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길 위에서 502

판사님네들, ‘오지랖도 넓다?’ 시민들 ‘눈높이와 다른’ 사법부 판결들 요즘 판사님들은 심기가 불편하겠다. 워낙 개명한(?) 세상인지라 무지렁이 백성들도 지엄한 판사 영감님을 무람없이 씹어대니 말이다. 만인지상이라는 대통령도 씹히는 세상이라는 게 그나마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다. 베이비붐 세대인 우리에게도 어릴 적 최고의 장래 희망이 ‘법관’이었다. 초등학교 시절, 나도 꽤 오래 장래 희망을 그렇게 적곤 했다. 그에 대한 이해가 있어서가 아니라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게 선망의 직업이라는 걸 깨달은 결과였다. ‘판검사’로 일컬어지는 법관에 대한 선망이 높았던 것은 엄청난 공부를 해야 이를 수 있는 지위였지만 고시라는 관문을 통과하면 무지렁이 ‘시골 것’들에게도 불가능하지 않은 자리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우리 고향에선 중졸 학력으로 .. 2022. 1. 31.
설 대목 풍경 2제 2011년 설 대목 풍경들 풍경1 ‘도둑 잡을 마음 없는 축산농’? 설이 가까워지는데 ‘구제역’ 소식은 진정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날마다 경남 김해가 뚫렸고 또 어디가 위험하고 살처분한 가축이 300만에 이르렀다는 소식이 이어진다. 결국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서 “한국에서 반세기 만에 세계 최악의 구제역이 발생했다”라며 경계령을 내렸다. 이 전대미문의 구제역 파동에 축산농들은 억장이 무너지는데 정작 이 파동의 책임을 져야 하는 주무 부처 장관은 그 원인을 과거 정부에 떠넘겨서 구설에 올랐다.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구제역 창궐 원인을 과거 정부가 만든 매뉴얼 때문’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기획재정부 윤증현 장관은 구제역 피해 농민을 두고 ‘도둑 잡을 마음 없는 집주인’으로.. 2022. 1. 28.
차량 ‘제조사’도 ‘긴급출동 서비스’를 한다? 차량 제조사의 ‘긴급출동 서비스’ 이른바 ‘마이카(my car) 시대’의 도래는 사람들의 삶의 패턴을 바꿔놓았다. ‘사람이라고 생긴 것들은 모두 다 차 한 대씩 끌고 다닌다’라고 했던 게 1990년대 중후반이니 집집이 차 한두 대는 기본이다. 갓 투표권을 갖게 된 아이들부터 7·80대 노인까지 운전은 아주 ‘기본 소양’이 되었다. 그러나 나날이 발전되어가는 성능 덕분에 고장 없이 차를 끌고 다닐 줄만 알지, 대부분 운전자는 아주 기본적인 응급처치도 할 줄 모른다. 연락만 하면 수분 안에 재깍 출동해서 입안의 혀처럼 살가운 도움을 주는 ‘자동차보험’이 있으니 말이다. 긴급출동 서비스, 보험사 ‘전용’ 아니다 그럭저럭 나도 운전을 하고 다닌 지 20년이 훌쩍 넘었다. 승합차로 운전을 시작해서 이후 세 종류의.. 2022. 1. 27.
당신들은 ‘로빈후드’가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종횡무진 요즘 인수위의 종횡무진을 보면 정말 ‘혁명’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새 정부 출범은 아직 한 달이 남았건만, 인수위나 대통령 당선인의 한마디가 가진 무게는 이미 현 정부의 그것보다 훨씬 무거운 데다 살벌하기까지 하다. 복지부동하다 못해 ‘신토불이’ 해 버린 ‘철밥통 공무원’에 대한 민간의 멸시와 증오는 이유 있다는 데 동의한다. 또 인수위가, 그간 현 정부에 면종복배하다 정권교체에 환호했던 그들에게 도로 칼을 겨누는 걸 보고 고소해하는 민심이 있다는 점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그러면서도 새 정권이 입성 전부터 공무원들을 ‘인원 감축’이나 ‘걸림돌론’으로 치받는 걸 바라보는 기분은 썩 유쾌하지 않다. 그들은 마치 국민에게 봉사해 온 현 정부의 공무원들을 .. 2022. 1. 25.
