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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길 위에서 504

권정호의 <고 이경희 화백 기록전> 의성 탑리의 해암갤러리 권정호 특별 사진전(11.2.~11.30.) 김재도 선생께서 해암갤러리에서 권정호 특별사진전을 연다고 알려왔다. 해암갤러리는 의성군 금성면 탑리 버스터미널 대합실로 같이 쓰는 해암 김재도 선생의 갤러리다. 시골 버스정류장 대합실로 같이 쓰는 갤러리인지라 소품 위주의 규격이 작은 작품만 걸 수밖에 없는 형편이 아쉬운 곳이다. [관련 글 : 67년 된 시골 버스터미널, 팔순 사진가의 ‘갤러리’가 되다] 권정호 작가는 사진기자 등 지역 언론계에 36년 동안 몸담아온 보도사진 전문가. 해암갤러리에서 여는 이번 전시는 ‘고 이경희 화백 기록전’. 대구 수채화의 거목으로 알려진 고 이경희(1925~2019) 화백의 초기작과 화실 풍경, 작업 과정, 말년의 일상까지 담아낸 사진들이다. 미술 작.. 2021. 11. 13.
그의 ‘가을’은 풍성하고 아름답다 농부 미나리가 보내온 가을 수확 이웃 시군에 가까이 지내는 친구가 하나 있다. 내가 몇 살쯤 위기는 하나 그깟 나이야 무슨 상관인가.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우리는 더러 우의를 나누는 사이다. 나눈다고 했지만 사실은 내가 일방적으로 받기만 했던 것 같다. 그는 지금 사는 데 집을 짓고 부근의 땅 마지기를 이루어 농사를 짓는데 올해도 감이며 밤 같은 과실을 보내주었다. 얼마 전에는 그간의 정성이 고마워서 책 몇 권을 보냈더니 이내 연락이 왔다. 잘못 보낸 거 아닙니까? 제대로 갔네. 읽을 만한 책 같아서 보낸 거니까……. 말보다 행동이 빠른 사람이다. 바로 쪽지 하나와 함께 우체국 택배가 날아왔다. 이건 또 뭐야, 했더니 그가 몸소 지은 가을걷이 일부다. 콩이 있고, 팥이 있고, 강냉이, 곶감에다가 수세미.. 2021. 11. 13.
[풍경] 전태일 40년의 두 집회 2010년, 전태일 40년의 집회 둘 지난 일요일, 서울에서 열린 두 개의 집회에 다녀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이주호 장관 퇴진과 부당징계 전면 무효화를 요구하는 전국교사 결의대회’와 이어서 열린 민주노총의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 전국노동자대회’가 그것이다. 8시 반에 출발한 전세 버스는 정오를 조금 지나 종로에 닿았다. 오후 1시, 교사대회가 열리는 보신각 주변엔 가을이 깊었다. 제야에 타종식을 치르던 보신각의 규모는 생각보다 훨씬 커 보였고 정자 주변 도로에 단풍이 좋았다. 우리는 보신각 앞에다 가지런히 자리를 잡았다. 민주노동당 후원 교사에 대한 교과부의 징계 지시에 따라 지역 교육청에서 강행된 징계 결과는 ‘학살’이라는 표현이 걸맞다. 7일 현재까지 확정된 징계 결과는 해임 8, 정직 21,.. 2021. 11. 10.
사모곡(思母曲), 기다림은 마음으로 유전한다 어머니 생각, 기다림은 유전하는가 며칠 전부터 황석영의 장편소설 을 읽기 시작했다. 9월 말께에 샀으니 한 달이 훨씬 넘었다. 편하게 누워서 책을 폈는데, 맨 앞은 작가의 헌사(獻辭)다. 젊은 시절 언제나 아들의 귀가를 기다리시던 어머니께 이 책을 바칩니다. 청년기를 힘들게 보냈던 작가의 헌사를 읽다 말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잠깐 책을 내려놓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 아들의 귀가를 기다리던 작가의 어머니를 생각하다 나는 6년 전에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떠올렸고, 그예 눈물을 찔끔거리고 말았다. 고작 여섯 해 전에 세상을 떠나셨는데도 어머니가 가신 지가 너무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게 공연히 서러웠다. 돌아가신 후 아들 녀석이 쓰다가 지금은 내 서재로 쓰는 문간방 앞에 기대어 서서 현관에 들어서는 나를 반가.. 2021. 11. 6.
