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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풍경140

그, 혹은 나의 초가삼간(Ⅰ) 누구나 꿈꾸는 우리의 초가삼간 나이가 들면서 한적한 교외에 ‘그림 같은 집’을 짓는 건 웬만한 가장들이라면 꾸어 볼 만한 꿈일지 모른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나이를 먹으면서 ‘흙’이든 ‘고향’이든 귀촌의 유혹을 겪게 되는 모양이다. 그림 같은 집이라 했지만, 시속(時俗)에 따라 그 그림은 ‘목조’나 ‘통나무’, ‘황토집’ 등으로 바뀌곤 한다. ‘그림 같은 집’의 꿈 그런 사람들이 짓고 사는 집 이야기는 해마다 이어진다. 안동 주변에도 수년 전부터 선배 동료 4~5 가족이 함께 터를 사고 목조 주택을 올려 이웃을 이루었고 가까이는 올 2월에 명퇴로 교단을 떠난 내 친구가 인근 골짜기에 누옥을 마련 중이다. 일찍이 시골에 비싸지 않은 땅을 얼마간 사고 거기 적당한 집을 올리고 사는 걸 노래.. 2019. 8. 20.
개구리밥과 부평초, 그리고 삶 모내기 한 논물마다 개구리밥 풍년 개구리밥과 부평초 산으로 가는 길가 논에 모가 실하게 자랐다. 처음엔 작고 연둣빛이던 포기가 실하게 커지고 빛깔도 거무스레한 푸른빛을 띠면서 논이 어둑어둑해졌다. 논에 가득 찬 물 위에는 개구리밥이 빽빽하게 떠 있다. 흔히 개구리밥이라고 불리는 이 풀의 한자 이름이 부평초(浮萍草)다. 부평초[浮萍草] 의지할 데가 없어 정처 없이 떠도는 신세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형태분석 [+浮萍+草] 명사 (1) 의지할 데가 없어 정처 없이 떠도는 신세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부평초 같은 신세 그는 벼슬에서 물러나 부평초처럼 세상을 떠돌아다녔다. 유의어 부평전봉(浮萍轉蓬) (2) (기본의미) [식물] 개구리밥과에 속한 여러해살이 물풀. 연못이나 논의 물 위에 떠서 산다. 늦가을에 겨.. 2019. 8. 12.
박과 바가지, 그리고 뒤웅박 이야기 농촌의 일상, 자투리땅에도 재배하는 박 이야기 지난 주말에는 장모님 밭에 다녀왔다. 손을 못 대 하우스 안에 무성하게 자란 풀을 좀 매고, 수확 시기를 놓쳐서 곯고 있는 고추를 따기 위해서다. 두어 시간 남짓 땀을 흘리고 나니 하우스 안 인물이 훤해졌다. 딴 고추는 하우스 한복판에 깔아놓은 천막지에다 널었다. 두어 시간 하우스 안에서 몸을 움직였더니 땀이 흠뻑 났다. 하우스에서 나와 밭을 돌아보는데 갑자기 어지럼증이 났다. 아내가 하우스에 오래 있으면 가끔 그렇다면서 쉬라고 했다. 사진기를 꺼내 이것저것 밭과 작물을 찍었다. 농로와 붙은 밭의 비탈면에는 박을 심었다. 적지 않게 따냈는데도 아직 열매를 맺기 시작한 놈부터 제법 굵어진 놈까지 박은 군데군데 열려 있다. 아내가 가끔 내어놓는 박나물도 여기서 .. 2019. 8. 11.
울타리 밑의 ‘꼬마 파수꾼’, 꽈리 이야기 땅속 줄기가 벋어 번식하는 식물, 꽈리 아무렴 어릴 적에 꽈리를 구경도 못 했을까. 그러나 꽈리에 관한 한 내 기억은 깜깜하다. ‘꽈리’를 입에 올렸던 기억은 있지만 정작 박완서의 단편의 주인공 만득 씨가 ‘빨갛게 초롱불을 켜 든 꼬마 파수꾼’이라 표현했던 꽈리에 대한 기억은 까맣다 못해 하얗다. 그 ‘빨간 초롱불을 켜 든 꼬마 파수꾼’을 며칠 전 들른 친지의 집에서 만났다. 경산의 어느 한적한 산골 마을 꼭대기에 지은 처제네 집 마당에서다. 마당 가장자리의 수풀 사이에서 예의 ‘빨갛게 초롱불을 켜 든 꼬마’가 이내 눈에 띄었다. 아내와 처제가 짤막하게 주고받은 대화다. “얘, 저게 여주 아니니?” “웬 여주는! 꽈리야.” 자연과 한참 멀어져 사는 삶이라 눈썰미가 처진다. 아내는 박과의 한해살이풀인 ‘여.. 2019. 7. 31.
