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풍진 세상에 /길 위에서 530 6월, 아픔과 역사를 넘어 6월, 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넘어 6월은 10월과 함께 그 숫자가 본음이 아닌 속음(俗音)인 [유월], [시월]로 불리는 달이다. [유궐], [시붤]처럼, 하기는 어렵고 듣기에는 거슬리는 발음을 쉽게 하기 위한 일종의 활음조 현상이다. 이달을 고비로 한 해가 꺾어진다. 한 해의 절반이 지나가는 것이다. 유월은 유독 민족 분단과 관련된 날이 많다. 한국전쟁이 일어난 6·25가 그렇고, 나라를 위해 죽어간 모든 이들을 기리는 현충일(6일)이 그렇다. 15일은 반세기가 넘게 계속되어 온 냉전의 세월을 끊은 6·15 선언이 7돌을 맞는 날이다. 불과 반세기 역사의 굽이마다 얼룩진 민족의 삶과 죽음은 얼마인가. 한국전쟁으로 남북은 각각 133만과 272만, 모두 405만여 명의 인명을 잃었다. 이 중 민간인 사상.. 2022. 5. 31. “소멸 위험 지자체 1위 의성군, 농축산업이 살릴 겁니다” [도전 2018 지방선거④] 의성군수 선거에 출마한 의성농민회장 신광진 민중당 후보“신광진 선생이 민중당으로 의성군수에 출마한다는구먼!” 경북 의성군 농민회장 신광진(59)이 지인들로부터 ‘선생’으로 불리는 이유는 그가 20년 넘게 교직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던 교사 출신이어서다. 충남대 공업교육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하고도 몇 해 동안 기업에서 일한 그는 좀 뒤늦게 교단으로 돌아와 아이들에게 기술과 컴퓨터 등의 교과를 가르쳤다. 농사를 짓기 위해 안정적인 교직을 떠났지만, 그는 농사로 수익을 올리는 대신 최소한의 생계를 꾸리며 농약을 거의 쓰지 않는 농사를 짓고 있다. 의성 토박이로 지역 농민운동에 뛰어든 그는 농민회장의 책임을 맡았고 촛불 정국 때 8개월간 의성군의 촛불을 이끌었다. 출마도 그의 ‘실천적.. 2022. 5. 30. ‘자유한국당 지지도 1위’ 경북, 민주당에도 볕이 들까 2018년(제7회) 6·13 지방선거 경상북도 정당별 후보 등록 상황 분석 지난 25일로 제7회 지방선거 후보 등록이 끝났다. 모두 4천16명의 지방자치 지도자를 뽑는 6·13 지방선거의 평균 경쟁률은 2.32대 1로 집계됐다고 한다. 시도지사, 시군구의 장, 시도의회와 시군의회 의원 등 전국 후보 등록 수에선 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옛 여당 자유한국당보다 단연 앞선다. 경북의 지방선거 후보 등록 상황, 여당이 맞나? 그러나 집권당임에도 불구하고 경상북도 지역의 후보 등록 상황은 좀 다르다. 지역 정당인 자유한국당의 세가 여당과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강하기 때문이다. 이 점은 호남지역에서의 자유한국당의 후보 등록 상황과 비슷하지만, 그 속내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박근혜 탄핵 이후 대구 경북도 예전.. 2022. 5. 28.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545일 만에 김천 촛불이 다시 켜졌다 [참관기] 김천 촛불 2095일…시민들, 860번째 촛불을 들다 퇴직 동료들의 단체대화방에 ‘김천 촛불’ 재개를 알리는 포스터가 뜬 것은 5월 첫 주의 토요일이었다. 아, 드디어 김천 촛불이 다시 켜지는구나 싶었지만, 다른 일로 바빠서 나는 그걸 잊어버렸다. 둘째 주 중반에 다시 대화방에 들어간 것은 포스터 아래에 적힌, ‘외로운 길에 응원 부탁합니다’라는 쪽지가 밟혀서였다. 김천 촛불 2095일…860번째 촛불을 켜다 촛불집회를 알린 이는 1992년 경북 북부의 시골 중학교로 같이 복직한 동료 구 선생이었다. 