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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길 위에서 504

“여기에도 ‘이재명’ 지지자가 있다” 국민의힘 텃밭에서 이재명 지지 선언한 5, 60대 김천시민들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매체마다 내년 3월로 다가온 대통령선거 관련 뉴스로 차고 넘친다. 한 사나흘 건너 발표되는 대선 후보 지지도에 따라, 이른바 ‘정치 고관여자’들은 희비가 엇갈린다. 지역마다 다른 후보자를 뽑는 총선거나 지방선거와 달리 전국 단위로 치러지는 대선에 관한 관심은 남다른 데가 있을 수밖에 없다. 보나 마나 한 총선·지선과는 달리 대선은 ‘가능성의 선거’ 지역 기반 보수 정당에 ‘묻지 마 지지’가 이어져 온 영남 지방에는 대선을 바라보는 눈길이 예사롭지 않은 이들이 있다. 2000년 제16대 총선 이후, 단 한 명의 야당 선량도 내지 못한 경상북도의 경우, 워낙 뻔한 구도로 이루어지는 총선이나 지선은 요식 절차와.. 2021. 12. 8.
한미FTA, ‘굴욕’과 ‘훈장’ 사이 한미FTA(자유무역협정) 타결 지난 3일, 한미FTA가 타결되었다. 타결의 내용은 보도된 대로다. 보수언론들은 ‘주고받은 협상’이었다고 물을 탔고 진보언론을 비롯한 일부 보수지들은 ‘이익의 균형’이 맞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다분히 서로 다른 이 두 보도에서 객관적인 사실은 두 개다. 하나는 협상을 ‘주고받았다’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챙긴 이익’이 있다는 사실이다. 협상 결과, ‘굴욕’과 ‘훈장’ 사이 ‘이익의 균형’이란 이 협상의 당사국이 각각 챙긴 이익을 더하고 빼면 나오는 지극히 단순한 셈법이다. 물론 일부 내용은 단순히 계량화할 수 없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크게 보아 이익의 과부족을 나누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도 같은 사안을 바라보는 두 시각의 거리는 이렇듯 너무 멀다. 이 거.. 2021. 12. 6.
민중은 쫄지 않았다! [스케치] 한미FTA 원천무효! 대구경북민중대회 어제 오후 2시 30분부터 대구 국채보상기념공원에서 ‘2011 대구경북 민중대회’가 열렸다. ‘한미FTA 원천무효! 이명박 퇴진! 한나라당 해체!’를 외치는 이 집회에 지역의 시민조직과 함께 참여했다. 행진을 포함 3시간 남짓 베풀어진 대회의 이모저모를 스케치했다. # 단풍과 깃발 대구는 더위가 유명하지만 사실 추위도 그리 만만하지는 않다. 그러나 경북 북부지방에 옮아와 살면서 대구가 ‘따뜻한 남쪽 지방’이라는 사실을 실감한다. 국채보상기념공원 주변에 단풍은 바야흐로 지고 있긴 했지만, 그 화사한 절정의 기품이 상기도 남아 있었다. 일찍 서리가 내리는 북부지방에서 흔히 보는 칙칙한 적갈색이 아니다. 아주 밝고 따뜻한 붉은 빛 단풍에 북부에서 온 촌사람들은 .. 2021. 12. 5.
44년, 초등학교 동기회 이야기 44년 전에 초등학교를 같이 다닌 동기회 지지난 주엔 딸을 여의는 초등학교 동기의 ‘잔치’에 다녀왔다. 우리 지역에선 경사는 모두 잔치라 부른다. 환갑, 진갑잔치에다 며느리를 맞거나 딸을 여의는(우리 지역에선 딸 시집보내는 일도 속되게 일러 ‘치운다’고 한다) 일은 모두 잔치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자취를 감추었지만, 한때는 환갑(회갑) 잔치는 온 동네 사람이 즐기는 잔치 중의 잔치였다. 우리가 흔히 ‘꼬꼬재배’라고 불렀던 전통 혼례가 벌여지는 날은 온 동네가 흥겨웠다. 어른들은 혼례가 열리는 집 마당에 일찌감치 좌정하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어른들 바짓가랑이 사이로 사모관대를 한 신랑이나 족두리를 쓴 신부를 훔쳐보느라 바빴다. 44년 묵은 초등 동기들과의 만남 그러나 세월 앞에서 ‘잔치’는 ‘결혼식’.. 2021. 12. 4.