‘용의 해’, 혹은 역사에 대한 희망 2012년, 임진년 새해를 맞으며 진짜 임진년 새해가 밝았다. 해에다 간지(干支)를 붙이는 것은 오랜 태음력의 관습이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우리는 태양력에 이 태음력의 간지를 미리 써 버린다. 양력 새해를 맞으면서 앞당겨 음력 간지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엮는 것이다. 올해는 임진(壬辰)년, 용의 핸데 아홉 번째 천간(天干)에 해당하는 ‘임(壬)’의 색이 ‘흑’이어서 ‘흑룡’의 해란다. 흑룡은 비바람의 조화를 부리는 상서로운 짐승, 나라의 극성스러운 어머니들은 이왕 낳는 아이를 흑룡의 해에 맞추어 나으려고 온갖 꾀를 부리기도 하는 것이다. 일제 강점기에는 말할 것도 없는 일이었지만 1948년 단독정부 수립 이래 이 나라는 수천 년 동안 지내온 ‘설날’을 공식 명절에서 제외해 버렸다. 이른바 ‘왜놈 설’이 공.. 2022. 1. 24.
봄을 기다리며 학년말, 봄을 기다리며 내일로 방학 중 보충수업이 끝난다. 방학식 다음 날부터 24일간의 강행군이다. 하루에 다섯 시간. 오전 8시 10분에 시작되는 수업은 오후 1시 10분에 끝난다. 온순해 학교의 방침을 잘 따르는 아이들은 그래도 비교적 성실하게 학교에 나왔다. 양말을 껴 신게 한 추위 올겨울 추위는 정말 매웠다. 기온이 영상인 날이 며칠 되지 않았고 눈도 여러 번 내렸다. 최신식의 시스템 난방장치가 가동되었지만, 교실은 추웠다. 이미 5, 6년이 넘은 낡은 시설이어서 난방장치가 제 기능을 잃었는가. 따뜻한 바람이 나와야 하는데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바람 앞에서 아이들은 어깨를 잔뜩 웅크리곤 했다. 추운 건 아이들만이 아니다. 교무실도 썰렁하긴 매일반이다. 나는 그간 빼놓지 않고 내복을 입었고, 아침.. 2022. 1. 22.
[황남대총]신라 왕, 왕비와 함께 잠들다 국립경주박물관 관람 수명이 고작 100년에 못 미치는 인간에게 있어서 천 년쯤의 시간은 일종의 불가사의일지도 모른다. 더구나 그것이 단순히 100년이 열 번 되풀이된 단순 산술이 아니라, 인간의 삶과 역사의 누적임에랴. 인류의 역사 연구로 누천년에 걸친 역사의 속살까지 엿볼 수 있게 되었지만, 고대의 시간을 경험적으로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1천5백 년 전 서라벌, 황금의 나라의 고분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물론 그것은 실제 무덤이 아니라, 거기서 출토된 유물로 재현한 공간이었다. 우리는 국립경주박물관에서 베풀어지고 있는 ‘신라능묘 특별전 1 황남대총 신라 왕, 왕비와 함께 잠들다’(2010.12.10.~2011.2.6.)를 관람한 것이다. 예정에 없던 일정이었다. 그 전날 밤을 감.. 2022. 1. 13.
“살아남으려면 변해야 한다”던 정용진의 ‘멸공’ 타령 여전히 ‘멸공의 시대’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콩”으로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를 두고 한 진보지의 사회부장은 11일 자 칼럼에서 “세습으로 취업하는 재벌 3세가 관종을 ‘부캐’에서 ‘본캐’로 삼았다”라고 직격하면서 “짜증은 시민과 주주 몫, 뒤치다꺼리는 신세계 직원 몫”이라고 썼다. 별로 유쾌하지 않은 가십류의 뉴스에 더 보탤 것은 없지만, 글을 쓰는 것은 시민으로서 가누어야 할 ‘짜증’ 때문이다. 앞의 기자는 “멸공의 횃불을 높이 든 1968년생 재벌 3세 부회장이 이런 유치한 글을 인스타그램에 쓰고 있다”라고 하며 혀를 찼다. 그런데 삼성의 방계로 재벌 반열에 든 이 ‘젊지 않은’ 기업인이 벌이는 ‘놀이’에 유력 대통령 후보가 동참하고, 같은 정.. 2022. 1. 11.