이 땅에서 ‘국민’으로 살아가기 이명박 정부의 국가인권위 국정감사와 촛불시위 인권위 국정감사, ‘국민’의 기준? 어떤 자리에 있든 ‘국민이 맞느냐?’는 힐난을 받는 것은 그리 유쾌한 경험이 아니다. 일제 강점기 때 ‘비국민(非國民)’(일제 강점기에, 황국 신민으로서의 본분과 의무를 지키지 않는 사람을 이르던 말)을 떠올릴 일은 아니지만, 무언가 한 국가의 구성원으로 대단한 ‘흠’을 가진 게 아니냐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으니 말이다. 어저께 이 힐문을 받은 이는 안경환 국가인권위원장이다. 국가인권위 국정감사에서다. 이유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촛불시위에서 경찰이 인권침해를 한 사실이 있다’라며 경찰 간부에 대한 징계를 권고했기 때문이다. 이런 힐문을 던진 이는 여당의 한 의원이었다. 잠깐 텔레비전 화면에서 그 장면을 봤는데, 이 여성 의원.. 2021. 10. 31.
무제 용산참사 최종 선고 때로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때가 많은 세상이다. 서민 대중들은 웅변이 침묵의 고통을 표현하지 못할 때는 차라리 침묵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내 분노와 절망의 언사는 고작 주변만 잠깐 밝히다 스러지는 불빛 같은 것……. 주변을 둘러봐도 그 불빛에 고개를 끄덕이는 이는 몇몇 이웃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사람들은 분주히 자신의 길을 가고 있을 뿐이다. 거기 외치는 분노와 절규는 메아리 없이 사라진다. 한 사람의 고통의 다른 사람이 누리고 있는 행복의 한 귀퉁이도 건드리지 못하는 이 완전한 격리와 단절. 용산참사 최종 선고 이야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한양석)는 철거민 9명에게 모두 유죄를 선고했다. 담당 변호인은 ‘정치적 재판’이라 규정했고, 유족들은 재판부의 판결문을.. 2021. 10. 29.
선물 ‘선물’ 이야기 아침에 미역국을 먹었다. 일요일인데도 아내가 부산스럽게 움직이더니 더덕구이와 갈치자반이 상에 올랐다. 잠이 덜 깬 딸애가 밥상머리에 앉으며 축하 인사를 건넸고, 곧 서울에서 아들 녀석의 전화가 걸려 왔다. 이른바 ‘귀가 빠진 날’인 것이다. 선물은 생략이다. 아내가 선물 사러 나가자고 여러 번 권했지만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시험 준비 중인 딸애는 따로 선물을 준비할 여유가 없었던 듯했고, 아들애는 전화로 제 어미에게 대신 선물을 준비하라 이른 모양인데, 내가 선물 얘기를 잘라버린 것이다. 나나 아내는 여전히 선물 문화에는 익숙하지 않다. 지난 5월(어버이날)에는 딸애가 카네이션 바구니를, 군에 있던 아들 녀석이 ‘군사우편’을 보내왔었다. 오후에는 외출에서 돌아온 딸애가 선물 상자 하나.. 2021. 10. 21.
‘아름다운 가게’가 반정부 단체라고? 한 여당의원의 황당 주장 최신 뉴스다. ‘아름다운 가게’가 ‘반정부 활동’에 동원되었단다. 지난 10월 13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한, 이사철 한나라당 의원의 주장이다. 주장의 근거는 두 가지다. 아름다운 가게가 촛불집회 등 반정부 불법집회를 한 8개 단체에 자금을 지원한 사실이 있고 이사인 박원순 변호사가 최근 정부를 비판하는 정치활동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사철 의원은 아름다운 가게에 “은행들이 지원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앞으로도 있어서는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그는 ‘아름다운 가게에 물품을 기부하거나 가게 장소를 대여하는 등 지원을 하고 있는 금융기관’을 조사해서 제출해 달라고 금감원에 요구했다. 그의 주장의 핵심은 첫째 ‘아름다운 가게는 반정부 활.. 2021. 10. 14.
