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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길 위에서 529

도시락 배달길 지역 복지관에서의 자원 봉사 이야기 점심을 먹고 한 시간 남짓, 도시락을 배달하고 돌아왔다. 노란 플라스틱 바구니에 반주일치 반찬이 든 찬합이 셋. 그게 내가 배달해야 할 도시락이다. 함께 든 쪽지에는 그동안 죽 맡아 도시락을 가져다준 여자아이 이름 밑에 낯선 이름 둘이 더 있다. 새로 도시락을 받을 아인데 자매인 모양이다. 이번 방학은 거저 같다. 해마다 4∼5주가량 활동하는데 이번엔 2주만 수고해 달라는 복지관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 복지관에서 시행하는 결식 학생 도시락 배달에 참여하게 된 건 2004년 여름방학 때부터였으니, 햇수로는 4년째, 어느새 일곱 번째 방학을 맞은 것이다. 그때는 1년간의 조합 전임활동을 마치고 복직한 뒤, 처음 맞는 여름방학이었다. 십수 년 동안 앞만 보고 달려온 .. 2022. 8. 7.
비 갠 오후, 고추밭에서 장모님의 고추밭에서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올 장마는 끈질기다. 6월 중순께부터 시작한 이 우기는 7월 말에 들어서면서 비로소 아퀴를 지으려는 듯하다. 강원도를 비롯한 전국 각지를 강타한 수해는 이 땅과 사람들에게 유례없이 깊은 상처를 남겼다. 뻘 속에 잠겨 있거나 지붕 언저리만 흔적으로 남은 참혹한 삶터에서 담배를 태우거나 소주잔을 들이켜고 있는 촌로들의 스산한 표정 앞에서 수해와 무관한 도회에서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죄스럽기 짝이 없다. 그예 장마가 끝날 것이라는 일기예보를 듣고 집을 나섰고, 모처럼 펼쳐지는 파랗게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딸애는 탄성을 질렀다. 입대 후, 이제 갓 1년을 남긴 아들 녀석의 면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2022. 8. 5.
현병철 인권위원장의 ‘스마트 코리아’ 막장으로 치닫는 현병철 위원장의 국가인권위원회 경찰과 보수 세력들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세 번째 ‘희망 버스’는 부산으로 달려갔다. 전국에서 모인 일만오천의 시민들은 ‘인간의 삶과 일’을 위해 싸우는 한 해고노동자에게 ‘인간의 사랑과 연대’를 뜨겁게 전했다. 그것은 새삼 ‘인간은 아름답다’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국가인권위, 직원들 ‘부당징계’ 강행 이런 벅찬 소식만 있는 건 아니다. 29일에는 그예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인권위 노조 간부 해고에 항의하며 1인 시위를 벌인 직원들의 징계를 강행했다. 그것도 애초에 현병철 위원장이 요구한 징계 수위(3명 중징계, 8명 경징계)보다 높은 4명에겐 중징계인 정직을, 다른 7명에게는 경징계인 감봉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일찍이 인권위는 비슷한 사안에 .. 2022. 7. 31.
8월, 함께 창 앞에 서자 여름은 처서(處暑)로 가고여름은 아직 한참 남았다. 장마 덕분에 더위는 오다가 문턱에 걸린 형국이었으나, 장마가 끝나면서 불볕으로 되살아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어차피 절기는 제 갈 길을 간다. 8일이 입추, 14일이 말복이고, 23일은 ‘지나면 모기 입이 비뚤어진다’는 처서(處暑)다. 더위도 한풀 꺾이면서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해 ‘처서’라는 이름을 얻은 이 절기 이후로 시간은 좀 빠르게 지나간다. 7·8월이 어정어정 또는 건들건들하는 사이에 지나가 버린다는 ‘어정칠월 건들팔월’인 것이다. 예순한 돌 광복절 15일은 예순한 돌을 맞이하는 광복절이다. 작년에 회갑을 맞았으니 올해는 새로운 갑자(甲子)가 시작되는 해인 셈이다. 갑자가 돌아왔으나 여전히 조국의 분단은 끝나지 않았.. 2022. 7. 30.
