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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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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고교생의 죽음 두 학생의 죽음을 생각한다 지난달 25일 경북 지역의 한 자율형 사립고에서 ‘전교 1등도 했던’ 고교생이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난 1일에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고3 학생이 모의고사 성적표 뒤 첫 등굣길에 아파트 14층에서 몸을 던졌다. 아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언론은 정색하고 이 기사를 긴급히 타전한다. 마치 그것이 일찍이 일어난 적이 없었던 일인 것처럼. 지난번 사고 보도 때 제시한 원인분석이 되풀이되고 ‘학교의 변화’를 새삼 촉구하지만 그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언론은 너무 잘 안다. 전교 1등 고교생의 “더 이상 못 버티겠다” 하긴 나도 그날,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과 그 이야기를 잠깐 했다. 아이들은 그 .. 2020. 4. 3.
살구꽃, 혹은 성찰하는 공민의 봄 3. 남은 것은 이제 ‘성찰하는 공민’입니다 ‘그 없는’ 약속의 봄이 오고 있습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기다리면서 쓴 글 몇 편을 잇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12월 9일 국회에서 ㅌ탄핵소추되었고,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에서는 재판관이 전원일치로 대통령 박근혜 탄.. qq9447.tistory.com 오늘 아침에야 3월 달력을 떼어냈습니다. 연금공단에서 보내준 달력입니다. 삼월분을 찢어내자 드러나는, 한글로 쓴 ‘사월’이란 글자가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사월이 무거운 이유는 여럿입니다. 그것은 멀리는 이제 기억에서도 까마득해진 사월혁명, 그때 스러져 간 젊은이들의 피를 떠올리는 시간이고, 가까이는 2014년 4월 어느 날을 아픔과 뉘우침으로 기억하는 시간이기 때문입니.. 2020. 4. 2.
「성탄제」의 김종길 시인 타계 1926 ~2017년 4월 1일 지난 1일, 원로시인이자 영문학자인 고려대 명예교수 김종길(1926~2017) 선생이 숙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지난달에 부인을 잃고 힘들어하다가 그예 뒤를 따랐다고 한다. 향년 91세. 내외분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떠나시어 유족들의 슬픔은 크겠지만 두 분은 인연이 남달랐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선생의 본명은 김치규, 경북 안동 출신이다. 1947년 신춘문예에 시 ‘문’으로 입선하며 등단했다. 그는 “서양 이미지즘 시학을 받아들이면서도 기교에 치우치지 않고 고전적 품격을 지닌 시세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은 시인이다. 나는 1980년대 초임 시절에 제4차 교육과정의 고등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린 그의 대표작 ‘성탄제’를 여고생들에게 가르쳤다. 갓 대학을 졸업하고 .. 2020. 4. 1.
경북 김천 빗내농악의 한판 풍물굿 김천시 개령면 광천2리의 ‘빗내농악’ 어제는 처음으로 정월 대보름 행사에 나가보았다. 올해는 달맞이 행사와 함께 ‘2009 경북민속문화의 해’ 선포 행사가 같이 열렸다. 그래서인지 오전부터 낙동강 둔치의 탈춤마당에서 베풀어진 행사는 좀 떠들썩했다. 바람이 제법 찼다. 그래도 행사장 곳곳엔 크고 작은 사진기를 둘러멘 구경꾼들로 넘쳐났다. 행사장에 도착한 건 오후 5시께. 탈출공연장 앞쪽에서 농악대 공연이 무르익고 있었다. 행사장 스크린에 소개된 이름은 ‘빗내농악’. 빗내? 글쎄, 어느 지역의 농악인가, 고개를 갸웃하면서 공연을 지켜보았다. 스무 살 전후의 젊은이부터 6·70대의 노인들까지 두루 섞인 농악대가 연주하는 곡은 풍성하고 흥겨웠다. 우리 음악은 구경꾼들을 구경꾼으로 머물게 하지 않는다. 체면 때문.. 2020. 3. 31.
