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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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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의료진이 ‘코로나19’ 위기 맞은 이탈리아로 향한 이유 쿠바 혁명의 자부심, 국제 의료 연대로 꽃필까 코로나19가 유럽을 가히 초토화 직전으로 몰아가는 가운데, ‘의료 강국’으로 불리는 쿠바가, 의료체계의 붕괴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이탈리아와 중남미 5개국에 의료진을 파견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 2300달러에 불과한 사회주의 국가 쿠바가 G7의 일원인, GDP 3만 8100달러의 이탈리아(이상 미국 중앙정보국 월드 팩트북) 지원에 나선 것이다. 쿠바 의료진, GDP 3배 많은 이탈리아 지원 코로나19 청정지역도 아닌 쿠바(확진자 35명, 사망 1명)가 더 힘든 나라를 향해 지원에 나선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다. “진정한 국제 연대”(영국 )라거나 “인류에 대한 엄청난 가치의 봉사”(뉴스통신사 ) 라는 찬사가 지나치지 않은 것이다. 지난 22.. 2020. 3. 25.
조갑제는 사형 집행 현장을 보았을까? 사형제 부활 이슈 …‘사형수’ 책 쓴 조갑제의 변심(?) 민간 파시즘과 용산 참사, 그리고 연쇄살인 사건 “지금은 민주공화국의 근간이 위협받는 총체적 위기상황으로 군사독재가 물러난 지 20년 만에 민간 파시즘의 불길한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이번 임시국회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의 지적이다. ‘민간 파시즘’이란 낱말이 주는 느낌은 불길하면서도 끔찍하다. 파시즘이야 귀에 익은 개념이지만, 거기 ‘민간’이라는 말이 양념으로 붙은 것은 이 정권이 직선제 선거로 선출된 합법 정권이기 때문이다. 2009년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이 사전에서 들고 있는 파시즘 출현의 배경과는 어떤 유사점이 있는지는 문외한으로서 함부로 말할 수 없다. 그러나 현 정권 출범 1년이 지난 우리 사회의 모습이.. 2020. 3. 25.
‘유예된 봄’과 진달래 화전 봄은 미루어지는 ‘남북의 봄’과 진달래화전 어제 사진기를 챙겨서 집을 나서려는데, 아내가 산에 가냐고 물었다. 가거든 진달래 꽃잎 한 줌만 따오라, 화전(花煎)을 부칠까 싶다고 주문했다. 나는 진달래 불길이 타오르는 산등성이를 돌아 나오며 진달래 꽃잎을 꼭 ‘한 줌’만 따서 돌아왔다. 진달래 화전을 먹으며 하는 평양소주 생각 아내는 미리 준비해 두었던지, 이내 찹쌀가루로 기름에 지져서 화전을 부쳐냈다. 전(煎) 자가 붙었지만, 화전은 일반 부침개와는 달리 ‘찹쌀가루를 반죽하여 기름에 지진 떡’이다. 다른 말로 ‘꽃지지미’라고도 하는 모양이다. 처음인가 했더니 아내가 이번에 꽃술을 떼어냈다고 해, 꽃술조차 떼어내지 않고 화전을 부친 기억이 떠올랐다. 화전은 지금은 아는 사람이 드물지만, 고려 시대부터 전승.. 2020. 3. 24.
김삿갓, 구비시(口碑詩)의 창조자 방랑 시인 김삿갓의 무덤을 찾아 시인 김삿갓[김병연(金炳淵, 1807∼1863)]은 실존 인물이면서도 마치 전설처럼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인물이다. ‘전설처럼’이라고 굳이 표현한 것은 그와 그의 문학에 대해 정작 제대로 아는 이가 드물다는 뜻도 포함된다. 그에 대한 인상이 ‘삿갓’과 ‘죽장(竹杖)’, 그리고 ‘뜬구름’과 같은 ‘방랑’의 이미지로만 구성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실존했으나 전설처럼 떠오르는, 반공 이데올로기로 소비된 인물 그러다 보니 그의 이미지는 냉전 시대의 독재 정권에 의해 반공 이데올로기를 강화하는 데 이용되기도 했다. 1964년부터 무려 30년간 한국방송(KBS) 제1라디오 전파를 탔던 반공 드라마 가 그것이다. 이 드라마는 ‘김삿갓’의 가상 여행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비참한 생.. 2020. 3. 24.