[사진] 소성리, 2017년 겨울-“사드 뽑고 평화 심자” 소성리, 2017년 겨울 - “사드 뽑고 평화 심자” *PC에서는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1000×667) 크기로 볼 수 있음. 2일 오후 3시부터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제6차 소성리 범국민 평화 행동 집회가 열렸다. 지난 9월 7일 새벽,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추가 배치되고, 9월 16일에 제5차 소성리 범국민 평화 행동이 열린 지 근 석 달 만이다. 추가 배치가 이루어지던 9월 6일 밤에 나는 대구의 무슨 회의에 참석하고 있었고, 자정이 지나 새벽에 추가 배치가 완료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고작 집회에 참석하는 거로 사드 반대 투쟁을 지지하고 있었는데도 그 소식을 듣고 아주 맥이 빠져버렸다. 그래서만은 아닌데, 대목 밑 벌초가 끼이면서 나는 5차 집회에도 참석하지 .. 2021. 12. 3.
겨울나기, 추억과 현실 사이 겨울나기의 추억과 현실 아침에 TV를 켰더니 웬 ‘창호지’ 이야기다. 아마 재방송인 듯했는데, 란 프로그램이다. 부제가 다. 교양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같았는데, 전통 가옥의 겨울나기 준비의 하나인 ‘창호 바르기’를 다루고 있다. 전남 보성의 어느 시골 마을이다. 그만한 규모의 한옥에서 창호지를 새로 바르는 등 겨울을 준비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불 속에 몸을 묻고 아내와 함께 눈을 TV에다 주고 수작을 주고받았다. 아내는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리면서 아이고 추워라, 보기만 해도 춥네, 한다. 예부터 ‘창호 바르는 날은 덥고, 이불 하는 날은 춥다’라고 했다고 한다. 겨울이 들기 전에 문을 새로 발랐던 것은 겨울을 나기 위한 준비였으니 말이다. TV 속의 곱게 늙은 칠순의 안노인은 두툼한 책을 꺼내 펼친다... 2021. 12. 2.
그 노래에 담긴 건 피로 얼룩진 ‘역사와 진실’이다 이명박 정부의 새 ‘오월의 노래’ 제정 논란과 임을 위한 행진곡 보훈처, 새 ‘오월의 노래’를 제정한다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은 진보 진영의 집회와 시위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민중의례’에서 절정을 이룬다. 그것은 그 노래의 역사성과 노랫말에 어린 격정과 비장미가 참가자들의 마음을 격동케 해 주기 때문이다. 이 노래를 통하여 사람들은 5·18 민중항쟁의 역사적 의미를 되짚으면서 개인적 자아를 역사적 자아로 상승시키는 심리적 체험을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이 ‘5·18 공식 추모곡’의 지위를 잃을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보도(경향신문 12월 1일 자)에 따르면 “정부가 내년 광주 민주화 항쟁 30주년을 맞아 5·18 기념식장에서 부를 ‘5월의 노래’를 만들기로 했기 때문”.. 2021. 12. 1.
대구·경북 촛불 - 꺼뜨릴까, 키울까 2016년 대구에서 밝힌 촛불집회 지난 25일엔 구미역 광장에서 금요일마다 밝히는 촛불집회에, 다음날인 26일에는 대구 중앙로에서 펼치는 촛불집회에 각각 나갔다. 서울의 백만 촛불에 한 번 더 동참하고 싶었지만 오가는 일을 비롯하여 상황이 녹록지 않아 대구로 발길을 돌린 것이었다. 구미엔 날씨가 꽤 추웠는데도 100명이 넘게 모였다. 수천, 수만 단위의 촛불이 일상적인 상황이니 100명이라면 시뻐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중 집회가 드문 이 도시에서 이 정도 숫자만으로도 모인 이들의 열기나 마음을 헤아리기는 충분했다. 자유발언에 나선 남자 고교생과 여자 초등학생의 이야기에 참가자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 주었다. 26일 오후에 기차를 타고 대구로 갔다. 역에서 후배 교사와 만나 집회 장소로 가는데, .. 2021. 11. 29.
