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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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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4·16 세월호 참사’ 여섯 돌이 온다 4·16 어머니들이 지은 ‘컵 받침’을 받고 어저께 4·16재단에서 우편물이 도착했다. 책자인 듯해 뜯어보니 다. 나한텐 안 보내줘도 괜찮은데, 중얼거리며 꺼냈더니, 손바닥만 한 비닐로 포장한 손수건 같은 게 나왔다. “4·16공방에서 세월호 엄마들이 정성껏 만든 컵받침”이라는 라벨이 붙어 있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때는 2014년이었다. 역 광장에서 촛불이 켜지고, 그해 4월은 아프고 더디게 흘렀다. 날마다 소식을 들었지만, 나는 끝내 진도 앞바다에 가라앉은 아이들 곁에 가 보지 못했다. 부지런한 이웃들은 멀다 하지 않고 팽목항과 안산을 다녀왔지만 나는 고작 서울광장과 우리 지역의 분향소를 찾은 게 다였다. 그리고 이태 후에 나는 학교를 떠났다. 그해 가을 백만 촛불에 참여한 다음 날, 나는 안산을.. 2023. 4. 16.
성년이 되어서야 만난 ‘사과꽃’, 그리고 사과 이야기 아름다운 ‘사과꽃’과 최상의 과일 ‘사과’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사과꽃은 당연히 사과나무에 핀다. 사과가 과수원에서 주로 익어가던 시절에는 일반인들이 사과꽃을 구경하기가 쉽지 않았다. 사과는 겨울철은 물론 연중 가장 널리 유통되는 과일이지만, 사과가 어떻게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지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은 그래서다. 유년시절, 사과는 흔한 과일이 아니었다 어랄 적 동네엔 사과나무가 한 그루도 없었다. 한두 그루로 지을 수 있는 농사가 아니므로 사과 농사를 짓는 이가 없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윗마을에는 집집이 낙동강 강변의 모래땅에다 조성해 놓은 과수원에서 사과 농사를 지었다. 과수원 주위에는 탱자나무 울타리가 쳐져 있었다. 봄가을로 소풍을 갈.. 2023. 4. 14.
벚꽃이 지고 없어도 ‘연화지’와 ‘봉황대’는 아름답다 김천시 교동 연화지(鳶嘩池)와 봉황대(鳳凰臺)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야간 벚꽃 촬영지로 전국에 널리 알려진 김천시 교동의 연화지(鳶嘩池)에 다녀왔다. 명성은 여러 차례 들었지만, 초행이었다. 올 벚꽃 개화 시기가 일주일쯤 빨라지면서 타이밍을 놓쳤고, 결국 벚꽃이 거의 다 지고 나서야 아내와 주말에 귀향한 아들과 함께 길을 나선 것이다. ‘전국적 벚꽃 명소’ 연화지 초행길 꽃은 지고 없어도 워낙 명소니 한 번쯤 들러보는 것도 괜찮다고 여겼지만, 차를 대고 호숫가로 들어서면서 나는 이 호반의 풍경이 예사롭지 않다는 걸 금방 눈치챘다. 물은 맑지 않았지만, 수면에 드리운 왕벚나무와 주변의 아파트 등 건물의 그림자가 이채로웠다. 언뜻 ‘연화지’라고.. 2023. 4. 12.
[세계유산-한국의 사원] ⑥ 돈암서원, 호서 지역의 산림과 예학의 산실 [세계유산-한국의 사원] ⑥ 충남 논산시 연산면 돈암서원(遯巖書院)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2019년 소수서원 등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돈암(遯巖)서원은 충청남도 논산시 연산면에 있다.(임3길 26-14). 일부러 찾지 않으면 들르기가 쉽지 않은 지방에 있는데도 돈암서원을 돌아볼 수 있었던 것은 아내와 내장산 단풍을 구경하고 돌아오는 길에서였다. 내장산 다녀오다 들른 논산의 돈암서원 2019년 11월 11일, 돌아오는 길에 정읍의 무성(武城)서원과 논산의 돈암서원을 들른다는 일정으로, 새벽밥을 먹고 길을 나서 내장산에 닿은 건 9시께였다. 오전에 내장산을 둘러본 다음, 점심을 먹고 무성서원을 거쳐 돈암서원에 닿으니 오후 4시가 .. 2023. 4. 10.