산수유와 생강나무 산수유 닮은 생강나무, 무엇이 다른가 짧은 밑천은 어디서건 드러나기 마련이다. 아무리 감추려 해도 ‘주머니 속 송곳(낭중지추)’이 드러나는 것과 다른 내용이면서 같은 이치이다. 오래전에 쓴 글에서 ‘수욕정이풍부지(樹欲靜而風不止) 자욕양이친부대(子欲養而親不待)’라는 글귀를 인용하면서 그 출전이 라고 주절대었다가 이내 “논어에는 그런 글귀는 없다”는 지적을 받고야 말았다. 황급히 찾아보니 이 맞다. 대체로 이런 경우, 교훈은 두 가지다. 내 게 아닌 걸 내 것인 것처럼 꾸미는 건 금방 드러나기 마련이라는 게 하나요, 인터넷에 떠도는 지식 나부랭이도 별로 믿을 건 못 된다는 것이 나머지다. 이번에 또 실수했다. ‘봄날, 어떤 하루’에서 학교 뒷산에서 핀 산수유 얘기를 했었다. 무언가 켕기는 구석이 있었는데, .. 2020. 3. 23.
그 절집 아래 ‘만 마리 물고기 떼’를 보았는가 밀양 만어사의 ‘어산불영(魚山佛影)’ 답사기 지난 주말에 만어사(萬魚寺)를 다녀왔다. 나는 일찍이 밀양 어름에 그런 절집이 있다는 것조차 몰랐다. 웬 만어사? ‘만’은 무어고 ‘어’는 무어야, 물고기 만 마리라고? 난생처음 듣는 만어사를 만나게 된 것은 그러니까 전적으로 온 나라의 크고 작은 산을 밟으며 거기 깃든 절과 암자를 찾아온 부지런한 친구 덕분이다. 만어사는 삼랑진읍에서 들어가는 게 쉽다. 그러나 우리는 밀양시 쪽에서 만어산(萬魚山)을 넘었다. 좁고 가파른 임도를 따라 산을 넘는데 기분이 아슬아슬했다. 만어산은 해발 670m의 평범한 육산(肉山)이지만, 삼랑진읍 용전리의 7부 능선쯤에 자리한 만어사 덕분에 적잖은 관광객을 모으고 있다고 한다. 만어산 정상에서 서쪽 비탈로 내려오다가 급하게 길을 .. 2020. 3. 22.
3월의 눈 3월의 강설 2003년인가 3월 초순쯤에 폭설이 내려 각급 학교가 휴업을 하는 사태가 있긴 했다. 그러나 대체로 ‘3월의 눈’은 남부지방에선 흔한 일이 아니다. 안동은 나라 안 3대 과우(過雨) 지역 중 하나다. 연간 강수량도 적지만, 눈은 잠깐 흩날리는 게 고작인 동네다. 지난겨울은 눈이 푸졌던 시간이었다. 아이들은 신나 했지만, 정작 눈은 어른들에게는 성가신 존재다. 눈이 주는 기쁨은 잠시고 그 뒤처리는 긴 까닭이다. 푸근하게 내려 쌓인 눈은 눈과 가슴을 즐겁게 하지만, 그걸 치우는 데 들이는 노력이나 쌓인 눈으로 말미암은 교통 장애도 만만치 않은 것이다. 군대 시절에 우리는 눈을 저주했다. 비가 오면 교육을 멈추지만, 눈이 오면 교육은 교육대로 진행하면서 휴식 시간에는 눈까지 치워야 했기 때문이다... 2020. 3. 21.
경상도 봉화에서 ‘이몽룡’의 집을 찾다 봉화군 물야면 가평리 성이성이 이몽룡의 모델이었다 청암정과 석천정사를 돌아 아내와 나는 잠깐 망설이다 물야면 쪽으로 행선지를 잡았다. 시간은 넉넉했고, 춘양 쪽의 정자보다 물야면의 계서당을 찾는 게 수월하리라는 생각에서였다. 봉화는 자그마한 산촌이다. 그만그만한 마을이 느긋하게 어깨를 겹치고 있는 이 한촌에 뜻밖에 고택·정자가 많다. 봉화군에 들어서면 “의 실존 인물 이몽룡 생가”라는 이정표가 군데군데 걸려 있다. 이몽룡이라면 잘 알려진 고전소설의 주인공, 남원 부사의 아들인데 엉뚱하게 ‘봉화에 생가’ 운운하는 것은 뜬금없다. 그러나 눈 밝은 이들은 1999년, 호사가의 입방아에 오르내린 ‘이몽룡은 실존 인물’이라는 보도를 기억한다. ‘이몽룡’ 모델은 봉화의 ‘성이성’이었다 연세대의 설성경 교수가 ‘이몽.. 2020. 3. 21.
