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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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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굿판’에 질식당한 죽음…그래도 행복했다 [추모] 1991년 분신으로 항거한 안동대 김영균 열사 20주기 5월이 오고 있다. 흔히들 ‘계절의 여왕’으로 기려지곤 하는 5월, 그러나 이 땅에서 5월의 의미는 아프고 무겁기만 하다. 사람들은 1980년 5월, 광주항쟁과 그 피의 기억들로 5월을 떠올린다. 세월이 흘러도 1980년 광주의 슬픔은 거기서 스러져간 희생의 크기와 무관하게 무겁고도 무거운 까닭이다. 사람들은 광주의 5월만 기억하지만, 5월은 해마다 돌아온다. 광주의 피비린내가 상기도 가시지 않은 1991년의 5월도 마찬가지다. 그해 4월 26일 강경대가 전투경찰의 쇠파이프에 맞아 숨진 이래 5월 25일 김귀정이 경찰의 강제진압 과정에서 압사하기까지 무려 열세 명의 학생과 노동자 등이 분신과 투신 등으로 목숨을 잃었다. 1970년 청년 노동.. 2020. 5. 1.
징계의 칼춤, KBS 정세진의 ‘선택’ MB정부의 ‘편파 방송에 맞선 공정보도를 위한 파업투쟁’, 언론인의 ‘존재 증명’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 없다 나는 별일 없이 산다 이렇다 할 고민 없다 장기하의 노랫말이 아니더라도 세상은 여전히 태평성대다. 총선을 전후해서 반짝, 주변의 삶과 세상을 둘러보는 시늉만 하고 다시 사람들은 자기의 삶에다 고개를 파묻어 버렸다.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은 봄, 텔레비전에서는 땜빵 프로그램이 돌고, 부실했던 뉴스는 더 부실해지고 있는데도 사람들의 무심은 그대로다. 공정 보도를 위한 언론인의 싸움 이야기다. 국민일보 파업은 100일을 훌쩍 넘겼고, MBC(문화방송) 파업도 100일이 눈앞이다. KBS, YTN, 연합뉴스까지 공정 보도 회복과 낙하산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지만, 세상은 놀.. 2020. 4. 30.
‘판문점선언’과 구미의 이발소 풍경 ‘판문점선언’과 티케이 지역의 슬픈 ‘확증 편향’ 남북정상회담 뒤, 구미의 이발소 풍경 대체로 정치적 성향이 비슷한 사람이나 단체와 교유하다 보니 자신과 다른 정치적 견해를 날것 그대로 만나게 되는 경우가 드물 수밖에 없다. 주변에도 보수적인 사람들이야 적지 않지만, 이들은 굳이 견해가 다른 사람 앞에서 자기 의견을 드러내는 걸 꺼리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감 없이 지역 주민들의 정치적 견해를 들으려면 상대가 나를 모르는 곳으로 가야 한다. 사람들이 여론을 듣기 위해 시장을 찾거나 택시를 타고 기사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는 까닭이 달리 있겠는가 말이다. 27일, 남북정상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판문점선언이 발표될 무렵에 나는 시내의 한 시민단체 사무실에 있었다. 버스를 타고 오느라 듣지 못했던 선언.. 2020. 4. 29.
[경축] 노동절(메이데이) 126돌 2016년 126돌 노동절, 일백스물여섯 돌 노동절을 맞는다. 노동자들의 희생과 결의로 이룬 날에 장미 한 송이 바친다. 김남주 시인의 시 ‘물 따라 나도 가면서’를 따라 읽으며. * 메이데이 관련 글 118돌, 노동절(메이데이)을 맞으며 ‘메이데이’ 120돌, 그리고 2010 한국 [오늘] 첫 메이데이(May Day),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2016. 4. 30. 낮달 2020. 4. 28.
