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수가 그려낸 ‘멋진 신세계’
<조선일보>에 연재한 만화 ‘광수생각’으로 유명한 만화가 박광수가 바야흐로 내일로 다가온 한미 FTA 발효일에 맞추어 전개될 신세계를 만화로 그려 보였다. 박광수의 한미 FTA 홍보만화는 정부 정책 홍보사이트인 ‘공감 코리아’(바로가기)에 게재한 일련의 시리즈 만화다. 이 만화에서 그리는 세상은 그야말로 ‘멋진 신세계’여서 누리꾼들을 환호작약(?)하게 하고 있다.
박광수가 그리는 한미 FTA는 한 가족 모두를 ‘변화시킨다.’ 먼저 아빠다. 아빠는 ‘자동차 부품 관세 철폐’, ‘원자재 수입 원가 하락’ 등으로 경쟁력을 높여서 ‘보다 싸진 와인과 과일 안주’로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다.
한미 FTA로 엄마도 달라진다. 엄마는 ‘좋은 영양 크림을 보다 알뜰하게 구입하고’ ‘아버님 비타민도 부담 없이’ 살 수 있어 ‘생활비도 줄이고’ ‘쇼핑도 할 만해’ ‘가족들의 행복도 커진다.’ 그뿐인가 한미 FTA의 혜택은 ‘할아버지, 할머니’에도 미친다. 노인들이 누리는 혜택은 ‘착해진 견과류와 과일 가격’이다.
당연히 ‘딸과 오빠’에도 혜택은 넘친다. 오빠는 ‘여자 친구 선물도 착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고, 수출증대로 일자리가 늘어 ‘좋은 직장 취업’도 한다. ‘FTA 강좌 듣고 통상전문가로 인정받는 것’도 포함된다. FTA 강좌를 듣는 것으로 ‘통상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세상은 역시 ‘멋진 세상’이다.
‘ 피부도 좋아지고 다이어트’도 할 수 있는 한미 FTA!
‘딸’에게 미친 한미 FTA의 혜택은 모든 혜택의 ‘백미’다. ‘레몬, 오렌지, 체리 등을 착한 가격’으로 구매하여 ‘피부도 좋아지고’ 다이어트도 할 수 있다. ‘미국산 의류, 화장품, 가방 등’을 저렴하게 구매해, ‘마음껏 멋을 내’는 게 가능하다.
최종적으로 한미 FTA는 ‘우리 동네’도 변화시킨다. 이 만화 시리즈는 ‘한미 FTA! 멀리 보고 따져보면’ 우리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고 주장한다. 만화가가 정부의 의뢰를 받아 제작한 만화니 당연히 정부의 논리가 관철되는 내용 구조를 깡그리 나무랄 수는 없겠다.
그러나 그 내용의 ‘과잉’은 전적으로 한미 FTA를 만화로 형상화한 작가의 책임이다. <프레시안> 보도에 따르면 박광수는 “내용은 제가 짜지 않아서 논조에 문제가 있다”라고 인정했으나 “무조건적으로 FTA를 폐기한다는 주장도 수정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게 만화가 박광수의 한미 FTA에 대한 견해인 셈이지만 그래도 문제는 남는다. 어느 누리꾼의 지적대로 그는 ‘한미 FTA 숭배주의자’로 보이기 때문이다. 설사 한미 FTA가 일면적으로 경제나 특정 산업 분야에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로 피해를 볼 다수 국민의 정서를 헤아릴 주변머리도 없었다면 그의 그 ‘잘난 만화’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말이다.
2012. 3. 14.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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