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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 위험 지자체 1위 의성군, 농축산업이 살릴 겁니다”

by 낮달2018 2022.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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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2018 지방선거④] 의성군수 선거에 출마한 의성농민회장 신광진 민중당 후보

▲ 의성군 농민회장 신광진 후보 . 그는 농가 수당으로 지역경제와 농민을 살리겠다고 약속했다 .

“신광진 선생이 민중당으로 의성군수에 출마한다는구먼!”

 

경북 의성군 농민회장 신광진(59)이 지인들로부터 ‘선생’으로 불리는 이유는 그가 20년 넘게 교직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던 교사 출신이어서다. 충남대 공업교육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하고도 몇 해 동안 기업에서 일한 그는 좀 뒤늦게 교단으로 돌아와 아이들에게 기술과 컴퓨터 등의 교과를 가르쳤다.

 

농사를 짓기 위해 안정적인 교직을 떠났지만, 그는 농사로 수익을 올리는 대신 최소한의 생계를 꾸리며 농약을 거의 쓰지 않는 농사를 짓고 있다. 의성 토박이로 지역 농민운동에 뛰어든 그는 농민회장의 책임을 맡았고 촛불 정국 때 8개월간 의성군의 촛불을 이끌었다.

 

출마도 그의 ‘실천적 삶’의 일부

 

그가 민중당 소속으로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다는 소식을 들은 지인들이 보인 반응은 대체로 비슷했다. 사람들은 안타까움이 교차하는 짧은 경탄과 함께 머리를 주억거렸을 것이다. 그것은 대체로 그의 결단이 부득이한 것이었을 뿐만 아니라 그가 지켜왔던 실천적 삶의 일부였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한 것이었다.

 

지난 23일 오후, 의성읍 후죽리 의성 시외버스터미널 부근의 신광진 후보 선거사무소에 들렀다. 집기가 갖추어지지 않아 휑하게 넓은 사무실에는 농민인 듯한 남녀 자원봉사자들이 무엇인가를 토론하고 있었고, 신 후보는 잠시 후 약속 시간을 넘겨 사무실에 나타났다.

 

그는 이른바 58년 개띠다. 우리 나이로 예순하나, 그러나 나이가 드러나지 않는 특유의 동안을 허물며 그는 활짝 웃었다. 나는 그가 선거에 나선 것을 ‘결단’이라 표현했지만, 그는 자기 삶의 일부로 그것을 받아들이고 있는 듯했다. 그게 마땅히, 누군가 해야 할 일이라면 자신이 못 할 일이 어디 있겠냐 하는.

 

첫 질문은 다소 껄끄러울 수도 있는 것이었다. 지금껏 의성군 농민회 출신의 활동가 가운데 시군의원에 도전한 이가 몇 있었다. 그러나 이들 중 아무도 선거의 벽을 넘지 못했다. 서울에서 열리는 ‘아스팔트 농사’에 전세버스 20대쯤은 너끈히 채워 상경할 수 있었던 조직이 의성군농민회였는데도.

 

- 지금까지 의성군 농민회는 도내에서 가장 단단한 조직력을 갖춘 곳이었다. 그런데 그동안 선거에 도전한 농민회 활동가 가운데 아무도 군의회에 진출하지 못했다. 농민회가 주민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게 아닐까. 이를 어떻게 보나?

“그건 모두 조직적 결정이 아니라 개인적 결단에 따른 출마였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조직이 선거 지원도 할 수 없었다. 모두 150여 표 차로 낙선했는데 아쉬운 점이 있긴 했다.”

 

- 지금은 그때보다 조직력이 더 떨어진 상태 아닌가. 그런데도 농민회장 자격으로 군수에 도전했다.

“지금까지의 선거와 달리 이번 선거 참여는 민중당에서도 투표를 통해 후보를 결정하고, 의성농민회에서 운영위와 총회를 거쳤다. 전농(전국농민회총연맹)도 상무위를 통해 조직지지 후보로 결정했다. 나는 전농이 조직적으로 지지하는 민중당의 후보인 셈이다.”

 

- 민중당과 농민회의 관계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전농의 정치 방침은 민중당을 통해서 진보정당을 확산하는 것이다. 민중당은 전농이 만든 정당이고, 농민회가 민중당을 중심으로 정치세력화를 해내려 하는 것이다.”

 

농가 수당 월 20만 원, 소농 보호하고 지역경제도 살리고

 

신광진 후보의 선거 구호는 ‘웃어라 농민, 지키자 농업, 살리자 의성’이다. 그의 선택이 의성의 농업과 농민이라는 사실을 압축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구호다. 선거사무소 벽에 커다랗게 걸린 공약 가운데 ‘농가 수당 지급’은 그의 핵심 공약이다.

