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전체 글2138

아버지, ‘서서 자는 말’ 혹은 ‘구부러진 못’ 아버지, ‘일가의 생계를 짐 지고 살아가는 ‘가장’ ‘어버이날’이다. 이날이 ‘어머니날’에서 ‘어버이날’로 바뀐 게 1973년부터라고 하는데 나는 그즈음의 상황에 대해서는 아는 게 거의 없다. 내 기억 속에 여전히 5월 8일은 ‘어머니날’일 뿐이니 거기 굳이 ‘아버지’를 끼워 넣을 일은 없는 것이다. 그 시절에 아버지는 어머니와 비길 수 없을 만큼 ‘지엄’한 존재였다. 그 시절의 아버지들은 말 그대로 ‘가부장’의 지위와 권한을 제대로 누린 사람들이었다. 굳이 그들을 기리는 날을 정하는 것은 일종의 사족이거나 ‘불경(不敬)’에 가까울 만큼. 아파트 베란다에서 명멸하는 담뱃불로 상징되는 이 시대의 가장에게는 언감생심이 아닐 수 없다. 아버지, 외롭고 고단한 가장의 삶 아버지를 생각하면 어머니와는 또 다른 애.. 2023. 5. 9.
한국, 2023년 ‘세계 언론자유 지수’ 순위 47위로 하락 국경없는기자회 2023년 ‘세계 언론자유지수’ 발표 세계 언론자유의 날인 5월 3일, 국경 없는 기자회(RSF)는 2023년 ‘세계 언론자유지수’를 발표했다. 이 세계 언론자유지수 순위에서 180개 국가 중 한국은 47위를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 5년간은 43위→41위→42위→42위→43위를 기록했고, 3년 연속 아시아 1위에 오른 시기도 있었으나, 윤석열 정부 첫 번째 발표에서 순위가 4단계 떨어졌다. 언론자유지수 하락의 원인은 지난해 윤 대통령의 미국 순방 중 욕설 논란(‘이××’, ‘바이든 쪽팔려서’ 등)에 대한 MBC 보도 이후 벌어진 여당의 MBC 사장 고발과 대통령실의 MBC 기자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가 조치 등이었다. 이에 대해 국경없는기자회는 다음과 같이 두 차례의 성명을 내 우려를 표명.. 2023. 5. 5.
[2023 텃밭 농사] ➇ 마늘 방제, 고추와 가지, 오이 등을 심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마늘 방제(5월 2일) ‘잎마름병’을 의심한 마늘의 증상을 가지고 농협 자재판매소에 가서 물어보니 확실하지 않다. 직원은 어딘가에 전화해 물어보고, 현장에 있던 농부도 거들었다. 잎 마름 말고도 뿌리가 제대로 자라지 않는 증상도 보였는데, 원인 진단도 과습 때문이라는 의견과 가물어서 그런 거 아니냐는 의견이 갈렸다. 그러나 어쨌든 생육 조건이 좋지 않아서라는 데는 의견이 일치했다. 결국 관련 약제 두 개를 사 와 섞어서 마늘밭에 뿌렸다. 이래서 안 된다고 성화를 부리던 아내도 지쳤는지, 5월 한 달 안에 되든 안 되든 결판이 날 거라고 말했다. 그렇다. 수확이 6월이니 이번 한 달 안에 마지막 성장이 이루어질 거였다. .. 2023. 5. 3.
브레히트 ‘독서하는 노동자의 질문’ 베르톨트 브레히트, ‘독서하는 노동자의 질문’ 세상을 움직이는 세 가지 ‘엘(L)’ 자 - 사랑, 자유, 노동 영화 (1992)에는 “세상을 움직이는 세 가지 ‘엘(L)’ 자” 이야기가 나온다. 그것은 각각 ’사랑(Love), ‘자유(Liberty)’, ‘노동(Labor)’이다. 앞의 ‘사랑’과 ‘자유’가 마음의 영역과 가깝다면 ‘노동’은 몸과 이웃한 영역이다. 그것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형식의 활동이다. 노동을 ‘정신’과 ‘육체’의 영역으로 구분하는 건 일종의 관행처럼 보인다. 몸의 근력을 소비한다는 점에 있어서 그게 어떤 차이가 있겠는가. 그러나 우리는 그런 구분에 익숙하다. 노동은 눈에 보이는 상품 생산을 위한 활동일 뿐이라는 생각을 잘 넘지 못하는 것이다. ‘노동’이라고 하면 내겐 전.. 2023. 5. 2.
