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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길 위에서 504

새해, ‘호랑이’처럼 씩씩하지는 않더라도 ‘건강’하게 2022년 호랑이해를 새로 맞으며 2022년 새해가 밝았다. 코로나19 상황이 다시 심각해진 상황에서도 해돋이를 보러 동해로 몰리는 인파는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2021년과 2022년을 구분 짓는 물리적인 시간의 경계를 시간으로 가늠하면서 거기다 다른 의미를 부여하지만, 1월 1일에 뜨는 해가 전날의 태양과 다르지는 않다. 올해는 ‘검은 호랑이’의 해 언제부턴가 이 한 해의 경계를 무심히 넘기고 있다. 몇몇 동료와 선후배, 제자들의 문자를 받으며 새해를 환기하지만, 별다른 소회는 없다. 멀리서 보내온 옛 동료의 문자는 손수 만든 그림 연하장처럼 보였다. 거기 그래픽으로 그린 호랑이를 보면서 ‘범 내려온다’라는 소리가 넘치는 이유를 짐작할 뿐이다. 벽걸이든 탁상용이든 달력에 그해의 간지(干支).. 2022. 1. 3.
할매들, ‘낙동강 살리기’를 말하다 안동에서 ‘4대강 정비사업’ 첫 삽 안동에서 “사실상 ‘한반도 대운하’라는 비난을 받는 ‘4대강 정비사업’이 29일 첫 삽을 떴다.”라고 는 전한다. 정작 현지에서 사는 내가 그걸 전언의 형식으로 쓰는 것은 그 현장을 가 보지 못한 까닭이다. ‘낙동강 안동지구 생태하천 조성사업 착공식’이 열린 11시에 나는 수업 중이었다. 글쎄, 시를 가로지르는 낙동강 둔치 옆으로 낸 육사로에 15억을 들여서 세운 대형 LED 홍보전광판은 “낙동강 살리기 안동에서 첫삽!”을 경축하고 있었지만, 안동시민들 모두가 그렇게 흥분했는지는 알 수 없다. 공사가 시작되기 전인 12월 24일, 저녁에 나는 회식 자리에 가느라고 이번 공사 구간에 포함된 영가대교를 어떤 음식점의 승합차를 타고 건넜다. 누가 물은 것도 아니었지만, 운전.. 2022. 1. 3.
가보자, 을미 새해로… ‘을미적’거리지 말고 2014년을 보내고 2015, 을미년을 맞으며 2015년은 간지로 을미(乙未)년이다. 올해가 1894년 갑오(甲午)년의 2주갑(周甲)이었으니 2015년은 1895년, 을미년의 2주갑이다. 을미년은 명성황후가 경복궁에서 일본 공사가 지휘하는 낭인에게 시해된 사건, 을미사변(명성황후시해사건)이 일어났고 연말에는 단발령이 공포된 해다. 무엇보다도 을미년은 을미사변과 단발령 시행에 항거하여 처음으로 항일 의병이 일어난 해다. 동학농민운동의 세력을 기반으로 한 이 ‘을미의병’은 이후 을사의병(1905), 정미의병(1907)로 이어져 경술국치(1910) 이후 항일 무장 독립운동 세력의 근간이 되었다. ‘갑오 2주갑’을 보내고 ‘을미 2주갑’을 맞으며 돌이켜 보건대 억눌린 백성들이 동학의 깃발 아래 봉기한 갑오년 농.. 2022. 1. 1.
새해 희망, ‘사자성어(四字成語)’ 생각 2014년 새해의 희망을 담은 ‘사자성어(四字成語)’ 1. 전미개오(轉迷開悟) 이 전국의 교수 617명을 대상으로 ‘새해 희망의 사자성어’를 설문한 결과 27.5%인 170명이 ‘전미개오(轉迷開悟)’를 꼽았단다. 중고등학교에서 배운 성어와는 꽤 거리가 있는 이 사자성어는 ‘미망에서 돌아 나와 깨달음을 얻자’는 뜻이다. [관련 기사 바로 가기] 다음은 교수들이 새긴 ‘전미개오’의 의미. “속임과 거짓됨에서 벗어나 세상을 밝게 보자는 것이다. (……) 2013년 한 해 동안 있었던 속임과 거짓에서 벗어나 진실을 깨닫고 새로운 한 해를 열어가자.”(문성훈 서울여대 교수) “政은 正이다. 정치는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 원래대로 회복시킨다는 의미다. (……) 가짜와 거짓이 횡행했던 2013년 미망에서 돌아 나와 깨.. 2021. 12. 31.