 

- 농가 수당? 농가당 월 20만 원을 지급한다고?

“군민의 절대다수가 농업 종사자인데 농산물 가격은 농민 생활을 위협할 정도다. 농산물 가격의 불안정은 농민들이 지역경제 소비 주체 구실을 할 수 없게 한다. 그래서 농가에 매월 일반 화폐와 지역 화폐로 20만 원을 지급하자는 것이다. 이는 농민에 대한 최소한의 생활 안전장치로서 소농을 보호하면서 지역 화폐의 유통으로 돈이 외부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서 지역경제를 살리는 효과가 있다.”

 

- 지역 화폐? 성남에서 청년수당으로 지급한 쿠폰 같은 건가?

“그렇게 보면 된다. 우리 전농의 안은 일반 화폐와 지역 화폐의 비율을 50:50으로 했다. 이는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면서도 소비자 개인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뜻이다.”

 

- 실현은 가능한가?

“이미 전남 강진군에서 연 70만 원씩 지급하고 있는 제도다. 의성군 전체 예산이 추경 포함해 연 6천억 정돈데, 240억 정도면 해결할 수 있다. 의지만 있으면 바로 시행할 수 있지만, 필요하다면 속도는 조절할 수 있을 거다.”

 

- 농민회장 출마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어떤가?

“괜찮다. 오늘 점곡면 황룡골에 가서 동네 어르신들과 얘기를 나누었다. 어르신들이 내가 군수가 되면 예산 따오고 농산물 제값 받을 수 있게 되겠냐고 묻더라. 그래서 내가 지금 다른 지역에는 마늘 폐기하고 난린데 의성 마늘은 지금 제값을 받고 있다.

 

이유가 뭔지 물으니, ‘아! 영미, 영미’라 하더라. 그렇다. 결국, 컬링 덕분에 의성이 조명을 받으면서 의성 마늘의 장점이 알려졌고 저절로 마늘이 제값을 받게 된 거다. 그러면 의성군 농민회장이 의성군수가 되었다. 이는 영미하고 비교하면 어떨 것 같나 했더니, 그거야 열 배, 아니 백 배, 천 배 효과가 있겠지 하더라.

 

그러면 마늘 팔 거 없네요. 의성 자두고 마늘이고 쌀이고 뭐고 내가 팔려고 할 일 없겠네요. 저절로 다 팔릴 테니. 그러면 나는 우리 농업의 틀이나 똑바로 만들어 놓을게요. 다시 위기가 와도 안 망하도록. 그리고 우리 젊은 사람들이 들어와서 농사짓도록 하고 동네에 어린아이 울음소리 나도록 할게요.”

 

젊은이가 농사지으러 들어오는 농촌, 아기 울음소리가 되살아난 시골 마을……. 그것은 상상하기조차도 쉽지 않은 일이다. 신광진 후보는 ‘출마의 변’에서 ‘자신의 출마가 불가능한 꿈을 꾸는 물음표로 보고 있으시다면 한번 뒤집어보라.’ 했다.

 

농축산업! 소멸 위험 1위의 의성을 살리는 길

▲ 시장에서 주민들을 만나 그는 젊은이들이 살러 오고 아기 울림소리가 되살아난 시골을 약속한다 .

한때 경북 도내에서 ‘대읍(大邑)’이었던 의성이 소멸 위험 1위의 기초단체로 떨어진 것은 산업화 시기 이후 급격하게 이어진 ‘이촌향도’의 결과라는 점에서 여느 시골과 다르지 않다. 의성은 유소년 인구 대비 노인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노령화지수’가 1위고, 주민 평균 연령이 전국 최고령인 55.1세다. 여기에 65세 이상 인구 비중 대비 20~39세 여성 인구 비중이 가장 작은 지자체라는 사실이 의성을 소멸 위험 1위로 내몰고 있다.

 

신 후보의 공약 가운데, ‘전투기 비행장 유치 계획의 전면 백지화’가 있다. 현직 군수인 자유한국당 김주수 후보가 추진하고 있는 계획이다. 그러나 신 후보는 ‘얼마 안 되는 보상금과 의성군의 미래를 바꿀 수 없다’라는 입장이다.

 

- 전투기 비행장 유치 계획은 어쨌든 군의 소멸 위기를 그것으로 극복해 보겠다는 의도가 아닌가?

