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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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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수화언어)도 ‘공용어’가 되었다 ‘수화(手話)’가 청각장애인의 언어로 인정되어 ‘수화언어’가 되었다 국립국어원에서 펴내는 웹진 에서 지난해 마지막 날 국회 본회의에서 ‘한국수화언어법’이 통과되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수화’는 알겠는데 ‘수화언어’는 낯설다. 기사를 읽고 나서야 ‘수화(手話)’를 청각장애인의 언어로 인정해 ‘수화언어’라고 쓴다는 걸 알았다. ‘수어’는 그 줄임말이다. 한국수화언어법 국회 통과 한국수화언어법은 한국수어를 한국어와 동등한 공용어로 인정한 법률이다. 이 법은 한국수어 사용 환경을 개선하여 한국수어를 제1 언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의 언어권을 신장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하여 마련된 것이다. 개인적으로 수화를 처음 겪은 게 중학교 때 본 영화 에서였다. 최은희와 김진규가 청각장애인으로 등장하는 영환데 자막을 통해서 .. 2020. 3. 18.
조태일의 ‘국토 서시’를 들으며 조태일 시인의 역사의식, ‘국토 서시’ ▲ 교육학자 고 성내운 교수가 낭송하는 조태일의 시 '국토 서시' 조태일(1941~1999)의 를 성내운 선생의 목소리로 다시 듣는다. 조태일 시인을 다시 기억 속에서 불러낸 것은 순전히 성내운 선생의 ‘마치 영혼 깊은 곳에서 울려오는 듯한’ 목소리 덕분이고 턱까지 치받고 올라온 한미 FTA 소식 탓이다. [시 전문 텍스트로 보기] 그를 처음 만난 것은 고등학교 시절, 문예 동아리 방에서였다. 시를 쓰는 친구들이 으스대듯 전해 주던 그의 연작과 따위를 통해서였는데 어렸던 때라 ‘멋있긴 하지만 좀 과격한, 괴짜 시인’ 정도로 그를 기억하게 되었던 것 같다. 이 시를 새로 들으면서 그가 이미 고인이 됐다는 걸, 그리고 70년대 유신독재에 정면으로 맞섰던 이였다는 걸 뒤.. 2020. 3. 18.
춘분 날, ‘설’은 녹고 ‘매’만 남은 설중매(雪中梅) 3월의 두 번째 폭설 뒤의 매화 밤새 눈이 푸짐하게 내렸다. 아침에 일어나니 아파트 주차장의 자동차 지붕에 좋이, 한 뼘가량의 눈이 마치 시루떡 켜처럼 쌓여 있었다. 겨울에 눈이 드문 지방, 봄인가 싶었는데 3월의 두 번째 폭설이다. 오늘이 춘분이라는 걸 알게 된 것은 조간신문을 받아보고서다. 춘분 날, ‘설’은 녹고 ‘매’만 남은 설중매(雪中梅) 어제 산에 다녀오는 길에서 산 아래 전자 공장 마당에 핀 매화 두어 송이를 만났다. 그 며칠 전부터 봉오릴 맺고 있었지만,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 때문에 개화를 기대하지 못했었다. 반갑게 찍은 사진 몇 장을 벗에게 보냈더니 오늘에야 그걸 읽은 벗 왈, “이 매화, 오늘은 설중매로 살아야 할 듯”이라는 답을 보내왔다. 아, 그렇다. ‘설중매(雪中梅)’! 그걸 왜 .. 2020. 3. 17.
다시, 겨울에서 봄으로 긴 겨울 지나고 싹트는 봄의 조짐들 겨울에서 봄으로 지난겨울은 춥고 길었다. 겨울에 혹독한 추위라고 할 만한 날이 거의 없는 우리 고장에도 영하 10도 아래로 내려가는 일이 거듭되었으니 말이다. 산과 면한 뒤 베란다에 결로(結露)가 이어지더니 그예 여러 차례 얼기도 했고 보일러 배관이 얼어붙는 사태(!)도 있었다. 엔간한 추위면 꾸준히 산에 올랐던 지지난 겨울과 달리 지난겨울에는 산과 꽤 멀어졌다. 급한 오르막과 내리막을 다니는 게 무릎과 넓적다리관절에 주는 부담 때문이기도 했지만, 산행이 뜸해져 버린 것은 결국 추위 때문이었다. 평탄한 길 위주의 새 등산로를 찾아내고도 여전히 길을 나서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길과 추위 때문이라고 변명하는 것도 그리 솔직한 태도는 아닐지도 모르겠다. 사실은 부.. 2020. 3. 17.