72년…그러나 ‘1천2백 목숨 거둔 숲’은 말이 없다 6·25 당시 학살 현장 김천시 구성면 송죽리에서 열린 희생자 추모제 참관기 지난 14일 오전 11시, 김천시 구성면 송죽리 폐교된 지례중학교 구성분교장 맞은편 산어귀에서 어떤 추모제가 조촐하게 베풀어졌다. 1950년 7월 14일, 이 숲 부근에서 학살된 독립운동가 임종업(林鍾業, 1907~1950) 선생과 1천2백 명의 억울한 넋을 위로하고 기리는 자리였다. 사회주의 독립운동가 임종업 선생과 희생자 추모제 임종업은 5·16 쿠데타 직후 북의 밀사로 내려왔다가 처형된 황태성(1906~1963), 박정희의 셋째 형인 박상희(1906~1946)와 함께 경북지역의 ‘사회주의 독립운동가 3인방’ 가운데 한 사람이다. 당시 김천시 보도연맹에 강제로 가입해 있던 임종업은 1천2백여 명 보도연맹원들과 함께 이 숲 어.. 2022. 7. 19.
역시, ‘남의 염병이 내 고뿔만 못하다’ 보수 목사들의 우중 시위에 부쳐 오늘 아침 에 흥미로운 기사 하나가 떴다. 제목도 눈길을 끈다. ‘보수 목사들 장대비 속 도로점거 왜?’ 우리 머릿속에 각인된 보수 목사의 모습은 하나같다. 주로 서울역 앞에서 성조기를 흔들거나 인공기를 불태우는 전투적인 모습과 분출하는 애국심을 가누며 ‘조국과 지도자’를 위해 기도하는 모습 말이다. 기사에 담긴 사진 속에 빗줄기 속에서 우의를 껴입고 구호를 써 붙인 노란 종이를 든 사람들이 차도 한쪽을 점거하고 있다. 어쩐지 그들이 낯익어 보이는 까닭은 앞서 말한 대로 서울역이나 서울광장 등에서 보여준 혁혁한 전공(?) 탓인지도 모르겠다. 기사에 따르면 이 목사들 300여 명은 어제 오후에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주변, 덕수궁 대한문과 플라자호텔 앞의 1개 차로를 점거(!.. 2022. 7. 15.
‘그 바다’, ‘현해탄’이 아니라 ‘대한해협’이다 백년 넘게 잘못 써 온 ‘현해탄’, 버릴 때가 되었다블로그에 쓰고 있는 꼭지 에서 김우진과 윤심덕의 정사를 다룬 글을 쓴 게 2017년 8월이다. 제목이 “1920년대식 ‘애정 증명’? 김우진과 윤심덕, 현해탄에서 지다”였는데, 어떤 독자가 댓글에서 ‘현해탄’이 아니라 ‘대한해협’으로 써야 옳다고 지적해 주어서 나는 사실을 확인하고 제목을 고쳤다.  ‘현해탄’은 ‘대한해협’이 아닌, 일본의 ‘조그만 바다’다 많은 한국인이 한국과 일본 사이의 바다를 ‘현해탄’이라 쓰는 것은 ‘현해탄’을 쓰시마 해협이나 대한해협(Korea straits)과 같은 개념으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현해탄은 대한해협을 지칭하는 일본식 지리 용어이므로 ‘식민지 언어의 잔재’라 보는 의견도 있지만,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고 한다.  아.. 2022. 7. 1.
7월, 더 낮게 흘러서 가자 청포도의 7월에 7월이다.1일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합법 조직이 된 지 8돌이 되는 날이다. 다분히 과장된 구호였지만, 전교조란 조직 명칭 앞에 ‘사천만의 꿈과 희망’이란 꾸밈말이 자연스럽게 느껴졌던 시절이 있었다. 혹독한 탄압의 시기였다. 1천6백여 명의 교사들이 학교에서 쫓겨났고 이 거리의 교사들이 정부청사 앞에서 원상회복을 요구하며 집회를 벌일 때마다 짧게는 하루에서 길게는 48시간 동안 경찰서 유치장 신세를 지거나 닭장차에 실려 난지도 따위의 외곽지에 짐짝처럼 버려지기도 했다. 여러 우여곡절이 있긴 했지만, 그때와 비기면 지금 전교조는 가히 ‘동네북’으로 전락해 버린 듯하다. 보수 세력은 말할 것도 없고, 그들에게서 표를 구해야 하는 의사(疑似) 개혁 정치인까지 그 발길질에 열심히 가담한다. ‘두.. 2022. 6. 30.
