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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길 위에서 504

어떤 백일몽 중년 사내의 가슴의 뚫린 황량하고 어두운 통로… ‘젊은 여자’가 유난히 눈에 밟히는 날들이 계속되었겠다. 오해할 필요는 없다. 무슨 신이라도 내린 듯, 짬만 나면 디지털카메라 마니아들의 SLR(Single Lens Reflex) 포럼을 드나들었고, 거기 실린 아름다운 사진 속의 여인들을 원 없이 만났다는 얘기다. 세련된 아웃포커싱(배경을 흐릿하게 처리하면서 피사체만을 선명하게 표현하여 피사체를 부각하는 촬영)으로 잡힌 고운 색감의 배경 속에서 여자들은 ‘존재’만으로도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그들은 대학 교정에서, 하오의 공원에서, 저무는 들녘에서 무심한 눈길로 렌즈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 방심한 시선 속에 담긴 것은 꼼짝없이 낡고 오래된 세월에 대한 도전과 멸시 같았다. 중년의 일상과 젊음의 낙관과 오만.. 2019. 4. 22.
‘통일 트랙터’, ‘분단의 선’을 넘을 수 있을까 [현장] 통일 트랙터 추진 의성지역 운동본부 결성식 지난 4월 18일 오전 10시, 경북 의성군청 앞에서 “통일 트랙터야, 분단의 선을 넘자!”는 구호를 내걸고 통일 트랙터 보내기 의성운동본부(아래 운동본부) 결성 기자회견이 열렸다. 참가자들은 남북과 북미 정상회담 등 한반도에서 부는 평화의 바람에 발맞추어 통일 트랙터 보내기 운동으로 남북공동선언 실현을 위한 자주적 교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운동본부가 구매한 통일 트랙터 옆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에서 결의한 대로 트랙터 100대를 끌고 ‘분단의 선을 넘어 북녘땅 논밭 봄갈이를 실제로 진행하자’고 제의했다. 운동본부는 또 당면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 남북 철도와 도로 연결을 위한 여론 조성사업을 힘 있게 전개하.. 2019. 4. 19.
세월호 5주기 추모제, 구미의 엇갈린 ‘측은지심’ 세월호 5주기, 여전히 TK의 눈길이 곱지 않은 까닭 자유한국당 전 현직 국회의원의 막말 행진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참사 5주기 추모 행사는 전국 곳곳에서 베풀어졌다. 다섯 번째로 맞는 봄은 유가족들에게 여전히 아픔과 그리움을 환기하는 시간이고, 추모객들에겐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전혀 이루어지지 못한 상황에 대한 답답함과 미안함이 교차하는 시간이다. 16일 구미역 앞에서 정오부터 시작된 서명운동과 책 전시 등 시민 캠페인에 이어 오후 6시부터는 세월호 5주기 구미 시민추모제가 열렸다. 2014년에 여러 차례 밝혔던 촛불문화제가 어제 일처럼 떠올랐다. 시민들은 걸음을 멈추고 서명에 참여하거나 전단을 받아들고 흘낏 서명대를 돌아보며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2014년에 세월호 촛불 때의 공기도 무심하기는.. 2019. 4. 17.
차명진, 선량의 꿈은 접고 ‘착한 이웃’으로 돌아가라 세월호 유족을 향한 차명진의 ‘패륜적 막말’에 부쳐 세월호 참사 5주기다. 아침부터 자유한국당의 한 전직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차명진이라는 이름이 귀에 익더니 2010년에 ‘최저생계비로 한 달 나기 희망UP캠페인’의 릴레이 일일체험 참여 후기에서 ‘황제의 삶’을 누렸다고 설레발을 치다가 여론의 몰매를 받았던 바로 ‘그분’이다. [관련 글 : 차명진, 부천 소사의 ‘머슴’에서 ‘황제’로] 세월호 5주기에 쏟아낸 막말 17·18대 국회의원을 지낸 자유한국당 차명진 전 의원(현재 경기 부천 소사 당협위원장)이 어제(15일) 세월호 참사 유족들을 향해 쏟아낸 막말은 듣는 이의 귀를 의심하게 할 정도다. 그것은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쳐 먹고, 찜 쪄먹고, 그.. 2019. 4. 16.