그는 2106년 첫 촛불집회부터 지금까지 시민대책위를 지키고 있는 진국의 활동가다. 그는 지치지 않고 대화방에다 촛불집회를 알리곤 했지만, 반향은 미미했다. 그게 미안해서 나는 서둘러 대화방을 떠.. 2022. 5. 16. “정권이 바뀌었다. 그래도 우리는 살아간다” 내가 찍지 않았던 후보의 대통령 취임에 부쳐 지난 10일 오전 11시부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이 있었다. 같은 시각에 나는 아내와 함께 텃밭에 있었다. 집에 머물고 있었다 하더라도 굳이 중계방송을 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라디오를 틀었더니 중계방송이 나와서 바로 채널을 돌려버렸으니까. 유례없는 박빙의 표차로 결과가 엇갈린 이번 대선을 두고 “정치적 무관심의 대가는 자기보다 못한 사람의 통치를 받는 것이다”라거나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다”와 같은 명언을 불러오기에는 거시기하다. ‘정치 고관여 계층’ 간의 격돌, 제20대 대선 짐작했겠지만, 내가 투표한 후보는 아슬아슬하게 낙선했고, 전임 대통령이 발탁하여 검찰총장까지 오른 전직 검사가 정치 .. 2022. 5. 12. 5월, 그 함성으로 5월, 민주주의의 함성을 기억하며 ‘계절의 여왕’이라는 진부한 수사로는 5월을, 그 아픔과 상처 위에 돋아난 새살을 다 말하지 못한다. 쇠귀 선생의 그림과 함께 일별해 보는 5월의 달력에는 아직도 선연한 피의 흔적, 매캐한 최루탄 내음, 그 푸른 하늘에 나부끼던 깃발과 드높던 함성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벽두인 1일은 ‘메이데이(May Day)’다. 만국 공통의 이 ‘노동절’은 아, 대한민국에서만 ‘근로자의 날’이다. 이날의 역사도 만만찮다. 메이데이는 ‘공산 괴뢰 도당의 선전 도구’라는 이승만의 훈시에 따라 1957년, 3월 10일(대한노총 창립일)로 생일이 바뀐데다 1963년 박정희 정권에 의해 ‘근로자의 날’로 개칭되어 버린 것이다. “만약 그대가 우리를 처형함으로써 노동운동을 쓸어 없앨 수 있다고.. 2022. 5. 1. 순애보(殉愛譜) 묘비명과 4월의 신록 “내가 한 십 년쯤 아프기라도 하면 당신은 내가 꼴도 보기 싫겠지?” 어느 날인가 아내가 내게 불쑥 그렇게 묻더니 대답 따위 안 들어도 그만이라는 듯 아퀴를 지었다. “아니, 십 년이 뭐야, 1년만 자리보전을 해도 진절머릴 낼 거야, 당신은. 틀림없어.” 느닷없는 질문에 대답이 궁해서 웬 뜬금없는 얘기냐고 퉁을 주었더니 아내는 이번에는 알 듯 말 듯 한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요기 앞산 어귀에 잘 가꾼 무덤이 있잖우? 등성이 오르기 전에. 거기 비석에 쓰인 글 읽어 본 적 없지? ‘무정한 당신’이라는 그 묘비 말이우.” “글쎄. 그런 묘비명이 있었나?” “그게 말이우. 삼십 년을 병고에 시달렸다는 마누라한테 바치는 묘비명이라는 거 아니우. 세상에 십 년도 아니고 삼십 년이래. 당신 .. 2022. 4. 20. 3년 만에… 한적한 연악산 골짜기가 ‘아트 밸리’로 바뀐 까닭 *PC에서는 이미지를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 이미지로 볼 수 있음. 경북 상주 연악산에 있는 갤러리 카페 ‘포플러나무아래’와 ‘에파타’ 이야기 며칠 전 갤러리 카페 ‘포플러나무아래’가 있는 상주 연악산 골짜기를 다녀왔다. 정확히 말하면 ‘포플러나무아래’를 운영하는 안인기 화백(60)을 만났고, 카페 건너편 언덕에 문을 연 새 갤러리 ‘에파타(Ephatha)’를 둘러보고 돌아왔다. 은퇴한 미술 교사, 무료 갤러리 ‘포플러나무아래’를 열다 안 화백이 연악산 갑장사로 오르는 길섶에 갤러리 카페 ‘포플러나무아래’를 연 것은 2018년 6월이었다. 그해 2월 명예퇴직으로 33년간의 교직 생활을 마감한 미술 교사 안 화백은 자연석과 철을 이용한 몇 가지 입체작업으로 작품활동을 재개했다. 