2016 원숭이해, 갑자(甲子) 돌아오다 회갑, 혹은 환갑을 맞았다 2016년 새해는 병신(丙申)년이다. 부정적인 뜻의 동음이의어가 있는데 거기에 ‘년’까지 부치니 여성을 조롱할 때 쓰는 말로 둔갑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원래 ‘병(丙)’은 천간(天干)의 셋째를, ‘신(申)’은 십이지 가운데 아홉 번째 동물인 잔나비를 이른다. 그러니 오는 2016년은 잔나비 띠의 해다. 2016 병신년, 원숭이의 해 옛말로는 ‘납’이라 했고, 우리는 어릴 때 ‘잔나비’(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방언으로 처리)라고 했지만, 요즘은 보통 ‘원숭이’라고 부른다. 원숭이는 포유류 영장목 중에서 사람을 제외한 동물을 일컫는 일반적 호칭이다. 바나나를 좋아한다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사실 원숭이는 잡식성이다. 십이지(十二支) 중 원숭이는 인간과 가장 많이 닮은 영장 동물로 만능 .. 2021. 12. 30.
올 사자성어는 “도둑 잡을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됐다” 한글 전용 정착으로 ‘올해의 사자성어’도 빛이 바래고 있다 이 선정해 발표하는 ‘올해의 사자성어’ 기사를 읽으면서 세밑이 가까워졌음을 알았다. 한 해의 간단치 않은 곡절을 네 글자의 한자어로 줄이는 이 기획의 역사는 마침내 20년을 넘겼다. 복잡다단한 한 해의 정치 사회적 상황을 네 자로 줄이는 게 가당찮다는 반론도 있지만, ‘올해의 사자성어’가 화제가 되는 것은 이 말이 머금고 있는 뜻이 예사롭지 않아서다. ‘2021 올해의 사자성어’는 ‘묘서동처(猫鼠同處)’ 올해의 사자성어는 후보 18개 가운데 예비심사단 심사와 전국 교수 설문 조사를 거쳐서 ‘묘서동처(猫鼠同處)’가 선정됐다. 묘서동처는 교수 514명(29.2%)의 추천을 받아 인곤마핍(사람과 말이 모두 지쳐 피곤함, 371표·21.1%), 이전투구.. 2021. 12. 27.
민중? 우리는 ‘정답’을 알고 있다 2007년 17대선은 끝나고 대통령 선거가 마감되었다. 사상 최저의 투표율인데도 당선자와 차점자의 표차는 사상 최대라는 기록을 만들면서 이 정책과 계급적 이해도 실종되어 버린 ‘민의의 축제’는 끝났다. 당선자가 누리는 압승의 기쁨 건너편에는 패배한 낙선자들의 부끄러움과 고통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 대선의 화두는 ‘경제’였다고 한다. 여러 가지 객관적 경제 지표와는 무관하게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기는 지난 5년 내내 저조했고 양극화는 깊어졌던 탓이다. 그래서인가, 유권자들은 ‘경제’를 중심에 두고 일찌감치 CEO 출신의 한 후보를 지지했고, 대선 기간 내내 드러난 이 후보와 관련된 여러 부패 의혹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철회하지 않았다. 1997년 대선에서 당시 가장 유력했던 후보가 낙마한 것은 두 아들.. 2021. 12. 21.
18대 대선 다음 날 아침에 제18대 대통령선거 다음날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선거일 저녁에 출구조사 결과를 보고서 나는 우리가 부질없는 희망의 덫에 갇혀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른 예측 결과가 있었지만 나는 8시쯤 자리에 들었다. 부질없음에 다시 부질없음을 더할 일은 없는 것이었다. 까무룩 선잠에 빠져 있다가 10시쯤 깨어보니 이미 예측은 사실이 되어 있었다. 딸애는 제 방으로 들어가 버렸고, 아내는 무심한 표정으로 텔레비전 화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스마트폰으로 뉴스 몇 개를 읽다가 아내와 함께 자리에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조간신문의 선거 관련 기사를 나는 건성건성 넘겼다. 승패가 갈리고 나면 이런저런 관전평, 승부를 가른 원인 분석이 넘친다. 하나같이 날카롭고 논리적인 분석 기사다. 마지막 면에 실린 곽병찬 논설위.. 2021. 12. 20.