동네 한 바퀴-매화 지고 앵두, 살구꽃까지 봄꽃 찾아 동네를 돌다 이미 곁에 당도한 봄을 주절댄 게 지난 15일이다. 그리고 다시 보름이 지난 3월의 막바지, 이제 꽃은 난만(爛漫)하다. 산으로 가는 길모퉁이 조그만 교회 앞에 서 있던 나무의 꽃봉오리가 벙글고 있었다. 무심히 매화일 거라고 여겼더니만 어저께 돌아오며 확인하니 그건 활짝 핀 살구꽃이었다. [관련 글 : 다시, 겨울에서 봄으로] 이미 설중매로 소개했던 매화는 지고 있었다. 전자 공장 뒤란의 콘크리트 바닥이 떨어진 매화 꽃잎으로 하얬다. 시들어버린 오종종한 꽃잎을 일별하면서 나는 늘 같은 생각을 했다. 왜 우리 선인들은 이 보잘것없는 꽃을 ‘불의에 굴하지 않는 선비정신의 표상’으로 삼았을까. 단지 이른 봄에, 더러는 눈 속에 꽃을 피운다는 것 외에 무엇이 선비들의 맘을 사로잡았을까. .. 2020. 3. 30.
‘메이데이’ 120돌, 그리고 2010 한국 ‘메이데이’ 120돌 맞은 2010년의 한국 내일은 노동절, 120번째 맞게 되는 메이데이다. 그러나 이 나라에서는 공식적으로 이날을 ‘근로자의 날’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노동조합이 조직되지 않은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무싯날과 다르지 않게 이날도 근무하는 곳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노조 조직률(2009) 10.5% 정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29위다. 전체 노동자 10명 중 9명은 미조직 노동자란 뜻이다. 단체협약 적용률은 12.5%에 그쳐 꼴찌다. 스웨덴과 핀란드(92.5%), 덴마크(82.5%)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21세기가 무색할 지경이다. ‘노조조직률이 높아지면 경제 부담이 커진다는 건 오해’라며 높은 조직률은 ‘오히려 산업계에 큰 자산’이라고 보는 북유럽 .. 2020. 3. 29.
길고양이처럼 찾아온 봄 어느 날 소리 없이 찾아온 봄 정말, 어떤 이의 표현대로 봄은 마치 ‘길고양이처럼 찾아온’ 느낌이다. 봄인가 싶다가 꽃샘추위가 이어지곤 했고 지난 금요일만 해도 본격 꽃소식은 한 주일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일교차가 컸던 탓일 것이다. 한낮에는 겉옷을 벗기려 들던 날씨는 저녁만 되면 표변하여 창문을 꼭꼭 여미게 했다. 토요일 오전에 아내와 함께 아파트 앞산에 올랐는데, 산길 주변 곳곳에 참꽃(진달래)이 무리 지어 피어 있었다. 출근하는 숲길에선 보기 힘든 풍경이어서 나는 잠깐 헷갈렸다. 일요일 오후에 돌아보니 아파트 주차장 어귀에 벚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그 아래 동백꽃도 화사했고. 사진기를 들고 나갔더니 화단의 백목련은 이미 거의 끝물이다. 아이들 놀이터 뒤편에 못 보던 매화가 하얀 꽃을 피우.. 2020. 3. 29.
‘쉬운 글’과 ‘풍부한 표현’ 사이 ‘쉬운 글’이라고 해서 ‘풍부한 표현’을 배제하는 건 아니다 이른바 ‘나가수’ 선풍이 우리 시대의 말법을 바꾸어 놓았다. 직업으로서 자기 정체성을 드러내야 할 자리에는 어김없이 ‘나는 ○○다’가 쓰이니 말이다. 그것은 일상 속에서 잊혀 가는 ‘실존’을 대중 앞에서 더불어 확인하는 ‘정체성(아이덴티티: identity)의 통과 의례’ 같은 것은 아닐는지. “나는 국어 교사다.” 나는 그런 식의 자기 확인이 굳이 필요하지 않을 만큼 충분히 자신이 국어 교사라는 사실을 강하게 의식하며 살아왔다. 블로그를 비롯한 몇몇 지면에 실을 글을 쓰거나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할 때 나는 자신의 직업과 그것이 규정하는 어떤 ‘멍에’를 늘 의식하곤 했다. 소일거리로 쓰는 편한 글도 퇴고를 거듭하고, 미심쩍은 낱말은 몇 군데 사.. 2020. 3. 28.