꽃과 나무 알기- 관계의 출발, 혹은 삶의 확장 새로 만난 꽃과 나무들 그 꽃을 처음 만난 것은 2012년 늦봄이었다. 안동 임하댐이 건설되면서 그 터전이 수몰되면서 집단이주한 구미시 도개면 일선리의 전주 류씨 세거지에서였다. 반듯한 양반가옥의 대문 옆에 피어 있는 분홍빛 꽃이 해맑고 고왔다. 꽃 이름을 알고 싶었는데 어찌하다 보니 그 꽃을 만난 사실조차 잊어버린 채 여러 해가 지났다. 그 꽃을 다시 만난 건 대엿새 전이다. 동네 도서관 앞 길가에 그 꽃이 피어 있었던 것이다. 나는 단박에 식물·꽃·나무 이름을 알려주는 앱인 ‘모야모’를 통해 그 꽃의 이름을 알았다. ‘분홍 낮 달맞이꽃’, 이름은 관계의 출발점 이름도 그 해맑은 아름다움과 어울렸다. 나는 ‘달맞이꽃’은 알지만 ‘낮 달맞이꽃’이 따로 있는지는 몰랐다. 하기야 세상에 우리가 모르고 있는 .. 2019. 7. 25.
도라지, 도라지꽃, 도라지 고갯길 도라지꽃의 계절 요즘 일주일에 서너 번은 아파트 뒷산을 오른다. 시간은 대체로 오전 6시부터 9시 사이다. 좀 빠른 걸음으로 내달으니 숨이 가쁘고, 오르막도 단숨에 오르기 때문에 무릎에 부담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도 그런 방식을 버리지 않는 것은 그래야 운동 효과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것은 체력 때문에 내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는 아내가 따로 평지를 걷는 이유이기도 하다. 산길 어귀마다 부지런한 주민들이 일구어 놓은 손바닥만 한 밭뙈기가 흩어져 있다. 거기 얼마 전부터 도라지꽃이 활짝 피었다. 그 하얀빛과 보랏빛의 꽃을 바라보는 것도 산행이 주는 즐거움 중 하나다. 그런데 요즘 주변을 둘러보면 곳곳에 도라지꽃이다. 산 아래에 난 길옆, 지난해 출퇴근하던 숲길 주변의 좁은 도로 옆은 말할 것도 없고, .. 2019. 7. 20.
탑을 품에 안은 연꽃 연꽃이 둘러싼 안동시 일직면 조탑리 5층전탑 안동시 일직면 조탑리에 연꽃이 한창이라는 소문을 듣고 벼르던 끝에 조탑리를 찾은 건 오늘 오전이다. 굳이 오전에 서둔 까닭은 연꽃 구경은 오전 시간대가 가장 알맞기 때문이다. 예년에 비교해 개화 시기가 늦어졌다고 하지만, 이미 절정은 지나 만개하는 꽃 한쪽에선 서둘러 꽃이 지고 있었다. 조탑리는 중앙고속도로 남안동 나들목으로 들어가는 어귀에 있는 마을이다. 마을 한가운데에 통일신라 시대에 만들어진 조탑리 5층 전탑(보물 제57호)이 서 있다. 탑은 유홍준의 에는 ‘사과밭 가운데’ 있다고 쓰여 있지만, 그 과수원은 없어진 지 오래다. 관광 유적지를 꾸미는 데 면이라고 해서 뒤질 리 없다. 지난해부터 일직면에서는 전탑 부지 2천여 평에다 천여 개의 대형 플라스틱 .. 2019. 7. 18.
능소화, 돌담에 기대어 등을 내 거는 꽃 능소화, ‘금등화(金藤花)’, ‘양반꽃’이라고 불리는 꽃의 계절 능소화(凌霄花)의 계절이다. 한여름엔 꽃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능소화는 다른 꽃들이 더위에 지쳐 허덕이고 있을 때 담장을 타고 하늘로 기어올라 주황색 고운 꽃을 피우는 것이다. ‘능소(凌霄)’란 ‘하늘을 뚫고 치솟아 오르다’의 뜻이다. 한여름 땡볕 속에 지치지도 않는 듯 하늘을 향해 휘감아 오르는 능소화의 모습에서 그런 이미지를 찾기란 어렵지 않다. 능소화는 달리 ‘금등화(金藤花)’라고도 부르는 모양이다. 등나무와 비슷하지만, 훨씬 아름다운 꽃을 피우니 ‘금(金) 자’를 붙여 금등화라 부른 것이다. 능소화는 꽃이 질 때도 깔때기 모양의 꽃송이가 시들지 않고 싱싱한 상태로 쏙 빠져서 아주 깔끔하게 떨어지는 특징이 있다. 빛깔이나 모양.. 2019. 6. 27.
