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길 위에서 529

8·15를 위한 북소리 성내운 교수의 목소리로 듣는 정희성 시 ‘8·15를 위한 북소리’ 고 성내운(1926~1989) 교수의 목소리로 정희성의 시 ‘8·15를 위한 북소리’를 듣는 아침이다. 광복 74돌을 맞지만, 여전히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분단의 질곡 속에 우리는 ‘부자유’하다. ‘식민주의’와 그 ‘괴뢰(꼭두각시)’, ‘압제자’와 ‘이방인’, 그리고 그 ‘추종자’들의 평화 속에, 그들의 풍요한 ‘부동산’과 안락한 ‘잠’, 그들의 ‘음모’ 앞에 우리의 ‘꿈’과 ‘사랑’은 ‘슬픔’으로 ‘눈물’을 흘린다.  그러나 우리들 ‘형제’의 ‘몸’과 ‘영혼’을 던져 저 북을 울리면 ‘새벽’이 오고 ‘해’가 떠오르며 ‘새로운 하늘과 땅’을 경배하리라.  아직 그날은 오지 않았다. 그날이 오면, ‘겨울’이 가르쳐 준 모든 ‘언어’, 모.. 2019. 8. 15.
주말 노동 아내의 요청으로 멸치를 다듬다 지난 9월의 일이다. 아내는 집에 없었다. 군에 있던 아들 녀석이 예고 없이 특박을 나왔고, 딸애는 스파게티를 해 달라는 제 동생의 주문에 따라 주방에서 음식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아들 녀석은 헤드셋을 끼고 컴퓨터 앞에 아예 좌정해 버렸다. 딱히 할 일이 없어서 티브이를 켜 놓고 멀거니 화면에 눈을 주고 있는데 문득 아내의 부탁이 떠올랐다. “언제, 시간 나면, 냉동실에 있는 멸치, 똥 빼고 다듬어 놓아 줘요. 하지만 대가리를 버리면 안 돼요.” 즐겨 먹는 된장이나 국 따위에 통으로 든 멸치를 나는 혐오하는 편이다. 국물에 푸근히 몸을 담가서 우려낸 국물 맛에도 불구하고 물에 불은 놈들의 허여멀건 배때기를 바라보는 기분이 영 께름칙해서이다. 똥을 뺀 멸치를 분쇄기로 갈.. 2019. 8. 11.
‘개고기’, ‘문명 : 야만’을 넘어서 개고기 - 먹을 것인가, 말 것인가지난 주말 ‘토요판’에는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10면과 11면에 걸친 이 특집의 제목은 ‘동네 개들, 오피니언 리더에게 묻다’ 다. 평균적인 한국인이라면 이 기사가 무얼 다루었는지는 물을 필요가 없겠다. 맞다. 제목이야 다분히 점잔을 뺐지만, 내용은 아주 단순한 질문, ‘개고기 먹나, 안 먹나?’와 ‘개고기 관련 법제화’에 대한 의견이다. 애당초 이 특집은 대선 주자들의 ‘개고기 정책’을 묻기 위해 기획되었지만, 이들이 대부분 의견을 밝히는 데 난색을 보이자, ‘꿩 대신 닭’에게 의견을 물은 것이다. 설문에 답한 이는 모두 아홉, 소설가(이경자), 대학교수(조국·진중권·박노자, 김두식), 야구인(김시진), 종교인(김인국), 희극인(김원효), 잡지발행인(김규항) 등이.. 2019. 8. 9.
아베 신조의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 일본’, 그리고 요시다 쇼인 일본 총리 아베 신조가 ‘정신적 지주’로 섬기는 요시다 쇼인(吉田松陰, 1830~1859)일본 내각과 총리 아베 신조(安倍晋三)가 마침내 '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함으로써 ‘경제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세계 시장의 우려와 한국의 조치 철회 요구를 모르쇠하면서 그는 예정된 드라이브를 이어가고 있다. 그와 내각 강경파들은 비약적으로 성장한 한국 산업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면서 한국의 정치적 굴복을 받아내겠다는 의도를 노골화한 것이다.  아베의 정치적 목표,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 일본’ 참의원 선거를 겨냥했든, 개헌을 겨냥했든 아베의 의도는 하나로 귀결된다. 일본 최장수 총리로 재직하는 동안 평화헌법을 개정하여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 일본’을 만드는 게 아베의 정치적 목표다. 군사적으로 집단 자.. 2019. 8. 6.