재보궐선거와 아내의 ‘비관주의’ 2020년 4.29 재보궐 선거 “그거 보우. 내가 뭐랬수? 맨날 그 모양이라니까.” 어제 서울과 경기, 인천, 광주에서 실시된 보궐선거 결과에 대한 아내의 촌평이다. 선거를 앞두고 파문이 일었던 이런저런 정치적 스캔들 등 집권당의 추문과 무능을 표심과 연결해 보는 선거 보도나 희망 섞인 관측에 대해서 아내는 진작 무 자르듯 그렇게 잘랐었다. “아나~. 김칫국은 그만! 두고 보우. 이번에도 또 1번이 다 될 거니까.” 최근 현안에 대한 유권자의 정치적 선택이 꼬이고 막힌 정국을 풀어내는 단초가 될 수 있었으면 하고 생각한 게 기대라면 기대다. 세월호 정국을 늪으로 밀어 넣은 지난해 보선 결과에 대한 학습효과인 셈이었다. 참사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배배 꼬인 상황은 그래도 지지받을 수 있다는 집권당과 .. 2020. 4. 28.
순애보(殉愛譜) 묘비명과 4월의 신록 동네 뒷산의 순애보 묘비명 “내가 한 십 년쯤 아프기라도 하면 당신은 내가 꼴도 보기 싫겠지?” 어느 날인가 아내가 내게 불쑥 그렇게 묻더니 대답 따위 안 들어도 그만이라는 듯 아퀴를 지었다. “아니, 십 년이 뭐야, 1년만 자리보전을 해도 진절머릴 낼 거야, 당신은. 틀림없어.” 느닷없는 질문에 대답이 궁해서 웬 뜬금없는 얘기냐고 퉁을 주었더니 아내는 이번에는 알 듯 말 듯 한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요기 앞산 어귀에 잘 가꾼 무덤이 있잖우? 등성이 오르기 전에. 거기 비석에 쓰인 글 읽어 본 적 없지? ‘무정한 당신’이라는 그 묘비 말이우.” “글쎄. 그런 묘비명이 있었나?” “그게 말이우. 삼십 년을 병고에 시달렸다는 마누라한테 바치는 묘비명이라는 거 아니우. 세상에 십 년도 .. 2020. 4. 27.
지아비와 함께 편히 쉬시라 김지원 1959~2012.4.26 인간의 삶에서 ‘죽음’을 떼어낼 방법은 없다. ‘낙양성 십 리 하에 높고 낮은 저 무덤’을 굳이 불러오지 않더라도 인간의 삶은 죽음을 피해갈 수 없다. 고매한 사상가도, 억만금을 가진 부자도, 대중의 사랑을 먹고살던 연예인도,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숱한 선남선녀들도 죽음의 시간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모든 죽음은 슬프다. 그러나 우리는 살 만큼 산 ‘자연사’는 비교적 담담히 받아들인다. 호상(好喪)이란 이름이 따르는 부음이 그것이다. 그 죽음이 더욱더 애틋한 것은 아이들의 죽음이고, 좀 이르게 찾아온 죽음이다. 그것은 ‘자연사’와 달리 쉬 받아들일 수 없는 안타까운 죽음이기 때문이다. 지난주 목요일 오후에 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 4년 전에 우리가 저세상으로 배.. 2020. 4. 26.
목계나루와 신경림의 ‘목계장터’ 충주시 엄정면 목계리, 남한강 강변의 내륙 포구 목계리 어제 우연히 목계 나루터를 다녀왔다. 원주의 토지문학공원을 거쳐 법천사·거돈사 등 절터를 돌아오던 귀갓길에서였다. 원주도 초행이었고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대로 들어간 충주 쪽도 낯설기는 매일반이었다. 오후 내내 날씨는 찌푸린 채였고, 네 시가 넘으면서 비가 찔끔찔끔 뿌려대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강변을 끼고 달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남한강이었던가. 오른쪽으로 제법 큰 다리 하나를 흘낏 스쳐보았다고 느꼈는데, 눈앞에 ‘목계나루터’라 새긴 거대한 돌비가 튀어 들어왔다. ‘목계’라……, 저게 신경림의 시 “목계장터”의 그 ‘목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반사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았다. 내 짐작이 맞았다. 목계(牧溪)는 충주시 엄정면 목계리,.. 2020. 4. 26.
