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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길 위에서 530

[황남대총]신라 왕, 왕비와 함께 잠들다 국립경주박물관 관람 수명이 고작 100년에 못 미치는 인간에게 있어서 천 년쯤의 시간은 일종의 불가사의일지도 모른다. 더구나 그것이 단순히 100년이 열 번 되풀이된 단순 산술이 아니라, 인간의 삶과 역사의 누적임에랴. 인류의 역사 연구로 누천년에 걸친 역사의 속살까지 엿볼 수 있게 되었지만, 고대의 시간을 경험적으로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1천5백 년 전 서라벌, 황금의 나라의 고분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물론 그것은 실제 무덤이 아니라, 거기서 출토된 유물로 재현한 공간이었다. 우리는 국립경주박물관에서 베풀어지고 있는 ‘신라능묘 특별전 1 황남대총 신라 왕, 왕비와 함께 잠들다’(2010.12.10.~2011.2.6.)를 관람한 것이다. 예정에 없던 일정이었다. 그 전날 밤을 감.. 2022. 1. 13.
“살아남으려면 변해야 한다”던 정용진의 ‘멸공’ 타령 여전히 ‘멸공의 시대’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신세계그룹 부회장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콩”으로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를 두고 한 진보지의 사회부장은 11일 자 칼럼에서 “세습으로 취업하는 재벌 3세가 관종을 ‘부캐’에서 ‘본캐’로 삼았다”라고 직격하면서 “짜증은 시민과 주주 몫, 뒤치다꺼리는 신세계 직원 몫”이라고 썼다. 별로 유쾌하지 않은 가십류의 뉴스에 더 보탤 것은 없지만, 글을 쓰는 것은 시민으로서 가누어야 할 ‘짜증’ 때문이다. 앞의 기자는 “멸공의 횃불을 높이 든 1968년생 재벌 3세 부회장이 이런 유치한 글을 인스타그램에 쓰고 있다”라고 하며 혀를 찼다. 그런데 삼성의 방계로 재벌 반열에 든 이 ‘젊지 않은’ 기업인이 벌이는 ‘놀이’에 유력 대통령 후보가 동참하고, 같은 정당.. 2022. 1. 11.
그래, 우리는 소비도 ‘이념적’으로 한다 신세계그룹 정용진의 질문에 부쳐 ‘이마트 피자’' 사건 이래 9년이 지났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유통업계에도 괄목할 만한 변화가 있었다. 이른바 ‘꺾기와 후려치기’로 획득한 가격 경쟁력으로 영세 상권을 잠식해 온 대형 마트 업계 1위인 이마트가 올 2분기에 창사 후 첫 적자를 기록했다는 소식 말이다. 이른바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에 주가가 곤두박질치자, 이마트 쪽은 일시적 실적 부진이라며 표정을 관리하고 있지만, 그게 만만하게 볼 만한 수준은 아닌 모양이다. 쿠팡 등 전자상거래 업체와 힘겨운 출혈경쟁을 벌이면서 이마트는 SSG닷컴을 통해 새벽 배송 시장에도 뛰어들었고, 이마트24와 삐에로쇼핑, 스타필드 등에도 적잖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이들이 단기간에 큰 수익을 내기는 어.. 2022. 1. 10.
우리 모두가 ‘상복’을 입어야 한다 349일 만에 용산참사 장례 치러진다 용산에 비친 ‘우리’와 ‘우리 시대’의 ‘초상’ ‘용산’은 탐욕으로 얼룩진 개발의 시대에 부끄러움으로 남은 우리 시대, 삶의 거울이다. 거기 비친 것은 자기만의 작은 이익에는 기꺼이 노예가 되면서 이웃의 아픔과 분노는 짐짓 외면해 온 동시대인들의 비굴하고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관련 글 : 용산참사, 기억의 투쟁] 가난하고 힘없는 시민들에게 가해진 공권력의 부당한 ‘폭력’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맞선 ‘저항’에 던져진‘폭력’의 몰매는 가혹했다. 그 얼굴 없는 ‘폭력’ 앞에 ‘나는 아니다’, 도리질한 사람들의 침묵이 그들의 죽음을, 수백 일 동안의 폭력을 용인했고, 그 주검 위에 침을 뱉은 것이다. 용산은 2010년, ‘선진화’를 자랑하는 정치권력의 자화자.. 2022. 1. 4.