‘군대’란 무엇인가, 전역병의 ‘통과의례’- ‘재소집’의 악몽 의무복무, 70년대 병영의 추억 ① ‘악몽’의 통과의례-새로 입대하라고? 군대를 다녀온 평균치의 한국 남자라면 으레 치러야 하는 통과의례가 있다. 그것은 현역을 마치고 예비역이 되는 날부터 시작되어 오랫동안 그의 안면을 어지럽히는 ‘재소집’의 악몽이다. 그쪽으로는 오줌도 누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떠나온 병영이다. 그런데 ‘재소집’이라니! 악몽의 전개 양상은 대체로 대동소이하다. 재소집은 영장이 아니라 현역 군인에 의해 통보되며, 말미 없이 바로 끌려가야 하는 상황으로 전개된다. 거기 맞서 당사자는 울며불며 손이 발이 되도록 빌면서 자신이 현역을, 그것도 만기로 마친 사람이란 걸 눈물로 호소한다. 물론 이 호소는 간단히 무시되며 주변에 자신의 전역을 증명해줄 어떤 증거도 없는 절망적 상황에서 꿈은 종료된다... 2019. 8. 5.
벌초 이야기(2) 다시 ‘벌초’를 생각한다 벌초 이야기(2) 지난 일요일에 벌초를 다녀왔다. 부슬부슬 내리는 빗속에 시작한 작업은 그러나 날씨가 도와주었다. 산소 두 군데를 마칠 때쯤 거짓말처럼 날이 갠 것이다. 아침 내내 퍼붓던 비가 언제 그랬냐는 듯, 해가 반짝 나면서 우리는 오히려 땀깨나 흘려야 했다. 지난 주말에 미리 치렀거나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 탓인지 산에는 벌초하는 이들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부산과 대구에서, 그리고 안동에서 내려간 나까지 모두 여덟이 모인 이번 벌초는 일꾼이 많아서 훨씬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모두 종형제간인데 내가 그중 손위다. 자연히 일은 동생들이 주로 하고 나는 어정거리다가 자투리 일이나 챙기면 된다. 우리가 벌초해야 할 산소는 모두 15기다. 그것도 한군데 모여 있는 게 아니라, 네 군데 산에 각각 흩어.. 2019. 8. 2.
벌초 이야기(1) 다시 벌초의 계절이다 다시 벌초의 계절 벌초 시즌이다. 좀 이르게 서둔 이들은 벌초를 마쳤을 게고, 미룬 사람은 다음 주말도 바쁠 터이다. 아마 지난 주말부터 전국의 묘지를 품은 산마다 예초기 소리가 진동했을 게다. 벌초하다 다치거나 벌에 쏘여 경을 친 사람들 기사가 가끔 보도되기도 하지만, 그들의 불운은 스쳐가는 후일담에 그칠 뿐이다. 벌초는 마땅히 ‘산 사람’, 후손들의 의무인 것이다. 지난 일요일에 벌초를 다녀왔다. 늘 동행했던 아들 녀석 없이 혼자 떠나는 길은 좀 서글펐다. 1시간쯤 후에 목적지에 닿았다. 내 본관인 인동(仁同)은 칠곡군이었다가 나중에 구미가 공단으로 도시화하면서 거기 편입된 동네다. 인동 황상동에는 지금 우리 작은집 일가가 모여 살고 있다. 원래는 내 고향 윗동네에서 살았지만, 거기도 공단이 들어서면.. 2019. 7. 26.
한창기, 『뿌리 깊은 나무』의 삶과 생각 두 잡지, 와 과 편집인 한창기얼마 전 쓴 글에서 밝혔듯 나는 요즘 서울에서 열리는 전시회를 직접 가보는 대신 인터넷을 통해 관련 자료를 찾아보는 방식으로 전시의 일부나마 더듬거리며 들여다보고 있다. 필요하면 아이에게 부탁하여 현장에서 판매하는 자료집이나 전단을 대신 구해달라고 하기도 한다. 한창기, 품격 높은 한국어 사용자 (사)남도전통문화연구소가 베푼 한창기 20주기 추모 전시회 『뿌리 깊은 나무』(4.18.~4.30, 서울시청 시민청 갤러리)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서울로 가는 대신 아이에게 그 전시회에 가보라고 했고, 아이는 5월 초 귀향길에 전시회 안내 전단(팸플릿) 한 부를 가져다주었다.  전시회를 둘러보고 아이는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을 전송해 왔고, 나는 그걸로 이 전시회의 모습을 대충 상상해.. 2019. 7. 25.