버스 종점의 할미꽃 우리 동네 버스 종점에 핀 할미꽃 집에서 한 백여 미터를 걸어 나가면 버스 정류장이 있다. 시내 여러 방면에서 오는 버스의 종착지니 이른바 종점(終點)이다. 정류장은 지금은 문을 닫은 음식점의 뜰 앞이다. 며칠 전, 버스를 기다리다가 그 뜰의 수양버들 아래 피어 있는 할미꽃을 만났다. 버스 종점에 핀 할미꽃 올봄, 거의 하루걸러 북봉산을 오르면서도 만나지 못한 할미꽃이다. 진달래는 지천으로 피어나 온 산을 붉게 물들이고 있지만 정작 할미꽃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그런데 할미꽃을 동네에서 만나다니! 얼마나 반가웠는지 거기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할미꽃이 언제부터 귀한 꽃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어릴 적에 할미꽃은 진달래처럼 지천이었다. 양지바른 무덤들 주위에 다소곳이 피어나던 그 꽃.. 2020. 4. 25.
도심 골짜기에서 ‘도원경(桃源境)’을 만나다 도화 대신 살구꽃, 두엄 냄새의 ‘무릉도원’ 한 열흘쯤 전이다. 오전 쉬는 시간에 교정 안팎을 산책하다가 아닌 ‘무릉도원’을 만났다. 꽤 높은 산기슭에 자리한 학교로 오르는 길은 물매가 제법 센 언덕이다. 정문을 지나 그 내리막길을 허정허정 걷고 있는데 문득 돌린 시선에 그 언덕길 아래 골짜기가 잡혔는데, 세상에……. 언덕길 아래는 꽤 깊은 골짜기다. 반대편은 잡목이 듬성듬성 서 있는 산비탈인데 골짝 안으로는 층층이 밭을 갈아 놓았다. 거기 연분홍빛 꽃을 흐드러지게 피운 채 복숭아나무가 몇 그루 서 있었다. 햇볕은 따스했고, 낮은 골짜기에 내리는 햇살은 눈에 부셨다. 주변에도 몇 그루의 어린나무가 있었지만 만개한 복사꽃은 그것을 굽어보는 행인을 압도해 왔다. 도심에서 만난 ‘무릉도원’ 내려가 볼 만한 짬.. 2020. 4. 24.
‘아기공룡 둘리’, 서른 살이 되었다 ‘아기 공룡 둘리’ 30주년 오늘 아침 컴퓨터를 켜고 구글(www.google.co.kr)에 접속했더니 대문 로고에 낯익은 얼굴들이 떠 있다. 확인해 보니 ‘아기공룡 둘리 탄생 30주년’이다. 아, 이럴 땐 탄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다. 일찍이 윤동주와 박완서의 탄생을 기렸던 구글이다. [관련 기사 보기 : 윤동주에서 박완서까지 - 구글 로고의 진화] 구글은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문 로고를 통해서 그 나라의 중요한 기념일이나 인물을 꼼꼼히 챙기는, 이른바 열린 ‘마인드’를 보여 왔다. 구글은 설날과 한가위 같은 명절은 물론이고 한글날도 빼놓지 않고 기린다. 비록 그날의 로고를 바꾸는 일시적 형식에 불과하지만, 국가별 기념일을 챙기는 것은 구글이 지향하는 개방성의 표현일 수도 있겠다. 에 따르면 ‘아기.. 2020. 4. 23.
<프레시안>, ‘한글 문패’도 달았다 제호 로고 한글로 바꾸었다 어제도 들어갔고 그제도 들어갔으니, 오늘이 분명하다. 온라인 신문 이야기다. 창간 이래 지금까지 영자로 된 제호 을 고수하던 이 신문이 오늘 처음으로 ‘한글 문패’를 달고 있는 걸 확인했다. 한글 제호를 쓰겠다는 공지도 따로 보이지 않는데도. 초기화면 맨 위 한복판에 떠 있는 한글 제호는 신선하다 못해 신기하다. 진한 감색의 고딕-이탤릭체 글꼴이다. 낯설다는 느낌보다는 아주 산뜻한 느낌이 우선이다. 아, 진작 한글 제호를 썼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애당초 이 나라에서 신문 제호는 죄다 한자였다. 그것도 세로쓰기 시절의 관행대로 1면 맨 오른쪽 위에 세로로 썼다. 모르긴 해도 한글 제호를 썼던 신문은 한자로 표기할 수 없는 과 정도밖에 없었던 것 같다. 제호뿐 아니.. 2020. 4.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