노동 2제(題) - 불온한 시대, 불온한 언어 하나 : ‘노동(勞動)’과 ‘근로(勤勞)’ 사이 언어는 기본적으로 시대나 사회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당대의 세계 파악 방식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이 땅 곳곳에 팬 역사와 슬픔의 생채기만큼이나 우리 시대의 말은 숱한 앙금과 그늘로 얼룩져 있는 듯하다. 그 가장 오래되고 시방도 계속되는 원인은 이 땅을 동강 낸 이데올로기다. 정확히 말하면 그것은 공산주의, 이른바 빨갱이 앞에 중무장한 ‘맹목의 반공주의’다. 거의 반세기에 이르는 오랜 독재 정권을 끝내고 세 번째 민간 정부를 맞았지만 여전히 이 땅에는 ‘반공주의’의 망령이 배회하고 있다.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로 유명한 ‘government of the people, for the people, by the people’의 ‘peopl.. 2023. 5. 1.
‘꽃 중의 꽃’ 모란(牡丹)과 작약(芍藥) 모란은 나무(목본), 작약은 풀(초본)이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모란을 처음 보게 된 건 언제쯤이었는지 전혀 기억에 없다. 꽃을 실체와 그 이름을 같이 인식할 때 비로소 우리는 그 꽃을 ‘안다’라고 할 수 있으니, 설사 보았다 해도 무심코 스쳐 지나간 것은 기억에 남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모란의 이름을 불러준 때가 있었겠지만, 별 감흥이 없었던지 그것도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부귀화의 상징, 화중왕 모란, 우리는 ‘목단’으로 불렀다 시골을 떠나 진학한 도시의 중학교에 모란이 있었을 수도 있지만, 그것도 애매하다. 김영랑의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언제쯤 배웠는지도 아리송하긴 마찬가지다. 그러나 영랑의 시를 공부하면서 모란이 화투장의 .. 2023. 4. 29.
‘-하다’를 붙이면 안 되는 동사 ‘삼가다’, ‘꺼리다’, ‘매조지다’ 접미사 ‘-하다’를 붙여서 쓸 수 없는 용언 셋 · 삼가다 오래 묵은 이야기다. “몸가짐이나 언행을 조심하다”나, “꺼리는 마음으로 양이나 횟수가 지나치지 아니하도록 하다”는 뜻의 동사는 ‘삼가하다’가 아니라 ‘삼가다’로 써야 한다. 신문과 방송 등 여러 매체에서 간간이 다루어 준 내용이지만, 여전히 잘 지켜지지 않는 듯하다. 요즘 담뱃갑의 흡연 경고 문구는 흡연이 ‘수명 단축’을 초래하고 특정 질병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다소 섬뜩한 내용이다. 그러나 20여 년 전만 해도 그것은 “건강을 위하여 지나친 흡연을 삼갑시다”와 같이 흡연을 줄이라는 권유 형식에 그쳤다. 담뱃갑 측면에 ‘삼갑시다’로 되어 있어도 사람들은 여전히 일상생활에서 ‘삼가해’, ‘삼가하시오’ 등을 천연스레 쓰곤 했다. 시내버스 전면 유리.. 2023. 4. 26.
뚝새풀,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그 이름을 ‘불러주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도회에서 자란 이에 비기면 다소 나을 순 있겠지만, 시골 출신이라고 해서 들이나 산의 풀이나 나무를 잘 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더구나 초등학교를 마치고 도회로 나간 뒤엔 시골에서 보낸 시간은 입대할 때까지 두세 해에 그치니 더 말할 게 없다. 퇴직하고 이웃 마을로 산책하듯 걸어갔다가 돌아오는 운동을 시작하니까 마치 시골살이를 새로 하는 듯했다. 산책길은 동네를 벗어나면 바로 논밭이 나타나는 등 더 볼 것 없는 시골이다. 철마다 바뀌는 농작물과 나날이 새로워지는 주변 풍경을 즐기면서 어렸을 적에는 무심히 지나친 사물들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무심히 ‘이름 모를’ 꽃과 나무로 퉁쳐 버린 대상을 알아보려고 애쓰게 .. 2023. 4. 23.
