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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풍진 세상에 /텃밭일기

[2023 텃밭 농사] ➇ 마늘 방제, 고추와 가지, 오이 등을 심다

by 낮달2018 2023. 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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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 생육조건의 문제 때문에 원인 모르는 병충해가 생긴 우리 마늘밭. 오른쪽에 상추는 잘 자라고 있다.

마늘 방제(5월 2일)

 

‘잎마름병’을 의심한 마늘의 증상을 가지고 농협 자재판매소에 가서 물어보니 확실하지 않다. 직원은 어딘가에 전화해 물어보고, 현장에 있던 농부도 거들었다. 잎 마름 말고도 뿌리가 제대로 자라지 않는 증상도 보였는데, 원인 진단도 과습 때문이라는 의견과 가물어서 그런 거 아니냐는 의견이 갈렸다. 그러나 어쨌든 생육 조건이 좋지 않아서라는 데는 의견이 일치했다.

 

결국 관련 약제 두 개를 사 와 섞어서 마늘밭에 뿌렸다. 이래서 안 된다고 성화를 부리던 아내도 지쳤는지, 5월 한 달 안에 되든 안 되든 결판이 날 거라고 말했다. 그렇다. 수확이 6월이니 이번 한 달 안에 마지막 성장이 이루어질 거였다. 첫 마늘 농사, 결과는 하늘과 마늘의 자생력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고추·가지 등 파종(5월 1일)

▲ 겨우내 유채와 시금치를 심었던 장독대 앞 밭은 유채가 억세지면서 묵정밭이 되었다. 퇴비 두 포대를 준비했다.
▲ 유채를 뽑아내고 이랑을 만들고 퇴비를 뿌린 다음에 아내는 빈 이랑에 물을 듬뿍 주었다.

4월 27일에 발에 들러 그간 묵혀두었던 장독대 앞 밭의 유채를 뽑아내고, 사 간 퇴비 두 포대를 뿌렸다. 그리고 5월 1일, 아포읍의 육묘장에 가서 고추 30포기, 가지·오이·토마토·호박·박 등을 각각 1~3포기 사 왔다. 검정 비닐로 멀칭 작업을 하고 바로 고추와 가지 등을 심었다. 올해는 가격은 비싼데 고추 키가 그리 크지 않았다.

 

지난해 고추 농사를 쉬고 다시 고추를 심기까지 우리는 좀 망설였다. 무엇보다도 거의 소꿉장난 수준의 농사인데도 병충해는 어김없이 찾아왔고, 그것과 싸우는 시간에 우리는 지쳤다기보다는 질렸기 때문이다. 농약을 치는 데 대한 자의식은 졸업할 수 있었던 건 우리가 둔감해진 탓일 것이다. 시장에 내다 팔 것도 아니고 우리 먹을 거니까, 하고 변명하지만 여러 차례 농약을 뿌려야 하는 상황이 마뜩하지는 않았으니까.

 

풋고추나 따 먹게 다섯 포기만 심을까, 그러지, 아니 달리 심은 게 있는 것도 아닌데 한 50포기 심을까……. 결국 30포기로 줄였지만, 다시 고추를 심기로 한 것이다. 거기에 청양고추 3포기, 그리고 가지, 오이, 토마토를 각각 3포기, 호박 1포기, 박 2포기…….

 

오이와 토마토는 자주 들여다보아야 한다는 걸 모르지 않지만, 또 심었다. 텃밭을 처음 시작할 때 한두 해 심고 그만둔 이유였는데, 올해는 무슨 마음이 나서 그랬는지 내가 심어보자고 했다. 자주 들여다봐야지 했지만, 그게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건 분명했다. 까짓것, 여차하면 뽑아버리지 뭐. 텃밭 농사꾼의 배짱이다.

▲ 고추 모종을 심은 당일날 서둘러 비닐 멀칭을 하고, 고추, 가지 등속을 심었다.
▲ 같은 육묘장에서 사온 고추 모종인데 올해는 키가 자그마하다.
▲ 일주일 이상 텃밭에 못 올 듯하여 바로 지지대를 박아주었다. 연휴가 태풍 소식이 있다.
▲ 왼쪽부터 박, 토마토, 오이, 가지 모종. 가지는 여름내, 가을까지 우리 식탁을 풍성하게 해 줄 것이다.

병충해 걱정 없이 기를 수 있는 작물은 마늘밭 한쪽에서 자라고 있는 상추와 쑥갓이 고작이다. 그리고 세 그루밖에 심지 않았지만, 여름내 그리고 가을까지도 우리 집 식탁을 풍요롭게 해줄 가지도 빼놓을 수 없다. 호박은 워낙 재미를 못 봐서(엄밀히 말하면 제대로 거두지 않아서이다) 1포기, 몇 개라도 열리면 아내가 재깍 박나물을 내오는 박은 장독대 아래 양지바른 곳에 심었다.

 

이튿날, 아내가 고추밭에 진딧물 약, 마늘도 약제를 뿌려야 한다고 성화를 부려서 농협에 가서 약제를 사고, 퇴비 두 포대를 더 샀다. 마늘밭에 약을 치고, 과립 형태로 된 약제를 고추 포기를 둘러싸고 뿌려주었다. 그러면 진딧물이 꾀지 않는다나. 주말에 큰비와 함께 태풍 소식도 있어서 이르지만 지지대까지 박아주었다.

 

아내가 마지막 마무리를 하는 동안 나는 앞산 기슭에 핀 찔레꽃을 보고 사진기를 들고 짐승들 못 내려오게 막아놓은 펜스를 넘어서 사진 몇 장을 찍었다. 찔레는 금방 피나 싶다가 이내 시들곤 하는 듯하여 올해는 때를 놓치지 않으려 날마다 사진기를 챙기고 집을 나선 보람이 있다.

▲ 집 앞 산기슭에서 찍은 찔레. 찔레는 장미에 비기면 개화 기간이 짧아서 쉽게 지고 만다.

개울 건너 옆집의 비닐하우스에는 참외가 한참 꽃을 피우고 있었다. 내가 참외를 좋아하니 아내는 참외가 좀 싸게 나오면 한 봉지씩 사 온다. 값이 더 내려가면 공판장에서 한 상자 사겠다고 벼르기도 한다. 이래저래 서방을 챙겨주는 건 마누라밖에 없다.

 

 

2023. 5. 3.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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