그가 ‘따온’ 예산이 반갑지만은 않은 까닭 사적 친소관계에 따라 운용되는 공적 예산 이야기 예산이란 ‘공적 살림’의 기반이다. 당연히 이 예산의 합리적 운용은 그 단위 조직의 살림살이를 좌우하게 된다. 그러나 주변을 둘러보면 곳곳에서 공적 예산이 마치 사적 친소관계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한다는 걸 빈번히 목격하곤 한다. 학교는 학교대로 유능한(?) 교장이 도 교육청에 가서 예산을 ‘당겨온다.’ 지역의 시도의원이나 국회의원은 시도 예산이나 나라 예산에서 역시 거액을 ‘따와’ 자신의 마당발을 증명하려 한다. 이런 현상은 물론, 애당초 쓸 수 있는 돈은 한정되어 있고, 써야 할 돈은 넘치니 일어나는 일이긴 하다. 공공예산은 ‘부잣집 마나님의 전대’가 아니다 그러나 자신의 유능을 증명하기 위해서 동원하는 공치사 가운데, 이른바 ‘실세’의 이름.. 2021. 12. 13.
헌법기관 이정현의 ‘의리’와 배신 국회의원 이정현의 ‘의리’ 혹은 견마지로 한국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유난히 ‘의리(義理)’를 밝힌다. 사전적 의미로야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마땅히 지켜야 할 바른 도리’(다음 한국어사전)이니 그걸 밝히는 게 문제가 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실제 삶에서 의리란 그리 만만치 않다. 의리는 우리나라의 윤리 문화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개념으로, 그것은 알게 모르게 우리 삶을 규정하는 규범으로 기능하고 있다. ‘의리를 잘 지키는가’의 여부가 사람을 평가하는데 중요한 지표로 쓰이는 건 그래서이다. 북한에서도 “의리는 산 같고 죽음은 홍모(鴻毛) 같다.”라는 속담이 쓰인다고 한다. 이는 의리는 산같이 무겁고 죽음은 기러기의 털과 같이 가볍다는 뜻이니 의리를 위해 죽음을 가볍게 여기는 경우를 이르는 말이다... 2021. 12. 12.
구미사람들, 이재명의 ‘사이다’를 만나다 2016년 12월, 19대 대선 앞두고 이재명 성남시장 구미에서 ‘거리 강연회’ 잠재적 대권후보의 한 사람인 이재명 성남시장의 인기가 요샛말로 ‘장난이 아니다.’ 후보군에 턱걸이로 드는가 싶더니 정기 여론조사에 이름을 올린 게 그리 오래지 않은 일이다. 가파르게 치솟던 지지도가 두 자릿수로 오르면서 어느 날부터 대세라는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를 위협하는 모양새가 되었으니 말이다. 박근혜퇴진구미시국회의가 초청한 연사로 그 이재명 시장이 지난 17일 구미에 왔다. 구미시 민방위교육장에서 열려고 했던 실내 강연이 구미 역전 거리강연회로 바뀐 것은 구미시가 강연장 대여를 취소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구미시민들은 역전 편도 2차선 아스팔트 위에서 이재명을 만날 수 있었다. 꽤 여러 차례 대통령선거를 겪었지만 내가.. 2021. 12. 11.
낙엽 쌓인 산길 걷는 법 미끄러운 낙엽 산길은 위험하다 출퇴근을 산길로 다닌 지 근 한 달이 다 돼 간다. 북봉산과 이어지는 다봉산 줄기인데 따로 부르는 이름이 없어서 내가 붙인 이름은 ‘도량산길’이다. 이 산자락은 도량1동과 도량2동을 길쭉하게 가르면서 벋어 있다. 필요가 길을 만들었다. 사람들은 군데군데 산 넘어가는 길을 만들었고, 맞추어 시에서는 산자락 중간쯤에 있는 횡단 길에 데크 계단을 설치해 놓았다. 처음엔 그 데크 계단 길을 이용했지만 나는 조금씩 코스를 바꿔갔다. 등성이를 절개하여 새 길을 내 에코 다리를 놓은 곳으로부터 이 산자락의 끝까지 오는, 말하자면 종주(縱走)를 마친 게 지난 15일쯤이다. 그날 만보기는 11,792보를 찍었다. 아침마다 산길로 접어들면서 설레는 느낌이 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아침마.. 2021. 12.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