‘애완’과 ‘반려’, 혹은 버리는 사람과 거두는 사람 ‘애완’과 ‘반려’ 사이 오늘 아침, 모처럼 걸어서 출근하는 길이었다. 네거리에 서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오른편 전봇대에 붙은 광고지가 눈에 띄었다. 신호가 들어왔다면 나는 무심히 길을 건넜을까. 나는 ‘강아지를 찾습니다’라는 제목의 광고를 읽었고, 휴대전화로 두 장의 사진을 찍었다.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는다는 여느 광고였다면 나는 무심히 스쳐 지나가고 말았을 것이다. 그런데 예의 광고 속 강아지는 ‘8개월 전에 유기견보호센터에서 입양해 온 유기견’이라고 했다. ‘또다시 유기견이 되지 않도록’ 연락을 달라는 광고는 “저희에겐 소중한 ‘가족’입니다.”라는 문장으로 끝을 맺으면서 20만 원의 사례금도 제시하고 있었다. 반려동물(사실은 이런 낱말도 내겐 익숙하지 않다.)과는 나는 인연이 아주 멀다. 개나 .. 2022. 6. 17.
『직지(直指)』와 ‘금속활자’ 이야기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과 흥덕사지, 청주고인쇄박물관*PC에서는 이미지를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 이미지로 볼 수 있음.흥덕사지의 청주 고인쇄(古印刷)박물관을 찾은 것은 지난 5월 27일, 문의문화재단지를 돌아보고 나서였다. 도시락까지 준비하고 소풍 삼아 문의에 갔었지만, 때를 훌쩍 넘기고 마땅히 도시락을 펼 데를 찾을 수 없었다. 오후 3시쯤, 아내와 내가 고인쇄박물관 주차장에 차를 대고 거기서 불편하게 도시락을 비운 사연이다. [관련 글 : ‘소풍’은 문의마을로 가서 ‘도시락’은 차 안에서 먹었다] 청주고인쇄박물관과 흥덕사지 방문 흥덕사지(興德寺址)는, 한국토지공사가 운천 지구 택지개발사업을 시작하고 청주대 박물관이 운천동 사지 발굴조사를 진행하면서 발견되었다. 흥덕사지는 현장에서.. 2022. 6. 13.
영남 성골 유권자의 지방선거 ‘유감’ 2014년 제 6회 지방선거(2014. 6. 4.)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정당은 말할 것도 없고, 언론과 시민사회에서, 한 표를 행사한 유권자는 자기 깜냥대로 이 선거의 ‘의미’와 ‘결과’를, 그 대차대조표를 내놓았다. 여야 모두 패배다, 비긴 셈이다, 대통령의 눈물이 여당을 살렸다, 야당의 성과는 세월호 영령 덕이다, 국민은 절묘한 중립을 선택했다……. 승패, 그 미묘한 대차대조표 단지 표현의 문제만이 아니니 그 각각의 평가는 모두 사실의 핵심이든 변죽이든 울리고 있을 터이다. 나는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촌평을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적 선택을, 선거 결과를 통해 증명받고 싶어 하는 것이야 어느 쪽이든 마찬가지일 것이리라. 막대기만 꽂아놔도 된다는 경상도, 그것도 여전히 ‘죽은 박정.. 2022. 6. 8.
6월, 아픔과 역사를 넘어 6월, 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넘어 6월은 10월과 함께 그 숫자가 본음이 아닌 속음(俗音)인 [유월], [시월]로 불리는 달이다. [유궐], [시붤]처럼, 하기는 어렵고 듣기에는 거슬리는 발음을 쉽게 하기 위한 일종의 활음조 현상이다. 이달을 고비로 한 해가 꺾어진다. 한 해의 절반이 지나가는 것이다. 유월은 유독 민족 분단과 관련된 날이 많다. 한국전쟁이 일어난 6·25가 그렇고, 나라를 위해 죽어간 모든 이들을 기리는 현충일(6일)이 그렇다. 15일은 반세기가 넘게 계속되어 온 냉전의 세월을 끊은 6·15 선언이 7돌을 맞는 날이다. 불과 반세기 역사의 굽이마다 얼룩진 민족의 삶과 죽음은 얼마인가. 한국전쟁으로 남북은 각각 133만과 272만, 모두 405만여 명의 인명을 잃었다. 이 중 민간인 사상.. 2022. 5.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