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미사 ‘-하다’를 붙여서 쓸 수 없는 용언 셋
· 삼가다
오래 묵은 이야기다. “몸가짐이나 언행을 조심하다”나, “꺼리는 마음으로 양이나 횟수가 지나치지 아니하도록 하다”는 뜻의 동사는 ‘삼가하다’가 아니라 ‘삼가다’로 써야 한다. 신문과 방송 등 여러 매체에서 간간이 다루어 준 내용이지만, 여전히 잘 지켜지지 않는 듯하다.
요즘 담뱃갑의 흡연 경고 문구는 흡연이 ‘수명 단축’을 초래하고 특정 질병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다소 섬뜩한 내용이다. 그러나 20여 년 전만 해도 그것은 “건강을 위하여 지나친 흡연을 삼갑시다”와 같이 흡연을 줄이라는 권유 형식에 그쳤다.
담뱃갑 측면에 ‘삼갑시다’로 되어 있어도 사람들은 여전히 일상생활에서 ‘삼가해’, ‘삼가하시오’ 등을 천연스레 쓰곤 했다. 시내버스 전면 유리창 안쪽에 승객들에게 껌 씹기나 떠들지 말라고 권유하는 글도 ‘삼갑시다’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그걸 보면서도 일상에서 어법에 맞는 말글 쓰기는 쉽지 않았다.
‘삼가다’는 동사로 쓰이지만, ‘삼가’는 “겸손하고 조심하는 마음으로 정중하게”라는 뜻의 부사로 쓰인다. “삼가 명복을 빕니다”와 같이 정중한 인사말의 앞에 붙여서 쓴다. “삼가 새해를 축하드립니다”를 한자 성어 형식으로 쓴 말이 ‘삼갈 근(謹)’ 자를 쓴 ‘근하신년(謹賀新年)’인 것이다.
· 꺼리다
“사물이나 일 따위가 자신에게 해가 될까 하여 피하거나 싫어하다”라는 뜻의 ‘꺼리다’도 흔히 ‘꺼려하다’의 형식으로 쓰는 이가 적잖다. ‘꺼리다’ 만으로도 뜻이 드러나는데도 그걸 강조하려는 생각으로 ‘-하다’를 붙이는 것일까. 그러나 ‘꺼려하다’는 사전에도 없는 말이다.
명사나 형용사에 파생 접미사 ‘-하다’를 붙이면 동사가 된다. ‘생각, 공부, 신청’ 등의 명사에다 ‘-하다’를 붙여 ‘생각하다, 공부하다, 신청하다’와 같은 파생 동사가 만들어진다. 또 ‘그립다, 안타깝다, 무섭다’와 같은 형용사의 어간에 어미를 붙인 뒤 접미사 -하다’를 붙이면 ‘그리워하다, 안타까워하다, 무서워하다’와 같이 동사가 만들어진다. 그러나 동사 ‘꺼리다’에 굳이 ‘-하다’를 붙일 이유가 없다.
·매조지다
“일의 끝을 단단히 단속하여 마무리하는 일”의 뜻인 명사 ‘매조지’에다 어미 ‘-다’를 붙여서 만든 동사 ‘매조지다’가 있다. 이는 명사에 어미 ‘-다’가 결합하여 다른 품사로 바뀌는 이른바 ‘영(零) 파생’ 동사다. 명사인 ‘빗, 신, 품’에다 ‘-다’를 붙여서 ‘빗다, 신다, 품다’와 같은 동사가 되는 형식이다.
그런데 명사인 ‘매조지’에다 접미사 ‘-하다’를 붙이면 간단히 동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매조지하다’가 쓰이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사전에 오르지 않은 어법에 어긋난 말이다. ‘매조지’는 순우리말이지만, 일상생활에서 이 낱말을 쓰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래서 별 의심 없이 ‘-하다’를 붙이는지 모른다.
2023. 4. 25.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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