이번엔 ‘달러’를 모으자고? 한나라당의 ‘외화통장 만들기’ 운동 제안에 부쳐 역시 한나라당이다. 종합주가지수는 폭락하고, 원 달러 환율은 수직으로 상승하여 둘이 각각 1300선에서 만나게 된 상황에서 ‘외화통장 만들기’ 운동을 벌이자고 했다는 것이다. 주연은 국회 정무위원장 김영선 의원이다. 김 의원은 제안은 이렇다. “지금은 외환보유고가 문제가 되는데, IMF때 금 모으기 운동을 했었다. 지금은 외환위기가 문제인데 집마다 100달러, 500달러 등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전 국민 외화통장 만들기를 해서, 통장에만 넣어만 놔도 장기 달러 보유가 되기 때문에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국민 참여의 좋은 아이디어 될 것 같기 때문에 지도부께서는 이 점을 검토해보시면 좋겠다.” 말씀인즉슨 집에서 ‘썩히고’ 있는 달러를 끄집어내어서 어려운 나라 .. 2021. 10. 8.
시월 유감 퇴임 이후를 생각한다 시월, 가을이 깊어지고 있다. 한가위를 쇠고 나자 갑자기 갈피를 잃어버린 기분이 되었다. 예전처럼 고향 갈 일이 없어 명절은 단출하게 보냈다. 연휴 중에 몸이 성치 않아서 한나절쯤 고생을 했다. 좀처럼 앓아눕는 일이 없는 편인데 신체 기능이 떨어지면서 생기는 질병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연휴 끝나고 돌아온 학교, 3학년은 그예 모든 진도와 강의를 끝내고, 마무리 학습으로 들어갔다. 하루 아홉 시간, 모든 통제로부터 풀린 혼곤한 자유 앞에서 외려 아이들은 지치고 겉늙어 보인다. 끊임없이 자거나 멍해진 눈길로 습관적으로 교재에 머리를 파묻는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세상이 참 모질다는 생각을 아니 할 수 없다. 퇴임 ‘이후’ 생각 지난 월요일부터 3학년은 마지막 기말, 1·2학년은 중간시험을.. 2021. 10. 7.
67년 된 시골 버스터미널, 팔순 사진가의 ‘갤러리’가 되다 의성 탑리 버스정류장을 지키는 '독도 사진가' 김재도 선생 이야기 의성에 귀촌한 벗으로부터 탑리 버스정류장을 갤러리로 쓰는 사진가 한 분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지 한참 지났다. 그러나 나는 딴 데 정신을 팔았는지 그걸 전혀 유념하지 못했다. 지난 16일, 함께 금성면 탑리의 시외버스터미널을 찾았다. 팔순 사진가는 67째 운영해 온 정류장에 갤러리를 꾸몄다 탑리 버스정류장은 인구 4천5백의 시골 버스정류장으로는 규모가 제법이었다. 대합실에 들어선 다음에야 비로소 ‘정류장이 갤러리’라는 벗의 얘기가 가늠되었다. 열두어 평쯤의 대합실 벽면엔 빼곡히 사진 작품이 걸렸고, 두 군데 텔레비전 모니터에선 관련 동영상이 흐르고 있었다. 출입구 오른쪽의 매표창구, 그 위와 맞은편 벽에 각각 붙은 버스 시간표와 요금표만이.. 2021. 10. 4.
2007년 10월 4일, 그리고 1년… ‘10·4 남북공동선언’ 한 해 10월 4일은 2007년 10월 4일 남북 정상이 합의·발표한 (이하 10·4선언) 첫 돌이다. 그러나 두 달 전 열린 베이징 올림픽에서 남북 공동입장이 무산된 것을 비롯하여, 지금 남북 양측의 교류와 협력은 얼어붙어 버린 상태다. [관련 글 : ‘10·4 남북공동선언’, ‘6·15’를 이으며 ‘판문점선언’으로] 변화는 지난해 12월 대선의 결과로부터 비롯하였다.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이라는 구호 아래 모든 것들이 부정되거나 무시되기 시작했다. ‘노무현만 아니면 되는’(ABR : Anything But Roh) 게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의 기본인가. 새 정부는 지난 정권이 이룩한 남북의 화해와 협력의 상징인 6·15, 10·4 양 선언에 대해 어정쩡한 태도로 일관했다... 2021. 10.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