새해, ‘호랑이’처럼 씩씩하지는 않더라도 ‘건강’하게 2022년 호랑이해를 새로 맞으며 2022년 새해가 밝았다. 코로나19 상황이 다시 심각해진 상황에서도 해돋이를 보러 동해로 몰리는 인파는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2021년과 2022년을 구분 짓는 물리적인 시간의 경계를 시간으로 가늠하면서 거기다 다른 의미를 부여하지만, 1월 1일에 뜨는 해가 전날의 태양과 다르지는 않다. 올해는 ‘검은 호랑이’의 해 언제부턴가 이 한 해의 경계를 무심히 넘기고 있다. 몇몇 동료와 선후배, 제자들의 문자를 받으며 새해를 환기하지만, 별다른 소회는 없다. 멀리서 보내온 옛 동료의 문자는 손수 만든 그림 연하장처럼 보였다. 거기 그래픽으로 그린 호랑이를 보면서 ‘범 내려온다’라는 소리가 넘치는 이유를 짐작할 뿐이다. 벽걸이든 탁상용이든 달력에 그해의 간지(干支).. 2022. 1. 3.
할매들, ‘낙동강 살리기’를 말하다 안동에서 ‘4대강 정비사업’ 첫 삽안동에서 “사실상 ‘한반도 대운하’라는 비난을 받는 ‘4대강 정비사업’이 29일 첫 삽을 떴다.”라고 는 전한다. 정작 현지에서 사는 내가 그걸 전언의 형식으로 쓰는 것은 그 현장을 가 보지 못한 까닭이다. ‘낙동강 안동지구 생태하천 조성사업 착공식’이 열린 11시에 나는 수업 중이었다. 글쎄, 시를 가로지르는 낙동강 둔치 옆으로 낸 육사로에 15억을 들여서 세운 대형 LED 홍보전광판은 “낙동강 살리기 안동에서 첫삽!”을 경축하고 있었지만, 안동시민들 모두가 그렇게 흥분했는지는 알 수 없다. 공사가 시작되기 전인 12월 24일, 저녁에 나는 회식 자리에 가느라고 이번 공사 구간에 포함된 영가대교를 어떤 음식점의 승합차를 타고 건넜다. 누가 물은 것도 아니었지만, 운전하.. 2022. 1. 3.
가보자, 을미 새해로… ‘을미적’거리지 말고 2014년을 보내고 2015, 을미년을 맞으며 2015년은 간지로 을미(乙未)년이다. 올해가 1894년 갑오(甲午)년의 2주갑(周甲)이었으니 2015년은 1895년, 을미년의 2주갑이다. 을미년은 명성황후가 경복궁에서 일본 공사가 지휘하는 낭인에게 시해된 사건, 을미사변(명성황후시해사건)이 일어났고 연말에는 단발령이 공포된 해다. 무엇보다도 을미년은 을미사변과 단발령 시행에 항거하여 처음으로 항일 의병이 일어난 해다. 동학농민운동의 세력을 기반으로 한 이 ‘을미의병’은 이후 을사의병(1905), 정미의병(1907)로 이어져 경술국치(1910) 이후 항일 무장 독립운동 세력의 근간이 되었다. ‘갑오 2주갑’을 보내고 ‘을미 2주갑’을 맞으며 돌이켜 보건대 억눌린 백성들이 동학의 깃발 아래 봉기한 갑오년 농.. 2022. 1. 1.
새해 희망, ‘사자성어(四字成語)’ 생각 2014년 새해의 희망을 담은 ‘사자성어(四字成語)’ 1. 전미개오(轉迷開悟) 이 전국의 교수 617명을 대상으로 ‘새해 희망의 사자성어’를 설문한 결과 27.5%인 170명이 ‘전미개오(轉迷開悟)’를 꼽았단다. 중고등학교에서 배운 성어와는 꽤 거리가 있는 이 사자성어는 ‘미망에서 돌아 나와 깨달음을 얻자’는 뜻이다. [관련 기사 바로 가기] 다음은 교수들이 새긴 ‘전미개오’의 의미. “속임과 거짓됨에서 벗어나 세상을 밝게 보자는 것이다. (……) 2013년 한 해 동안 있었던 속임과 거짓에서 벗어나 진실을 깨닫고 새로운 한 해를 열어가자.”(문성훈 서울여대 교수) “政은 正이다. 정치는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 원래대로 회복시킨다는 의미다. (……) 가짜와 거짓이 횡행했던 2013년 미망에서 돌아 나와 깨.. 2021. 12. 31.