“대농 중심의 개방농정이 명백히 실패한 상황에서 나는 새로운 농업 기반을 조성하고 틀을 만든다면 의성에 순환과 지속이 가능한 농업을 일으킬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비행장이 와서 밤낮 가리지 않고 전투기 소음이 이어지면 결국 우리 군민 대다수가 종사하는 농업과 축산업의 미래가 망가질 것이다. 유치론자들이 인구가 늘 것이라고 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비행장은 의성의 장점을 무너뜨릴 것이고 부작용만 남길 게 뻔하다.

 

소멸 위기라지만 우리 군은 현재 도내 귀농 인구 1위다. 4차 산업혁명 시기에 대다수 직종과 직군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으나 식량을 생산하는 농업은 살아남는다고 한다. 농업 현실은 암담해도 귀농 인구도 점차 늘어가고 있다. 농축산업을 살리는 길을 여는 것이 의성이 사는 길임은 명백하다.”

 

그의 선거사무소에서 일하는 자원봉사자들도 귀농한 젊은이들이다. 30년 안에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진단을 받은 의성군이 귀농·귀촌 활성화 정책을 펴면서 귀농·귀촌 1번지로 부상하고 있음은 또 다른 역설이다. 2017년에는 721가구 1,050명이 의성에 살겠다고 들어왔다고 한다.

 

그의 공약에는 ‘농업의 미래가 있는 의성’이 있다. 소농지원센터 설립, 농업인 재해보험 100% 지원,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 토종 종자 보존 및 육성지원 조례 제정, 여성 농업인 행복 바우처 확대 시행 따위의 구체적 공약은 그가 비판적으로 농업 현실을 지켜본 농민이기 때문에 제시할 수 있었을 것이다.

▲ 의성군수 선거는 현직 군수와 현직 군의회 의장 , 그리고 의성군 농민회장의 3 파전이다 .
▲ 역대 의성군수 선거 결과. 초대는 3연임, 두 번째는 연임, 그리고 현 군수가 연임에 도전한다 .

1995년부터 시작된 지방자치, 역대 의성군수는 지금까지 모두 세 명이다. 초대 군수는 3연임, 두 번째 군수는 연임, 그리고 현 군수가 다시 연임에 도전한다. 무소속으로 당선했다가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에 들어가는 형식도 거듭되었다.

 

“불가능한 꿈? 한번 뒤집어보라”

 

이러한 역대 군수 선거 결과를 잘 아는 주민들에게 군의원도 아닌 군수에 도전한 농민회장 신광진 후보의 존재는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그런 속내를 내다본 듯, 신광진 후보는 ‘출마의 변’에서 그 점을 환기하고 있다.

 

“불과 1년 전, 오늘의 대한민국을 상상할 수 없었지만 우리는 다른 대한민국에 살고 있습니다. 오늘 저 신광진의 출마가, 불가능한 꿈을 꾸는 물음표로 보고 있으시다면 한번 뒤집어보십시오. 물음표는 느낌표가 됩니다. 30년 뒤 사라질 지자체, 의성의 미래에 물음표가 생기셨다면, 이제 저 신광진과 함께 의성의 봄을 불러옵시다. 현명한 의성군민의 선택을 믿습니다.”

 

농민회 출신으로 자치단체장이 된 예는 나주시 농민회 사무국장 출신으로 무소속 나주시장이 되어 연임한 신정훈 전 의원이 있다. 보수의 텃밭이라는 경북에서 농민회장 출신의 군수가 탄생할 수 있을지는 그와 같은 농민을 포함하여 전적으로 의성군 유권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그리고 그 시간은 이제 보름 남짓 앞으로 성큼 다가오고 있다.

 

 

2018. 5. 30. 낮달

 


뒷 이야기

 

아쉽게도 신광진 후보는 낙선했다. 그것은 우리가 당선을 기원하면서도 그게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는 우리의 예측을 벗어나지 않은 것이었다. 1989년 창립된  의성농민회의 역사는 30년을 넘겼지만, 지금까지 여러 차례 군의회에 도전0한 농민회원 출신 가운데  당선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여전히 어렵고 힘든 것이 농민의 지지를 받는 일일까.

 

그런데 이번 지방선거에서 신광진 선생은 다시 군수가 아닌 군의원에 도전하고 있다. 그의 도전이 유의미한 결과로 이어지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2022. 5. 30. 

 

 

 

"소멸 위험 지자체 1위 의성군, 농축산업이 살릴 겁니다"

[도전 2018 지방선거④] 의성군수 선거에 출마한 의성농민회장 신광진 민중당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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