요즘 그는 철판.. 2022. 4. 9. 목감기를 앓다 아닌 봄에 목감기를 앓다 며칠간 몸이 개운하지 않았다. 발단은 지난주에 공연히 몸에 알레르기가 일어나면서였다. 알레르기라면 칠팔 년 전인가 한번 술을 마시다가 목덜미와 등허리에 두드러기가 일어난 적이 있었을 뿐이었다. 평소와는 다른 식사를 한 것도 아니었는데 밤새 등을 긁어대다가 아침에 일어나니 예전처럼 등허리에 두드러기가 일어나 있었다. 병원에 갔더니 심하다며 엉덩이 양쪽에다 주사를 놓아주었다. 왜 이러냐고 물었더니 젊은 의사는 가타부타 말을 안 하다가 ‘체질이 뭐……’ 하다가 얼버무리고 말았다. 약은 두 번인가 먹었는데 저녁이 되자, 감쪽같이 나았다. 금요일 아침에 일어나니 간간이 목이 뜨끔했다. 아, 감기가 오는가 해서 나는 잠깐 긴장했다. 지난겨울 내내 한 번도 앓지 않았던 감기를 아닌 4월에 앓.. 2022. 4. 8. 현미 채식으로 체중 감량을 현미 채식 한 달 현미 채식을 시작한 지 한 달이 가까워진다. 밥은 현미, 반찬은 채소류만으로 구성된 식탁은 좀 허무하긴 하다. 다소 아쉽긴 하지만 그게 그리 힘이 들지는 않는다. 쌀밥은 물론이거니와 보리밥도 금하니 학교에도 현미밥을 싸서 다닌다. 밥만 들고 식당에 가서 그날 나온 푸성귀 등의 나물 반찬으로 식사를 한다. 엠비시에서 방영한 ‘목숨 걸고 편식하다’란 특집 프로그램으로 나는 ‘현미 채식’을 알게 되었다. 그 프로그램은 현미 채식으로 혈압약을 끊고 건강해진 사람들의 이야기다. 나는 현미 채식이 몸무게를 줄이고 혈압을 낮출 수 있다는 데 깊은 흥미를 느꼈다. 나는 같은 내용의 책도 샀다. 이 프로그램은 현미밥, 채소 반찬, 과일 섭취를 통해 뇌혈관병(중풍), 고혈압, 당뇨병, 파킨슨병, 치매 등.. 2022. 4. 3. 4월, 잔인하지 않게 4월, ‘잔인하지 않게’ 맞이하자 15년 전에 처음 블로그를 열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절대던 시절의 글이다. 그 당시 신영복 선생의 그림으로 된 탁상용 ‘참교육 달력’을 넘기면서 달마다 쓰던 글이다. 한참 철 지난 글이라 싶어서 제쳐둔 글인데, 새로 읽으니 그 울림이 새삼스러웠다. 우정 새 글인 것처럼 읽어보기로 한다.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어쩌다 사월은 한 백인 시인의 시 한 편으로 떠올리는 시간이 되었다. 사월을 노래한 시인이 어찌 그 이뿐이었겠냐만 엘리엇의 서사시 ‘황무지(荒蕪地) The Wasteland’가 노래한 사월의 이미지는 전후 100년이 가까워지는 지금도 이 땅에선 화석으로 살아 있다. 황무지가 1차 세계대전 뒤 전쟁을 낳은 현대문명을 비판한 작품이고, 사월을 ‘잔인한 달’로 노래한 까닭.. 2022. 4. 1. ‘글쓰기’의 괴로움 글쓰기는 괴롭다 심심파적 삼아 글을 끼적댄 지 예닐곱 해가 지났다. 그런저런 이야기에 그치지만 블로그에 쓴 글이 천 편을 넘기면서 글쓰기가 주는 기쁨이나 성취감만큼이나 그게 주는 스트레스와 괴로움도 커진다. 뭔가라도 써서 올려야 한다는 강박에서는 얼마만큼 해방되었지만, 글을 쓰는 과정에서 겪어야 하는 괴로움은 여전하다. 글쓰기의 기쁨과 괴로움 글 한 편을 쓰는 데 나는 꽤 오랜 시간을 들이는 편이다. 생각의 갈피를 잡고 그 숙성을 기다리며 궁싯거리는 시간을 빼도 그렇다. 초를 잡아놓고도 이런저런 생각 때문에 진도를 나가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고, 다 쓴 글도 퇴고하는 과정을 여러 차례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글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가장 쉽게 쓰이는 글은 두서없이 이런저런 생각을 펼 때나 .. 2022. 3. 21. 이전 1 ··· 8 9 10 11 12 13 14 ··· 4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