트위터(twitter), ‘정치적 이슈’는 말고 새들처럼 지저귀라고? 정치권의 트위터 공방에 부쳐 트위터(twitter)가 마구 두들겨 맞고 있다. 물론 발신지는 트위터에서 세가 불리한 쪽이다. 몇 차례 선거를 통해 트위터나 페이스북 따위의 이른바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의 영향력은 일찌감치 검증된 바 있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 서비스에서 기득권층은 맥을 못 춘다. 여러 가지 분석이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이들이 민심을, 특히 젊은이들의 속내를 읽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인 듯하다. 이 디지털 세대의 관심과 지향, 희망과 절망을 한 번도 눈치채지 못한 이른바 ‘꼰대 세대’들은 그 대응조차 아날로그적이다. 고작 낸 꾀가 ‘SNS 차단법’ 발의다. 화들짝 놀라서 이를 철회하고 말았지만, 이 일련의 해프닝 속에 우리 시대의 ‘사회적 불통(不通)’이 고스란.. 2021. 11. 23.
‘걷기’와 ‘만보기’ 만보기 차고 걷기 만보기 또는 만보계라는 물건이 있다. 말 그대로 일정 시간 걸음수를 기록하는 장치다. 걷기 운동이 정착되면서 사람들은 이 물건을 허리춤에 차고 자신의 운동량을 계산해 보게 된 것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만보기는 아주 값싼 중국산에서부터 값이 꽤 나가는 국산과 일본산 제품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만보기 차고 걷기 만보기를 몸에 지니기 시작한 건 안동에서부터다. 30분 거리인 학교에 짬짬이 걸어 다니게 되면서 만보기 하나를 샀고, 그걸 지금까지 지니고 있으니 햇수로 치면 4, 5년도 훨씬 지난 셈이다. 얼마 전에 전지가 다 돼 문방구에서 전용 전지를 사서 갈아넣었다. 만보기 중에는 열량 계산까지 해주는 놈도 있지만 내 만보기는 아주 기본적인 기능, 즉 걸음 수만 측정하는 물건이다. 아침에 .. 2021. 11. 21.
숲길의 낙엽 치우기 출근하는 산길 낙엽 치우다 아침저녁으로 다니는 산길에 가을이 깊었다. 가을에 접어들면서 숲은 단풍으로 물들기 시작하지만, 그것도 잠깐, 나뭇잎은 말라 바스러지면서 길을 지워버릴 만큼 낙엽으로 쌓인다. 2km 남짓한 산길 가운데 주 등산로 주변의 낙엽은 이내 사람들의 발길에 묻혀 버리니 괜찮다. 그러나 인적이 드문 외진 산길에는 낙엽이 꽤 두껍게 쌓여서 길을 구분하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그 길은 내가 다니는 산길의 끝, 마을로 내려가는 비탈길이다. 물매는 가파르지 않지만 길은 좁고 행인을 마주친 일이 손꼽을 만큼 인적이 드문 곳이다. 이 비탈길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낙엽에 뒤덮여 있다는 걸 확인한 것은 지난주다. 낙엽은 생각보다 미끄럽고, 나뭇잎에 덮인 길바닥의 상태를 알 수 없으니 자치하면 미끄러지거나.. 2021. 11. 20.
[사진] 집회도 진화(!)한다 ‘MB 경쟁교육 심판! 학교 혁신! 정치기본권 쟁취’ 전국교사대회 / 노동자대회 어제 오후 1시부터 서대문 독립공원에서 ‘MB 경쟁교육 심판! 학교 혁신! 정치기본권 쟁취’ 전국교사대회가 있었다. 우리 지역에서는 교사 30여 명이 전세버스로 상경했다. 서대문 독립공원은 처음이다. 나는 독립문의 위치가 거기라는 게 좀 의아했다. 영은문(迎恩門)을 헌 자리에 세운 게 독립문이고 영은문은 곧 중국(청나라)에서 오는 사신을 맞이하던 문이었다. 그런데 그 문이 여기라고? 지금은 서울의 도심이 되었지만 적어도 19세기에만 해도 여기가 수도 한양의 외곽이었다는 게 아닌가 말이다. 그 당시의 서울의 규모를 미루어 짐작할 만했다. 언제나 만나는 얼굴들이지만, 개중에는 낯선 얼굴도 많다. 집회에서 낯선 얼굴을 만나는 경험.. 2021. 11.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