썩은 소나무 그루터기, ‘고두배기’를 아십니까? 경상도 방언 ‘고두배기’의 표준어는 ‘고주박이’ 아직 봄이라 하기에는 이르지만, 삼월이 코앞이다. 지난겨울은 길고 추웠던 까닭에 자연 산행을 나서는 날이 줄었었다. 줄기만 한 게 아니고, 가파른 산길을 오르고 나면 넓적다리관절(고관절) 쪽에 통증이 있곤 하여 어느 날부턴가 산행 대신 이웃 가맛골[부곡(釜谷)]까지 평지를 걷고 있다. 그러다가 새로 발견한 산길이 이웃한 중학교 뒷산을 올라 가맛골까지 벋은 밋밋한 숲길이다. 다소 가파른 오르막을 10여 분만 오르면 산등성이에 이르고 여기서부터는 완만한 경사의 산길이 죽 이어지는 맞춤한 길이었다. 그 길에서 만난 것은 청미래덩굴의 열매다. 사람 손을 타지 않아서인지 가맛골 뒤 저수지 근처의 잡목숲에는 청미래덩굴 군락이 빨갛게 열매를 매달고 있었다. 그 길을 지.. 2020. 3. 27.
금오산 봄 나들이 난만한 봄, 첫 봄 나들이로 찾은 금오산 구미에 옮아오고 해가 바뀌었다. 그러나 아직 우리 가족은 금오산(976m)에 오르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주말마다 이런저런 일이 생겨 짬이 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무릎이 시원찮아서 무리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앞섰고, 어차피 근처를 떠날 일도 없을 터, 서두를 까닭이 없다고 여겼던 것이다. 지난여름에 가족들과 산책을 겸해서 채미정(菜薇亭)을 둘러보았고 가을에도 잠깐 들러 금오지 주변을 거닐었던 기억이 있다. 자라면서 먼빛으로 늘 바라보았던 산이지만 나는 아직 거기 오른 적이 없다. 아내는 케이블카라도 타 보자고 했지만, 나는 금오산을 그렇게 만나고 싶지는 않았다. 어제 아침부터 서둘러 금오산을 향한 것은 금오산에 당도한 봄빛을 만나고 싶어서였다. 교정의 홍매화를 찍.. 2020. 3. 26.
쿠바 의료진이 ‘코로나19’ 위기 맞은 이탈리아로 향한 이유 쿠바 혁명의 자부심, 국제 의료 연대로 꽃필까 코로나19가 유럽을 가히 초토화 직전으로 몰아가는 가운데, ‘의료 강국’으로 불리는 쿠바가, 의료체계의 붕괴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이탈리아와 중남미 5개국에 의료진을 파견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 2300달러에 불과한 사회주의 국가 쿠바가 G7의 일원인, GDP 3만 8100달러의 이탈리아(이상 미국 중앙정보국 월드 팩트북) 지원에 나선 것이다. 쿠바 의료진, GDP 3배 많은 이탈리아 지원 코로나19 청정지역도 아닌 쿠바(확진자 35명, 사망 1명)가 더 힘든 나라를 향해 지원에 나선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다. “진정한 국제 연대”(영국 )라거나 “인류에 대한 엄청난 가치의 봉사”(뉴스통신사 ) 라는 찬사가 지나치지 않은 것이다. 지난 22.. 2020. 3. 25.
조갑제는 사형 집행 현장을 보았을까? 사형제 부활 이슈 …‘사형수’ 책 쓴 조갑제의 변심(?) 민간 파시즘과 용산 참사, 그리고 연쇄살인 사건 “지금은 민주공화국의 근간이 위협받는 총체적 위기상황으로 군사독재가 물러난 지 20년 만에 민간 파시즘의 불길한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이번 임시국회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의 지적이다. ‘민간 파시즘’이란 낱말이 주는 느낌은 불길하면서도 끔찍하다. 파시즘이야 귀에 익은 개념이지만, 거기 ‘민간’이라는 말이 양념으로 붙은 것은 이 정권이 직선제 선거로 선출된 합법 정권이기 때문이다. 2009년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이 사전에서 들고 있는 파시즘 출현의 배경과는 어떤 유사점이 있는지는 문외한으로서 함부로 말할 수 없다. 그러나 현 정권 출범 1년이 지난 우리 사회의 모습이.. 2020. 3.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