무 부서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당선인’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고, 국립국어원도 두 용어를 섞어 써도 문제가 없다고 밝혔을 정도다. 그러나 ‘당선인’이라는 용어 자체가 ‘언론이 권력을 부여한 언어’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관련 기사 : 윤석열 ‘당선자’인가, ‘당선인’인가] ‘놈 자(者)’ 자 쓴 ‘당선자’ 대신 ‘당선인’ 원한 이명박 인수위 무.. 2022. 4. 12.
3년 만에… 한적한 연악산 골짜기가 ‘아트 밸리’로 바뀐 까닭 *PC에서는 이미지를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 이미지로 볼 수 있음. 경북 상주 연악산에 있는 갤러리 카페 ‘포플러나무아래’와 ‘에파타’ 이야기 며칠 전 갤러리 카페 ‘포플러나무아래’가 있는 상주 연악산 골짜기를 다녀왔다. 정확히 말하면 ‘포플러나무아래’를 운영하는 안인기 화백(60)을 만났고, 카페 건너편 언덕에 문을 연 새 갤러리 ‘에파타(Ephatha)’를 둘러보고 돌아왔다. 은퇴한 미술 교사, 무료 갤러리 ‘포플러나무아래’를 열다 안 화백이 연악산 갑장사로 오르는 길섶에 갤러리 카페 ‘포플러나무아래’를 연 것은 2018년 6월이었다. 그해 2월 명예퇴직으로 33년간의 교직 생활을 마감한 미술 교사 안 화백은 자연석과 철을 이용한 몇 가지 입체작업으로 작품활동을 재개했다. 요즘 그는 철판.. 2022. 4. 9.
목감기를 앓다 아닌 봄에 목감기를 앓다 며칠간 몸이 개운하지 않았다. 발단은 지난주에 공연히 몸에 알레르기가 일어나면서였다. 알레르기라면 칠팔 년 전인가 한번 술을 마시다가 목덜미와 등허리에 두드러기가 일어난 적이 있었을 뿐이었다. 평소와는 다른 식사를 한 것도 아니었는데 밤새 등을 긁어대다가 아침에 일어나니 예전처럼 등허리에 두드러기가 일어나 있었다. 병원에 갔더니 심하다며 엉덩이 양쪽에다 주사를 놓아주었다. 왜 이러냐고 물었더니 젊은 의사는 가타부타 말을 안 하다가 ‘체질이 뭐……’ 하다가 얼버무리고 말았다. 약은 두 번인가 먹었는데 저녁이 되자, 감쪽같이 나았다. 금요일 아침에 일어나니 간간이 목이 뜨끔했다. 아, 감기가 오는가 해서 나는 잠깐 긴장했다. 지난겨울 내내 한 번도 앓지 않았던 감기를 아닌 4월에 앓.. 2022. 4.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