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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길 위에서 530

두 교사는 어떻게 국가보안법 ‘피고인’이 됐나 2심 무죄 선고까지 5년 8개월…… 이 교사들의 빼앗긴 시간현실 정치 상황과는 무관하게 소시민들은 자유를 누리며 살고 있다고 여기기 쉽다. 여기서 자유란 ‘남에게 구속받거나 무엇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뜻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라는 사전적 뜻으로의 자유다. 가끔 ‘표현과 사상의 자유’ 문제가 정치적 현안으로 떠오르기도 하지만 그게 내 삶의 어떤 부분과 겹쳐지리라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는 말이다. 경북의 중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던 배용한(65·수학), 박무식(54·영어)도 그런 소시민들과 다르지 않았다. 이들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이었고, 시민단체인 6·15 대구·경북본부 상임대표(배용한)와 안동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정책실장(박무식)이었다는 점이 여느 소시민과 달랐을 뿐이었다. 2011년 6월 19.. 2019. 9. 24.
세월 벗이 떠난 뒤 20년 …, 이제 그리움조차도 바래었다갑자기 그가 왜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간 지 벌써 20년이 넘은 친구다. 그는 자기 고향 앞산에 묻혀 있다. 그의 무덤을 찾아가 본 게 까마득하다. 글쎄, 무덤을 찾은들 무엇하랴, 허망해서였다. 고단한 삶은 때로 사람을 추억 속에 머물게 해 주지 않는다. 압도적인 시간의 중력 앞에 인간은 무력한 존재 그는 죽었고 세상과 세월은 그것과 무관하게 흘렀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때로 그런 세월 앞에 마치 무시당한 것 같아 분하기도 하다. 그러나 그게 시간이고 세월이다. 우리는 이 압도적 시간의 중력 앞에서는 무력한 존재일 뿐이다. 1988년 1월, 그의 죽음을 전해 들었을 때는 물론, 그를 산에 묻고 돌아와서도 나는 오랫동안 그의 죽음을 믿을 수 .. 2019. 9. 23.
‘형’을 찾아서 20년 전에 떠난 벗의 아우, 그의 ‘형’ 찾기친구·애인만큼 가족을 ‘진짜’ 알고 있나요? 설날 처가에서 처조카 녀석의 컴퓨터를 뒤적이다가(이젠 이 정보통신기기가 책을 대신하고 있으니 이렇게 표현해도 무방하지 싶어서 쓴 표현이다.) 의 “샐 위 패밀리 인터뷰?”라는 기사를 읽었다. “친구·애인만큼 가족을 ‘진짜’ 알고 있나요? 제삼자가 돼 가족을 바라보고 질문해 보실래요?”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글이다. ‘즐거운 나의 집’은 동화 속 얘기다. 대부분의 가족은 오해와 무지와 무관심이 8할이다. 친구, 애인, 직장 동료를 아는 것의 절반만큼이나 내 아버지, 내 어머니, 내 동생, 내 누나, 내 언니를 알까. 모든 걸 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가족에 대해 정말 알고 있는 것일까. 중요한 것은 묻지 못하고 ‘.. 2019. 9. 23.
김치와 단무지, 혹은 선린 교류 일본 우익들의 김치 관련 망언에 부쳐 때아닌 때에 ‘김치’가 화제로 떠올랐다. 일본 우익 케이블 방송 가 김치에 대한 비하 망언을 쏟아냈고 이 소식을 들은 소설가 이외수 씨가 일침을 가했다는 이야기다. 우익(사실은 극우다)이란 이 나라나 그 나라나 수준이 거기가 거기다. 일본 의 ‘김치’ 비하 내용인즉, 가 일본 여성들이 가장 좋아하는 냄비 요리가 김치찌개라는 조사결과를 보도하자 이를 의심한 가 직접 거리 설문 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결과는 역시 같았다. 이런 내용을 방송하면서 의 진행자들은 ‘승복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이런저런 토를 달면서 ‘김치’를 깎아내렸다는 것이다. “코리아타운 외에도 김치찌개를 좋아하는 일본인이 많다니 정말 의외다.” “일본인들의 미각이 얼마나 질 나쁘게 떨어졌나를 반영하는 결과.. 2019. 9. 20.