[근조] 세월호 5주기- ‘에스토니아’ 이후, 혹은 ‘세월호 이후’ 세월호 5주기 16일, 우리는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는다. 주변에 “아직도 세월호냐”고 묻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들이 특별히 다른 이들보다 야박한 심성을 가진 이여서가 아니다. 단지 남의 고통을 내 것으로 이해하는 힘, ‘공감’ 능력을 스스로 발현하지 않았을 뿐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아이들의 죽음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분노했는가. 그것은 상대의 불행과 슬픔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임으로써 가능했던 슬픔이고 분노다.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것인 양 이해하는 것, 역지사지든, 공감이든 그들은 거기 이르지 못했을 뿐이다. 세월호 5년, 정권까지 바뀌었지만, 아직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여전히 세월호 참사를 책임져야 할 보수 정치세력의 끊임없는 방해와 폄훼 탓이다. 그런 뜻에서 1994년 사고 이후 3.. 2019. 4. 14.
가을 나들이-그림, 책, 사람을 만나다 선배 조영옥 시인의 그림 전시회 얼마 전 책상 옆 서가에 챙겨두었던 보랏빛 단행본 한권이 눈에 들어왔다. 꺼내 보고서야 그간 꽤 경황없이 살았다는 생각을 했다. 지난 2월 퇴임 모임에 참석한 선배가 전해준 조영옥 선생의 스케치와 글모음 이다. 늘그막에 그는 그림을 시작했다 지난 2월을 끝으로 조영옥 선생도 나와 같이 교직을 떠났다. 물론 그는 정년을 맞아서다. 1989년 해직 동지로 우정을 나누어 온 세월이 어느덧 27년이다. 1990년도였던가, 당시 에 나는 ‘넉넉한 옷섶의 맏누이’라며 그이 이야기를 기사로 쓰기도 했다. 말 그대로다. 어쨌든 그가 살아온 삶이 그랬다. 조직의 이해를 개인의 손익에 앞세우면서 남들이 꺼리는 역할을 마다치 않았던 사람이다. 똑똑하면서도 자기 이해에 밝은 후배들도 그이 앞에.. 2019. 4. 14.
1919년 4월,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사람들 임시정부 초대 국무원과 임시의정원을 꾸린 독립운동가들 이른바 ‘가(假) 정부’ 수립을 논의해 온 일군의 망명 독립운동가들이 이국땅 상하이 프랑스 조계지에서 ‘대한민국’을 국호로 민주 공화제 정부를 수립한 것은 1919년 4월 11일이다. 1910년 8월 29일 강제합병조약으로 대한제국(帝國)이 사라진 지 3147일 만에 ‘대한민국(民國)’은 삼천만 동포의 새로운 희망으로 태어난 것이었다. 이날 구성된 임시정부 각료는 모두 7명이다. 국무총리제를 택해 국무총리에 이승만, 내무총장 안창호, 외무총장 김규식, 법무총장 이시영, 재무총장 최재형, 군무총장 이동휘, 교통총장 문창범이 임시정부를 이끌어 갈 소임을 맡은 것이다. 주필로 독립협회에서 활동했고, 왕정 폐지와 공화국 수립을 도모한 죄로 복역한 뒤, 미국으.. 2019. 4. 12.
일본의 ‘과거’ ‘소환’-새 지폐 도안인물로 시부사와 에이이치 선정 일본, 새 1만 엔권의 도안 인물로 시부사와 에이이치 선정 일본이 새 1만 엔권의 새 도안 인물로 제일국립은행(국립의 의미는 국법에 따라 설립되었다는 것으로 실제 민간은행)과 도쿄증권거래소 등 500여 개 기업을 설립한, ‘일본 자본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시부사와 에이이치(澁澤榮一, 1840~1931)를 선정했다고 한다. 현행 1만 엔권의 주인공은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 1835~1901)다. 후쿠자와도 갑신정변의 주역을 지원하는 등 한국과 만만찮은 인연이 있었지만, 시부사와는 그 정도를 훨씬 뛰어넘는다. 시부사와는 1878년에 부산에 제일국립은행(현 미즈호은행) 지점을 설립하고 이후 금융과 화폐 분야에서 일본 정부를 대리해 조선에서 여러 가지 특권을 확보했다. 1901년 대한제국은 금본위제도 채택.. 2019. 4. 11.