2016 원숭이해, 갑자(甲子) 돌아오다 회갑, 혹은 환갑을 맞았다 2016년 새해는 병신(丙申)년이다. 부정적인 뜻의 동음이의어가 있는데 거기에 ‘년’까지 부치니 여성을 조롱할 때 쓰는 말로 둔갑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원래 ‘병(丙)’은 천간(天干)의 셋째를, ‘신(申)’은 십이지 가운데 아홉 번째 동물인 잔나비를 이른다. 그러니 오는 2016년은 잔나비 띠의 해다. 2016 병신년, 원숭이의 해 옛말로는 ‘납’이라 했고, 우리는 어릴 때 ‘잔나비’(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방언으로 처리)라고 했지만, 요즘은 보통 ‘원숭이’라고 부른다. 원숭이는 포유류 영장목 중에서 사람을 제외한 동물을 일컫는 일반적 호칭이다. 바나나를 좋아한다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사실 원숭이는 잡식성이다. 십이지(十二支) 중 원숭이는 인간과 가장 많이 닮은 영장 동물로 만능 .. 2021. 12. 30.
올 사자성어는 “도둑 잡을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됐다” 한글 전용 정착으로 ‘올해의 사자성어’도 빛이 바래고 있다이 선정해 발표하는 ‘올해의 사자성어’ 기사를 읽으면서 세밑이 가까워졌음을 알았다. 한 해의 간단치 않은 곡절을 네 글자의 한자어로 줄이는 이 기획의 역사는 마침내 20년을 넘겼다. 복잡다단한 한 해의 정치 사회적 상황을 네 자로 줄이는 게 가당찮다는 반론도 있지만, ‘올해의 사자성어’가 화제가 되는 것은 이 말이 머금고 있는 뜻이 예사롭지 않아서다.  ‘2021 올해의 사자성어’는 ‘묘서동처(猫鼠同處)’ 올해의 사자성어는 후보 18개 가운데 예비심사단 심사와 전국 교수 설문 조사를 거쳐서 ‘묘서동처(猫鼠同處)’가 선정됐다. 묘서동처는 교수 514명(29.2%)의 추천을 받아 인곤마핍(사람과 말이 모두 지쳐 피곤함, 371표·21.1%), 이전투구.. 2021. 12. 27.
민중? 우리는 ‘정답’을 알고 있다 2007년 17대선은 끝나고대통령 선거가 마감되었다. 사상 최저의 투표율인데도 당선자와 차점자의 표차는 사상 최대라는 기록을 만들면서 이 정책과 계급적 이해도 실종되어 버린 ‘민의의 축제’는 끝났다. 당선자가 누리는 압승의 기쁨 건너편에는 패배한 낙선자들의 부끄러움과 고통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 대선의 화두는 ‘경제’였다고 한다. 여러 가지 객관적 경제 지표와는 무관하게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기는 지난 5년 내내 저조했고 양극화는 깊어졌던 탓이다. 그래서인가, 유권자들은 ‘경제’를 중심에 두고 일찌감치 CEO 출신의 한 후보를 지지했고, 대선 기간 내내 드러난 이 후보와 관련된 여러 부패 의혹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철회하지 않았다. 1997년 대선에서 당시 가장 유력했던 후보가 낙마한 것은 두 아들의.. 2021. 12. 21.
18대 대선 다음 날 아침에 제18대 대통령선거 다음날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선거일 저녁에 출구조사 결과를 보고서 나는 우리가 부질없는 희망의 덫에 갇혀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른 예측 결과가 있었지만 나는 8시쯤 자리에 들었다. 부질없음에 다시 부질없음을 더할 일은 없는 것이었다. 까무룩 선잠에 빠져 있다가 10시쯤 깨어보니 이미 예측은 사실이 되어 있었다. 딸애는 제 방으로 들어가 버렸고, 아내는 무심한 표정으로 텔레비전 화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스마트폰으로 뉴스 몇 개를 읽다가 아내와 함께 자리에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조간신문의 선거 관련 기사를 나는 건성건성 넘겼다. 승패가 갈리고 나면 이런저런 관전평, 승부를 가른 원인 분석이 넘친다. 하나같이 날카롭고 논리적인 분석 기사다. 마지막 면에 실린 곽병찬 논설위.. 2021. 12. 20.