고데기와 ‘머리 인두’ 일본어 ‘고데기’의 대체어 ‘머리 인두’? 일상 속에 깊숙이 침투해 있던 일본어는 꽤 많이 사라졌다. 우리 세대가 알고 있는 어떤 일본어를 아이들은 알아듣지 못한다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일본어의 우리말 순화가 진행되어 온 세월에 비기면 여전히 만족스럽지는 않다. ‘양복저고리’와 ‘마이’ 양복저고리를 일러 ‘마이’라고 말하는 아이와 어른들이 적지 않다. 공중파 방송에 나와서 천연덕스럽게 ‘마이’를 뇌는 여자 연예인을 바라보고 있자면 거북하기 짝이 없다. 대체할 말이 없는 게 아니다. ‘양복저고리’도 좋고, 그냥 ‘상의(上衣)’라도 괜찮고, 그것도 마땅찮으면 ‘재킷((jacket)’이라도 써도 좋을 일이다. ‘마이’는 싱글 양복을 가리키는 일본어 가타마에(かたまえ)에서 왔다. 이 말이 우리나라.. 2020. 3. 16.
‘봄의 완성’도 우리의 ‘몫’입니다 ‘그 없는’ 약속의 봄이 오고 있습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기다리면서 쓴 글 몇 편을 잇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12월 9일 국회에서 ㅌ탄핵소추되었고,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에서는 재판관이 전원일치로 대통령 박근혜 탄.. qq9447.tistory.com 2. ‘그 없는 봄’도 축복입니다 그예 ‘박근혜 없는 봄’이 왔습니다. 안방에서 텔레비전을 시청하다가 헌법재판소장 대행 이정미 헌법재판관의, 감정이 실리지 않은 담담한 어조의 주문 선고를 듣는 순간,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같은 시간에 기쁨과 감격으로 겨워하며 환호한 이들은 전국에 또 얼마였겠습니까.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이 타오른 지 133일 만이었습니다. 박근혜가 파면됨으로써 그동안 열아홉 차.. 2020. 3. 16.
박정희 ‘신화의 종말’과 새로운 ‘시민의 탄생’ 나이 든 지지자들조차 탄식… ‘묻지 마 지지’ 위험성 잘 보여줘 대통령의 유고(有故)다. 마침내 대통령 박근혜는 ‘전임 대통령’으로 신분이 바뀌었다. 지난 10일 11시 21분께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 심판 청구 사건 선고에서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다음과 같이 주문을 선고했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이 네 어절로 된 문장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불리어 온 유례없는 ‘국정농단’ 사건을 간단히 매듭지었다. 지난해 12월 9일,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고 헌재에 탄핵소추 의결서를 접수한 지 91일 만이었다. 헌재 선고 이후의 변화를 다투어 전하는 뉴스 가운데는 ‘군부대 대통령 사진 철거’ 소식도 끼어 있다. 국방부에서 .. 2020. 3. 16.
에베레스트- ‘등반의 상업화’가 부른 ‘탐욕과 협잡’ [서평] 마이클 코더스의 누구나 산에 오른다. 레저조차 마치 전쟁 치르듯 즐기는 성미 급한 한국인들치고 맞춤한 등산복이나 등산화 등의 장비를 갖추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 주말마다 유명 산은 물론이거니와 지방의 거의 알려지지 않은 산에도 원색의 등산복으로 무장하고 전국에서 몰려든 ‘산악회원’들로 차고 넘친다. 편한 등산복 바지는 사람들의 일상복이 된 듯하고 산 아닌 관광지마다 등산복과 등산화를 갖추어 입은 사람들로 붐빈다. 레저(등산)의 일반화·보편화라고 할 만한 이런 현상에서는 마치 그런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면 ‘신중산층’에서 낙오할지 모른다는 조바심마저 읽힌다. 다시 떠오른 오은선의 칸첸중가 등정 의혹 지리산이나 설악산 같은 높은 산도 곧잘 타는 ‘세미-프로’(?)들이라도 본격 ‘등반’과는 거리가.. 2020. 3. 14.