한 외고 졸업생의 편지에 대한 답신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 가진 성숙한 시민으로 성장하길 내가 쓴 기사 “토플 만점 여중생 반대편엔 ‘루저’가 우글 - 특수 사례를 보편적 사례로 포장하는 언론 보도”가 나간 건 지난 11월 16, 17일 이틀에 걸쳐서다. 머리기사 바로 아래 자리를 잡은 데다가 예민한 영어 문제 탓이었는지 조회 수가 십만을 넘어버렸다. 댓글도 근 스무 개 달렸고 소액이나마 오랜만에 ‘좋은 기사 원고료’를 보내 준 독자도 있었다. 고마운 일이다. 나는 내 기사가 그렇게 예민하게 받아들여지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댓글도 그랬지만, 쪽지로 내게 자신의 의견을 전해오는 이는 두 갈래였다. 내 의견에 동의한다는 쪽이 하나요, 그런 부정적인 생각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머지였다. 몇 편의 시선을 끄는 의견 가운데서 유독 .. 2019. 7. 24.
베란다에 ‘햇빛발전소’를 들이다 베란다에 미니 태양광 패널을 달다내가 사는 아파트는 산 아래에 있다. 산 밑이니 당연히 바람이 성하다. 정남향이어서 앞뒤 창을 열어놓으면 맑고 시원한 바람이 넘실댄다. 엔간한 더위쯤은 에어컨 대신 선풍기로도 날 수 있는 곳이어서 몇 해 전만 해도 여름에 에어컨을 켜는 날이 손꼽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 여름은 예전 같지 않다. 연일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니 산바람으로는 더위를 물리칠 수 없는 것이다. 에어컨을 들이며 옆집 부인이 ‘이제껏 버텨왔는데 더는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한 것은 그래서다. 우리는 그간 두어 차례 에어컨을 가동했지만, 아직도 여름은 한참 남았다.  이사를 오면서 전등을 모두 엘이디(LED)로 바꾸고, 절전형 콘센트를 쓰면서 대기전력을 줄여서인지 한 달 평균 사용하는 전기는 .. 2019. 7. 23.
‘다부리(多富里)’가 된 다부동과 지방자치 개정 지방자치법에 따라 읍면의 ‘동’은 모두 ‘리’가 되었다  다부리가 된 다부동 1988년 5월 이전까지 경상북도의 읍과 면 지역의 하부 행정구역은 ‘동(洞)’이었다. 그래서 내 본적은 포남동(浦南洞)이었고 칠곡군 가산면 다부동(多富洞)에선 그 유명한 ‘다부동 전투’가 있었다. 나는 그게 우리나라 표준의 행정구역 이름인 줄 알았다.  교과서에 마을 ‘이장(里長)’이 더러 나오곤 하는 초등학교 고학년 때 선생님은 그게 우리 지역의 ‘동장(洞長)’과 같은 거라고 알려주었다. 나는 그 낱말이 낯설어서 왜 그걸 동장이라고 하지 않고 이장이라고 한담, 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아마 선생님들도 우리 지역 출신이어서 그걸 잘 몰랐을지도 모르겠다. 중학교로 진학한 대구의 동네 이름도 신암동, 대명동, 남산동이었으니 나.. 2019. 7. 19.
‘한국의 서원(書院)’ 세계 문화유산이 되었다 [서(序)] 유네스코 결정, 한국의 14번째 문화유산 등재조선 중기 이후 학문연구와 선현의 제향(祭享)을 위해 사림에 의해 설립된 교육기관인 ‘서원(書院)’이 마침내 세계유산 가운데 문화유산(Cultural Heritage)으로 등재되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2019년 7월 6일 등재유산 심의 결과, 우리 정부가 지난해 신청한 ‘한국의 서원’ 9개소를 세계유산목록에 등재하기로 하고 이를 발표한 것이다.  세계유산위원회(WHC)는 ‘한국의 서원’의 등재배경을 “오늘날까지 한국에서 교육과 사회적 관습 형태로 지속되어 온 성리학과 관련된 문화적 전통의 증거”라면서 “성리학 개념이 여건에 맞게 바뀌는 역사적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Outstanding Universal V.. 2019. 7.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