‘치사율’과 ‘치명률’ 지시적 개념, 언어도 진화한다? ‘코로나19’의 습격으로 바야흐로 사람들은 생활을 빼앗겨 버린 듯하다. 나들이는커녕 이웃을 만나 안부를 나누는 단순한 일상도 삼가면서 숨죽인 시간도 한 달이 훌쩍 지났다. 날마다 늘어나는 확진자와 사망자 숫자를 안타깝게 세면서 언제쯤 이 보이지 않는 적이 물러갈 것인가를 모두 조마조마하게 지켜보고 있다. 지난 18일 오후, 대구·경북지역에서 확진자 5명이 숨지면서 국내 사망자는 91명으로 늘었다. 천 명을 넘긴 이탈리아에 비겨 다행이라고 자위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보도는 코로나19의 국내 치명률이 1%에 근접하고 있다고 전한다. 그간 듣지 못한 낯선 개념이었지만, 나는 ‘치명률(致命率)’이 ‘치사율(致死率)’을 달리 표현하는 낱말이라는 걸 단박에 알아챘다. 아, 문맹률(.. 2020. 3. 20.
거기 ‘은빛 머리 고승’들, 무더기로 살고 있었네 봉화 닭실마을을 찾아서 어제는 아내와 함께 봉화를 다녀왔다. ‘병아리 떼 종종종’은 아니지만 ‘봄나들이’다. 바람은 여전히 쌀쌀했지만, 연도의 풍경은 이미 봄을 배고 있었다. 가라앉은 잿빛 풍경은 예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햇볕을 받아 속살을 드러낸 흙빛과 막 물이 오른 듯 온기를 머금은 나무가 어우러진 빛 속에 이미 봄은 성큼 와 있는 것이다. 목적지는 봉화의 닭실마을. 도암정(陶巖亭)을 거쳐 청암정(靑巖亭), 석천정사(石泉精舍)를 돌아오리라고 나선 길이었다. 시간 여유가 있으면 법전이나 춘양의 정자들도 찾아보겠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아무래도 좋은 것. 풍경이 좋으면 거기 퍼질러 앉아서 보내리라 하고 나선, 단출하고 가벼운 나들이였다. 닭실마을의 충재 종택 마당에서 이제 막 봉오리가 벙글기 시작한 산수.. 2020. 3. 20.
블로그 10년, 다시 새 10년으로 10년을 맞은 블로그 ‘이 풍진 세상에’ 에 블로그를 열고 첫 글을 올린 게 2006년 12월 15일이었다. 애당초 첫 글을 쓰면서도 이 새집을 얼마 동안이나 꾸려갈 수 있을지는 별 자신이 없었다. '다음'과 '천리안'에 각각 블로그를 열었다가 이내 그걸 허물어 버린 전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관련 글 : 카메라, 카메라] 블로그 10년(2006~2017) 그러나 햇수로 치면 11년째, 용케도 나는 오늘까지 이 둥지를 꾸려왔다. 전적으로 이는 그만그만한 삶의 장면들을 되새기며 주절댄 내 푸념과 넋두리를 읽고 격려해 준 이웃들 덕분이다. 신통찮은 글을 기사로 만들어 준 의 도움도 빼놓을 수 없다. 2013년 10월 15일에 나는 “블로그 글 1000편에 부쳐”를 썼다. 블로그를 연 지 일곱 해 만이었다... 2020. 3. 18.
수(數) 투? 화(化) 투? 지(G) 투에니? 로마자와 아라비아 숫자 읽는 법 1. 수학Ⅰ, 화학Ⅱ 2. 소나타 Ⅱ 3. G20 4. KBS 2TV 로마자를 읽는 방식은 정해진 것은 없는 듯하다. 영어와 같이 쓰인 아라비아 숫자도 마찬가지 같다. 첫머리에 제시한 글을 읽어보라. 세대에 따라, 또는 교육 정도에 따라 읽기 방식은 서로 다를 수 있을 것이다. 50대 중반의 ‘쉰 세대’인 나는 윗글을 다음과 같이 읽는다. 1. 수학 일, 물리 이 2. 소나타 투 3. 지 이십 4. 케이비에스 이 티브이 같은 로마자인 1과 2를 왜 달리 읽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러나 교과목 이름인 수학과 물리를 과정별로 ‘일, 이’라고 읽는 것은 꽤 오래된 전통이 아닌가 싶다. 줄여서 ‘수일, 수이’라고도 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반드시 아이들만은 아니다. 나와 거의 .. 2020. 3.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