택호(宅號)…, 그 아낙들에겐 이름이 없다 부인 이름 대신 쓰이는 ‘택호’ 지난 주말에 벌초를 다녀왔다. 내 본관인 인동(仁同)은 칠곡군 인동면이었으나 구미시가 커지면서 거기로 편입되어 구미시 인동동이 되었다. 인동 인근에 우리 집안의 선영이 꽤 많다. 구포동의 솔뫼 부근에 6기를 비롯하여 구평동에도 9대조 내외분을 합장한 산소가 있다. 구평동 산소는 뒷산에 벼락 맞은 큰 바위가 있어 ‘불바우’[화암(火巖)]라고 불리는 동네에 있다. 그 동네는 지금은 코앞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있는 도시 변두리로 편입되었지만, 예전에는 불바우라는 이름이 친근한 촌 동네였었다. 마을 입구에 예전에 없던 ‘불바위’와 ‘火巖’이라 새긴 커다란 자연석이 서 있었다. 우리 집안에는 이 마을 이름을 택호로 쓰는 어른이 두 분 계셨다. 내게 삼종조부가 되는 ‘화암 할배’.. 2019. 9. 19.
“독도는 침략과 식민지배의 원점이자 그 상징” 2012년 일본 지식인들의 독도 문제에 관한 ‘대국민 호소’마침내 내년 신학기부터 일본 초등학생은 한국 영토인 독도(일본이 주장하는 명칭: 다케시마)가 일본의 ‘고유영토’이고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억지 주장이 실린 새 교과서로 공부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왜곡된 역사를 배우면서 자라게 되면 이 터무니없는 ‘국경 분쟁’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를지도 모른다. 일본의 노림수는 거기 있을 것이다. 우리 베이비 붐 세대에게는 독도 문제가 전혀 심각하지 않은, 일본이 가끔 주절대는 흰소리 수준에 그쳤다. 아무도 그걸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는 얘기다. 1982년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노래가 히트했을 때, 새삼스럽게 그런 노래가 나온 배경이 쉬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은 그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 독.. 2019. 9. 15.
무연고 사회 - 누구나 외롭게 죽어갈 수 있다 무연고 사회, 고독사와 무연사 지난 7월, 서울의 한 임대아파트에 살던 탈북 모자의 죽음이 두 달이 지나 발견되었다. [관련 기사 : 탈북 모자의 죽음, 두 달간 아무도 몰랐다]. 이번 한가위 뉴스는 ‘무연고 사망이 5년 새 갑절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관련 기사 : 쓸쓸한 마지막 길…무연고 사망자 5년 새 2배로 늘어] 이런 소식은 더는 놀랍지 않을 만큼 일상이 되었다. 곡절과 무관하게 “곁을 지켜주는 사람 없이 홀로 살아가다, 또 홀로 세상을 떠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지금도 가족의 해체든, 가난과 병고든 누군가 외롭게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2011년 방송대상(지역 다큐멘터리 TV)을 탄, 의 ‘무연고 사회’를 시청하고 쓴 글이다. 일찌감치 사회적 문제 제기가 되었지만, 후속 조처는 그.. 2019. 9. 14.
4·3 예순세 돌에 4·3항쟁 63돌(2011) 제주 4·3항쟁 예순세 돌이다. 마침 일요일이라 신문이 없는 날이다. 며칠 전 에서 본 4·3평화공원의 행방불명인 표석 사진이 아니었다면, 에 실린 블로그 기사가 아니었다면 기억하지 못하고 넘어갈 뻔했다. 하기야 기억한들 무어 달라질 게 있겠는가만. 띄엄띄엄 들리는 소식은 4월 1일에 베풀어진 기념식에 예년과 달리 국무총리가 참석했다는 것, 제주 4.3사건 희생자 결정 무효 등을 주장하며 일부 보수단체 인사들이 4·3 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가 각하됐다는 것들이다. 반역사, 몰역사적 퇴행은 요즘, 이 나라의 익숙한 풍경들이다. 인터넷에 접속하니 구글의 로고가 색다르다. 지난 여성의 날에도 독특한 로고로 그날을 기념한 바 있어 눈이 번쩍 뜨였다. 그러나 구글의.. 2019. 9. 14.