그래, 우리는 소비도 ‘이념적’으로 한다 신세계그룹 정용진의 질문에 부쳐 ‘이마트 피자’' 사건 이래 9년이 지났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유통업계에도 괄목할 만한 변화가 있었다. 이른바 ‘꺾기와 후려치기’로 획득한 가격 경쟁력으로 영세 상권을 잠식해 온 대형 마트 업계 1위인 이마트가 올 2분기에 창사 후 첫 적자를 기록했다는 소식 말이다. 이른바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에 주가가 곤두박질치자, 이마트 쪽은 일시적 실적 부진이라며 표정을 관리하고 있지만, 그게 만만하게 볼 만한 수준은 아닌 모양이다. 쿠팡 등 전자상거래 업체와 힘겨운 출혈경쟁을 벌이면서 이마트는 SSG닷컴을 통해 새벽 배송 시장에도 뛰어들었고, 이마트24와 삐에로쇼핑, 스타필드 등에도 적잖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이들이 단기간에 큰 수익을 내기는 어.. 2022. 1. 10.
우리 모두가 ‘상복’을 입어야 한다 349일 만에 용산참사 장례 치러진다 용산에 비친 ‘우리’와 ‘우리 시대’의 ‘초상’ ‘용산’은 탐욕으로 얼룩진 개발의 시대에 부끄러움으로 남은 우리 시대, 삶의 거울이다. 거기 비친 것은 자기만의 작은 이익에는 기꺼이 노예가 되면서 이웃의 아픔과 분노는 짐짓 외면해 온 동시대인들의 비굴하고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관련 글 : 용산참사, 기억의 투쟁] 가난하고 힘없는 시민들에게 가해진 공권력의 부당한 ‘폭력’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맞선 ‘저항’에 던져진‘폭력’의 몰매는 가혹했다. 그 얼굴 없는 ‘폭력’ 앞에 ‘나는 아니다’, 도리질한 사람들의 침묵이 그들의 죽음을, 수백 일 동안의 폭력을 용인했고, 그 주검 위에 침을 뱉은 것이다. 용산은 2010년, ‘선진화’를 자랑하는 정치권력의 자화자.. 2022. 1. 4.
새해, ‘호랑이’처럼 씩씩하지는 않더라도 ‘건강’하게 2022년 호랑이해를 새로 맞으며 2022년 새해가 밝았다. 코로나19 상황이 다시 심각해진 상황에서도 해돋이를 보러 동해로 몰리는 인파는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2021년과 2022년을 구분 짓는 물리적인 시간의 경계를 시간으로 가늠하면서 거기다 다른 의미를 부여하지만, 1월 1일에 뜨는 해가 전날의 태양과 다르지는 않다. 올해는 ‘검은 호랑이’의 해 언제부턴가 이 한 해의 경계를 무심히 넘기고 있다. 몇몇 동료와 선후배, 제자들의 문자를 받으며 새해를 환기하지만, 별다른 소회는 없다. 멀리서 보내온 옛 동료의 문자는 손수 만든 그림 연하장처럼 보였다. 거기 그래픽으로 그린 호랑이를 보면서 ‘범 내려온다’라는 소리가 넘치는 이유를 짐작할 뿐이다. 벽걸이든 탁상용이든 달력에 그해의 간지(干支).. 2022. 1. 3.
할매들, ‘낙동강 살리기’를 말하다 안동에서 ‘4대강 정비사업’ 첫 삽 안동에서 “사실상 ‘한반도 대운하’라는 비난을 받는 ‘4대강 정비사업’이 29일 첫 삽을 떴다.”라고 는 전한다. 정작 현지에서 사는 내가 그걸 전언의 형식으로 쓰는 것은 그 현장을 가 보지 못한 까닭이다. ‘낙동강 안동지구 생태하천 조성사업 착공식’이 열린 11시에 나는 수업 중이었다. 글쎄, 시를 가로지르는 낙동강 둔치 옆으로 낸 육사로에 15억을 들여서 세운 대형 LED 홍보전광판은 “낙동강 살리기 안동에서 첫삽!”을 경축하고 있었지만, 안동시민들 모두가 그렇게 흥분했는지는 알 수 없다. 공사가 시작되기 전인 12월 24일, 저녁에 나는 회식 자리에 가느라고 이번 공사 구간에 포함된 영가대교를 어떤 음식점의 승합차를 타고 건넜다. 누가 물은 것도 아니었지만, 운전.. 2022. 1.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