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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풍경

탑을 품에 안은 연꽃

by 낮달2018 2019.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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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이 둘러싼 안동시 일직면 조탑리  5층전탑

▲  안동시 일직면 조탑리의  5층 전탑(보물 제57호).  주변에 연꽃이 한창이다 .

안동시 일직면 조탑리에 연꽃이 한창이라는 소문을 듣고 벼르던 끝에 조탑리를 찾은 건 오늘 오전이다. 굳이 오전에 서둔 까닭은 연꽃 구경은 오전 시간대가 가장 알맞기 때문이다. 예년에 비교해 개화 시기가 늦어졌다고 하지만, 이미 절정은 지나 만개하는 꽃 한쪽에선 서둘러 꽃이 지고 있었다.

 

조탑리는 중앙고속도로 남안동 나들목으로 들어가는 어귀에 있는 마을이다. 마을 한가운데에 통일신라 시대에 만들어진 조탑리 5층 전탑(보물 제57)이 서 있다. 탑은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는 사과밭 가운데있다고 쓰여 있지만, 그 과수원은 없어진 지 오래다.

 

관광 유적지를 꾸미는 데 면이라고 해서 뒤질 리 없다. 지난해부터 일직면에서는 전탑 부지 2천여 평에다 천여 개의 대형 플라스틱 함지를 놓고 거기다 40여 종의 연꽃을 심었다. 홍색과 백색, 소형에서 대형까지 갖가지 연이 꽃을 피운 풍경은 볼만하다. 플라스틱 함지가 눈에 다소 거슬리긴 하지만. [관련 기사 : 저 혼자 서 있는 탑들]

 

전탑 부지로 들어가는 어귀에다 조탑리 연꽃공원이라는 약식 아치가 서 있다. ‘탑을 품에 안은 연꽃도 거기 쓰인 구절이다. 비록 플라스틱 함지가 연못을 대신하고 있긴 하지만 연꽃은 제대로 된 조합이다. 원래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봉안하기 위한 건축물로 시작된 게 불탑이고, 불교에서 만물을 탄생시키는 창조력과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고 믿어지는 게 연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길 찾았을 때 연꽃과 저쪽 끝에 심어놓은 메밀꽃은 거의 끝물이었다. 9월이었는데, 마치 철 지난 들녘처럼 쓸쓸했었다. 그러나 한 달쯤 이른 올해는 다르다. 꽃도 풍성했고, 탑과 꽃을 찾아온 답사객들이 꽃 사이에서 의좋게 사진을 찍는 모습도 보기에 좋았다. [관련 글 : 탑과 메밀밭]

 

하얀 양산을 든 중년 여인의 모습이 연꽃 사이에서 잘 어울렸다. 마치 여인은 갓 열여덟, 여고생처럼 사뿐사뿐 내 시야를 어지럽혔다. 사진을 찍어달라는 중년 부부를 위해 셔터를 눌러 주고 나서 탑 저편 마을, 작가 고 권정생 선생이 살던 집을 찾아 나는 탑을 떠났다.

▲  탑돌이를 하고 있는 임부  ⓒ  안동시청

 

2009. 8. 23.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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