차례상에 ‘홍동백서(紅東白西)’는 없다? 성균관에서 “차례상 규칙, 근거가 없다”고 발표한가위를 앞두고 명절 차례와 관련된 기사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조상 대대로 내려온 오래되고, 감히 아무도 바꿀 수 없다고 여겼던 명절날 의례의 관습을 무화하는 듯한 꽤 무거운 소식이다. 그런데 웬일인지 한두 매체 외엔 모두 이를 뜨악하게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성균관, “차례상 규칙, 근거가 없다.” “홍동백서(紅東白西) 등 차례상 규칙 근거 없다.”“차례라는 말 자체가 기본적인 음식으로 간소하게 예를 표한다는 의미”“(비용이 많이 든다고 하는데 간소하게 차리고) 가짓수를 줄이는 것이 올바른 예법이다.” 홍동백서? 4대 봉제사(奉祭祀)에다 한가위와 설날 차례까지 모두 10번쯤 제사를 모셨던 집안에서 자란 내게는 익숙한 성어(成語)다. 어릴 적부터 선친으로부.. 2019. 9. 13.
육군훈련소 57년(2008), ‘논산’을 생각한다 논산훈련소, 추억과 역사오늘 보도에 따르면 육군은 신병훈련 기간을 지금처럼 5주로 유지하고, 20㎞ 철야 행군도 시행하기로 했다고 한다. 복무기간이 21개월에서 18개월로 단축됨에 따라 신병훈련 기간도 5주에서 4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5주를 유지하기로 했다는 것이다.1977년 5월에 징집된 나는 흔히 ‘논산훈련소’로 불리는 육군 제2 훈련소에서 6주간 신병훈련을 받고 이등병 계급장을 달았다. 훈련이 거의 끝나 갈 때, 우리 다음 기수는 신병훈련 기간이 4주로 준다는 걸 알았다. 모두가 불운을 한탄하고 말았는데, 4주로 줄었던 기간은 다시 5주로 바뀌었던 모양이다.다음은 2008년, 제2 훈련소 57주년에 쓴 글이다. 11년이 흘러 올해, 논산훈련소는 68돌을 맞게 된다. 우리는 입소해서 퇴소할 .. 2019. 9. 12.
<순이 삼촌>은 여전히 눈을 감지 못하고 있다 현기영의 중편소설 을 통해서 만나는 4·3제주에서 돌아온 다음 날, 4·3 항쟁 예순한 돌 기념일을 맞는다. 관광버스로 돌아다녔을 뿐이지만 제주도 일원에서 회갑을 넘긴 4·3에 대한 분위기를 느끼기는 쉽지 않았다. 가끔 사거리 중앙에 서 있는 ‘4·3사건 위령제’를 알리는 하얀 선전탑만이 외로웠을 뿐이다. 아이들은 2학기 작문 시간에 발표하는 현기영의 중편소설 을 통해서 4·3을 만난다. 4월에 공부하면 좋을 텐데, 어쩌다 보니 날짜가 맞지 않는다. 그러나 아이들은 봄의 유채꽃과 제주의 파란 바다를 떠올리며 을 배우니 작품 이해에는 한결 도움이 되는 듯하다. 지지난해부터 이태 동안 아이들이 내게 보낸 발표 자료를 훑으면서 머릿속으로 소설을 재구성해 본다. 은 1949년 1월 북제주군 조천읍 북촌리에서 벌.. 2019. 9. 11.
벌초 이야기(3) 연례행사 벌초가 돌아왔다 집안 형제들 모이는 연례행사 벌초 어제 벌초를 다녀왔다. 걱정했던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축축한 날씨가 좀 더웠다. 아침 7시 반에 집안 형제들과 만났다. 손아래의 10촌 동생과 그 아래 8촌 셋이 모여 다섯이다. 지난해 결혼한 막내는 올핸 빠졌다. 그러나 다섯이 모이면 든든하다. 연례행사 ‘벌초’ 준비하기 벌초는 연례행사다. 한가위를 앞두고 인동에 사는 10촌 동생이 ‘아무 날에 벌초한다’는 통문을 돌리면 나는 슬슬 바빠지기 시작한다. 먼저 창고에서 예초기를 꺼내 이것저것 손질해 둔다. 일 년에 단 한 번 쓰고 처박아 두지만, 이 기계가 벌초의 성패를 결정짓기 때문이다. 날이 일주일쯤 앞으로 다가오면 페트병에 사 온 휘발유를 윤활유와 섞는다. 비율 따위에 신경 쓰지 않고 대충했다가 기계가 통 힘을 제대로.. 2019. 8.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