[사진] 100년 만에 재현된 구미 임은동 만세운동 100년 만의 재현, 구미 임은동 만세운동 지난 4월 8일, 구미시 임은동 소재 왕산초등학교 강당과 왕산허위선생기념관 일원에서 소리극 ‘왕산 허위 선생’과 100년 전의 만세운동 재현 행사가 열렸다. 1919년 3·1운동의 불길이 전국으로 번져 한 달여 후인 4월 8일에 구미 임은동 동산에서 벌어진 야간 만세운동을 꼭 100년 만에 재현한 것이다. 이날 왕산초등학교 강당에서 베풀어진 영남민요연구회 구미지회의 소리극 ‘왕산 허위 선생’은 왕산의 주요 행적을 연극으로 재현하면서 사이에 토속민요를 연창하는 방식의 공연이었다. 이 행사는 영남민요연구회의 제11회 ‘구미아리랑제’를 겸한 행사였다. 왕산초등학교 강당에 들어설 때만 해도, 관객이 얼마나 올지 등에 대해서 조마조마한 기분이었는데 행사 시작 전에 금방 .. 2019. 4. 10.
조선인 강제노동에 대한 대법원 배상 판결과 ‘메이지(明治) 일본의 산업혁명 유산’ 일제의 강제동원에 대한 대법원 배상 판결과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 유산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은 일본 기업 신일철주금에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내렸다. 1941~1943년 일본제철소에 강제 동원됐던 피해자 네 명이 2005년 우리 법원에 소장을 제출한 지 13년 8개월 만이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피해자들이 일본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 배상 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 원을 배상하라”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신일철주금이 가해 기업인 구 일본제철과 법적으로 동일한 회사인지에 대해 “원심과 같이 법적으로 동일한 기업으로 인정된다”며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이 사건은 이들 피해자들이 낸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일본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 2019. 4. 10.
차명진, 부천 소사의 ‘머슴’에서 ‘황제’로 선량 차명진, 6300원짜리 ‘황제의 삶’을 누리다 ‘6300원짜리 황제의 삶’이 화제다. 하루분 최저생계비 6300원으로 먹을거리를 해결하는 것은 물론, 문화생활까지 누리고 기부까지 했다는 이 화제의 주인공은 한나라당 차명진(51·부천 소사) 의원이다. 이는 가히 ‘오병이어’의 기적 이래 가장 빛나는 기록이 될지도 모르겠다. [ 기사 보기] 6,300원짜리 ‘황제의 삶’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에서 실시하는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위한 ‘최저생계비로 한 달 나기 희망UP캠페인’의 릴레이 일일체험 참여 후기에서 그가 한 얘기다. 당연히 이 소식에 대해 누리꾼은 환호작약(?)하고 있다. 차명진 누리집 자유게시판에 오른 누리꾼의 반응 중 으뜸은 ‘부천 소사의 머슴에서 황제로 급승격’이다. 참여연대에서는 최저생계비.. 2019. 4. 5.
<순이 삼촌>과 너븐숭이를 아십니까 제주 여행 중 찾은 ‘너븐숭이’, 그리고 현기영의 1980년 광주의 오월은 ‘민주화운동’이라는 정부의 공식적 평가와 무관하게 ‘항쟁(抗爭)’ 또는 ‘민중항쟁’으로 불린다. 마찬가지로 1947년에서 1954년까지 8년여 동안 전개된 제주의 4·3도 공식적으로는 ‘사건’이지만 자연스레 ‘항쟁’으로 불리고 있다. 광주의 오월이 신군부의 독재에 대한 저항으로 출발한 것에 비기면 남로당 무장투쟁이 포함된 4·3은 성격이 조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4·3에 ‘항쟁’이 자연스레 붙는 이유를 제주 출신의 작가 현기영은 매우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한 공동체가 멜싸지는데 가만히 있을 수 있는가 말이야. 이념적인 건 문제가 아니야. 거기에 왜 붉은색을 칠하려고 해? 공동체가 무너지고, 누이가 능욕당하고, 재산.. 2019. 4.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