몸, 삶, 세월 삶과 세월 속에 쇠락하는 몸 언제부터인가 옷을 벗으면 편해졌다. 겉옷이 아니라 속옷까지 죄다 벗고 알몸이 되면 그렇다는 말이다. 그러나 알몸을 드러내는 것을 금기시하는 세상, 선택은 자유롭지 않다. 옷을 벗고 있어도 가능한 공간이란 고작 욕실 정도다. 범위를 조금 더 넓혀보아도 침실을 넘지 못한다. 알몸이 될 수 있는 상황이란 거기가 거기다. 욕실에서 몸을 씻거나 침실에서 속옷을 갈아입을 때다. 몸을 씻고 나서 속옷을 꿰는 일이 번거롭다고 느껴지기 시작한 게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다. 집안에 아내만 있을 때는 맨몸으로 욕실을 나선다. 그리고 이 방 저 방을 거리낌 없이 드나들며 볼일을 본다. 처음에는 민망해하던 아내도 이제는 익숙해졌다. 알몸, ‘옷’으로부터의 해방 옷으로부터의 해방은 모든 구속에서 벗어난.. 2020. 3. 13.
성내운의 목소리로 듣는 신동엽 시인의 ‘진달래 산천’ 고 성내운 교수의 을 들으며 성내운 교수의 시 낭송은 여느 사람의 것과는 다르다. 그의 목소리는 옷깃을 여미게 하는 비장감으로 다가오는가 하면,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격동하는 감정의 분출을 뜨겁게 느끼게 하기도 한다. 그는 김구와 장준하와 문익환의 사자후를 대신 토하기도 하고 신동엽과 고은, 조태일과 김지하의 시를 읊조리며 우리를 당대의 가장 뜨거운 현장으로 이끌기도 한다. 나는 저서를 통해 그를 알았지만, 그가 뜨거운 낭송의 주인공이었다는 것은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야 알았다. 어떤 경로였는지, 그의 시 낭송 1집 테이프가 내 손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는 1989년 12월에 세상을 떠났다. 89년이라면, 민족·민주·인간화 교육을 내걸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출범한 해다. 교육지표 사건이 아니더라도 전교.. 2020. 3. 12.
‘배뱅이굿’의 이은관 명인, 타계 1917~2014년 3월 12일 새벽에 자리 속에서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검색하다가 이은관(李殷官) 옹의 부음을 확인했다. 아, 그이……, 향년 97세라고 했다. 이태만 더 살았더라면 백수(白壽)인데……. 나는 아내를 툭 건드렸다. “여보, 이은관 옹이 세상을 떠났다는구먼. 배뱅이굿의 이은관.” “배뱅이굿? 아, 왔구나, 왔어. 그 영감님?” “그래. 아흔일곱 살이래. 장수했네.” “아, 사는 김에 백수하시지……. 아깝네.” 내가 이은관의 ‘배뱅이굿’을 처음 들은 것은 초등학교에 다닐 때다. 부모님과 한방에서 잤는데 새벽에 잠에서 깬 어른들이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그이의 ‘배뱅이굿’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라디오는 구경하지 못하고 ‘앰프’라고 하여 삐삐선으로 보내주던 유선방송 시절의 이.. 2020. 3. 12.
한 청년의 죽음에 부쳐 그 죽음에 우리 사회가 답하여야 한다 오늘 자 사회면의 한 기사에 오래 눈이 머물렀다. 제목은 “죽음으로 내려놓은 ‘등록금·취업 짐’”이다. 무슨 기사인지는 안 봐도 짐작할 수 있다. 등록금 문제와 취업 문제로 고민하던 한 청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듯하다는 내용이다. 1998년 고려대 정경대에 입학했던 청년은 가난(등록금) 때문에 휴학과 복학, 자퇴를 거듭했다. 2000년 자퇴, 다른 사립대 입학, 자퇴, 고려대 재입학, 휴학과 입대……. 그러다가 그는 결국 2006년 학교를 그만두었다. 전역 후에도 학비 마련이 여의치 않았던 까닭이다. 지난해 8월부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고시원에 머물던 그는 고시원 월세를 체납한 상태에서 1월 중순께 소식이 끊어졌다. 그리고 그는 가출 신고 40일 만인 지난 9일.. 2020. 3.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