‘잎’의 계절, ‘조역’에서 ‘주역’으로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아침에 산책길에 나서면서 아파트 화단에서 꽃을 떨구고, 시원스럽게 푸르러지고 있는 백목련 잎사귀를 보면서 문득 나는 중얼거렸다. 아, 이제 ‘잎의 계절’이로구나. 그건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절로 입 밖으로 터져 나온 조어(造語)였다. 3월에서 4월 초순까지가 난만한 ‘꽃의 계절’이라면 찔레꽃과 장미가 피는 5월까지의 시기는 말하자면 ‘잎의 계절’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이른 봄을 수놓는 꽃들은 대체로 꽃이 먼저 피고, 꽃이 진 자리에서 잎이 돋는다. 봄의 전령 매화가 그렇고, 생강나무꽃과 산수유, 진달래와 개나리, 살구꽃, 벚꽃, 복사꽃이 그렇다. 식물 대부분은 잎을 내고 난 다음에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한살이를 .. 2023. 4. 22.
[2023 텃밭 농사] ⑦ 마늘은 무럭무럭 자랐는데, ‘잎마름병’일까? 병충해가 오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지난 2월 9일에 부직포를 벗겼었다. 무엇보다도 겨울을 잘 넘긴 우리 마늘이 대견했다. 복합비료를 한 번 치고 나서 그동안 세 차롄가 영양제가 포함된 친환경 농약을 쳤다. 아내는 유튜브의 선배 농사꾼들이 일러주는 방법을 곧이곧대로 믿고 거기 충실하게 따랐다. 그리고 3월 22일, 4월 3일, 4월 11일에 이어 4월 19일에 각각 마늘밭을 찾았었다. 갈 때마다 마늘의 모습은 ‘일신우일신’이다. 그게 그거 아니냐고 할지 모르지만, 우리 눈에는 마늘이 성큼성큼 자라서 키가 한 뼘이나 더 큰 거 같다고 느낀다. 무럭무럭 잘 자라긴 했는데, 마늘 줄기 끝이 말라버린 게 눈에 띄었다. 한두 포기는 줄기 아랫부분까지.. 2023. 4. 21.
[4·19혁명 59돌] 미완의 혁명과 ‘노래’들 2019년(4·19혁명 59돌) 혁명의 노래들 4·19 혁명 쉰아홉 돌을 맞는다. 한국전쟁의 상처도 채 아물지 못한 1960년 벽두에 들불처럼 타오른 청년 학생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과 분노는 독재자 이승만의 노욕을 끌어내리고 새로운 민주 정부를 세워냈다. 그러나 새 정부가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고 분출하는 시민의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욕구에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했다. 결국, 4월혁명은 5·16 군사쿠데타로 무너지면서 ‘미완의 혁명’이 되었다. 혁명의 결과로 탄생한 제2공화국이 혁명의 성과를 제대로 이어가지 못했다고 해서, 쿠데타로 정권을 탈취한 박정희 군사독재가 절대빈곤을 극복하고 경제발전으로 산업화·근대화를 이끌었다고 해서 사월혁명의 역사적 의의가 퇴색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젊은이.. 2023. 4. 19.
‘그’가 가고 30년, ‘그’는 우리와 함께 늙어가고 있다 시인 정영상(1956 ~1993)의 30주기에 부쳐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정영상, 그가 떠난 지 30년이 흘렀다! 월초에 모바일 메신저에 오른 ‘정영상 30주기 추모식’ 소식을 확인하면서 나는 잠깐 말을 잃었다. 세상에, 그새 삼십 년이 흘렀구나! 황망 중에 그를 보냈는데 어느새 한 세대가 바뀐다는 시간이 흘러버린 것이다. 그리고 나는 30년 전 포항 연일의 산기슭에 묻은 뒤 다시 그를 찾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와의 인연은 내 오래된 벗과 함께 내 삶의 한 갈피가 된 ‘안동’과 이어진다. 1984년에 나는 한 절친의 혼인날에 싸락눈이 흩날리던 안동을 처음 찾았는데, 그는 4년 뒤 1988년 1월에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지금 .. 2023. 4.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