사랑과 그리움의 ‘노래’로 다가온 꽃, 「꽃다지 」 풀꽃 꽃다지와 민중가요 ‘꽃다지’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화초 ‘꽃다지’를 알게 된 것은 1990년 어름에 나온 김호철의 민중가요 ‘꽃다지’ 덕분이다. 해직 기간이었는데, 꽤 서정적인 노래여서 감상적인 여운을 풍기는 그 노래가 금방 입에 익었다. 나는 “그리워도 뒤돌아보지 말자”에 담긴 주저와 그리움, 안타까움, 그리고 쓰라린 상처를 금방 내 것처럼 받아들일 수 있었던 듯하다. 2009년 당시 이명박 정부의 퇴행이 이어지면서 민주주의가 위협받는다는 위기감이 시민사회에 감돌던 때다. 근무하던 여학교에서 9월 신학기를 맞았는데, 문득 새날을 감당하기가 버거워지는 느낌 때문에 꽃다지를 떠올렸었다. 그리워도 뒤돌아보지 말자는 구절의 뜻이 별나게 마음.. 2023. 4. 6.
복사꽃의 계절, 곳곳이 연분홍 ‘도화원(桃花源)’이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개화 시기가 일주일이나 일렀던 탓에 내 ‘꽃 삼월’은 좀 허무하게 막을 내린 느낌이다. 산수유, 매화, 살구, 명자꽃이 차례로 피어나 질 무렵에야 벚꽃이 슬슬 피기 시작하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4월 들면서 벚꽃은 이미 파장으로 치달았기 때문이다. 벚꽃 파장에 곳곳에 분홍빛 도화원 먼 산에 희끗희끗 남은 흰 꽃 무리는 뒤늦게 피어난 산벚꽃이다. 이미 사람들을 꾀게 한 벚꽃 단지는 잎을 떨구고 빨간 꽃받침만 남아 허망한 절정의 뒤끝을 보여주고 있다. 그 쓸쓸한 틈새를 메우는 건 예년 같으면 이제 겨우 꽃망울을 터뜨릴 차례인 복사꽃이다. 벌써 꽃망울을 터뜨릴 준비가 되었나 싶은데, 하루 이틀 사이에 산책길 주변은 짙어지는 .. 2023. 4. 5.
급식 총파업 … 고교생의 ‘응원과 공감’의 대자보 총파업 급식 노동자에게 고교생, 공감과 응원의 대자보 지원 지난 31일 에서 “‘학교서 배운 건 공감과 연대…급식 총파업 응원’ 대자보 붙인 고등학생”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31일 오전 경기도 광명시의 한 고등학교에 파업 노동자를 응원하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었다는 기사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임금 체계 개편과 급식실 노동자 폐암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하루 총파업에 들어간 뒤다. 고교생의 급식 노동자 응원 대자보 기사로 미루어 추정해 보면, 급식노동자들이 먼저 파업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제시하는 대자보를 붙였던 모양이다. 이 학교에 다니는 3학년 학생 2명이 작성해 붙인 대자보에 나오는 ‘대자보’는 이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대자보 전문은 아래와 같다. 학교 급식 조리 종사자님들을 비롯한 .. 2023. 4. 3.
새로 만난 ‘분홍’ 살구꽃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구글에서 ‘살구나무’를 검색하면 가장 먼저 뜨는 에서는 살구나무 잎과 꽃을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잎은 길이 5~9 cm, 너비 4~8cm로 자라며 꽃은 흰색에서 분홍빛을 띤다.” 요컨대 살구꽃이 ‘흰색에서 분홍색을 띤다’는 것인데, 여러 해 살구꽃을 사진으로 찍어온 경험으로 보면 거기에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산책길에서 만나는 살구나무 가운데 제일 오래된 나무는 개화는 조금 늦어도 ‘흰색에서 분홍빛을 띠’는 꽃을 피운다. 올해는 산책길 코스를 이리저리 바꿔보는데, 위의 살구나무 근처에 있는 농장에서 조금 다른 살구나무를 만났다. 처음엔 워낙 붉은빛이 강해서 복숭아꽃인 줄 알고 무심히 지나쳤다. 그런데 하루는 .. 2023. 4. 2.