사라진 모래톱, 낙동강 제1경 상주 경천대(擎天臺) 낙동강 제1경, 모순형용의 ‘녹색성장’, 그 민낯 지난 주말 상주 경천대에 다녀왔다. 토요일 아침, 뭔가 허전해서 어디라도 다녀올까 했더니 아내가 군말 없이 따라나서 준 것이다. 경천대로 떠난 것은 얼마 전 거기 나들이를 다녀온 동료들의 얘기를 듣고서였다. 내가 경천대를 처음 찾은 것은 1990년께였고 마지막으로 거길 다녀온 것은 1995년이었다. 거기서 베풀어진 백일장에 학교 아이들을 데리고 간 것이다. 5월 말이었던 듯한데, 오르는 산길에 무르익고 있었던 밤꽃 향기가 아련하게 떠오른다. 20년 만에 찾은 경천대 경천대와 이어진 무슨 옛 기억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굳이 경천대로 떠난 것은 4대강 사업 뒤에 경천대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낙동강 줄기에서 벌어진 이 사업 이후 내가.. 2019. 6. 23.
상주 공검지(恭儉池), 그 논 습지의 연꽃 삼한 시대에 축조되었다는 저수지 상주 ‘공갈못’ 상주 공검지(恭儉池)를 다녀온 건 지난 13일, 8월의 마지막 연휴였다. 그리고 두 주가 훌쩍 흘렀다. 무더위 속에 바다나 산이 아니라 굳이 내륙으로 들어간 것은 공검지의 연꽃을 보고 싶어서였다. 지역 텔레비전 방송의 배경 화면에서 만난 거대한 연꽃 단지에 나는 단번에 꽂혔는데 그게 공검지였다. 삼한 시대의 저수지 ‘상주 공검지’ 안동에서 상주까지는 한 시간 남짓 걸렸다. 가는 길에 예천군 용궁면의 산택지(山澤池) 연꽃공원에도 들렀다. 약 4천 평 부지에 자생 연꽃이 피는 연못 산택지는 말하자면 이번 외출의 덤이었다. 사진 찍기에 도움이 되긴 했지만, 연못 안에 세운 팔각정과 거기 이어진 나무다리 따위의 인공 시설물이 ‘옥에 티’였다. 공검지가 있는 상주시.. 2019. 6. 19.
[사진] 주산지(注山池), 왕버들과 물안개의 호수 경북 청송군 주왕산면 주산지의 왕버들 풍경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주산지는 경상북도 청송군 부동면 이전리, 주왕산의 남쪽 끝자락에 자리 잡은 저수지다. 조선 숙종 46년(1720)에 쌓기 시작하여 이듬해인 경종 원년(1721)에 완공되었다. 이 물로 산 아래 60여 가구가 6천여 평 남짓한 논밭에 농사를 짓고 있다 한다. 주산지는 길이 100m, 넓이 50m, 수심 8m 정도의 아담한 호수에 불과하지만, 지금까지 아무리 가뭄이 들어도 못물이 말라 바닥이 드러난 적이 없다고 한다. 특히 호수 속에 자생하는 약 150년생 능수버들과 왕버들 30수는 이 외진 못의 상징이 되었다. 왕버들은 원래 호숫가나 물이 많은 곳에서 자라는 높이 약 20m, 지.. 2019. 6. 12.
울진 소광리의 금강소나무 숲 ‘금강송’ 대신 ‘황장목’으로 쓰자 어저께 치악산에서 열린 ‘황장목 숲길 걷기’ 관련 텔레비전 뉴스에서 ‘금강송’이 일제 강점기 때 일제가 붙인 이름으로 ‘황장목(黃腸木)’으로 써야 한다고 했다. 무심히 ‘금강소나무’니, ‘금강송’이니 하고 써 왔는데 정작 국어사전에서는 검색해 봐도 실려 있지 않다. 조선시대 왕의 관을 짤 때 쓰던 우리나라 최고 품질의 소나무가 황장목이다. 두꺼운 껍질과 단단한 재질에다, 속살이 누렇다고 하여 ‘황장목’이라 불린다. 황장목은 “경상북도 봉화군 춘양면과 소천면 일대의 산지에서 자라는 소나무”라는 ‘춘양목(春陽木)’으로도 불리지만, 대체로 ‘금강송’이란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왔다. 그런데 이게 일제 식민지의 찌꺼기 말이라고? 산림청 울진국유림관리소가 가꾸고 있는 금강소나무 .. 2019. 5.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