[오늘] 장준하, 월간 <사상계> 창간하다 1953년 4월 1일 - 장준하, 피난 수도 부산에서 를 창간 1953년 4월 1일, 장준하(1918~1975)는 피난 수도 부산에서 월간 종합잡지 를 창간했다. 장준하는 애초 1952년 8월, 당시 문교부 산하 국민사상연구원(원장 백낙준)의 기관지였던 을 단독 인수하여 본격 종합 교양지를 발행하게 된 것이었다. 은 6·25전쟁 중 국민사상의 통일, 자유민주주의의 확립 및 반공정신 앙양 등 전시하 지식인층의 사상운동을 주도하며 통권 4호까지 발행한 잡지였다. 연구원으로 잡지의 책임 편집을 맡고 있던 장준하가 이를 인수하여 로 제호를 바꾸어 창간하게 된 것이었다. 독립 잡지 양심 세력을 대변하다 은 정부 기관지였지만 이를 바탕으로 창간된 는 백낙준과 장준하가 사재를 털어 만든 독립적 잡지였고, 이후 이승만.. 2023. 4. 1.
[오늘] 세계 최초로 네덜란드에서 ‘동성결혼’ 합법화 “결혼은 동성의 두 사람에 의해서도 이루어질 수 있다.” “결혼은 이성의 혹은 동성의 두 사람에 의하여 이루어질 수 있다.” - 네덜란드 개정 결혼법 조항 15년 전 오늘(2001년 4월 1일) 네덜란드에서 세계 최초로 동성 결혼이 합법화되었다. 1989년, 이웃인 덴마크에서 처음으로 동성 커플 간의 시민결합(Civil union)을 법적으로 인정한 이후 네덜란드 성 소수자 인권운동연합은 정부에 동성 결혼을 허용할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에 응답하여 네덜란드 의회는 1995년 관련 특별위원회를 설립하였다. 1997년에 특별위원회는 파트너 등록제(geregistreerd partnerschap)를 도입하기로 하고 이듬해(1998) 1월 1일부터 파트너 등록제를 시행함으로써 이른바 시민결합을 인정하게 되.. 2023. 3. 31.
[사진] 올해도 ‘샛강 벚꽃열차’는 달린다 구미 지산동 샛강생태공원의 벛꽃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벚꽃의 계절이다. 올해는 따뜻한 날씨 덕분에 벚꽃이 평년보다 나흘에서 일주일가량 빨리 피었다. 예년에 맞추어 정한 봄꽃 축제들이 줄줄이 ‘꽃 없는 꽃 축제’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이는 까닭이다. 컴퓨터의 사진 폴더로 확인해 보니 지난해 지산동 샛강생태공원의 벚꽃은 4월 2일과 3일에 걸쳐 찍었는데, 올해는 3월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 동안 찍었으니 얼추 일주일이 이른 셈이다. 지산동 샛강에 처음 들른 것은 구미로 전입한 2012년 여름이었다. 쇠뿔 모양의 습지 호수에 빽빽하게 자란 연꽃 군락을 만난 뒤, 해마다 여름이면 샛강을 비롯하여 인근 들성지와 해평연지 등을 찾아 연꽃 사진을.. 2023. 3. 30.
[세계유산-한국의 사원] ⑤ 도산서원, 퇴계의 위상과 명성을 상징하는 공간 경북 안동시 도산면 토계리 도산서원(陶山書院) 경북 안동은 두말할 것 없이 퇴계(退溪) 이황(李滉, 1501~1570)의 고장이다. 이 고장이 이른바 영남 유림의 본거지가 된 건 퇴계와 그의 학문, 그의 문하들이 이룩한 성리학적 성취에 말미암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5백여 년이 지나서도 굳건한 그의 위상과 명성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도산서원(陶山書院)이 있다. 퇴계 생전의 도산서당, 사후 ‘서원’으로 이어지다 퇴계는 을사사화(1545) 이듬해 1546년(명종 1) 관직에서 물러나 귀향한 뒤 토계에은둔하면서 제자들을 가르쳤다. 물러날 ‘퇴’, 시냇물 ‘계’, ‘퇴계(退溪)’라는 호를 쓰게 된 게 이때부터다. 전국에서 제자들이 모여들자 1551년(명종 6)에는 계상서당을 지어 본격적으로 제자들 가르쳤고 이.. 2023. 3.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